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감시활동][제주 해양보호구역 탐사기 11화] 사람이 떠난 섬, 사람의 쓰레기가 모이는 섬 - 차귀도천연보호구역

부시리
2024-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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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 제주 해양보호구역 탐사기 11화


사람이 떠난 섬, 사람의 쓰레기가 모이는 섬 

- 차귀도천연보호구역 

제주 해양보호구역 탐사기⑪  차귀도 편 




지난 5월 제주의 동쪽에서 시작한 파란탐사대는 6월과 7월 제주 북쪽의 추자도와 남쪽 서귀포 권역을 탐사하였다. 그리고 8월, 제주의 서쪽으로 향했다. 탐사의 마지막 날, 탐사대는 베롱호를 타고 마라도를 출발해 양식장이 줄지어 있는 대정읍 해안을 따라 차귀도로 향했다.


시간의 중첩으로 만들어진 섬, 차귀도

차귀도는 제주시 한경면 고산리에 속하는 무인도로, 제주도의 71개의 무인도 중 가장 서쪽에 위치해있다. 차귀도는 차귀도 본섬(죽도)과 와도, 지실이섬, 생이섬과 주변의 크고 작은 여러 개의 여(礖)로 이루어져 있다. 배에서 바라본 차귀도 본섬의 초록색 능선은 사뭇 낭만적으로 보였다. 배는 와도에 먼저 이르렀고, 가까이에서 본 와도는 해안의 침식지형이나 기암괴석, 해식애 등의 모습이 마치 미지의 고대의 섬처럼 보였다. 

[사진1] 차귀도로 향하는 중 수월봉 근처에서 바라본 차귀도 본섬(왼쪽)과 와도(오른쪽) ⓒ파란탐사대 김보은

[사진2] 가까이 다가가 본 와도의 모습. 다양한 암석과 지형, 기암괴석이 눈에 띈다. ⓒ파란탐사대 김보은

이처럼 차귀도의 모습이 다양한 이유는 일반적으로 마그마가 분출하면 하나의 화산을 만드는데 차귀도는 한 지점에서 네 번에 걸쳐 마그마가 분출하면서 만들어진 복합 화산체이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차귀도는 응회암을 비롯해 붉은색의 분석층 등 다양한 암석과 지형을 가지고 있다. 또한 차귀도는 천연기념물인 한란이 자생하고 있고, 해녀콩 등의 희귀식물과 미기록종 생물, 멸종위기종인 매를 포함한 조류, 바다에는 법정보호관리종인 연산호와 해송, 풍부한 해조류 등 생물학적 가치가 매우 높아 2000년 7월 18일 천연기념물 제422호로 지정된 천연보호구역이다. 


[사진3] 천연기념물이자 환경부 멸종위기야생동물 II급인 매가 차귀도 등대에 앉아있다. ⓒ파란탐사대 김보은


사람이 살던 섬, 사람이 떠난 섬

차귀도 본섬의 작은 포구에 내려 대나무를 사이에 둔 탐방로를 따라 올라가면, 집터를 하나 발견하게 된다. 고산향토지에는 1980년경 수원리에 살던 강치용(姜致龍)이란 사람이 고산리에서 들어가 살았으며 1911년 가족들을 데려와 살았다고 기록되어 있다. 그 후 1978년까지 총 8가구가 살았다고 한다. 그들은 땅을 일구어 조, 보리, 콩, 고구마를 심었고, 농사도 아주 잘 되었다고 한다. 

[사진4] 차귀도에 남아있는 집터  ⓒ파란탐사대 김보은


“풀이 아주 좋았어”

고산리 주민이자 수월봉 지질해설사 중 최연장자인 이광순씨는 차귀도를 이렇게 기억했다. 이광순씨는 차귀도에 친구가 살아서 자주 왕래했었다고 한다. 차귀도의 한 일화를 들려주었다. 어느 날 차귀도에 살았던 한 사람이 토끼 스무 마리를 가지고 들어왔다. 천적이 없던 스무 마리의 토끼는 어느새 수천 마리로 늘어났다. 당시 차귀도에서는 소를 많이 키웠는데 진드기가 골칫덩어리였다. 소에 붙어있던 진드기들이 토끼에게 옮겨갔고, 토끼의 개체수가 늘어나자, 전라도의 독수리 수천 마리가 차귀도로 날아와 토끼사냥을 했다. 이광순씨는 그 독수리 중 일부는 진드기에 옮아 집으로 온전하게 돌아가지 못했거나 고향에 진드기를 옮겼을 거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나 하나의 잘못으로 생태계가 바뀔 수도 있는 거지.”  

