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의 바다소식]‘생명과 위기의 제주 바다’, 2024년 제주바다 10대 뉴스

대방어
2024-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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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정 제주 바다"에 대한 기대와 "제주 바다는 끝났다"는 탄식이 공존하는 곳, '생명과 위기의 제주 바다'는 파란의 현장입니다. 바다의 급격한 변화와 위기의 징후(해파리 대발생, 고수온 현상, 갯녹음 확산, 연안의 암반 붕괴 현상), 과도한 연안 개발 및 오염(육상양식시설, 해양쓰레기, 대규모 해상 풍력), 바다를 위한 정책적 대안(해양보호구역 확대 및 관리 강화, 생태법인 제도도입) 등 현장에서 마주한 2024년 제주 바다 10대 뉴스를 소개합니다. 


1. 유례 없는 제주바다 이상 고수온 발생, ‘연산호 녹아내림’

서귀포 범섬에서 확인한 빛단풍돌산호 백화현상(좌)과 연산호 녹아내림(우) ⓒ파란

▶ 올해, 제주 바다는 지금껏 유례 없는 이상 고수온 현상을 기록하였다. 제주도 우도를 제외한 전역의 8월 평균 수온은 29℃를 넘었고, 서귀포 중문은 무려 30.0℃를 기록하였다. 서귀포 중문의 연도별 8월 평균수온을 보면, 2012년 25.9℃, 2022년 26.6℃, 2023년 28.0℃, 2024년 30.0℃로 불과 3년 만에 무려 4.1℃가 올랐다. 올해 8월 6일부터 21일까지 16일 동안, 일평균 수온은 연속해서 30℃를 넘었고, 8월 7일에는 일 최곳값은 32.5℃를 기록하였다. 해양수산부는 7월 31일부터 고수온 위기경보를 ‘경계’에서 ‘심각’으로 격상하였였고 8월에 고수온 경보 상태는 하루도 빠짐없이 계속되었다. 이에 따라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서귀포 앞바다의 ‘제주연안연산호군락’에서 연산호 녹아내림, 빛단풍돌산호와 거품돌산호 백화현상, 큰산호말미잘 백화현상 등 해양생태계 이상 현상이 수심 10미터 전후의 얕은 바다에서 대규모로 확인되었다. 

▶ 연산호 녹아내림, 돌산호 백화현상 등 해양생태계의 이상 현상은 아직도 그 원인이 과학적으로 규명되지 않았다. 다만, 기후위기가 초래한 수온 상승과 중국 양쯔강에서 유입되는 저염분수가 원인으로 지목되었을 뿐이다. 올해 같은 이상 고수온 현상이 2~3년 지속된다면 제주바다는 예측하기 어려운, 지금과는 전혀 다른 ‘기후위기의 나락’으로 빠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해양수산부, 제주도정은 ‘제주바다 고수온 대응 해양생태 민관특별조사단’을 상시로 운영하여 해양생태계 이상 현상을 추적하며 그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다.


2. 서귀포 관광잠수함 운항 일시 중단과 해양보호구역 관리 공론화

하늘에서 촬영한 서귀포 문섬 관광잠수항 운항 모습(좌)과 문섬 바닷속 큰수지맨드라미와 공생생물 ⓒ파란

▶ 2023년 12월, 문화재청 문화재위원회 천연기념물분과위원회(현 국가유산청 자연유산위원회)는 지난 1988년 이후 38년 동안 서귀포 문섬 일대 바닷속을 운항한 관광잠수함 영업을 2024년 5월까지 ‘조건부 정지’하였다. 서귀포 문섬은 천연보호구역(국가유산청 지정), 해양보호구역(해양수산부 지정), 해양도립공원(제주도 지정) 등 각종 보호구역으로 중첩된 지역이다. 관광잠수함 업체는 서귀포 문섬 북쪽 바닷속을 운항하면서 암반 훼손, 산호 훼손, 허가받지 않은 구간 운항과 훼손 등의 문제로 운항 중단 처분을 받은 것이다. 서귀포 문섬의 관리 책임이 있는 제주도 세계유산본부는 줄곧 ‘훼손 사실 확인된 바 없음’이라고 주장했지만, 운항 구간에 대한 정밀조사 결과, 조사 면적의 19.4%가 잠수함 충돌로 하얗게 벗겨지고 산호 훼손이 확인되었다.

