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28일 오후, 제주도의회 대회의실에서 '해양보호구역 관리 및 해양생물 보호 방안 마련을 위한 정책 토론회'가 열렸습니다. 파란과 제주환경운동연합 그리고 제주도의회와 제주도가 공동 주최한 이번 토론회는 '해양쓰레기 얽힘 피해'(바다에 버려진 쓰레기에 해양 생물이 걸려 죽거나 다치는 사고)에 대해 이야기하는 자리입니다.
제주 바다에서는 매년 해양쓰레기 얽힘 피해를 입은 바다 생물이 발견되고 있습니다. 2021년부터 2024년까지 제주 연안에서 폐사한 바다거북은 116개체로 집계되는데, 이 중 약 20%가 낚싯줄, 그물과 같이 버려진 어구에 얽혀 사망한 것으로 확인됩니다. 제주 바다를 대표하는 해양생물 남방큰돌고래는 어떨까요. 2015년부터 2025년까지 해양쓰레기에 얽혀 사망한 돌고래는 최소 10개체로 지금도 5마리의 돌고래가 몸에 폐어구가 감긴 채 살고 있습니다. 제주 바다에 서식하는 돌고래가 120여 마리라는 것을 고려하면 매우 심각한 피해입니다.
파란은 이러한 해양쓰레기 얽힘 사고가 점점 잦아진다는 문제의식 속에서 지난해 <폐어구 탐사대>를 꾸려 조사에 나섰습니다. 1년간 제주도에 지정된 해양보호구역 16곳을 다니며 바닷속에 얼마나 많은 어구 쓰레기가 버려져 있는지, 피해 입은 생물은 얼마나 되는지 기록했습니다. 조사 결과 50개 지점 중 92%에서 폐어구가 확인되었고, 72%에서 쓰레기에 얽혀 죽거나 다친 해양생물이 발견되었습니다. 피해 생물 중 6종은 남방큰돌고래, 해송, 밤수지맨드라미 등 해양보호생물로 지정된 종입니다. 이러한 결과는 바다 생태계를 보호하기 위해 지정된 공간에서조차 쓰레기가 무분별하게 버려지고 있으며, 생물 피해가 매우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파란은 조사 결과를 근거로 제주도청에 토론회를 제안했습니다. 해양쓰레기로 인한 생태계 피해 상황을 알리고, 이 같은 사고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함께 고민하는 자리가 필요하다고요. 관련 전문가와 정부 관계자, 활동가들이 모여 피해 현황을 확인하고, 제도적 한계를 짚으며, 바다를 위한 더 나은 정책을 논의한 이번 토론회. 과연 어떤 이야기들이 오갔을까요?

토론회 전경. 8명의 발표자와 토론자가 참석했다 ©파란
오후 3시 30분, 제주도의회 농수축위원회 강충룡 위원장이 인사말로 토론회의 시작을 알렸습니다. 강 위원장은 "기후위기와 해양폐기물로 인해 제주 바다가 신음하고 있는 상황에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전하며 "청정 바다 제주를 위해 토론회 내용을 참고하여 필요한 정책을 만들겠다"고 의지를 밝혔습니다.

해양보호구역 관리 제도 개선을 위해 시행중인 위협요인 관리 제도 (발제문 중 발췌) ©해양환경공단
발표1. 해양보호구역 현황 및 개선방향
첫 발표를 맡은 해양환경공단 이구성 팀장은 해양보호구역 지정 현황과 지정 이후 관리가 어떤 행정 체계를 통해 이루어지는지 그리고 앞으로의 보호구역 확대와 관리 제도 개선을 어떤 방향으로 진행할 계획인지 공유했습니다.
