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의 바다소식]"바다는 누구의 것인가요?" BBNJ 관련 논쟁 정리

파래
2025-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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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의 다양한 눈으로 제주의 가치를 더하는 <오늘의 시선>입니다. 오늘은 해양시민과학센터 <파란>의 윤상훈 전문위원과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윤상훈입니다.


오늘은 어떤 주제를 가지고 이야기해 주실 건가요.

바다에 관해, 단순한 질문 같지만 사실은 수백 년 동안 국제 사회에서 논쟁이 되어온 주제가 있는데요. ”바다는 누구의 것인가?“라는 질문입니다. 최근 유엔은 국가 관할권을 벗어난 ‘공해’와 ‘심해저’의 생물다양성 보전을 위한 국제협정을 비준했고 내년 2026년에 발효를 앞두고 있는데요. 오늘은 드넓은 해양을 보호하고 지속가능한 이용을 위한 유엔 국제협정의 주요 내용과 바다의 주인에 관한 논쟁에 관해 이야기 나누겠습니다.


국가 관할권을 벗어난 ‘공해’와 ‘심해저’의 생물다양성 보전을 위한 유엔 국제협정을 방금 소개하셨는데요. 어떤 협정이죠?

유엔 해양법협약에 따르면, 국가관할권 바깥 지역, 즉 각국 관할권이 있는 영해와 배타적 경제수역의 바깥에 위치한 ‘공해’는 사실상, 주인 없는 바다이고, ‘자유 이용의 원칙’에 따라 ‘선착순’으로 점령할 수 있는 공간으로 해석되었습니다. 그런데, 유엔은 별도의 관리규범이 없는 공해와 심해저의 해양생태계 파괴가 심각해지면서, 해양 생물다양성 보전과 지속가능한 이용을 국제법적 틀로 만들었습니다. BBNJ(marine Biodiversity Beyond National Jurisdiction)협정인데요. BBNJ는 국가 관할권 이원지역의 해양 생물다양성을 의미합니다.


지도의 진한 파란색 영역은 국가 관할권을 벗어난 영역 ©Wikimedia Commons


대한민국 국회는 올해 3월, BBNJ협정 비준 동의안을 통과시켰고, 내년 발효를 앞두고 있는데요. BBNJ협정의 국제적 발효 상황에 대해 알려주시죠.

BBNJ 협정은 유엔 해양법협약의 세 번째 이행협정으로서 1994년 심해저협정, 1995년 공해어업협정에 이어 약 30년 만에 마련된 것입니다. 전 세계 바다 표면적의 약 2/3를 차지하는 공해 지역에 대한 환경 및 해양생물다양성 보호를 목적으로 하는 최초의 지구적 다자조약인데요. 한국 정부는 전 세계에서 21번째로, 올해 3월에 비준 동의안을 통과시켰습니다. 협정이 발표되기 위해서는 최소 60개국의 비준이 필요한데요. 지난 달, 9월 19일에 60개국이 비준을 완료했고, 비준 요건 충족 후 120일이 경과한 내년 2026년 1월 17일에 발효될 예정입니다.


BBNJ협정을 설명하면서, 각 국가의 관할권이 있는 해역과 그렇지 않은 해역을 구분해 이야기 하셨는데요. 바다의 구분은 유엔 해양법협약의 기준을 따른다고 하는데, 간략히 설명해 주시죠.

바다의 구분은 유엔 해양법협약에 명시되어 있는데요. 해양의 헌법이라 할 수 있는 ‘유엔 해양법협약’이 1982년 비준되었고 1994년 발효되었습니다. 해당 국가의 해안선(기선)으로부터 12해리까지는 ‘영해(Territorial Sea)’, 그리고 영해를 제외한 기선으로부터 200해리까지는 ‘배타적 경제수역(Exclusive Economic Zone, EEZ)으로 정의합니다. 12해리의 ‘영해’는 군사적 통제, 어업 규제, 환경 보호, 세관 단속 등 해당 국가의 완전한 주권이 미치는 해역이고, 200해리의 ‘배타적 경제수역’은 자원 탐사와 개발 등 경제적 권리만 인정되는 해양 구역입니다. 배타적 경제수역의 바깥에 있는 해역은 어떤 국가의 소유도 아니며, 모든 인류가 공동으로 이용할 수 있는 ‘공해(The High Seas)’로 정의하는데요. BBNJ협정은 이 공해의 보전과 지속가능한 이용에 관한 협정입니다.


