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의 바다소식]남방큰돌고래 ‘종달이’ 낚시얽힘 사고와 바다의 리와일딩(rewilding)

부시리
2025-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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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1월 구좌읍 종달리 바다에서 낚싯줄에 얽힌 채 발견된 새끼 남방큰돌고래. 처음 발견된 동네 이름처럼 ‘종달이’로 불렀다. 그런데, 이번 달 6월 12일, 종달이 마지막 실종 소식이 전해졌다. 해양다큐멘터리 제작팀 ‘돌핀맨’, 해양동물생태보전연구소(Marine Animal Research & Conservation, MARC), 핫핑크돌핀스 등으로 구성된 제주돌고래긴급구조단은 지난해 두 차례에 걸쳐 종달이에 얽힌 낚싯줄을 일부 절단했고 이후 9개월 동안 종달이의 상태를 관찰하며 추가 대응을 준비하던 상황이었다.


남방큰돌고래 ‘종달이’ 마지막 모습

돌핀맨 이정준 감독이 수중 촬영으로 확인했던, 종달이의 첫 발견 당시 모습은 낚싯줄이 주둥이 위를 지나면서 파고든 상태였고 꼬리에 낚싯줄이 늘어져 있었다. 그 이후 시간이 지나면서 꼬리에 늘어진 낚싯줄에 파래와 같은 해조류가 들러붙었다. 종달이 구조를 위해 제주돌고래긴급구조단이 결성되었고, 작년 1월에는 꼬리, 8월에는 몸통의 낚싯줄을 제거한다, 그런데, 올해 5월 14일에 대정읍 노을해안로 일대에서 발견된 종달이는 또 다른 낚싯줄에 얽힌 상태였다. 머리부터 꼬리까지 낚싯줄이 얽히고설켜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했고, 꼬리지느러미는 거의 움직이지 못하는 심각한 상태였다. 현지 낚시꾼들이 사용하는 낚시찌가 엉켜 있었고 낚싯바늘에는 미끼로 사용된 새끼 광어가 달려 있었다.

제주돌고래긴급구조단은 해양수산부에 긴급 구조 승인을 요청했고, 다음날 5월 15일 새벽, 긴급 구조를 시도했지만 끝내 종달이를 찾지 못했다. 건강한 어미 남방큰돌고래 ‘김리’는 지금까지 종달이 곁을 지키고 있었지만, 그날 이후 종달이 어미 ‘김리’는 종달이 없이 다른 무리와 함께 있는 것이 확인되었다. 종달이를 구조할 마지막 기회는 사라졌고, 어미와 떨어져 실종된 종달이는 결국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제주돌고래긴급구조단 제작


제주 연안에 서식하는 남방큰돌고래 개체수는 대략 100~200마리인데, 2015년부터 현재까지 낚시얽힘 사고가 보고된 것은 6마리이다. 폐어구에 얽혀 꼬리지느러미가 잘린 것으로 추정되는 ‘오래’라는 남방큰돌고래가 있었다. 꼬리지느러미에 낚싯줄이 얽힌 ‘꽁이’와 낚싯줄이 끊어지길 바라는 마음에서 ‘끊을 단(斷)’ 자를 따서 지었다는 ‘단이’는 2022년에 실종되었다. 작년 11월에 발견된 ‘행운’은 올해, 추가로 그물과 낚싯줄이 더 얽힌 모습이 확인되었다. 오래, 꽁이, 단이, 종달, 행운으로 이어지는 낚시얽힘 사고와 죽음. 제주특별자치도는 ‘제1호 생태법인’, 해양수산부는 남방큰돌고래 서식지 보전을 위한 ‘해양보호구역’을 지정한다지만, 남방큰돌고래 낚시얽힘 사고는 매년 반복되고 있다.

 

‘돌고래 입질’이 들어왔다

서귀포시 대정읍 동일리, 일과리, 영락리, 무릉리, 신도리의 노을해안로 갯바위 일대에는 속칭 ‘대물낚시’를 하는 낚시꾼이 제법 포진해 있다. 특히 봄, 가을에 1미터가 훌쩍 넘는 대형 부시리와 잿방어가 노을해안로 갯바위 가까이 접근하는데, 대물 낚시꾼들은 인근 광어 양식장에서 새끼 광어를 미끼로 구해 낚싯바늘에 달아 던진다. 몇몇 유튜브 영상에서 확인한바, 종달이에게 걸린 낚시찌와 낚싯바늘은 대물 낚시꾼들이 주로 사용하는 장비와 똑같은 것이었다. 남방큰돌고래는 거추장스러운 존재로, ‘낚시 훼방꾼’으로 처리되었다. 남방큰돌고래가 갯바위 가까이 접근해 먹이활동을 하는데도 대물 낚시꾼들은 낚시 장비를 회수하지 않았다.