- 지정 현황
- 2026년 기준 해양보호구역 지정 면적은 전 해역 대비 2.09% 수준. UN생물다양성협약에 따라 2030년까지 해역의 30%를 보호구역으로 지정 해야 하는 상황으로 '해양 OECM'(법적으로 보호지역으로 지정되지는 않았으나, 생물다양성이 장기간 보전되고 관리되고 있는 지역) 제도 도입과 비교적 이해관계자 갈등이 덜한 근해에 대형 해양보호구역을 지정하는 등의 방안을 통하여 목표를 달성할 계획
- 2025년 12월 해양 OECM 가이드라인을 마련하였으며, 이에 따라 특정도서 주변해역, 갯벌세계유산 완충구역 등을 후보지로 발굴하고 있음. 이와 더불어 OECM의 정의 및 관리에 대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기 위한 해양생태계법 개정을 추진중. 이를 바탕으로 2028년부터 본격적으로 OECM 등록을 추진할 계획
- 신규 해양보호구역은 매년 1개소씩 1천km 이상 대형 해양보호구역을 신규 지정하는 것을 목표로 함. 후보지로는 남방큰돌고래, 상괭이, 점박이물범 등 회유성 해양보호생물의 이동경로와 해산, 니질대 등 지형 지질적 가치가 우수한 해역 그리고 보전형 무인도서 주변 해역을 고려중
- 관리 체계
- 해양보호구역 지정 이후 실제 관리는 지역참여형으로 운영중. 해당 지방청과 기초지자체가 5년 단위 관리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이를 바탕으로 기초지체에서 연차별 관리 사업과 예산 계획을 수립하고 운영. 해양수산부는 기초지자체가 수립한 사업과 예산 계획을 심의하여 예산을 배분하고 사업을 지원. 이후 해양환경공단에서 관리 사업을 평가하고 개선사항을 도출해 지방청에 전달하여 평가 결과를 반영한 신규 계획이 수립되는 순환 구조로 운영
- 관리 체계가 효과적으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지역관리위원회가 구성되어 활발히 운영되는 것이 중요. 고창군과 서천군은 해양보호구역 관리사업을 활용해 예산 지원을 받아 방문자센터를 건립하여 생태관광 및 지역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등 지역 경제 활성화에 기여한 우수사례
- 해양환경공단은 향후 해양보호구역 위협요인 관리를 강화하기 위해 지정 후 효과 분석을 실시하여 생태계를 위협하는 요인을 파악하고 이를 제거하는 방안을 계획에 반영하도록 관리를 강화할 계획

제주 해양보호구역 폐어구 오염도 조사 결과 ©파란
발표2. 제주도 해양보호구역 침적쓰레기 오염 현황과 과제
이어서 두 번째 발표를 맡은 파란의 박성준 활동가는 제주 해양보호구역 바닷속에 버려진 쓰레기와 그로 인한 얽힘 피해의 심각성을 언급하며, 제주도의 해양폐기물과 해양보호구역 관리 제도의 한계에 대해 설명했습니다.
- 해양보호구역 내 해양쓰레기 얽힘 피해
- 제주도 내 해양보호구역 16개 지점에서 총 37종, 1661개 폐어구가 확인되었으며, 이에 얽혀 죽거나 다친 해양생물 23종 183개체가 발견됨. 피해 생물 가운데 6종은 해양보호생물로 해양생태계를 보호하기 위해 지정된 공간에서도 폐어구로 인한 생물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줌. 조사가 보호구역 내 일부 지점을 대상으로 진행되었음을 고려하면, 실제 피해는 더욱 빈번하고 광범위할 것으로 예측됨