▶ 서귀포 관광잠수함 운항 중단 사례는 제주 해양보호구역의 관리 실태를 공론화하는 주요한 계기가 되었다. 해양시민과학센터 파란이 주관한 <제주 해양보호구역 파란 탐사대>는 올해 제주도 14곳 해양보호구역 전체를 직접 확인할 결과, 14곳 모두 보호구역 지정 이후에 관리활성화 단계는 전무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관리활성화’는 보호구역에 대한 지속적인 모니터링, 지역사회의 참여, 사업 점검 및 관리평가가 이루어지고 있어 해양생태계 보호라는 목표를 충족하는 단계이다. 해양보호구역 확대 지정은 시대적 요청이며, 국제사회는 지정된 보호구역의 관리 정책 수립과 실행을 무엇보다 요청하고 있다. 


3. 육상양식시설 배출수 조례안 통과와 수질 기준 논란

대정읍의 광어양식장 배출수 방류 현장(좌)과 바닷속에서 확인한 말미잘류 이상 번식(우) ⓒ파란

▶ 2022년 말 기준, 제주도의 육상 양식시설은 총 383개소이며, 이 중 어류 양식시설은 총 354개소인데 대부분 광어 양식장이다. 제주도내 광어 양식장에서 배출수로 방류되는 총량은 하루 1,968만t으로 제주도 하수종말처리장 전체 방류수보다 80배나 많은 양이고 오염부하량도 그보다 높다. 광어 양식장의 배출수는 인근 연안에 인, 질소 등 부영양화 물질을 과잉 공급하고, 녹조류 대발생 등의 문제를 초래하고 있다. 제주도지사는 작년 11월, ‘제주특별자치도 수산물 육상양식시설 배출수 수질기준에 관한 조례안’을 도의회에 제출하였고 올해 4월에 통과하였다. 그러나 양식업 관계자의 강한 반발로 위 조례안에 총유기탄소, 인, 질소 등 수질 기준은 포함하지 못했다.

▶ 육상 양식시설, 특히 광어 양식장은 감귤, 축산과 더불어 제주의 경제를 지탱하는 주요한 기초 산업이지만 제주 연안 해양환경 오염의 20% 정도 차지한다. 배출수의 오염부하에 합당한 수질 기준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 환경부는 2021년 ‘물환경보전법 시행 규칙’ 개정안을 시행하였고, 4년이 지나는 동안 제주도정은 광어 양식장 배출수 수질기준을 만들지 않고 차일피일 미뤘던 현안이다. 지금이라도 위 조례안이 올해 4월에 통과된 것은 고무적인 일이다. 그러나 조례안이 담고 있는 화학적산소요구량(COD), 부유물질량(SS) 등 수질 기준은 과거의 기준과 동일하였고 그 외 주요 항목은 아예 제외되었다. 향후 개선되어야 할 지점이다. 또한 광어양식장 배출수 오염에 관한 지역적이고 종합적인 조사가 필요하다. 도 차원의 조치를 요청한다. 