이광순씨가 이 일화를 전하면서 덧붙인 마지막 말이다.

 

[사진5] 차귀도의 이야기들을 들려준 수월봉 지질해설사 이광순씨

천연기념물 차귀도천연보호구역 종합학술조사 연구용역서에 따르면, 2000년 초반까지 굴토끼(집토끼)가 차귀도 본섬에 살았으나 고양이가 서식하면서 사라졌다는 증언이 다수 있었다고 한다. 현재는 개체군이 없거나 서식하더라도 매우 적은 수가 존재할 것으로 판단했으며, 고양이 또한 낚시꾼들이 제공하는 물고기 등을 먹이로 하여 서식하고 있었으나, 최근 약 3년간 관찰된 바 없다고 전했다.

차귀도는 1968년 김신조 간첩 사건과 1974년 추자도 간첩단 사건으로 10가구 미만의 섬에 사는 주민들의 강제이주하는 소개령으로 아무도 살 수 없는 섬이 되었다. 현재는 약 1시간 정도의 탐방이 가능하다. 

 

사람의 흔적은 계속 쌓인다

[사진6] 차귀도 해안 곳곳에 쓰레기가 쌓여있다. ⓒ파란탐사대 이정준

차귀도 천연보호구역을 배를 타고 둘러보면서 너무나 멋진 해안지형의 모습에 감탄이 절로 나오는 것과 동시에 한탄이 섞여 나왔다. 아름다운 경관과 함께 존재하고 있던 수많은 쓰레기 때문이었다. 차귀도 본섬과 와도의 해변에는 동과 서, 남과 북 어느 곳에나 쓰레기가 쌓여있었다. 남쪽에 위치한 차귀도 본섬의 작은 포구에 내리자 엄청난 양의 쓰레기들이 눈앞에 펼쳐졌다.

[사진7] 차귀도 본섬의 포구에 내려 마주한 쓰레기들  ⓒ 파란탐사대 김보은


국가해안쓰레기 모니터링 사업에 따르면 2008년부터 2017년까지 차귀도 천연보호구역에서 조사된 해양쓰레기를 유형별로 나누었을 때, 개수 비율로는 스티로폼이 32.8%, 외국 기인 쓰레기가 29.4%, 플라스틱이 23.1%이며, 무게 비율로는 목재가 33.3%, 플라스틱이 23.5%, 외국 기인 쓰레기가 19.7%로 조사되었다. 실제 탐사대도 어구와 목재, 그리고 페트병 등의 생활 플라스틱 쓰레기, 중국의 쓰레기들을 눈으로 확인했다. 

이러한 해안쓰레기들이 차귀도 해안에서 자생하는 식물들의 광합성을 방해하여 성장과 생존에 영향을 주고, 식물종의 변화는 그 식생에 기대어사는 곤충류에게 영향을 준다. 그리고 이는 생태계 변화로 이어진다. 해안쓰레기는 특히 조류(바닷새)나 어류들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주게 되는데, 이들은 작은 플라스틱 조각을 먹이로 착각하여 섭취하거나 낚싯줄과 같은 쓰레기에 걸려 죽음을 맞이한다. 또한 해양에 부유하는 쓰레기로 인한 선박사고 또한 지속적으로 보고되고 있다. 

차귀도의 쓰레기들은 접근이 어려운 탓에 오랫동안 방치되고 있다. 차귀도의 쓰레기 수거는 일시적 사업이나 일회성의 활동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고, 비교적 접근이 쉬운 포구와 해안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접근이 어려운 동쪽은 2013년부터 쓰레기가 누적되어 있다고 한다. 해안쓰레기의 보다 지속적이고 정기적인 모니터링과 수거 활동이 필요하다. 