- 침적쓰레기는 원인자 추적이 가능함. 각 보호구역 별 침적쓰레기 비율은 주변 해역에서 행해지는 어업과 레저 활동에 비례하여 발생. 성산일출봉 주변 해역에서는 연승 어업 중 버려진 밧줄과 낚싯줄이, 신도리 연안에서는 육상 양식장 공사중 버려진 폐파이프와 낚시 쓰레기가, 범섬·문섬·섶섬 해역에서는 낚싯줄, 봉돌 등 낚시 쓰레기가, 추자도 주변 해역에서는 해상 양식장 폐자재가 높은 비율로 발견됨. 즉 해양보호구역 생태계는 주변 해역에서 행해지는 어업에 매우 직접적인 영향을 받고 있으며, 그 원인을 특정할 수 있다는 점에서 피해가 재발하지 않도록 원인자에게 책임을 물리는 방안을 도입할 수 있음
- 관련 제도의 한계
- 부유쓰레기 수거에만 집중된 해양폐기물 관리 정책: 제주도는 2020년부터 5년마다 '해양폐기물 관리 세부실천 계획'을 수립하여 이에 근거하여 해양폐기물 관리 사업을 시행중. 제1차 계획에서 제시한 29개 사업 중 실제 달성한 사업은 11개에 불과. 대부분 수거 중심 사업으로 예방적 관리 제도 도입, 폐어구 및 침적쓰레기 관리와 관련된 사업은 거의 시행되지 않음
- 연안 선박 관리 제도 부재: 연안관리법상 육지에서부터 12해리 밖 근해는 해양수산부가, 육지에서 12해리 이내 연안은 지방자치단체가 환경 관리를 담당함. 현재 도입중인 어구관리제도는 해양수산부에서 근해 어선을 대상으로 시행중인 제도. 신규 어구관리제도는 크게 5가지로 어구실명제, 불법어구철거, 유실어구신고제, 어구기록제, 어구 반납 시 인센티브 지급 제도가 이에 해당함. 이 중 3개 제도(실명제, 기록제, 신고제)는 연안 어선에는 적용되지 않는 상황. 생물다양성이 풍부하고 이용 밀도가 높아 보호가 필요한 지역은 연안이며, 해양보호구역 역시 모두 연안에 위치. 2023년 기준 제주도에 등록된 어선은 1,931척으로 이 중 1,394척(72.1%)는 연안 선박. 즉 어선 10대중 7대는 아무런 신고나 기록 없이 보호구역을 포함한 연안에서 어구를 사용하고 버릴 수 있는 상황. 버려지는 어구에 대한 아무런 정보가 없어 대응한 제도를 만들기도 어려운 실정
- 미흡한 해양보호구역 관리 사업: 제주도는 전국 지방자치단체 중 가장 넓은 해양보호구역(관할 해역의 11.6%)을 관리중. 그러나 관리 계획 대비 실 지출 예산 비율은 매우 낮은 상황. 추자도와 문섬 해양보호구역은 2017년부터 2021년 사이 계획된 예산의 1.3%만 지출. 관련 업무를 수행하는 인력 또한 부족한 상황. 제주도 내 16개 보호구역을 관리하는 인력은 총 3명에 불과함
연승어업용 낚싯줄에 얽힌 천연기념물 긴가지해송 ©파란
종합토론
발표에 이어 종합토론을 진행했습니다. 하성용 위원장(제주도의회 운영위원)이 좌장을 맡아 보다 효과적인 해양보호구역 관리 방안과 해양폐기물 발생을 예방할 방법에 대해 논의하였습니다.
최슬기 국장(제주환경운동연합 생태보전국)은 해양보호구역 관리 실태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개선 방안을 제안했습니다. 특히 해양보호구역 관리 예산과 인력이 매우 부족하다는 점과 지역관리위원회가 구성 후 운영되지 않고 있음을 지적했습니다. 이에 해양생태공간과 신설을 통해 담당 인력을 확보하고 보호구역 관리 예산을 환경 모니터링과 명예지도원 양성 등 실효성 있는 제도에 배분할 것을 요청했습니다. 더불어 조례를 통해 지역관리위원회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회의가 정기적으로 운영하도록 조례 개정을 통해 회의를 활성화하는 방안을 제안했습니다. 마지막으로 보호구역 내 가장 큰 생태계 피해는 레저 낚시로 인해 발생함을 지적하며, 생태적으로 중요한 해역은 낚시통제구역으로 지정할 것을 요청했습니다.
