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대]제주 바다에서 피어난 이야기, 갯것이영화제가 남긴 울림

부시리
2025-12-03
조회수 161

28bcc96a93442.jpga1df1cbf3a0b4.jpeg 


'제2회 갯것이영화제+생태관광(집행위원장 임형묵)' 이 지난 2025년 11월 7일(금)부터 16일(일)까지 제주의 여러 해안 마을과 생태 공간에서 열렸습니다. 올해 영화제의 주제는 ‘바다의 삶’이었습니다. 바다에 사는 존재들과 그 곁에서 살아가는 인간의 이야기를 주인공으로 담아내며, 제주 바다의 생명과 사람들의 일상을 잇는 다양한 다큐멘터리와 독립영화가 상영되었습니다.  이번 영화제는 제주특별자치도 생태관광지원센터, 삼달다방, 카페 핀스, 돌핀맨, 동백동산습지센터, 해양시민과학센터 파란, 깅이와바당, 제주그래피 등 여러 단체가 공동주최로 준비하여 영화와 생태가 어우러지는 현장형 축제로 운영되었습니다. 지난해 성산 오조리에서 첫선을 보였던 갯것이영화제는 올해 제주의 여러 지역으로 상영 공간을 넓혀, 서귀포예술의전당, 삼달다방, 카페 핀스, 동백동산습지센터, 제주특별자치도 생태관광지원센터, 깅이와바당 등 총 6곳에서 다양한 프로그램을 선보였습니다.  

상영 후에는 감독과 배우가 함께하는 GV(관객과의 대화)가 이어졌으며, ‘평대리 뱅듸고운길’, ‘습지랑 찰방찰방’, ‘동백동산 물·숲·새’, ‘우리가 돌고래를 만나는 법’ 등 마을 탐방 및 생태 관광 프로그램도 함께 진행되어 관객들이 영화를 닮은 제주의 생태를 직접 체험할 수 있었습니다.  


상영작과 프로그램  

개막작은 제주 출신 자연 다큐멘터리 임완호 감독의 신작〈 춤추는 고래〉(2025)였습니다. 바다 생명과 인간이 맺는 감정적 연결을 섬세하게 그려낸 작품으로, 개막 상영 후 임완호 감독의 GV가 진행되었습니다. 개막식이 열린 서귀포예술의전당 소극장에서는 제주 생태관광지와 (사)해양시민과학조사단 물고기반의 제주바다 수중사진 특별 전시가 함께 열렸으며, 어쿠스틱 듀오 소금인형의 축하공연도 진행되었습니다.  

3c239ea12cc1c.png

제2회 갯것이영화제 개막식을 마치고 서귀포 예술의전당 소극장 로비에서 기념 사진!


이 밖에도 세대를 이어 바다에서 살아가는 해녀들의 노래와 삶을 담은〈우도 해녀의 노래〉(이상목, 2023), 제주 조간대의 작은 생명들이 펼치는 생태의 드라마를 기록한〈조수웅덩이: 바다의 시작〉(임형묵, 2019), 사라져가는 해양 생태계의 경고음을 따라가는 〈시그널: 바다의 마지막 신호〉(박정례, 2025), 강정바다의 연산호를 주인공으로 한〈코랄 러브〉(이소정, 2022) 등 바다의 다양한 생명과 인간의 관계를 담은 작품들이 상영되었습니다.  폐막작은 삼달다방에서 열린 박이웅 감독의 〈아침바다 갈매기는〉(2024)이었습니다. 배우 양희경의 GV가 함께 진행되었으며, 바닷가 마을 사람들의 시간과 정서를 잔잔하게 그린 이 작품은 영화제의 따뜻한 마무리를 장식하였습니다.  

9bda9a05e057e.png

갯것이영화제 폐막작인 <아침바다 갈매기는> 상영후 배우 양희경 님의 GV


임형묵 집행위원장은 “정작 제주에 사는 사람들은 자신이 바다에 둘러싸인 섬에 산다는 것을 잊고 사는 경우가 많지만 결국 제주 사람의 본질과 정체성은 바다에 있으므로 바다가 주인공인 영화제를 제주에서 열어야겠다는 생각을 오래전부터 갖고 있었으며 갯것이영화제가 제주의 대표적인 생태 축제가 되도록 발전시키겠다”라고 밝혔습니다.  

10일간 이어진 영화제는 바다와 인간의 관계를 성찰하는 다양한 작품과 생태관광 프로그램을 통해 관객들에게 울림을 남겼고, 제주 바다의 생명과 이야기를 함께 나누었습니다.  




