[시민과학][상괭이편] 8월 상괭이 서식지 수중 조사 일지

둘기
2026-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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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17일 월요일, 1일차

주희와 배에 올랐다. 삐걱거리는 간이식 철제 계단을 따라 승선하는데 등줄기 가득 땀이 고여 흘러내리는 게 느껴졌다. 한 손에는 다이빙 장비가 다른 손에는 4일 치 식량이 담긴 장바구니가 들려있었고 뒤따라오는 주희는 다이빙 장비를 가득 실은 캐리어를 낑낑거리며 옮기고 있었다. 간신히 자리를 찾아 짐을 내팽개치듯 내려놓고는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우리 배는 추자행 배입니다. 잠시 후 출항합니다’


달큰한 주스를 나눠 마시며 서로의 안부를 물었다. 함께 활동을 시작한 동기이자 존경하는 동료. 문득 서울 성북동에서 함께 신입 활동가 교육을 받던 때가 떠올랐다. 성북동 시절을 생각하면 양손 가득 다이빙 장비를 들고 추자로 향하는 지금의 상황이 낯설게 느껴진다며, 그때는 이렇게 상괭이를 찾아 바다를 누비고 다닐 줄은 상상도 못 했다며 함께 웃었다. 


얼마 전까지 파란의 활동가였던 주희는 지금은 소속을 옮겨 국가 연구 기관에서 산호를 연구하는 연구생이 되었다. 이제는 말과 행동에서 제법 전문가의 태가 난다. 대학생 때 다이빙을 배우며 바다와 사랑에 빠졌다는 주희는 해양환경 관측 장비를 판매하는 회사에서 일을 시작해 활동가가 되어 산호 서식지 보호 활동을 하다가 이제는 연구자의 길을 걷고 있다. 활동가는 대체 뭐 하는 직업일까라는 나의 질문에 “누가 시켜서는 못하는 일이지”라며 웃는 주희. 누가 억지로 시키지도, 이윤 추구라는 목표가 있지도 않은 일. 그리고 그 경계가 모호한 여러 일들까지 해내야 하는 직업. 주희는 활동가로서 그 모든 일들을 수행할 때 가장 중요한 건 활동 대상에 대한 깊은 애정인 것 같다고 말했다. 상괭이의 편이 되어주고자 모인 동료들은 저마다 어떤 마음에 집중하고 있을까. 무사히 승선했다는 안도감에 나른해졌다. 여느 때처럼 요즘은 바다의 어떤 모습을 좋아하는지를 이야기하며 추자 가는 배에 몸을 맡겼다. 


지난 8월 17일, 주희와 나는 상괭이편 추가 조사를 위해 추자행 배에 올랐다. 정기 조사는 3월에 끝이 났지만, 논문을 위한 기초 자료 외 상괭이 서식 환경에 대한 자료가 더 필요하다고 판단하여 추가 조사를 나서게 되었다. 평소라면 가벼운 짐만 꾸려 돌핀맨의 배를 타고 이동했겠지만, 이번 조사는 상괭이가 살고 있는 바닷속 수중 생태계를 확인하고자 나선 조사였다. 정해진 경로를 정해진 속도로 통과해야 하는 기존의 조사에서는 서식 환경을 살펴보기 어려웠다면, 이번 조사에서는 공기통을 매고 직접 서식지에 들어가 상괭이가 어떤 환경을 선호하는지 확인하고자 한다. 과연 상괭이들은 어떤 바다를 좋아할까? 그리고 그 바다는 지역 주민에게는 어떤 공간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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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구로 마중나온 정준과 상희. 반갑게 손을 흔들고 있다 ⓒ상괭이편 


배가 항구에 정박하자, 멀리서 손을 흔드는 정준과 상희가 보인다. 추자의 바람은 어쩐지 선선하다. 반갑게 인사를 나누기도 잠시, 서둘러 점심을 먹고 조사에 나섰다. 이번 조사는 추자 다이브의 도움을 받아 진행했다. 제주와 추자를 오가며 다이빙 센터를 운영하시는 사장님은 추자도의 수중 지형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전문가다. 사장님은 우리의 요청에 따라 조사 경로를 함께 고민하고 배를 몰아 정확한 조사 지점까지 데려다주는 등 조사의 안전을 책임지는 역할을 맡아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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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바론 직벽 ⓒ상괭이편


첫 조사는 상추자 주변 해역을 대상으로 진행했다. 나바론 직벽이라 불리는 지점으로 조사 중 상괭이를 자주 만났던 공간이다. 다른 이름으로는 다무래미, 목개라고도 불린다. 입수 후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감태 군락이었다. 제주 본섬에서는 볼 수 없었던 줄기가 두텁고 뿌리가 단단한 감태. 물결을 따라 흔들리는 모습을 한참 바라보았다. 시야가 좋지 않은 날이었음에도 감태 군락지 주변에 모인 어류 떼가 가득 보였다. 지난 3월, 나바론 직벽에서 만난 꼬리로 힘껏 내려쳐 꽁치를 기절시키던 상괭이가 생각났다. 이런 바다에서 유영하고 사냥을 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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낚싯줄에 엉킨 가시산호류 ⓒ상괭이편