이어 윤상훈 전문위원(해양시민과학센터 파란)은 생태적 중요도에 따라 해양보호구역 내 구역을 나눠 차등 관리하는 공간별 관리 체계를 도입할 것을 제안했습니다. 파란의 조사 결과를 인용해 현재 해양보호구역 안에서 어업으로 인한 생태계 피해가 심각한 지점과 원인이 되는 행위를 추적할 수 있음을 강조하며, 구체적인 근거를 바탕으로 일부 공간을 대상으로 선박 어업과 레저 낚시를 금지하는 방안을 제시했습니다. 특히 신도리 해양생물보호구역의 경우 남방큰돌고래 서식지에 인접한 갯바위를 대상으로 낚시통제구역을 지정할 것을 제안했습니다.
정재용 대표(오션케어)는 침적쓰레기를 수거하며 겪는 어려움과 정책 개선안을 제안했습니다. 오션케어는 제주 바다에서 침적쓰레기 수거 활동을 하는 민간단체로, 보호구역 등 허가가 필요한 공간에서 활동을 할 때 복잡한 절차로 인해 실제 활동에 차질이 생긴다고 증언했습니다. 이에 등록 단체를 대상으로 신고 절차를 간소화 할 것을 제안했습니다. 이와 더불어 수거량에 대한 평가가 무게가 아닌 효과 중심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또한 어민이 자발적으로 유실 어구를 신고할 수 있는 체계가 필요함을 강조했습니다. 어구의 위치는 어민들에게는 생업이 달린 정보로서 유실 시에도 신고를 꺼리게 되어 방치되는 어구가 많다는 점을 이야기했습니다.
오승목 감독(다큐제주)은 제주 바다에서 폐어구 탓에 죽거나 다치는 남방큰돌고래와 바다거북은 침적쓰레기 보다는 부유쓰레기인 경우가 많음을 지적하며 특히 호기심이 많은 어린 개체에 피해가 집중된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특히 근해에서 유입되는 자망 그물과 트롤 어망이 가장 위협적임을 지적하며 제주도의 긴급 해양쓰레기 수거가 더 신속하게 이루어져야 함을 짚었습니다.
마지막으로 강승오 과장(제주도 해양수산국)은 앞선 토론자들의 제안에 대한 답변으로 향후 계획과 제도 개선 방향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먼저 최슬기 국장의 의견에 대해 해양보호구역 확대 기조에 따라 OECM등 제도를 활용하여 보호구역을 점차 확대 지정할 계획이며, 관리를 위한 예산과 인력은 도의회와 협력하여 확보하겠다고 답했습니다. 이와 더불어 관리위원회 운영이 활성화 되도록 관할 행정시와 적극 협력할 것을 약속했습니다.
이어 윤상훈 전문위원의 의견에는 생태계 피해가 발생하는 공간에 대해 낚시통제구역을 지정하자는 의견에 크게 공감하고 있으며, 신도리 해양보호구역을 우선 지정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어업금지 조치는 현행법상 도입이 어려워 취지는 공감하지만 즉각 시행하기는 어렵다고 답했습니다. 또한 해양보호구역 방문자 센터 건립을 위해 국비 지원 사업을 적극 유치 중에 있음을 밝혔습니다.
더불어 정재용 대표의 제안에는 민간단체 쓰레기 수거 활동에 대한 인허가 절차를 간소화하겠다고 답했으며, NGO 지원 방안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오승목 감독의 의견에는 해양폐기물 긴급 수거 신고는 접수 즉시 출동하지만, 현장에 도착하면 조류에 따라 사라지는 경우가 많아 어려움이 있다고 답했습니다. 또한 중국에서 유입되는 쓰레기 문제 해결을 위해 영사관과 더 긴밀히 협력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 밖에도 어구실명제를 연안 연승어업 선박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대정읍 연안에 방치된 양식장 취수관을 수거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천연보호구역 차귀도 해변에 쌓여있는 해양쓰레기 ©파란
제주 바다에서 해양쓰레기에 얽혀 희생되는 생명이 더는 나타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진행한 이번 토론회. 크게 두 가지 주제를 이야기했습니다. 하나는 해양생물 보호를 위해 지정한 공간인 해양보호구역을 어떻게 더 체계적으로 관리할지, 다른 하나는 해양쓰레기, 특히 폐어구를 어떻게 덜 버리고 효과적으로 수거할지를요.