 해양경계  ⓒ해양교육포털


바다의 거리 단위인 ‘해리’로 바다의 공간을 영해, 배타적 경제수역, 공해로 설명하셨는데요. 단순한 질문이지만, 미터나 킬로미터와 같은 거리 개념에 익숙한 우리는 ‘해리’가 익숙하지는 않은데요. 1해리는 몇 미터인지요.

네, 맞습니다. 해양이나 항공 분야의 거리 단위는 ‘해리’이고, 1해리는 1,852미터입니다. 1해리는 위도의 1분(1도의 60분의 1)에 해당하는 지구 표면의 길이를 기준으로 정의된 거리입니다. 그렇다면, 해당 국가의 완전한 주권이 미치는 ‘12해리의 영해’는 어떻게 규정되었을까요. 영해의 범위는 자국의 바다를 보호하기 위해, 포탄이 도달하는 거리로 규정되었다고 합니다. 중세와 근대를 거쳐, 포탄의 성능이 점점 좋아지면서 지금은 대략 22.2km까지 영해로 정리되었습니다. 참고로, 선박의 속도 단위인 ‘노트(knot)’는 1해리를 1시간 동안 이동하는 속도입니다. 10노트의 선박은 1시간에 대략 18.5km를 이동하게 됩니다.


다시, BBNJ협정에 대한 질문인데요. BBNJ는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지, 주요 쟁점은 무엇인지 알려주시죠.

공해에서 발생하는 해양생태계 악화의 심각성에 관한 인식은 선진국과 개도국 모두에서 공통되었지만, 이를 시정하기 위한 수단과 방법에 관해서는 합의가 어려웠는데요. 개도국들은 선진국 중심의 해양자원 이용과 독점에 대한 문제제기와 공해 질서에 대한 국제적 규제를 보다 강화하고자 했습니다. 반면, 선진국들은 가급적 ‘바다에서의 자유’라는 원칙을 강조하면서 상대적으로 이행이 쉬운 내용을 담아내고자 했습니다. 결국 BBNJ협정에는 공해 및 심해저에 해양보호구역 설정의 기준과 절차를 마련하고, 공해상 활동에 대한 사전 평가로 환경영향평가를 도입합니다. 공해와 심해저에서 채집한 해양유전자원에 대한 접근과 이익 공유, 개도국의 해양기술 이전과 역량 강화 등의 내용도 포함되었습니다. 또한 협정 이행을 위한 ‘과학기술 기구’ 설치도 합의했습니다.


이번 주, 31일부터 이틀 일정으로 경주에서 APEC 정상회의가 개최되고, 미국과 중국의 정상회담도 예정되어 있는데요. BBNJ협정에 대한 미국과 중국의 입장은 어떤가요. 궁금하네요.

지금 현재, 미국과 중국은 BBNJ협정에 아직 비준하지 않은 상황입니다. 특히 미국 트럼프 행정부는 유엔 중심의 다자협력보다는 자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를 강조했기 때문에, BBNJ협정처럼 국제적 규범을 강화하는 협정에는 소극적이었습니다. 이번 BBNJ협정의 정부간 협상 과정에는 참여했지만, 협정의 주요 조항에 대해 유보적, 혹은 반대 입장을 보였고요. 또한 미국은 자국의 해양 생명공학과 제약 산업이 기술적 우위를 갖고 있음을 고려해 해양유전자자원이 이익 공유에도 반대했습니다. 중국도 BBNJ협정 비준을 아직 완료하지 않았지만, 내부 검토와 입법 절차가 진행 중인 것으로 확인됩니다. 하지만, 국제사회의 해양에 관한 발언권을 고려할 때, 미국과 중국의 참여는 반드시 필요해 보입니다.


BBNJ협정이 발효되면, 주인 없는 바다라는 ‘공해’는 ‘우리 공동의 유산’이라는 관점으로 접근하게 될 텐데요. 국제적 의미, 혹은 기대 효과를 어떻게 보시나요.