출처: 유튜브 (숏츠 영상 캡처)


결국, ‘돌고래 입질’이 들어왔다. ‘돌고래 입질’이라는 말을 처음 듣고 무척 놀랐는데, 노을해안로의 대물낚시에 흔하게 벌어지는 사건이란걸 알았다. 대물 낚시꾼들은 남방큰돌고래가 나타나도 낚시채비를 걷지 않았고, 던져진 광어 미끼를 남방큰돌고래가 덥석 물면, 낚싯줄과 연결된 낚시 릴이 제어 불가능할 정도로 풀려서 결국 낚싯줄이 터져버렸다. 돌고래가 미끼를 물고 늘어진 ‘돌고래 입질’이다. 남방큰돌고래 무리가 다가와도, 그 속에 있을지 모를 낚시 대상어인 부시리와 잿방어를 낚아낸다고 낚시채비를 걷지 않은 것이다. 노을해안로의 남방큰돌고래가 낚싯바늘을 물고 터트리면서, 어떤 개체는 주둥이 안에 상처를 입었고, 종달이처럼 어린 개체는 낚싯줄에 칭칭 감겨 죽었다.

 

낚시의 성지, 대정읍 노을해안로

대정읍 노을해안로 갯바위는 낚시의 성지로 현지인, 외지인 할 것 없이 사시사철 낚시인이 상주한다. 갯바위에 몰려든 고등어나 전갱이를 낚기 위해 금속 재질의 물고기 모양에 바늘을 단 ‘메탈 루어’를 던지거나, 10개 정도의 작은 낚싯바늘에 크릴새우나 지렁이를 달고 던진다. 벵에돔과 돌돔 등을 낚으려고 물고기를 모으는 밑밥을 뿌리는 흘림낚시를 하거나, 종달이 낚시얽힘처럼 강한 낚싯줄과 큰 낚싯바늘을 사용해 광어 미끼를 달고 하는 대물낚시도 있다. 일부는 손가락 크기의 세 가닥 갈고리를 두세 개 달고 숭어 ‘훌치기 낚시’를 한다. 미끼 없이 납봉돌을 달아 갈고리를 멀리 던지고 강하게 감으면서 숭어 몸통을 바늘로 훌치는 낚시 방법인데, 남방큰돌고래뿐 아니라 사람에게도 위협이 된다.

작년 10월, 제15회 ‘제주특별자치도지사배 전국바다낚시대회’가 이곳, 노을해안로의 영락리와 신도리 일대 갯바위에서 열렸다. 제주도낚시협회가 주관하고 제주특별자치도가 후원한 행사로 낚시 참가자 200명, 임원 등 100명, 총 300명이 참가한 대규모 낚시대회였다. 참가자들은 남방큰돌고래를 보며 낚시하는 진풍경을 경험했겠지만, 반대로 바다의 관점이나 돌고래의 관점에서 봤을 때, ‘우리 집 앞마당’에서 진행하는 300명 낚시대회는 그야말로 ‘살인 행위’와 같은 일이다. 오영훈 제주도지사는 제주도정의 핵심 정책으로 남방큰돌고래 생태법인을 추진하면서, 한편으로는 남방큰돌고래를 위협하는 대규모 낚시대회를 개최하고 있었다.

2023년 통계자료에 따르면, 국내 낚시 인구는 720만 명이고 국내 낚시산업 시장 규모는 2조 7,800억 원으로 추정한다. 대한민국 국민 다섯 명에 한 명꼴로 낚시를 즐긴다. 이럴 때일수록, 낚시를 할 수 있는 곳과 그러지 않은 곳을 법률에 따라 합리적으로 정하고, 낚시인 모두를 잠정적 범죄자로 낙인찍거나, 남방큰돌고래가 희생되는 상황을 막아야 할 것이다.