파란의 GV

파란은 영화 <시그널: 바다의 마지막 신호>와 <코랄러브> 상영 후 GV를 진행하며, 제주 바다를 둘러싼 과거와 현재에 대해 관객들과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씨그널:바다의 마지막 신호>

지난 11월 10일 파란은 조천에 있는 생태관광지원센터에서 <씨그널:바다의 마지막 신호>(박정례, 2025)영화의 GV를 진행했습니다. 윤상훈 전문위원과 신주희 활동가의 대담 형식으로 진행됐습니다.

6e7fb514786d2.jpeg

제2회 갯것이영화제 <씨그널:바다의 마지막 신호> 상영 후 해양시민과학센터 파란 신주희 활동가(좌)와 윤상훈 전문위원(우)의  GV


 영화는 유령어업, 해수면 상승, 죽어가는 산호초, 바다 속 소음공해 등 전 세계 바다가 보내는 절박한 마지막 신호를 포착하고 있습니다. 영화의 이슈들이 현재 우리나라와 제주바다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이어서, 남의 일처럼 생각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하나하나 영화의 이슈를 통해 우리바다 이슈를 짚어가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먼저 영화의 첫번째 장면은 바르셀로나의 음향학자의 모습으로 시작됩니다. 특히 소리로 소통하는 고래에 주목합니다. 해양 생태계에서 '소리'는 생존 그 자체입니다. 특히 제주 연안에 서식하는 남방큰돌고래와 서남해안의 상괭이에게 청각은 시각보다 중요한 감각 기관입니다. 이들은 반향정위를 통해 먹이를 찾고, 독특한 휘파람 소리로 무리 간 유대 관계를 유지합니다. 그러나 최근 제주 바다는 인간이 만들어낸 소음, 즉 '해양 소음공해'로 고통받고 있습니다. 소음을 만들어내는 가장 큰 원인은 바로 해상풍력입니다. 현재 진행 중인 한동·평대 해상풍력 발전단지는 남방큰돌고래의 주요 서식처 중 하나입니다. 대정읍 해역은 돌고래들이 가장 빈번하게 목격되는 '핫스팟'임에도 불구하고 풍력 발전 사업 논의가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게다가 현재 제주 최대 규모인 한림 해상풍력(105MW)의 약 30배에 달하는 추자도 해상풍력 발전 사업은 그 규모면에서 전례 없는 위협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추자도 동·서쪽 해역에 총3GW(3,000MW) 규모의 발전 단지를 조성하는 계획으로 상괭이 서식지를 위협하고 있습니다. 기후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지지합니다. 그러나 그 전화의 과정은 인간과 비인간 모두에게 정의로워야 합니다. 입지 선정 단계에서 해양 포유류 및 조류에 대한 정밀한 평가와 회피 대책이 선행되지 않은 개발은 더 큰 생태계 파괴를 불러올 수도 있습니다. 


 영화의 두번째 장면은 제주의 이유정 해녀 모습입니다. 불턱에서 해녀분들과 이야기 하는 장면에서 모자반, 우뭇가사리가 모두 사라지고 그 많던 전복도 이제는 잘 보이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합니다. 그런 해녀들의 증언은 갯녹음 현상을 가르킵니다. 갯녹음이란 감태, 모자반, 우뭇가사리 등 대형 해조류가 자취를 감추고 이들이 사라진 자리에 석회조류가 뒤덮어 바위가 하얗게 변하고 황폐해지는 현상입니다. 파란은 이러한 변화를 주의깊게 살피고 있습니다. 제주바다 조간대의 변화를 정량적으로 기록하기 위해 '바다숲 탐사대'를 조직하여 운영하고 있습니다. 또 이유정 해녀는 폐그물에 발이 걸려 위태로웠던 상황에 대해 이야기 하기도 합니다. 꼬리없는 남방큰돌고래 오래와 낚시줄에 걸려 고통받다 떠난 새끼 돌고래 종달이의 뉴스도 배경으로 흐릅니다. 파란이 올 해 폐어구탐사대를 조직했던 이유도, 바로 종달이의 황망한 소식이 한몫하기도 했습니다. 보호구역 내에 쌓여있는 폐어구, 바닷속 생명을 위협하는 유령어업의 이야기가 제주바다의 이야기를 통해 전해졌습니다. 