요약하면, 단기적 과제로 해양보호구역 관리 예산과 인력 확보, 관리위원회 활성화, 민간 침적쓰레기 수거 활동 단체 지원 강화, 생태적으로 민감한 지역에 대한 낚시통제구역 지정이 언급되었습니다. 장기적으로는 OECM 등을 활용한 해양보호구역 확대 지정, 방문자 센터 건립 등 지역사회와의 상생 방안 마련, 연안 어선 어구 사용량 모니터링 체계 도입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이 모였습니다.
파란은 이번 토론회를 시작으로 해양보호구역 관리 제도의 질적 개선을 목표로 전문가와 정부 관계자, 활동가와 지역 주민 간 대화가 이루어지도록 다양한 논의의 장을 만들려고 합니다. 더 많은, 더 나은 해양보호구역을 위한 파란의 정책 활동에도 많은 응원과 관심 부탁드립니다!
작성: 성준
지난 9월 28일 오후, 제주도의회 대회의실에서 '해양보호구역 관리 및 해양생물 보호 방안 마련을 위한 정책 토론회'가 열렸습니다. 파란과 제주환경운동연합 그리고 제주도의회와 제주도가 공동 주최한 이번 토론회는 '해양쓰레기 얽힘 피해'(바다에 버려진 쓰레기에 해양 생물이 걸려 죽거나 다치는 사고)에 대해 이야기하는 자리입니다.
제주 바다에서는 매년 해양쓰레기 얽힘 피해를 입은 바다 생물이 발견되고 있습니다. 2021년부터 2024년까지 제주 연안에서 폐사한 바다거북은 116개체로 집계되는데, 이 중 약 20%가 낚싯줄, 그물과 같이 버려진 어구에 얽혀 사망한 것으로 확인됩니다. 제주 바다를 대표하는 해양생물 남방큰돌고래는 어떨까요. 2015년부터 2025년까지 해양쓰레기에 얽혀 사망한 돌고래는 최소 10개체로 지금도 5마리의 돌고래가 몸에 폐어구가 감긴 채 살고 있습니다. 제주 바다에 서식하는 돌고래가 120여 마리라는 것을 고려하면 매우 심각한 피해입니다.
파란은 이러한 해양쓰레기 얽힘 사고가 점점 잦아진다는 문제의식 속에서 지난해 <폐어구 탐사대>를 꾸려 조사에 나섰습니다. 1년간 제주도에 지정된 해양보호구역 16곳을 다니며 바닷속에 얼마나 많은 어구 쓰레기가 버려져 있는지, 피해 입은 생물은 얼마나 되는지 기록했습니다. 조사 결과 50개 지점 중 92%에서 폐어구가 확인되었고, 72%에서 쓰레기에 얽혀 죽거나 다친 해양생물이 발견되었습니다. 피해 생물 중 6종은 남방큰돌고래, 해송, 밤수지맨드라미 등 해양보호생물로 지정된 종입니다. 이러한 결과는 바다 생태계를 보호하기 위해 지정된 공간에서조차 쓰레기가 무분별하게 버려지고 있으며, 생물 피해가 매우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파란은 조사 결과를 근거로 제주도청에 토론회를 제안했습니다. 해양쓰레기로 인한 생태계 피해 상황을 알리고, 이 같은 사고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함께 고민하는 자리가 필요하다고요. 관련 전문가와 정부 관계자, 활동가들이 모여 피해 현황을 확인하고, 제도적 한계를 짚으며, 바다를 위한 더 나은 정책을 논의한 이번 토론회. 과연 어떤 이야기들이 오갔을까요?