4. 남방큰돌고래 ‘종달이’ 구조와 ‘생태법인 1호’ 추진

제주 해양보호구역 파란 탐사대가 만난 남방큰돌고래 ⓒ파란

▶  작년 11월, 남방큰돌고래 ‘종달이’의 입과 몸통, 꼬리에 길게 얽힌 폐어구가 확인되었다. 해양다큐멘터리 제작팀 ‘돌핀맨’, 해양환경단체 ‘핫핑크돌핀스’, 돌고래 행동생태연구팀 ‘해양동물생태보전연구소’는 ‘제주 돌고래 긴급구조단’을 결성하였고, 종달이 구조 지원을 위해 시민들은 ‘제주 돌고래 서포터즈’로 행동하였다. ‘제주 돌고래 긴급구조단’은 바다가 허락하는 모든 시간에 종달이의 이동을 추적하면서 낚싯줄 제거 작업을 성공적으로 수행하였고, ‘제주 돌고래 서포터즈’는 한 명의 시민이자 해양공동체의 일원으로 돌고래와 더불어 살아가는 생명의 제주바다를 꿈꾸며 구조에 동참하였다. 제주도정은 “국내 최초로 ‘생태법인’ 제도를 도입해 제주의 환경·생태적 가치를 지키고 국내 생태환경 정책의 새로운 표준을 세우겠다”고 밝혔다. 자연의 권리를 인정하는 생태법인 1호로 남방큰돌고래를 지정한다는 방침이었다. 

▶ 낚싯줄을 감고 다니던 종달이는 지금, 무사히 건강하게 제주바다에 적응하고 있다. 남방큰돌고래 종달이 구조는 하나의 사건으로 끝날 일이 아니다. 제주도정과 해양수산부 등 중앙 정부는 해양쓰레기로 위협받는 해양생물의 구조 체계를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 제주도에 소재한 해양보호생물 구조치료센터도 필요하다. 또한 제주 남방큰돌고래 해양보호구역 지정을 확정해야 하고, 제주도정이 적극 추진하는 ‘생태법인’ 논의도 마무리 짓고 제주특별법 개정을 통한 제도화 작업을 완료해야 할 것이다.


5. 수월봉, 섶섬 등 제주 연안 절벽붕괴, ‘자연붕괴를 넘어선 기후붕괴’

해상에서 촬영한 수월봉(좌 ⓒ 파란)과 서귀포 섶섬 암반붕괴 현장(우 ⓒ인터넷제보)

▶ 올해 4월, 제주시 남서쪽, 모슬포 북서쪽에 위치한 세계지질공원 수월봉의 절벽 단면이 무너지는 사고가 발생하였다. 낙석이 발생한 곳은 탐방객이 자주 다니는 크레일 코스인데, 세계유산본부의 분석에 따르면 최근의 잦고 많은 비가 반복적으로 내리면서 화산재층의 무게가 증가해 사면 붕괴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수월봉 절벽 붕괴의 원인으로 두 가지가 지목되었는데, 무너지기 쉬운 화산재층의 물리적 원인과 최근의 기후위기로 인한 기상 이변이 연쇄 상승 작용을 일으켰다는 것이다. 문화재청(현, 국가유산청)이 연구 용역한 ‘우리나라 문화, 자연유산의 기후변화 대응 현황과 과제’ 보고서를 보면, 수월봉의 절벽 붕괴 원인을 기후위기로 인한 해수면 상승, 도미노처럼 이어지는 해안 침식과 해안선 후퇴 등을 언급하고 있다. 수월봉 일대는 지난 30년 동안, 작게는 3미터, 많게는 15미터 정도의 해안선이 육지 쪽으로 밀려났다. 같은 달, 서귀포 보목리 섶섬 남쪽의 주상절리대 절벽이 무너지는 사고도 확인되었다. 

▶ 평균 기온이 1도 상승하면 수증기량은 7% 증가하고, 해수면 온도가 1도 상승하면 최대 풍속은 초속 약 8미터 강해진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기후위기의 시대에 수월봉의 절벽 붕괴와 같은 사고는 제주 곳곳에서 더욱 빈번하게 발생할 것이다. 성산일출봉, 우도 쇠머리오름, 송악산, 용머리 해안, 군산오름과 단산의 지질 구조는 올해 절벽 붕괴가 발생한 수월봉과 같은 수성화산체이다. 전체 안전 점검이 필요하며,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전문가 논의와 해법이 요청되는 이유다. 더불어 서귀포 남쪽의 범섬, 문섬, 섶섬, 정방폭포 등의 지형은 80만 년 이상 아주 오래된 조면암 지대로 풍화에 약한 구조로 되어 있다. 자연 붕괴를 넘어선 기후 붕괴에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우리 모두에게 새로운 과제가 주어졌다.