나바론 직벽은 산호의 바다이기도 하다. 거대한 수직 절벽이 바닷속 깊이까지 이어져 있어 산호가 서식하기 좋은 환경이 조성되어 있다. 직벽에는 제주 본섬에서는 보기 힘든 가시산호류가 가득했다. 얼핏 보면 진총산호류와 비슷하게 생긴 가시산호는 보랏빛 폴립을 흩날리며 직벽 가득 자리 잡았다. 깊은 수심에서부터 올라오는 차가운 해수와 그 안에 있는 부유물을 먹고 사는 산호들. 그리고 산호를 감고 있는 낚싯줄이 보였다. 나바론 직벽은 유명한 낚시 포인트이기도 하다. 줄에 엉켜 떨어져 나간 산호부터 줄 옆에서 걸릴 듯 말 듯 위태로이 흔들리는 산호까지. 낚시꾼들의 출입이 잦은 얕은 해역으로 갈수록 피해 개체가 더 많이 보였다. 우리는 가능한 만큼 낚시 쓰레기를 수거해 출수했다. 


8월 18일 화요일, 2일차

보은이 도착했다는 소식에 신양항으로 마중을 나갔다. 하선한 보은은 손을 흔들며 밝게 미소 지었지만 웃음으로도 얼굴 가득한 피곤함은 가려지지 않았다. 전날까지 밤샘 작업을 마치고 제주로 넘어온 터였다. 무리한 일정임에도 상괭이 서식지를 직접 들어가 본다는 소식에 한달음에 달려온 보은. 보은은 지난 1년 6개월 간의 조사 중 선장 정준을 제외하면 조사에 가장 많이 참여한 대원이기도 하다. 상괭이편을 시작하면서 서귀포에 작업실 겸 숙소를 구하기도 했다. 디자이너인 보은은 항해하며 만나는 새와 섬, 물결과 하늘이 작업에 큰 영감이 된다고 했다. 보은에게 상괭이는, 매달 추위와 더위를 견디며 바다 위에서 보냈던 시간은 어떤 의미일까? 누가 시키지도 않았고, 돈을 주지도 않고, 심지어 어떤 결과가 나올지도 모르는 이 일에 보은은 왜 이리도 열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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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중조사에 나서는 상괭이편. 왼쪽부터 얼굴이 점점 까매진다 ⓒ상괭이편 


둘째 날 조사는 직구도에서 진행했다. 추자 본섬 북서쪽에 위치한 직구도는 A구역에서 상괭이가 가장 자주 나타나던 바다다. 직구도를 중심으로 동쪽 해안과 서쪽 해안을 나눠 각각 한 지점씩을 살펴보기로 하고 바다로 나섰다. 대체 어떤 바다길래 상괭이들이 그토록 자주 머물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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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준에 매달려 표류중인 수중조사팀 ⓒ상괭이편 


“조류가 좀 있을 거야! 입수하자마자 바닥까지 빠르게 하강!” 


입수 직전 브리핑. 정준이 빠른 하강을 강조했다. 물에 들어가자, 몸을 가누기 힘들 정도로 강한 조류가 느껴졌다. 잔잔한 수면과 달리 바닷속은 섬 직벽을 따라 남에서 북으로  조류가 흐르고 있었고 시야는 한 치 앞도 안 보일 정도로 탁했다. 바닥에 엉덩방아를 찧으며 가라앉은 나는 그대로 조류에 쓸려 몸을 한 바퀴 굴렀다. ‘나 지금 통제가 안 되는 상황이네?’ 불안과 공포가 머릿속을 채울 찰나 정준이 손을 내밀어 나를 붙잡았다. 그러고는 조류에 쓸려 내려오는 주희와 보은을 마저 잡았다. 우리는 동그랗게 모여 서로의 손을 잡은 체 조류에 몸을 맡겼다. 정준은 손짓으로 자신의 몸을 잡으라고 말했다. 수중 스쿠터를 든 정준을 앞에 두고 우리 셋은 그의 양쪽 다리와 등을 붙잡았다. 흡사 어미 등에 매달린 어린 코알라처럼 정준의 몸에 매달려 10분가량을 표류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물속에서 앞으로 가는지 뒤로 가는지도 알지 못하는 상태로 물속에 머물렀다. 정준은 서서히 스쿠터의 방향을 올려 출수했다. 수면 위로 올라가니 입수 지점에서 300m 정도 흘러 내려간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스쿠터가 없었다면 더 멀리까지 날아갔을 거라고. 무사히 배로 돌아와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상괭이들은 풍경은 안 보나 봐요. 대체 이런 바다에서 어떻게 수영을 하는 거지?”