토론회 전경. 8명의 발표자와 토론자가 참석했다 ©파란
오후 3시 30분, 제주도의회 농수축위원회 강충룡 위원장이 인사말로 토론회의 시작을 알렸습니다. 강 위원장은 "기후위기와 해양폐기물로 인해 제주 바다가 신음하고 있는 상황에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전하며 "청정 바다 제주를 위해 토론회 내용을 참고하여 필요한 정책을 만들겠다"고 의지를 밝혔습니다.
해양보호구역 관리 제도 개선을 위해 시행중인 위협요인 관리 제도 (발제문 중 발췌) ©해양환경공단
발표1. 해양보호구역 현황 및 개선방향
첫 발표를 맡은 해양환경공단 이구성 팀장은 해양보호구역 지정 현황과 지정 이후 관리가 어떤 행정 체계를 통해 이루어지는지 그리고 앞으로의 보호구역 확대와 관리 제도 개선을 어떤 방향으로 진행할 계획인지 공유했습니다.
제주 해양보호구역 폐어구 오염도 조사 결과 ©파란
발표2. 제주도 해양보호구역 침적쓰레기 오염 현황과 과제
이어서 두 번째 발표를 맡은 파란의 박성준 활동가는 제주 해양보호구역 바닷속에 버려진 쓰레기와 그로 인한 얽힘 피해의 심각성을 언급하며, 제주도의 해양폐기물과 해양보호구역 관리 제도의 한계에 대해 설명했습니다.
종합토론
발표에 이어 종합토론을 진행했습니다. 하성용 위원장(제주도의회 운영위원)이 좌장을 맡아 보다 효과적인 해양보호구역 관리 방안과 해양폐기물 발생을 예방할 방법에 대해 논의하였습니다.
최슬기 국장(제주환경운동연합 생태보전국)은 해양보호구역 관리 실태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개선 방안을 제안했습니다. 특히 해양보호구역 관리 예산과 인력이 매우 부족하다는 점과 지역관리위원회가 구성 후 운영되지 않고 있음을 지적했습니다. 이에 해양생태공간과 신설을 통해 담당 인력을 확보하고 보호구역 관리 예산을 환경 모니터링과 명예지도원 양성 등 실효성 있는 제도에 배분할 것을 요청했습니다. 더불어 조례를 통해 지역관리위원회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회의가 정기적으로 운영하도록 조례 개정을 통해 회의를 활성화하는 방안을 제안했습니다. 마지막으로 보호구역 내 가장 큰 생태계 피해는 레저 낚시로 인해 발생함을 지적하며, 생태적으로 중요한 해역은 낚시통제구역으로 지정할 것을 요청했습니다.
이어 윤상훈 전문위원(해양시민과학센터 파란)은 생태적 중요도에 따라 해양보호구역 내 구역을 나눠 차등 관리하는 공간별 관리 체계를 도입할 것을 제안했습니다. 파란의 조사 결과를 인용해 현재 해양보호구역 안에서 어업으로 인한 생태계 피해가 심각한 지점과 원인이 되는 행위를 추적할 수 있음을 강조하며, 구체적인 근거를 바탕으로 일부 공간을 대상으로 선박 어업과 레저 낚시를 금지하는 방안을 제시했습니다. 특히 신도리 해양생물보호구역의 경우 남방큰돌고래 서식지에 인접한 갯바위를 대상으로 낚시통제구역을 지정할 것을 제안했습니다.
정재용 대표(오션케어)는 침적쓰레기를 수거하며 겪는 어려움과 정책 개선안을 제안했습니다. 오션케어는 제주 바다에서 침적쓰레기 수거 활동을 하는 민간단체로, 보호구역 등 허가가 필요한 공간에서 활동을 할 때 복잡한 절차로 인해 실제 활동에 차질이 생긴다고 증언했습니다. 이에 등록 단체를 대상으로 신고 절차를 간소화 할 것을 제안했습니다. 이와 더불어 수거량에 대한 평가가 무게가 아닌 효과 중심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또한 어민이 자발적으로 유실 어구를 신고할 수 있는 체계가 필요함을 강조했습니다. 어구의 위치는 어민들에게는 생업이 달린 정보로서 유실 시에도 신고를 꺼리게 되어 방치되는 어구가 많다는 점을 이야기했습니다.
