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과학]미역이 사라진다는 것의 의미 ㅡ 제주 해조류와 생활사

부시리
2024-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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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숲 탐사대 활동 공유회 후기 |

한라산에 첫 눈이 내리고, 바람이 제법 차가워지던 지난 28일(목), 파란은 서귀포시민문화체육복합센터에 모여 바다숲 탐사 활동을 공유하였습니다. 기후변화의 최전선, 제주 바다에 나타나는 문제적 현상으로 지목되는 '갯녹음', 갯녹음은 숲이 사라진 사막처럼 바다에 해조류가 사라지고 암반에 석회조류만 남은 모습을 일컫습니다. 해양 생물들의 안식처이자 산란장 역할을 하며 기초생태계 역할을 하는 해조류는 탄소흡수원으로도 주목받고 있지요. 해조류가 자라면서 흡수하는 영양염은 부영양화된 바다의 수질을 정화하기도 하고, 오랜 기간 우리의 식문화에 자리잡고 있기도 하고요. 


(좌) 바다숲탐사대 활동 기록집인 '제주해조류와 생활사' 이미지, (우) 공유회 현장 ©파란


파란의 윤상훈 전문위원의 진행으로 시작된 활동 공유회에서 신수연 센터장은 바다숲 탐사대의 활동과 그 기록을 담은 소책자 '제주 해조류와 생활사'에 대해 발표하였습니다. 

2024년 파란의 바다숲 탐사대는 구좌읍 하도리와 성산 우뭇개 해안, 서귀포 문섬 등에서 제주 연안 해조류를 관찰하고 기록하였습니다. 조간대와 조하대에 서식하는 해조류의 모습을 관찰하고, 현장에서 연구자의 도움을 받아 종을 동정하였고요. 샘플로 채취한 일부는 건조표본으로 제작하는 작업을 하였습니다. 이번에 제작한 '제주 해조류와 생활사'에는 감태, 톳, 지충이, 부챗말, 모자반, 청각, 구멍갈파래, 진두발, 돌가사리, 각시꼬시래기, 참도박, 우뭇가사리, 댓잎도박, 볏붉은잎, 넓은게발, 혹돌잎 등 16종의 기록과 탐사 중에 만난 서민생활사연구자, 미술사학자의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참가자들과 강의를 듣고, 현장에서 관찰하고 기록하는 작업에는 시기(물때)에 대한 고려와 제반 여건의 어려움이 있어 데이터가 많지 않지만, 올해 활동을 시작으로 차근차근 기록을 지속할 예정입니다. 기후위기로 인한 수온상승, 연안오염으로 인한 급격한 바다의 변화는 결코 자연스럽지 않습니다. 꾸준한 기록을 토대로 해양생태계 보호 정책의 목소리를 키우려고 합니다.

2024 바다숲 탐사대 활동모습 ©파란  

2024 바다숲 탐사대 기록과 건조표본 제작 모습 ©파란


사라지는 바다숲의 모습을 기록하는 것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하나의 종이 사라진다는 것을 어떻게 바라보면 좋을까요? 이야기 손님으로 모신 고광민 서민생활사 연구자는 화산섬 제주의 환경과 해조류 채취에서 비롯된 음식 문화와 생활사를 들려주었고, 박정근 사진 작가는 2012년부터 지금까지 온평리 바다의 변화와 해녀 삼촌들의 증언을 모은 기록 작업을 소개해주었습니다. 

지금 제주 화산섬 바다에는 듬북을 비롯한 해조류들이 사라지고 있다. 제주 바다에 사는 전복, 소라, 고둥들의 식량이 사라지고 말았다. 제주도 사람들은 전복이 이동하는 모습을 두고 ‘날아다닌다’고 한다. 날아다니는 전복은 듬북이 많은 바다로 날아갈 수도 있겠지만, 그러지 못하는 소라, 고둥, 그리고 제주 사람들은 화산섬 제주도에서 살아가야 한다. 제주도 땅에서 사는 사람들은 이 난리(亂離)를 어떻게든 이겨내야 한다. 그래야 제주도의 모든 생명이 공존하는 곳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소책자 '제주 해조류와 생활사' p.47, 고광민 '어느 식솔들의 삶과 듬북')


제주 온평리 바당 (박정근 작가)

사라지는 미역, 이대로라면 양식 미역 없이는 출산 후나 생일날 더 이상 미역국을 먹을 수 없게 될 것이다. 미역국의 사라짐은 수많은 메뉴 중 하나가 사라지는 것 그 이상을 의미한다. 고려시대, 선조들이 동해 앞바다에서 막 출산한 어미 고래가 미역을 먹는 장면을 목격한 후 시작된 미역국의 생활사가 있다. 한반도 고유의 ‘고래에게 배우기’, ‘고래가 되기’, ‘동물이 되기’, ‘바다 생물이 되기’(learning from whales, becoming whales, becoming animals, becoming ocean creatures)의 역사이다. 미역의 멸종은 한반도에서 탄생한 관계 맺기의 생활사가 사라지는 것을 의미한다. 매년 생일 날 의식으로 함께한 바다 생물과의 관계가 사라지는 것을 뜻한다. (소책자 '제주 해조류와 생활사' p.57, 이 솔 '하와이의 리무, 바다거북, 문화운동 그리고 생일미역국 중)

공유회에 참석하신 분들과 육상 양식장 배출수, 매립과 개발, 과도한 농약과 화학비료 사용으로 인한 제주 바다의 여러 오염원에 대한 문제 의식을 공유하며 바다의 회복을 위한 노력에 대한 의견을 나누었습니다. 바다는 이미 끝났다는 탄식보다 여러 기록과 증언을 기반으로 회복 탄력성으로 전환할 계기를 만들어보자는 의지를 나누는 시간이었습니다. 사라지는 종에 대한 앎, 관계망과 문화에 대한 인식, 그리고 안타까움과 성찰을 통해 우리는 현재 마주한 생태적 위기를 넘어설 새로운 국면을 상상할 수 있지 않을까요?  
2025년에도 계속될  바다숲 탐사 활동에 대한 관심과 참여를 청합니다. coming soon~~  

작성: 신수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