보은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상괭이는 어떻게 한 치 앞도 안 보이는 바닷속에서 이토록 강한 물살을 가르며 수영을 하고 사냥을 하는 걸까. 배에서 볼 때는 부드럽고 편안하게 유영하는 것 같았는데. 상괭이 서식지 체험을 마친 우리는 조류가 잔잔한 지점을 찾아 두 번의 조사를 진행한 후 철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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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자도 어선주협회 부회장님과 인터뷰중인 상괭이편  ⓒ상괭이편


오후에는 추자도 어선주협회 부회장님을 만났다. 32년간 추자에서 선박어업을 해오신 선장님은 누구보다 추자 바다를 아끼는 분이었다. 그의 배를 함께 타고 나가 상괭이를 자주 목격한 지점과 조업을 하는 지점을 살펴보고 설명을 듣기로 했다. 문어통발을 하시는 회장님의 배에는 큰 기중기가 설치되어 있었다. 


카메라를 든 정준과 질문지를 든 상희가 배에 올랐다. 상희의 질문지에는 답변을 기다리는 질문과 필기들이 가득 적혀있었다. 상희의 손에는 언제나 카메라와 필기도구가 들려있다. 조사에서 보고 듣고 감각한 것들이 얼마나 빠르게 휘발되는지를 알기에 상희는 항상 조사 중 만나는 이들에게 질문을 건네고 촘촘히 기록한다. 그의 질문은 시의적절해서 목표한 바를 잃지 않고 조사를 다녀올 수 있도록 만들어준다. 조사를 마치고 밤마다 기록지를 정리하는 것도 상희다. 정준이 배를 몰아 우리가 가야 할 곳으로 이끌었다면 상희는 그곳에서 누구와 무슨 이야기를 나눠야 하는지, 무엇을 보고 어떻게 기록해야 하는지를 알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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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배 위에서 인터뷰를 준비하는 상희 ⓒ상괭이편 


선장님에게 상괭이는 겨울이 왔음을 알려주는 존재였다. 겨울 서해에서 내려오는 탁한 냉수의 세력이 넓어지기 시작하면 어김없이 상괭이가 나타난다고 했다. 그렇게 찾아온 상괭이들은 5월 초 남쪽에서 올라오는 따뜻하고 투명한 해수와 함께 사라진다고 한다. 바닥까지 통발을 내려 조업하는 선장님은 구체적으로 어떤 형질의 바닥에서 상괭이들이 더 많이 출현하는지도 알고 있었다. 특히 참돔과 무늬오징어가 산란하는 모래와 자갈밭의 경계에서 많이 나타난다고. 상괭이가 보이기 시작하면 참돔이 들어올 시기임을 인식한다고 한다. 매년 상괭이를 통해 겨울 바다를 감각한다는 선장님의 값진 증언을 담고는 감사의 인사를 남기고 하선했다.


8월 19일 수요일, 3일차

마지막 날, 우리는 1시간쯤 배를 타고 멀리 중뢰로 조사를 나갔다. 중뢰는 제주 본섬과 추자도 사이에 위치한 거대한 수중 암초다. 간조에도 물 밖으로 드러나지 않아 주변을 지나는 선박이 충돌하지 않도록 암반 위로 철탑이 들어서 있다. 철탑에는 해양 관측용 장비들이 설치되어 있다. 다이버보다는 조업 선박과 낚싯배가 많이 찾는 바다로 생물다양성이 풍부해 보호구역으로도 지정된 공간이다. 상어가 자주 나타나는 바다로도 유명하며, 추자도 주변 해역 상괭이 서식지의 남방한계선으로 추정되는 지점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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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뢰 철탑 ⓒ상괭이편 


“오늘은 원시 제주 바다를 보실 수 있을 겁니다!”


출발 전 브리핑을 하는 사장님의 얼굴이 환하다. 부모님께 100점 맞은 시험지를 건네는 아이처럼 ‘이거 보면 놀랄 수밖에 없을걸?’하는 자신감이 가득하다. 어떤 바다길래 이리도 자랑스럽게 소개하시는 걸까. 빠르게 변화하는 바다에도 육지의 원시림처럼 태초의 모습을 간직한 공간이 존재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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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뢰에서 만난 해조류 군락지 ⓒ상괭이편 