6. ‘바다의 온도계’ 노무라입깃해파리 등 해파리 대발생

제주항 북쪽 바다를 가득 채운 노무라입깃해파리 ⓒ파란

▶ 올해 5월부터 제주도, 전남과 경남 인근 해역을 시작으로 해파리 대발생이 시작되었고, 수온이 본격적으로 오른 6~7월 사이에 해파리 개체 수는 빠르게 증가하면서 고밀도 대량 출현하였다. 제주도는 이미 6월 중순부터 제주 남쪽의 문섬과 범섬 일대부터 제주 북쪽의 제주항과 추자도 일대까지 노무라입깃해파리, 보름달물해파리에 점령당했고, 작은부레관해파리, 상자해파리와 같은 맹독성 해파리도 발견되었다. 제주도는 전국 최대 수준으로, 매년 수백 건의 해파리 쏘임 사고가 신고되었다. 2018년 885건, 2019년 574건, 2020년 770건 등 2018~2020년 3년간 2천 건 이상 발생하였다. 올해 5~6월, 제주도 평균 수온은 작년과 재작년 대비 대략 3~4℃ 높은 상태였는데, 이러한 고수온 현상이 해파리 대발생의 직접적인 원인이었는지는 행정 당국도 아직 밝히지 못하고 있다.

▶ 해파리 대발생의 주범으로 꼽히는 노무라입깃해파리가 우리나라 연안에 처음 나타난 것은 1998년 이후이다. 대략 2000년도 이전 제주바다는 노무라입깃해파리가 서식하기에 적절한 조건이 아니었다. 2010년도 이전에는 해수면 온도가 가장 높은 늦여름과 초가을에 해파리가 주로 관찰되었는데, 최근 기후위기의 영향으로 제주바다의 수온이 급격히 상승하면서 쿠로시오 난류를 타고 유입된 노무라입깃해파리가 5월부터 제주바다에서 발견되는 것으로 추측된다. 해양수산부 ‘해파리 주의단계 특보’가 최초 발령된 날은 매년 10일 이상씩 빨라지고 있다. ‘바다의 온도계’, ‘기후변화 지표종’으로 해파리를 국가 차원 모니터링을 갖춰 추적할 필요가 있다.


7. 추자도와 한경면 2곳의 ‘초대형’ 해상 풍력 예정지 선정

한림해상풍력사업단지(좌)와 추자도 인근 풍황계측기 설치 현황(우) ⓒ파란

▶ 역대급 해상풍력발전 사업, ‘바람 전쟁’이 불어오고 있다. 제주에너지공사는 올해 6월, 마을별 풍력개발사업 참여 의향을 접수했는데, 제주 지역 26개 마을에서 신청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11월에는 추자도와 한경면 해상풍력 예정지를 시범사업 대상지로 선정한다고 밝혔다. 특히 추자도 해상풍력사업의 경우, 15MW(1기당 63빌딩보다 높은 280~290미터) 풍력발전기 200기를 추자군도 좌우에 각 100기씩 설치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풍력사업으로 노르웨이 풍력기업 에퀴노르사우스코리아후풍이 사업 계획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영훈 도지사는 올해 9월, ‘북유럽 해외출장단’을 구성해 노르웨이 에퀴노르(Equinor) 본사를 방문, 제주의 신재생에너지 투자 유치에 나서기도 했다. 제주도정의 계획에 따르면, 2025년 1~2월에 해상풍력사업 대상자 공모를 실시할 것으로 예측된다.