네. BBNJ협정은 단순한 환경 보호를 넘어, 해양을 둘러싼 정치, 경제, 법, 생태의 복합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국제적 합의입니다. 특히 공해를 선진국이 주도, 개발하는 ‘자유의 바다’가 아니라 ‘인류 공동의 유산’, ‘책임의 바다’로 다시 바라볼 계기가 될 것이고, 정의롭고 지속가능한 해양 거버넌스를 구축하려는 시도라는 점에서 역사적 의미가 큽니다. 자원 접근의 공정성, 해양생태계 보호, 미래세대의 권리 보장과 같은 ‘해양 정의(Ocean Justice)’의 관점도 의미가 있고요. 그리고 바다의 30%를 해양보호구역으로 지정하는 글로벌 목표 달성에도 기대가 있습니다.


”바다는 누구의 것인가“라는 논쟁에 대해 이야기 나눠볼 텐데요. ‘열린 바다’와 ‘닫힌 바다’의 다툼이 있었다는데, 어떤 내용인지요.

고전 국제법 시대인 17세기 초, 유럽 열강들이 해상 무역로를 놓고 경쟁하면서 바다의 소유권에 대한 논쟁이 본격화했습니다. ‘열린 바다’와 ‘닫힌 바다’의 다툼이라 할 수 있는데요. 당시, 네덜란드 동인도회사의 법률 자문을 했던 휴고 그로티우스(Hugo Grotius)는 바다는 누구의 소유도 아니며, 모든 국가와 개인에게 항해, 어업, 무역의 자유가 보장되어야 한다는 ‘열린 바다(Mare Liberum)’를 주장합니다. 반면 영국인 존 셀든(John Seldon)은 바다의 영유권, 즉 바다를 특정 국가나 기업이 독점적으로 소유하거나 통제하려는 ‘닫힌 바다(Mare Clausum)’, ‘해양 인클로저’를 주장합니다. 그러나 ‘열린/닫힌 바다 논쟁’은 거의 똑같은 결론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이 논쟁은 결국 ‘공해는 자유롭다’는 원칙으로 귀결되었고, 이는 훗날 국제 해양법의 기초가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지금과 같은 영해와 배타적 경제수역, 공해의 구분은 언제, 어떻게 이뤄진 것일까요.

영해와 공해의 구분은 근대 해양법이 정립되면서 시작되었는데요. 대략 18~20세기에 ‘대포 사정거리설’과 3해리 원칙이 주요하게 논의되었습니다. 이 기준은 대포의 사정거리에서 유래한 것으로 실질적 통제 범위를 반영한 것이었고요. 연안국은 약 3해리(약 5.6km)까지를 영해로 간주하고, 그 너머는 공해로 자유롭게 항해할 수 있다고 봤습니다. 20세기 중반 이후, 석유, 어족 자원, 해저 광물 등 해양 자원의 가치가 커지면서, 연안국들은 더 넓은 해양 관할권을 요구하게 되었는데요. 그 결과, 앞서 이야기했듯이, 국가 주권을 인정하는 12해리 영해, 자원 개발권을 부여하는 200해리 배타적 경제수역, 그리고 여전히 자유로운 이용이 가능한 공해로 바다를 구분, 정립되었습니다. 1982년 채택된 유엔 해양법협약에서요. 질문을 하나 드릴 텐데요. 전 세계에서 가장 넓은 배타적 경제수역을 보유한 국가는 어디일까요?


아마도, 넓은 해안선을 가진 미국, 러시아와 같은 나라가 아닐까요?

배타적 경제수역을 가장 많이 차지한 나라가 ‘바다의 주인’일 듯한데요. 바다의 주인은 바로, 프랑스입니다. 프랑스, 미국, 호주, 러시아, 영국의 ‘빅 5’ 국가는 현재 4,500만㎢가 넘는 배타적 경제수역의 해양 자원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해안선이 넓은 미국, 호주, 러시아가 아니라, 프랑스나 영국처럼 비교적 국토 면적이 작은 나라들이 어떻게 그토록 광대한 배타적 경제수역을 보유하게 되었을까요? 그 해답은 식민지 시대, 제국주의 열강의 정복의 역사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대항해 시대에 ‘바다에서의 자유’는 오로지 제국주의 열강에 해당하는 개념이었고, 배타적 경제수역은 바다를 차지하기 위한 그들의 논리였고요. 공해의 심해저 채굴권 또한, 과학 기술력을 가진 몇몇 나라의 ‘선착순’으로 결정되었습니다.