 다음은 멕시코에서 바다의 코카인이라고 불리는 ‘토토아바의 부레’를 얻기 위해 바키타 돌고래가 멸종해가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우리나라 사정도 다르지 않습니다. 한국의 토종 돌고래 상괭이 또한 '안강망'이라는 거대한 덫에 의해 소멸해가고 있습니다. 국립수산과학원의 조사에 따르면, 상괭이 개체수는 2004년 약 36,000마리에서 2011년 약 13,000마리로 7년 만에 60% 이상 급감했습니다. 최근 2012년부터 2022년까지 연평균 약 1,100마리의 상괭이가 폐사하고 있으며, 이 중 약 70% 이상이 안강망 어구에 의한 혼획으로 사망합니다. 2023년에는 국립수산과학원 연구에서 상괭이의 주 서식지인 충남 태안과 전남 진도 사이 남서해 연안에서 약 4,500마리의 상괭이를 관찰했을 뿐입니다. 국립수산과학원은 상괭이를 살리기 위해 안강망에 달 수 있는 ‘상괭이 탈출장치’를 개발했습니다. 이 장치가 매우 효과가 있다는 것이 입증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어민들은 어획량 감소와 설치의 번거로움을 이유로 장치 사용을 기피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이를 강력하게 규제하지도 못하고 있습니다. 오늘도 상괭이는 안강망에서 죽어가고 있을 텐데 말입니다.

f19a60cd4164c.jpg

해양시민과학센터 파란 '상괭이편' 상괭이 ©파란


 다음 이야기도 멕시코입니다. 황폐해진 바다를 살리기 위해, 어업을 포기하고 정부에 해양보호구역을 만들어 달라 요청하여 30년간 바다를 되살린, 카보풀모 마을의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그렇게 되살린 바다를 정부와 기업에서 호텔과 골프장 개발으로 망치려 드는 모습을 보며 화가 나기도 했습니다. 카보풀모 마을의 사례는 강력한 해양보호구역(MPA) 지정이 생태계를 얼마나 획기적으로 복원할 수 있는지 보여줍니다. 어업을 전면 금지하고 보호구역으로 지정한 지 30년 만에 생물량이 460% 이상 증가한 것은, 자연에게 회복할 시간과 공간을 주면 반드시 응답한다는 증거입니다. 제주에도 16개의 해양보호구역이 존재합니다. 그러나 대부분 보호구역으로 ‘지정’만 한 채, 제대로 ‘관리’하지 않는 ‘페이퍼 파크’로 존재할 뿐 입니다. 보호구역은 실효성있는 관리가 함께 지속되어야 보호구역으로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영화는 어시장의 상어와 잘려나가는 지느러미(샥스핀)를 통해 최상위 포식자의 수난을 고발하기도 합니다. 상어는 바다의 균형자로서 병든 물고기를 솎아내고 생태계의 건강성을 유지하는 핵심종입니다. 상어의 부재는 먹이사슬 하위 단계의 불균형을 초래하여 전체 생태계를 붕괴시킵니다. 마침 파란은 2026년 상어탐사대를 진행할 계획을 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상어이야기를 기대해 주시길 바랍니다.


 호주 그레이트 베리어 리프에 간 수중 촬영작가가, 2016년 이후 7년만에 들어간 바다에서 백화현상으로 인해 모조리 죽어 조각나 있는 산호들을 만지는 장면에서는 지난해 제주바다의 백화현상이 떠올랐습니다. 기록적인 고수온에 시달렸던 2024년 여름, 제주 바다에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했던 광범위한 백화현상이 일어났습니다. 제주바다 깃대종인 연산호는 녹아내리는 듯한 모습으로 쓰러지고, 부서지고, 탈락되는 이상현상이 관측되었습니다. 전에 볼 수 없었던 급격한 변화가 있던 2024년, 파란은 이슈리포트를 통해 이 이상현상을 긴급히 알리고, 대응을 위한 관리체계 개편을 요구했습니다.


 마지막 시그널은 인도네시아의 해수면 상승이야기입니다. 어머니의 묘가 잠기고, 농부가 농사지을 땅을 잃어 어부가 되어 겨우 살아가고 있는 모습은 정말 처절했습니다. 제주에서는 용머리 해안의 개장일 수가 점점 짧아지는 것으로만 느낄수 있었던 해수면 상승의 문제가, 섬으로 이루어진 (주로 저개발) 국가에서는 삶터를 앗아가고 있는 일이라는 걸 영화를 통해 깊이 공감할 수 있었습니다. 


