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감시활동]<No Plastic Today! 플라스틱 없데이!> ㅡ 플라스틱 생산의 수도꼭지를 잠그자

부시리
2024-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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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 Plastic Today! 플라스틱 없데이!]  


“플라스틱 생산의 수도꼭지를 잠그자"

  

 유엔 플라스틱 협약(UN Plastic Treaty)이 불과 3일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각국 정부, 기업, NGO, 플라스틱 로비스트 등 4천 여명이 부산 벡스코 회의장으로 모이는데요. 유엔은 ‘지구를 구할 세기의 기회’, ‘플라스틱 오염을 끝낼 마지막 시간’이라고 협약 체결을 서두르고 있습니다. 이번 유엔 플라스틱 협약의 최대 쟁점은 플라스틱 오염 종식을 위한 법적 구속력을 지닌 국제협약을 만들 수 있을지, 생산 단계의 플라스틱 감축을 약속할 수 있을지 여부입니다. 부산에서 벌어질 세기의 플라스틱 담판! 우리의 삶과 세상은 과연 어떠한 방향으로 향하게 될까요.

해양시민과학센터 파란은 지난 19일, 5년 동안 참치잡이 원양어선을 타면서 폐어구 투기, 멸종위기종 혼획 등을 기록한 공익제보자 ‘한바다’ 김민수 님, 쓰레기를 찾는 여정의 마지막에 제주에 다다른 ‘쓰레기 덕후’ 이루리 님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김민수 님은 SBS 다큐멘터리 ‘고래와 나’에 등장하는 익명의 제보자입니다. 바다 생물을 동경한 어린 학생 민수 씨는 수산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본격적으로 태평양 항해의 길을 떠나는데요. 그런데, 그가 망망대해 태평양에서 만난 것은 자유로운 고래의 유영만은 아니었습니다. 비극의 시작일까요. 그는 원양어선 5년의 세월 동안 ‘노예’였다고 말합니다.

 5년 동안 5척의 참치 어선을 번갈아 승선하면서 그는 예상치 못한 끔찍한 상황을 목격합니다. 참치잡이 대형 선망 어선은 3km가 넘는 그물을 둥글게 치고 포획물이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아래 그물을 단단히 동여맵니다. 참다랑어, 눈다랑어 등 값비싼 참치가 잡히는데, 덩달아 대형 고래상어, 브라이드고래, 쥐가오리, 바다거북, 돛새치 등이 함께 혼획됩니다. 선원들과 선장은 참치 고르기에 정신이 없고, 대형 고래의 울음소리, 눈물이 함께 갑판 위에 흥건합니다. 

국제적으로 금지된 포획을 위한 집어 도구를 흔히 사용하기도 합니다. 쓰다 남은 폐기름은 태평양 바다에 그대로 버려집니다. 선박에서 사용한 캔, 페트병은 말할 것도 없고, 고장 난 대형 냉장고와 가전제품도 버려집니다. 그리고 제일 마지막에는, 선장의 지시에 따라 선원들은 오랜 작업으로 구멍이 숭숭 뚫린 대형 선망 그물을 주저 없이 잘라버립니다. 3km가 넘는 대형 그물은 태평양을 떠다니다 그대로 바다에 가라앉습니다. 

사진: 원양어선에서 발생하는 폐어구 및 폐기름 투기, 혼획으로 인한 해양생물의 죽음을 목격하며 위협을 무릅쓰고 기록하다 ©김민수 
영상: SBS 창사특집 다큐멘터리 <고래와 나> 중 김민수 씨의 제보 영상을 토대로 제작된 부분 © SBS

 

 유엔 플라스틱 협약은 해양쓰레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처음 논의되었습니다. 해양쓰레기의 70% 이상은 플라스틱입니다. 폐그물, 폐통발, 폐낚싯줄, 폐스티로폼 등 폐어구는 플라스틱 해양쓰레기의 주범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해양쓰레기 문제를 수거와 재활용 정책으로 해결할 수 있을까요? 유엔은 근본적인 플라스틱 감축 정책, 즉 생산 단계의 플라스틱 규제만이 플라스틱 오염을 종식할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이루리 님은 프리다이버이며, 최근에는 낚싯줄에 걸린 남방큰돌고래 ‘종달이’ 구조를 위해 결성된 '제주 돌고래 서포터즈' 멤버입니다. 서울에 살던 루리 씨는 도심의 빗물받이에 잔뜩 버려진 담배꽁초를 어느 날, 운명처럼 보게 되는데요. 밤낮없이 담배꽁초를 줍고, 버려진 병과 비닐을 모았다고 합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삭아버리는 과자봉지와 음료병, 빨대와 페트병은 어디로 갈까요? 그 여정의 종착지는 바로 바다였습니다.

제주도는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 세계지질공원,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된 곳으로, 국제적 잘 알려진 세계적 명소입니다. 한국 정부와 제주특별자치도는 제주의 한라산과 오름, 용암동굴과 해안사구, 바닷속 연산호와 잘피 군락지를 각종 보호구역으로 지정합니다. 자연 생태계와 탁월한 경관은 제주만의 독특한 가치라 할 만합니다. 그런데 루리 씨가 제주에 살게 된 것은 쓰레기 때문이었습니다. 무슨 사연이 있었을까요?

빗물받이에 버려진 담배꽁초에서 시작되어 쓰레기를 따라 바다로 떠나는 여정 © 이루리


2021년, 한림항에서 만난 해양쓰레기는 다시 없을 충격이었다고 합니다. 중국에서 버려진 쓰레기가 한림항에서 발견되고, 폐스티로폼은 바람과 몰아치며 흩날리고, 폐그물과 생명의 사체가 뒤엉켜 있었습니다. 루리 씨는 친구들과 한림항의 해양쓰레기를 치우기 시작했고, 몇 날 며칠 같은 일을 반복합니다. 한림항 해양쓰레기는 한 겹을 치우면 또 한 겹이 나타났고, 한 겹을 치우며, 다음날 또 한 겹이 쌓였습니다.

루리 씨의 시선으로 본 제주도는 쓰레기 섬입니다. 사계 해안, 용머리 해안은 물결의 모양을 따라 쓰레기 띠가 길게 늘어섰고, 큰바람이 불면 해안가의 쓰레기는 해안도로를 덮치면서 쓰레기 길을 만들었습니다. 아, 그렇다면, 바닷속은 어떨까? 서울의 빗물받이 사이의 담배꽁초에서 시작된 쓰레기 여정은 이제, 바닷속을 향하고 있습니다. 청정바다로 포장된 제주도. 그 바닷속에서 확인된 삭은 폐타이어, 뒤엉킨 통발과 그물, 버려진 플라스틱 박스. 또, 그사이에 발견되는 바다 생명들. 루리 씨는 지금 여기, 플라스틱의 무덤이 된 제주 바다를 만나고 있습니다.

해양시민과학센터 파란은 이번 주말, 유엔 플라스틱 협약이 열리는 부산으로 가려고 합니다. 다가오는 2025년에는 제주 바다의 폐어구 실태를 해양시민과학자와 함께 조사할 계획도 세우려 합니다. 폐어구에서 안전한 제주 바다를 함께 만들어 봅시다. 플라스틱 덕후들, 함께 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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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스틱 오염 종식을 위한 국제 플라스틱 협약 성사를 촉구하는 소비자기후행동과 아이쿱생협활동가들의 행위극 © 한겨레  



작성: 윤상훈 (해양시민과학센터 파란 전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