서구 열강의 지배를 넘어, 지금은 ”공해도 보호하고 관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데요. 오늘 소개한, 공해의 생물다양성을 보전하기 위한 BBNJ협정도 그 결과물이네요. 

네. ‘바다는 누구의 것인가’라는 논쟁에서 현재의 쟁점은 공해와 심해저의 공동 관리와 해양 정의입니다. 공해와 심해저는 누구의 것도 아니지만, 규제가 미비해 남획, 오염, 무분별한 자원채굴, 해양 불평등이 대규모 발생한 공간이기도 합니다. 이제 ‘공해’는 ‘우리 모두의 것’이라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습니다. 지속가능성과 형평성을 중심으로, 바다를 공동의 책임 아래 관리해야 할 공간으로 인식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고요. 그래서 다시 질문해 봅니다. 해양 환경의 파괴와 해양 불평등의 심화를 넘어설 도전적인 해법, ”어쩌면 다른 길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겁니다. ‘바다는 누구의 것인가’라는 논쟁은 단순히 해양법의 문제가 아니라, 국제 질서, 자원 정의, 환경 윤리까지 아우르는 깊은 주제입니다. BBNJ협정은 ‘자유 이용의 원칙’에서 ‘공동 유산의 원칙’으로 전환하는 중요한 시사점, 또는 시작이고요.


기후 위기와 해양 위기의 시대에 바다는 단순한 자원 창고가 아니고, 또 누구나 제한 없이 사용할 자원도 아닐 텐데요. 우리는 어떠한 관점과 가치로 바다를 바라봐야 할까요.

최근 번역된 해양 관련 저서 중에 <블루 뉴딜>이 있습니다. 정치학 교수이며 저자인 크리스 암스트롱은 ‘해양 정의’의 7가지 원칙을 제안합니다. 참고할 만한데요. 바다는 생명의 보고라는 인식, 바다의 자원과 공간에 공평하게 접근할 권리, 해양생태계를 해치지 않은 방식의 자원 이용과 미래 세대의 권리, 투명하고 민주적인 의사결정과 지역 공동체의 목소리, 해상 노동자의 노동권과 안전 보장, 인간 중심적 시각을 넘어 해양생물의 복지 고려, 기후위기로 위협받는 해안 공동체의 생존과 이주 권리 등입니다.


이러한 ‘해양 정의’의 관점, 혹은 ‘공동 유산의 원칙’은 해양오염과 기후위기로 가속화되는 제주 바다를 보전하고 회복하는 데에 주요한 지침이 될 수 있겠는데요.

네. 맞습니다. 제주 바다는 한반도 ‘기후위기의 맨 앞’이고, 해양 파괴와 불평등이라는 숱한 도전의 최전선에 있습니다. 제주도는 100여 개가 넘는 어촌계가 제주 바다를 자율 관리하는 방식을 취하는데요. 앞으로, 제주 바다의 오염과 불평등 문제를 다룰 범도 차원의 해양 거버넌스 기구인 ‘제주해양기구’, ‘제주 해양정의기구’(JOOJ: Jeju Ocean Organization for Justice)도 상상할 수 있습니다. 기후위기 최전선, 생물다양성의 보고, 관광과 어업의 공존, 해녀 공동체와 같은 문화적 해양권리 등을 다루는 실험적 모델도 가능하리라 생각합니다. 기회가 된다면, 다른 기회에 이 주제를 자세히 다뤄보겠습니다.


네, 다음 기회에 또 다른 주제로 이야기 나누죠. 오늘은 국가 관할권 바깥 바다의 생물다양성 보전에 관한 협정인 유엔 BBNJ협정을 살펴봤고, 또 ‘바다는 누구의 것인가’라는 오래된 질문에 관해 이야기 나눴습니다. 앞으로, ‘공동 유산의 원칙’에 따른 바다에 관한 다양한 논의가 진척되기를 기대합니다. 지금까지 해양시민과학센터 <파란>의 윤상훈 전문위원과 함께 했습니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 이 포스팅은 10월 27일, 제주 MBC 라디오 <오늘의 시선>에서 정유진 아나운서와 윤상훈 파란 전문위원이 BBNJ협정을 살펴봤고, 또 ‘바다는 누구의 것인가’에 관해 나눈 대화 전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