오승목 감독(다큐제주)은 제주 바다에서 폐어구 탓에 죽거나 다치는 남방큰돌고래와 바다거북은 침적쓰레기 보다는 부유쓰레기인 경우가 많음을 지적하며 특히 호기심이 많은 어린 개체에 피해가 집중된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특히 근해에서 유입되는 자망 그물과 트롤 어망이 가장 위협적임을 지적하며 제주도의 긴급 해양쓰레기 수거가 더 신속하게 이루어져야 함을 짚었습니다.
마지막으로 강승오 과장(제주도 해양수산국)은 앞선 토론자들의 제안에 대한 답변으로 향후 계획과 제도 개선 방향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먼저 최슬기 국장의 의견에 대해 해양보호구역 확대 기조에 따라 OECM등 제도를 활용하여 보호구역을 점차 확대 지정할 계획이며, 관리를 위한 예산과 인력은 도의회와 협력하여 확보하겠다고 답했습니다. 이와 더불어 관리위원회 운영이 활성화 되도록 관할 행정시와 적극 협력할 것을 약속했습니다.
이어 윤상훈 전문위원의 의견에는 생태계 피해가 발생하는 공간에 대해 낚시통제구역을 지정하자는 의견에 크게 공감하고 있으며, 신도리 해양보호구역을 우선 지정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어업금지 조치는 현행법상 도입이 어려워 취지는 공감하지만 즉각 시행하기는 어렵다고 답했습니다. 또한 해양보호구역 방문자 센터 건립을 위해 국비 지원 사업을 적극 유치 중에 있음을 밝혔습니다.
더불어 정재용 대표의 제안에는 민간단체 쓰레기 수거 활동에 대한 인허가 절차를 간소화하겠다고 답했으며, NGO 지원 방안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오승목 감독의 의견에는 해양폐기물 긴급 수거 신고는 접수 즉시 출동하지만, 현장에 도착하면 조류에 따라 사라지는 경우가 많아 어려움이 있다고 답했습니다. 또한 중국에서 유입되는 쓰레기 문제 해결을 위해 영사관과 더 긴밀히 협력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 밖에도 어구실명제를 연안 연승어업 선박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대정읍 연안에 방치된 양식장 취수관을 수거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천연보호구역 차귀도 해변에 쌓여있는 해양쓰레기 ©파란
제주 바다에서 해양쓰레기에 얽혀 희생되는 생명이 더는 나타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진행한 이번 토론회. 크게 두 가지 주제를 이야기했습니다. 하나는 해양생물 보호를 위해 지정한 공간인 해양보호구역을 어떻게 더 체계적으로 관리할지, 다른 하나는 해양쓰레기, 특히 폐어구를 어떻게 덜 버리고 효과적으로 수거할지를요.
요약하면, 단기적 과제로 해양보호구역 관리 예산과 인력 확보, 관리위원회 활성화, 민간 침적쓰레기 수거 활동 단체 지원 강화, 생태적으로 민감한 지역에 대한 낚시통제구역 지정이 언급되었습니다. 장기적으로는 OECM 등을 활용한 해양보호구역 확대 지정, 방문자 센터 건립 등 지역사회와의 상생 방안 마련, 연안 어선 어구 사용량 모니터링 체계 도입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이 모였습니다.
파란은 이번 토론회를 시작으로 해양보호구역 관리 제도의 질적 개선을 목표로 전문가와 정부 관계자, 활동가와 지역 주민 간 대화가 이루어지도록 다양한 논의의 장을 만들려고 합니다. 더 많은, 더 나은 해양보호구역을 위한 파란의 정책 활동에도 많은 응원과 관심 부탁드립니다!
작성: 성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