바다는 우리를 둘러싸고 연결되어 있다

고대 그리스인에게 대양은 세계의 가장자리 주위를 영원히 돌아 바퀴처럼 다시 원점으로 돌아오는 끝없는 강이라고 했다. T.S.엘리엇은 강은 우리 내부에 있고, 바다는 우리 주위를 둘러싸고 있다고 말했다. (레이첼 카슨, 우리를 둘러싼 바다, 2003) 

사람이 살지 않는 차귀도에는 섬 밖 사람들의 쓰레기들이 해류를 타고 모여 쌓인다. 

섬과 바다와 떨어져 사는 대부분의 사람은 우리가 만든 쓰레기가 바다로 흘러 어디에 쌓이게 될지 전혀 상상하지 못할 것이다. 가끔 길을 걷다 쓰레기로 가득 찬 빗물받이를 보며, 이것들도 바다로 갈까 잠깐씩 떠올릴 뿐이다. (빗물받이에 버려진 담배꽁초와 쓰레기에서 발생한 유해물질과 미세플라스틱은 걸러지지 못하고 바다로 흘러간다.) 

[사진8] 물살이의 길 캠페인. 거리의 빗물받이는 바다로 흘러가는 입구이다. ⓒ오늘의행동


차귀도를 비롯한 국내의 해안들, 더 나아가 전 세계 수많은 해안들의 쓰레기 문제는 심각하다. 해안 쓰레기의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정기적인 수거 활동과 함께 (고산리에서 만난 한 주민은 치워도 치워도 끝이 없다고 말했다) 쓰레기의 발생량 자체를 줄일 수 있는 제도와 인식의 변화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다가오는 11월 부산에서 UN 국제 플라스틱 협약 제정을 위한 정부 간 협상위원회 INC(Intergovernmental Negotiating Committee)의 마지막 5차 회의가 열릴 예정이다. 이 협약은 플라스틱 오염 종식을 위한 법적 구속력을 갖추고 있으며, ‘플라스틱 생산 감축 방식’이 핵심 쟁점으로 ‘생산 자체를 줄여야 한다는 의견과 재활용을 포함해 폐기물 처리에 중점을 두자는 의견이 대립하고 있다. 

늘 바다를 그리워했던 필자는 파란탐사대로 함께하면서 제주라는 섬, 그리고 그 안에 속한 다른 섬들을 둘러보며, 그 섬들은 멀리 그리고 따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눈으로 그리고 몸으로 체험했다. 육지로 돌아온 지금, 그 연결의 감각을 잃지 않으려 일상과 바다 연결하기를 내가 사용하는 물건에서, 버리는 것에서, 바다의 이야기에 귀를 귀울이는 것으로 연습하고 있다. 이 글을 보는 누군가도 자신의 일상과 바다 연결하기를 한번 해보면 어떨까 제안한다.



참고자료

천연기념물 차귀도천연보호구역 종합학술조사 연구용역서, 제주특별자치도 세계유산본부, 2024.06 

고산향토지 발간위원회, 2000; 제주특별자치도·제주문화예술재단, 2009

제3차 해양쓰레기 관리 기본계획(2019~2023년), 해양수산부, 환경부, 해양경찰청. 2019.08  

2023 해양사고 통계, 해양수산부 중앙해양안전심판원, 2024


이 기사는 오마이뉴스와 제주투데이에 공동으로 게재됩니다.

글쓴이: 김보은 

내가 하는 디자인이 혹여나 사회나 환경에 좋지않은 영향을 미치는 부분은 없을까 걱정많은 디자이너이다. 
디자인의 사회적, 환경적 영향에 대해 고민하며 이를 디자인을 통해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고 실험하는  디자인 스튜디오 어라우드랩을 운영하고 있다. 
지구를 존중하는 디자이너와 창작자를 위한 종이, 인쇄가이드 “종이 한 장 차이”와  
“환경적 영향을 줄이는 종이제작물의 디자인 체크리스트” 등의 연구 및 작업을 진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