노을해안로 연안에서는 매일 남방큰돌고래 무리를 만날 수 있다. 파란의 해양보호구역 현장 투어 프로그램 중 촬영ⓒ김영남



남방큰돌고래 등줄기에 선명한 상처가 보인다. 파란의 해양보호구역 현장 투어 프로그램 중 촬영ⓒ김영남


제주특별자치도와 해양수산부는 무엇을 했나

오영훈 제주도지사와 제주도 공무원들은 종달이 죽음 과정에서 무엇을 했을까. 병 주고 약 주고, 당근과 채찍을 동시에 휘두르는 게 제주 남방큰돌고래 보호를 위한 정책 목표인지 의문이다. 오영훈 제주도지사는 남방큰돌고래에 관한 언급이 있을 때마다 생태 감수성을 인용하며 ‘제1호 생태법인’을 소개한다. 생태법인은 제주 연안에 서식하는 멸종위기종 남방큰돌고래에게 법적 권리를 부여하는 제도이다. 생태법인이 되면, 돌고래는 후견인(관리인)을 통해 서식지 파괴나 환경 침해에 대해 법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권리를 갖는다. ‘자연의 권리’를 이론적으로 주장하는 것으로, 해외에는 뉴질랜드의 황거누이강, 스페인의 석호처럼 자연물에 법적 지위를 부여한 사례가 있다. 그런데, 생태법인이 제도화되기까지는 상당 시간이 소요될 것이다. ‘제2의 종달이’를 예방하기 위한 ‘선별적 낚시금지 조치’를 사전 예방의 측면에서 시급히 도입할 필요가 있다.

서울 한강공원의 낚시금지구역 지정 사례를 보면, 서울시장은 ‘서울특별시 한강공원 보전 및 이용에 관한 기본조례’(제18조)에 따라 한강 내 낚시금지구역을 지정할 수 있는 권한을 갖는다. 실제로 한강 호안 57km 중 약 30.38km(53.2%)를 낚시금지구역으로 지정, 운영한다. 마찬가지로, 제주도지사는 ‘낚시 관리 및 육성법’(제6조 제1항)에 따라 낚시통제구역을 지정할 수 있는 법적 권한을 가지며, ‘제주특별자치도 낚시통제구역 지정 및 운영에 관한 조례’에 따라 “수산자원 보호와 낚시문화 조성, 해양생태계 보전까지 고려한 조정자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제2의 종달이’를 예방하기 위해 해양보호생물의 주요 서식지와 같은 생태적으로 민감한 지역, 대정읍 노을해안로 갯바위 일대를 낚시통제구역으로 지정할 것을 제안한다



제주특별자치도의 생태법인 추진과 별도로, 해양수산부는 올해 5월 대정읍 남방큰돌고래 주요 서식지 일대를 ‘신도리 해양보호구역’으로 지정하였다. 그런데 해양보호구역의 낚시 행위는 대책 없이 허용되거나 방치되고 있다. 신도리 해양보호구역은 충남 가로림만 점박이물범, 경남 고성군 상괭이를 포함해 국내에 3곳밖에 없는 해양생물보호구역이다. 해양보호구역으로 지정되면, 해양수산부 장관은 ‘해양생태계의 보전 및 관리에 관한 법률’(제27조)에 따라 해양보호구역 내에서 생태계 보전을 위해 특정 행위를 제한하거나 금지할 수 있다. 포획, 채취, 이식, 가공, 유통, 보관, 훼손 등이 포함되고 낚시금지 조치를 내릴 수 있다. 특히 남방큰돌고래는 법적으로 강력히 보호받는 ‘해양보호생물’이기 때문에 노을해안로의 낚시금지는 법적, 이론적, 현실적으로 가능하다. 제주도지사가 노을해안로에 대한 ‘선별적 낚시금지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해양수산부 장관이 행정 조치를 취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해양수산부도 해양보호구역을 지정했을 뿐이지, 관리는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 한국과 제주도의 해양보호구역은 ‘문서로만 존재하는 해양보호구역’, ‘페이퍼 파크’, ‘그린 워싱’이라는 비판을 피할 길이 없다.

 

남방큰돌고래를 유혹하는 광어 양식장

남방큰돌고래 종달이는 낚싯바늘에 걸릴 위험이 항상 존재하는 노을해안로를 왜 떠나지 않았을까.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특히 광어 양식장이 노을해안로에 밀집해 있고, 무엇보다 손쉽게 취할 먹이가 노을해안로에 지속적으로 공급되기 때문이었다. 대정읍 동일리에서 신도리 연안에는 광어 양식장 배출관 28개가 해안도로에서 바다로 바로 이어져 배출수가 24시간 내내 방출되고 있다. 버려지는 사료 찌꺼기와 병든 광어를 먹기 위해 고등어와 전갱이, 숭어, 벵에돔과 돌돔, 부시리와 잿방어가 모이고, 제주도 연안의 최상위 포식자인 남방큰돌고래도 먹이를 취하기 위해 노을해안로를 떠나지 않는다. 광어 양식장에서 기인한 ‘기이한 해양생태계’이다. 광어 양식장과 연결된 먹이 사슬, 그리고 몰려드는 낚시꾼과 낚시 선박, 돌고래를 가까이 보기 위한 돌핀 투어, 드라마 ‘우영우 변호사’로 유명해진 노을해안로의 관광객까지 뒤섞여 있다. 한 가지 바람이 있다면, 오로지 남방큰돌고래의 관점에서 노을해안로 해양생태계 보전 조치를 구상했으면 한다.