▶ 이번 제주에너지공사의 해상풍력 마을의향서 접수는 행정의 의도가 어떻든지, 마을마다 개발과 보상에 대한 기대감을 상당히 올려놓았다. 추자도 해상풍력 예정지에 풍황계측기를 설치한 풍력 브로커는 추자면 어민에게 300~1천만 원의 ‘복지증진 차원의 기부금’을 지급하였고, 대정읍 해상풍력발전 사업자는 지역 주민을 만나 준공 후 20년의 풍력기 운영 기간 동안 세대당 3억 원을 지급하겠다는 각서(‘바람연금’)를 쓰기도 했다. 이번에 발표된 제주도 해상풍력사업은 “바람과 바다는 누구의 것인가”라는 원론적인 질문을 던진다. 햇빛과 바람과 같은 자연 자원을 우리 모두의 재산인 ‘공공재’로 판단할 것인지, 기업이 투자하는 블루오션 혹은 새로운 먹잇감으로 인식하는지, 갈림길에 있다. 


8. ‘관탈 등 주변해역’ 등 제주 해양보호구역 추가 지정 예고

제주도와 추자도 사이에 위치한 관탈도(좌)와 제주 관탈도 주변해역 해양보호구역 지정안(우) ⓒ파란

▶ 해양수산부는 지난 8월, 제주시 추자면 관탈도 주변해역과 남방큰돌고래 서식지 일부를 해양보호구역으로 지정하기 위한 계획을 발표하였였다. ‘관탈 등 주변해역’은 제주도가 해양공간관리계획에 따라 관할하는 수역 9600.59㎢의 10%에 해당하는 거대한 면적으로, 이는 국내에서 갯벌을 제외한 해상에 지정되는 해양보호구역 중 가장 큰 규모이다. 또한 남방큰돌고래 서식지 일부가 해양보호구역 예정지로 거론되었는데, 구좌읍 김녕리와 대정읍 신도리 앞바다를 ‘해양생태계의 보전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이 규정한 해양생물보호구역으로 지정하겠다는 방침이다. 지금, 제주도내 해양수산부가 지정한 해양보호구역은 오조리 연안습지를 포함해 문섬 등 주변해역, 토끼섬 주변해역, 추자도 주변해역 등 총 4곳이 있는데, 이번 발표 예정지가 해양보호구역으로 지정되면 총 6곳으로 늘어난다. 

▶ 유엔은 생물종의 멸종을 방지하기 위해 ‘생물다양성협약’을 채택하고 있는데, 2022년 12월,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열린 제15차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 총회 때 2030년까지 육상과 해상의 생물다양성 중요지역 30%를 보호하겠다고 결의하였다. 유엔은 또한 한 국가의 배타적 경제수역 이외의 공해상에 대해서도 2030년까지 30% 해양보호구역 확대를 합의한 상황이다. 한국 정부는 이른바 ‘30*30’ 결의를 제5차 국가생물다양성전략에 포함하였다. 그러나 한국의 해양보호구역 지정은 대략 2% 수준이고 제주도는 이보다 못하다. 2030년까지 해양보호구역을 30%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제주도 신규 해양보호구역 예정지를 적극 발굴해야 한다. 제주도는 특별한 해양생물과 해양경관, 해양생태계를 간직한 다양한 공간이 존재하기에 해양보호구역 확대 가능성은 상당히 높다.