태초의 바다라는 말은 바닷속 기초 생태계를 두고 하는 말이었다.  중뢰 주변 바다는 해조류 숲이 살아 있었다. 육지의 숲이 교목층, 관목층, 초본층과 같이 자생하는 식물의 높이에 따라 층이 나눠지는 것처럼 해조류 숲에도 감태에서부터 작은 산호말류까지 크기에 따라 층을 이루어 촘촘히 바닥을 채우고 있었다. 각 층에는 서로 다른 생물들이 서식하고 있다. 감태 주변에는 치어들이 머물며 몸을 숨기거나 먹이를 찾았고, 그 아래에는 다양한 생물들의 알과 작은 연체동물들이 붙어 있었다. 어디를 둘러봐도 한 종이 우세하거나 생물 없이 공간이 비어 있는 곳을 찾을 수 없었다. 생물다양성이 풍부한 바다라는 말을 온전히 감각할 수 있는 공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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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조류 군락을 감고 있는 낚싯줄 ⓒ상괭이편 


그런 바다에도 버려진 낚싯줄이 있었다. 연안에서 보던 낚싯줄과는 다르게 줄이 몇 배는 굵었고, 손바닥 만한 낚싯바늘이 달려 있었다. 가늠이 안 될 정도로 긴 줄들이 해조류 군락을 칭칭 감고 있었다. 정준은 카메라를 내려놓고 낚싯줄 수거에 몰두했다. 출수 시간이 다가옴에도 한참을 쓰레기와 씨름했다. 배에 올라온 정준은 이런 상황이 너무나 안타깝다고 했다. 가방에서 주섬주섬 수거해온 낚싯줄을 꺼내며 도저히 그냥 두고 나올 수가 없었다고 말하는 정준. 그의 가방은 한참이나 낚싯줄을 토해냈다. 오늘은 선장이 아니라 다이버로, 다큐멘터리 감독으로서 바다에 들어갔지만 어느새 칼을 들고 쓰레기를 수거하게 되었다. 무언가를 촬영한다는 것은 현장에서 한 발짝 떨어진 관찰자로 존재해야 하는 일일 텐데, 정준의 배와 시선이 향하는 곳은 그냥 보고만 있을 수는 없는 현장들이다. 그는 2018년 서해에서 안강망에 걸려 죽는 상괭이를 촬영하겠다고 나선 이후 어느덧 10년 가까이 상괭이를 추적하고 기록하고 있다. 상괭이를 찍는 건 불가능하다고 만류하던 사람들의 말에도 그는 세상에 꼭 알려져야 하는 이야기라는 생각에 상괭이를 영상으로 담기 위한 다양한 방법을 찾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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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어 통발 속 산란중인 문어. 천장에 매달린 하얀 알이 보인다 ⓒ상괭이편 

 

오후 조사는 하추자도 주변에서 이루어졌다. 어제 선장님이 말씀해 주셨던 문어 통발 조업 공간이자 상괭이들이 자주 보였다는 지점이다. 물속에 들어가 어떤 환경인지 확인하고자 했다. 통발에서 산란기를 보내고 있는 문어를 볼 수 있었다. 추자도 어민들은 문어 산란기가 되면 자체적인 금어기를 갖고 안정적으로 산란기를 보낼 수 있도록 했다. 바다 앞에서는 항상 겸손해야 한다고, 더 잡겠다는 욕심으로 바다를 대하면 바다도 사람도 살 수 없다고 했던 선장님의 말이 생각났다. 


조사를 마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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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사를 마치고 함께 노을을 감상하는 상괭이편 ⓒ상괭이편 


목격은 어떻게 기록이 되어 과학적 사실로 만들어질까? 상괭이편은 지난 1년 6개월 동안 상괭이를 보고 기록하기 위해 배를 타고 추자 바다로 나갔다. 내가 상괭이편에 합류한 시점에는 조사와 항해에 모두가 익숙해진 상태였지만, 처음 조사를 시작할 때는 망망대해에서 표류하듯 배에서 움직이는 방법부터 기록을 남기는 방법까지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어냈다고 한다. 누가 시켜서 하는 일도, 확실한 결과가 보장되는 일이 아님에도 추위와 더위를 견뎌내며 긴 시간을 바다에서, 실패와 교훈을 벗 삼아 보냈다. 


상괭이편의 기록은 학술 논문으로 정리하여 올해 말 세상에 발표할 예정이다. 나는 상괭이편이 만들어낸 과학적 성과만큼이나 조사자 한 명 한 명이 겪은 시행착오와 바다에서 보낸 시간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하여 돌아오는 9월 20일, 이들의 항해기를 공유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추자 바다는 깊고 험해 예로부터 길을 잃고 표류하는 선박이 자주 발생하는 바다였다고 한다. 기록되지 않은 존재를 세상에 드러내기 위한 항해이자 표류. 그 치열했던 여정에 많은 이들이 귀를 기울여 주었으면 한다. 


상괭이편 항해기 공유회 참가신청 하기


글: 성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