 

육상양식장에서 사용하는 물을 끌어오는 취수관(좌), 배출수는 바로 앞바다로 흘려버리는 모습(우) 연안오염으로 점점 먼 바다의 물을 끌어온다 ⓒ파란



남방큰돌고래 서식지 보전과 ‘바다의 리와일딩(rewilding)’

선별적 낚시금지의 행정 조치와 함께, 대정읍 남방큰돌고래 서식지를 보전하기 위한 전략과 대책이라면 어떤 것이 있을까. ‘바다의 리와일딩(Marine Rewilding, 바다의 재자연화)’을 한번 생각해 보자. ‘리와일딩’ 개념은 1990년대 초, 미국의 환경운동가와 생태학자들에 의해 제안되었는데 대형 포식자 복원, 생물 이동통로 확보, 인간 개입 최소화를 핵심 원칙으로 정의된다. 대표적인 사례로서 1995년 미국 옐로스톤 국립공원에 늑대 14마리를 방사하면서 생태계 전체에 긍정적인 파급효과를 일으킨 ‘늑대 복원 프로젝트’가 있다. 생태계 피라미드의 상위 포식자인 늑대가 돌아오면서 큰 사슴의 개체수가 조절되고 버드나무와 같은 식생이 회복되었다. 연이어 독수리, 오소리, 여우 등 다양한 동물이 찾아오면서 생태계의 먹이그물은 복잡하고 안정적으로 재구성되는 과정을 겪었다. ‘리와일딩’은 늑대를 단순히 되돌려놓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개입으로 무너진 생태계를 인간의 개입을 최소화하면서 회복하는 프로젝트이다.

상상해 보면, 30여 마리 남방큰돌고래 서식지 회복을 통해 노을해안로 일대 해양생태계 복원 사업을 시도할 수 있겠다. 남방큰돌고래의 건강한 복원과 해양생물의 이동통로를 확보하기 위해 광어 양식장 배출수, 레저 낚시, 돌핀 투어에 적정한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필요하다면 각종 위협요인을 제거해 해양생태계 복원을 유도하는 것이다. 제주 연안 해양생태계의 최정점에 있는 남방큰돌고래를 보호하기 위해 그리고, 남방큰돌고래로부터 시작하는 생태계 피라미드를 회복하기 위해 남방큰돌고래의 위협요인을 제거하고, 인간 개입을 최소화하는 전략이다. 장기적으로 자연이 스스로 균형을 찾도록, 자연의 회복력을 믿어보는 ‘대책 없는 대책’이다.



남방큰돌고래가 점프하는 모습, 파란의 해양보호구역 현장 투어 프로그램 중 촬영ⓒ김영남


종달이 리와일딩 위원회

오영훈 제주도지사는 종달이 실종 사건 이후, 정무부지사를 단장으로 하는 남방큰돌고래 ‘전담 구조TF’ 구성을 지시하였다. 기존의 남방큰돌고래 낚시얽힘 구조는 해양수산부 고시에 따른 중앙정부 주도였는데, “해수부가 못하면 우리가 한다”라는 견해를 밝혔다고 한다. 앞으로 구조 장비와 인력을 확보하고 남방큰돌고래 상시 대응 체계를 마련하고 현장 구조의 ‘골든 타임’을 놓치지 않겠다는 것이다. 환영할 일이다. 그러나 ‘제2의 종달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사고 발생 이후 대처 방안보다 예방적 시스템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선 예방, 후 구조’ 시스템이 무엇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해양시민과학센터 파란은 대정읍 남방큰돌고래 생태환경 보전을 위한 민관협의체 구성을 제안한다. 어린 종달이의 낚시얽힘 사고를 기억하기 위해 ‘종달이 리와일딩 위원회’로 이름짓기를 희망한다. ‘종달이 리와일딩 위원회’는 신도리 해양보호구역의 물리적 범위를 넘어 대정읍 남방큰돌고래 서식지 전체를 대상으로 ‘바다의 리와일딩’ 프로젝트를 구상할 것이다. 종달이 낚시얽힘 사고를 계기로, 대정읍 노을해안로 일대가 명실상부한 제주도 해양생태계의 원형으로 거듭나기를 바란다.


글: 윤상훈 (해양시민과학센터 파란 전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