9. 해양쓰레기 문제로 촉발된 ‘유엔 플라스틱 협약’, 합의 실패

차귀도 천연보호구역에 밀려온 해양쓰레기(좌)와 주낙 바늘에 걸려 희생된 푸른바다거북(우) ⓒ파란

▶ 세계 각국의 정부, 기업, NGO 등 전 세계 플라스틱 협상가들이 부산에 모여 플라스틱의 생산과 폐기까지 구속력 있는 협약을 만들기 위한 ‘유엔 플라스틱 협약’ 제5차 정부간 협상(INC-5)을 벌였는데, 결국 합의에 실패하였다. ‘유엔 플라스틱 협약’의 최초 논의는 치워도 끝이 없는 해양쓰레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국제적 조치를 만들기 위함이었다. 국제사회는 “플라스틱 오염을 종식해야 한다”는 대의에는 대부분 동의했지만, 근본적인 생산 규제에는 상당한 이견을 표출하였다. 특히 주요 산유국과 석유화학업계는 ‘플라스틱 생산량 감축’ 명시를 반대하며 ‘플라스틱 폐기물 관리와 재활용’에 초점을 맞추자는 주장으로 논점을 흐렸다. 유엔은 2025년, 한 차례 회의를 추가 개최해 플라스틱 협약을 마무리 짓자고 동의하였지만, 상황은 긍정적이지 않다.

▶ ‘유엔 플라스틱 협약’은 제주바다의 골칫거리 해양쓰레기 문제를 해결하는 거대한 지침으로 판단되며, 제주바다와 무관한 ‘딴 세상 현안’이 아니다. 전 세계뿐 아니라 제주도의 해양쓰레기 중 2/3 이상이 단연, 플라스틱이다. 스티로폼 파편, 섬유형 어업 밧줄, 음료수 페트병과 각종 뚜껑, 비닐이 넘쳐나고 아이들이 바닷가 모래성을 쌓는 곳에서 미세플라스틱이 다수 검출되는 우려스러운 상황이다. 남방큰돌고래 ‘종달이’를 괴롭힌 것도 플라스틱 낚싯줄이었다. 플라스틱 라이프를 벗어나야 비로소, 인간과 자연이 공존하는 삶의 현장을 만날 것이다. 이제, 국제사회는 플라스틱 문제를 더 이상 미루지 말고, 불가역적이며 가시적인 합의를 이끌어야 한다. 


10. 제주 연안 갯녹음 현상 심화, 마을어장 사막화

형제섬이 보이는 안덕면 사계리 해안(좌)과 성산일출봉 해안 갯녹음 모습(우) ⓒ파란 

▶ 올해 6월, 제주도 해양수산연구원은 ‘2023년 마을어장 자원생태환경 조사보고서’를 통해 성산읍 신천리, 남원읍 위미2리 등 수심 10m 전후에서 갯녹음 ‘심화단계’를 보였다고 밝혔다. 해양시민과학센터 파란(녹색연합 해양생태팀)의 2021년 제주도 97개 해안마을 조간대 갯녹음 현상을 조사하였는데, 97개 해안마을 전역에서 대형 해조류가 사라지고 석회조류가 하얗게 암반을 뒤덮는 갯녹음 현상을 확인하였다. 조간대 해조류가 확인된 곳은 97개 마을 중 단 18개 마을(97개 마을의 18.5%)뿐이었다. 해양수산부 ‘바다사막화 실태조사 현황’을 보면, 제주 해역의 전체 암반 면적 1만 6,420ha 가운데 갯녹음 면적이 2019년 35.0%, 2021년 39.5%로 4.5% 증가하였다.

▶ 최근 10년 사이에 제주도 바닷속 해조류는 회복이 불가능한 ‘생태적 임계점’의 막바지에 다다른 상황이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제주도 주요 해조류인 우뭇가사리 생산량은 2011년 4,830t에서 2021년 350t으로 89.8%, 톳은 같은 기간 1,518t에서 29t으로 98.1%, 모자반류는 260t에서 13t으로 95%, 미역류는 205t에서 59t으로 65% 감소하였다. 지역 주민의 증언과 현장조사에 따르면, 마라도 미역은 멸종 단계로 확인되었다. 제주 해녀는 ‘바다 숲이 사라져 소라, 전복잡이도 내 세대가 마지막’이라고 증언하였고, 제주연안 조간대를 조사한 한 연구자는 ‘절벽 같은 변화’라고 언급하였다. 지금이라도, 제주도정과 도의회는  제주바다 비상상황을 선포하고 제주바다 조간대와 조하대의 갯녹음 조사와 원인 규명, 마을별 피해 현황 등 구체적인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할 것이다.


정리/작성: 윤상훈 전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