 영화의 내용도, 우리 바다의 이야기도 정말 심각한 이야기들 뿐이어서 조금 우울하겠지만, 영상은 말미에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는 것이 자신을 살게 한다.”거나, “바다는 기회가 있다. 바다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라는 이야기로 마무리합니다. 파란은 바로 이 바다의 귀를 기울이는 활동을 '시민과학'으로 풀어가고 있는것 같습니다. 바다가 보내는 시그널을 놓치지 않도록 하는 일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입니다. 파란은 여전히, 굳건히, 시민과학자들과 함께 바다의 이야기를 듣겠습니다. 


<코랄러브>

<코랄러브>(이소정, 2022)는 제주 강정 앞바다에 위치한 세계 최대 규모의 연산호 군락지, 일명 ‘산호 정원’을 기록한 33분 가량의 단편 작품입니다. 해군기지 건설로 인해 급격히 훼손되고 있는 산호 생태계를 카메라에 담으며, 인간의 개발 욕망과 자연의 파괴가 맞닿는 지점을 드러냈습니다.  환경활동가들과 강정지킴이 다이버들이 직접 물속으로 들어가 산호의 변화를 기록하는 과정을 통해 보이지 않는 생명의 위기를 관객에게 생생하게 전달하였고, 아름답게 빛나는 산호의 모습과 황폐해진 바다의 현실을 병치함으로써 우리가 지켜야 할 생명의 가치에 대한 질문을 남기는 작품입니다. 

88f40b4129ca9.jpeg

다큐멘터리영화 <코랄러브>


상영 후 진행된 GV 에는 최혜영(코랄러브 제작, 코랄러브 주요 출연자/ 강정친구들 운영위원)과 신수연(파란 센터장, 코랄러브 출연)이 함께 강정 해군기지 건설을 둘러싼 허가 과정과 제주연안연산호 군락을 기록하던 상황에 대해 복기했습니다. 문화재청(현 국가유산청)은 강정 앞바다에 제주 해군기지 건설을 위해 천연기념물 제442호인 강정 연안 연산호 군락지 현상변경을 조건부로 허가(2009.9)했었지요. 허가 조건은 '공사 중 부유사(흙탕물) 농도를 실시간 모니터링하고, 긴급 상황 발생 시 즉각 공사를 중단하는 등 대응 체계를 구축할 것, 계절별로 연산호 서식처의 변화 양상을 파악하기 위한 모니터링을 실시하고 6개월 단위로 보고할 것, 기차바위 인근 연산호 군락 보존을 위해 대체 군락을 사전에 확보하는 등의 대책을 마련할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해군은 기지 건설 당시 허가 조건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고, 오탁방지막 미설치나 훼손된 방지막 사용, 세척하지 않은 사석 투하 등도 확인되었습니다.



addfff037bd15.jpeg676eb711f9089.jpeg

다큐멘터리영화 <코랄러브> 엔딩크레딧(좌)과 GV(우)


무엇보다 탁월한 경관과 해양생물다양성으로 겹겹의 보호구역으로 지정된 강정 바다에 대규모 해상 공사가 진행되면서 입지의 적절성에 대한 문제의식은 여전히 유효합니다. 당시 강정마을회와 군사기지 저지 범도민대책위, 제주해군기지건설 저지를 위한 전국대책회의에서 '제주연산호TFT'를 구성해 함께 해군기지 공사 현장을 모니터링했던 신수연, 최혜영은 위협받고 훼손된 산호 군락을 기록하는 과정이 이름을 아는 이 없고, 사라져도 모르는 바닷속 생명을 기억하고 증언하는 행위였음을 강조했습니다. 최혜영은 강정 연산호 모니터링 이후 산호에 대한 사진 촬영과 전시회 개최, 영화 제작을 통해 산호의 이름과 존재를 알리는 활동에 집중했다고 합니다. 현재는 연구자이자 시민사회 활동을 함께 하고 있고요. 신수연은 해군기지 건설을 둘러싼 바다의 변화를 기록하다가 기후변화, 연안 오염에 대해 눈을 뜨며 제주에서 파란 활동을 시작했지요. 파란에서 기록을 통한 증거 기반의 해양생태계 보호 정책을 지향하는 계기이기도 합니다. "과거가 현재를 구할 수 있을까요?" "우리에게는 희망이 있을까요?" "영화를 제작하면서 아쉬웠던 점이 무엇일까요?" 함께 한 관객들의 질문을 이어가며 영화의 메시지를 일상으로 연결할 방법을 함께 나누는 뜻깊은 자리였습니다. 


정리: 신수연, 신주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