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괭이편이 1년을 맞은 11월, 나는 처음으로 상괭이를 만났다.
그리고 그로부터 시간이 지나서야, 늦은 항해일지를 쓰기 시작했다.
글을 쓰기 시작하자, 그날의 장면들이 하나 둘 다시 떠오른다.
생각보다 따뜻했던 햇살, 잔잔하던 바다, 그리고 수면 위로 스쳐 지나가던 반달 모양의 검은 그림자.
2025.11.23(일) [첫째 날]
출항 전, 우리는 구명조끼를 입고 구조 신호를 보내는 방법, 좌표 전송 방식, 구명함의 위치를 다시 점검했다. 보트에 문제가 생겨 물에 가라앉을 경우, 보트 위에 장착된 GPS 장비가 물에 닿는 순간 자동으로 신호를 전송한다고 한다. 우리는 언제나 안전하게 조사하기 위해 같은 설명을 듣고 확인을 거친다.
도두항 07:00 출항
뒤로는 제주 본섬이, 앞으로는 관탈도가 또렷이 보이는 구간을 지나는 것을 유난히 좋아한다. 이곳의 바다는 매끈매끈하다. 마치 하늘을 그대로 비추는 거울 같다. 뾰족하던 파도의 결이 어느새 사라졌다. 참 예쁘다. 잠시 후, 바다의 표정이 달라졌다. 비가 온 뒤의 수면처럼 뽀글뽀글한 기포가 올라오고, 매끈함 대신 자잘하게 부서진 결이 보인다. 이 차이는 무엇일까. 조류가 지나가기 때문일까, 아니면 수온의 미세한 차이일까. 조금 지나 얇은 패딩을 벗었다. 지난 4월 상괭이 조사 때는 훨씬 추웠던 기억이 있어 단단히 껴입었지만, 오늘은 생각보다 따뜻했다.
우측으로 대관탈도가 보인다. 그 주변에만 어선이 적어도 서른 척은 떠 있다. 정준에게 이유를 묻자, 대관탈도 주변은 어장이 좋아 날씨가 좋은 날엔 어선이 몰린다고 했다. 가을에는 감성돔, 돌돔, 벵에돔, 방어가 잡히는 낚시철이라고 한다. 오늘은 가시거리가 무척 좋았다. 추자 본섬은 물론, 멀리 전라남도 해안선까지 시야에 들어왔다.

관탈도 주변에 모여든 낚싯배 ⓒ상괭이편
08:52 A1 > A2
현재 수온은 16도. 산방산 부근이 전날 20도였던 것에 비하면 이곳은 4도나 낮다. 수온이 낮을수록 상괭이가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는 이야기를 떠올리며, 오늘은 혹시… 괜히 기대가 된다. 거리측정기와 망원경을 받아 망루 뒤편 바구니에 두고 사용했다. 셔터를 누르면 타깃 지점까지의 거리가 측정되지만, 상괭이를 직접 측정하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 선박이나 섬을 대상으로 미리 연습하며 바다 위 거리 감각을 익힌다. 하지만 오늘은 주변에 어선이 거의 없어 충분히 연습하지 못했다. 출항 전에 더 열심히 해둘 걸,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09:25 A2 > A3
우리는 추자도 방향을 향해 지그재그로 항해 중이다. 오른쪽 2시 방향에는 관탈도, 3시 방향에는 제주 본섬이 보인다. 바다는 여전히 잔잔하고, 윤슬이 반짝인다. 수면 위로 기포 같은 것이 조금씩 올라온다. “혹시… 이 기포들이 상괭이의 숨일까?” 바로 아래에서 숨을 쉬고 지나간 건 아닐까. 그런 상상을 하다 보니 나도 모르게 미소가 나온다. 배 위에서 상괭이를 찾는 일은 무념무상에 가깝다. 그 와중에 이런 상상을 하는 나를 발견하면 혼자 웃음이 난다. 햇빛은 따뜻하고, 바다는 잔잔하고, 그래서 기분이 계속 좋아진다.
보은은 섬 이름을 외워두면 유용하다고 했다. 상괭이가 나타났을 때 섬 이름을 알고 있으면 위치를 더 정확히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번 항해에서는 섬 이름을 유심히 익혀보기로 했다. 이제는 비행기 위에서도 사자섬을 바로 알아볼 수 있다.
상괭이를 찾는 박지정 탐사대원 ⓒ상괭이편
10:48 A3 > A4
파도가 조금 거칠어지기 시작했다. 미역도와 절명이섬이 보인다. A3 지점의 수심은 48m, 수온은 16.3도. 지난달 같은 지점의 수온이 25도였다는 이야기를 듣고 나니, 아직은 상괭이가 오기엔 수온이 덜 내려간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고운 물살로 바뀐 것 같죠?” “네, 뭔가 더 잔잔해진 것 같아요” 같은 날의 바다도 이렇게 여러 얼굴을 가진다.
그때였다.
“?!....???”
10시 방향에서 검은 반달 모양의 무언가가 수면 위로 스윽 나타났다. 수면은 너무 잔잔했고, 나무토막 같은 해양 쓰레기도 종종 보여 확신할 수 없었다. 무엇보다 나는 상괭이를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두 번째로 다시 나타났을 때, 그 거리는 아마 150m쯤이었을 것이다. 총 세 마리. 혹은 두 마리였을지도 모른다. 나는 큰 소리로 보은에게 알렸다. 보은도 상괭이의 등을 확인했다고 말해주었고, 의심은 확신으로 바뀌었다. 11월에 상괭이를 확인한 것은 처음이었기에, 연구적으로도 의미 있는 관찰이었다.
이후 밖미역섬 방향으로 현나가 드론을 띄웠다. 이곳은 원래 상괭이가 자주 나타나는 곳이라고 한다. 한 번만 더 보고 싶었다. 사진으로 남기고 싶었다. 그리고 또 한 번, 상괭이가 나타났다. 이번에는 햇빛을 정면으로 받는 방향이었다. 매끈한 회색 몸이 빛을 받아 반짝이며 물속으로 사라졌다. 그 순간 생각했다.
상괭이는 이름 그대로, 정말로 빛난다.

매끈한 회색 몸을 가진 상괭이 ⓒ상괭이편
11:46 A3 > A4
같은 경로를 반복하기 위해, A3로 다시 돌아온 후 다시 A4 방향으로 출발했다. 확실히 조류의 흐름 같은 것이 눈에 띈다. 그리고 밖미역섬 앞에서 잠시 멈춰서 드론을 다시 준비했다. 바다가 좋고 잔잔하니 상괭이를 드론이 찾아주었으면 했다. (일전에 상괭이 얼굴이 보이도록 찍은 사진은 도대체 어떻게 찍은 것인가! 정말 한 해의 운을 다 써도 찍기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했다. )
시간이 지나면서 드론이 좌표를 잘 인식하지 못하여 배터리가 떨어져가서 비상착륙을 시도하고 있었다. 이를 기적적으로 받아낸 정준의 운전실력과 현나의 드론 컨트롤에 큰 박수를 주고 싶다. (사실 나도 최근에 강아지를 드론으로 찾아주려고 하다가 배터리부족으로 비상착륙을 한 적이 있어서 이 때 현나의 마음이 더욱 이해가 되었다.) 상괭이를 만나느라 중간에 시간을 많이 사용했으나 결국 상괭이 사진은 찍지 못했다. 그래도 내가 봤다, 라는 기억이라도 있으니 다행이었다.
원래 오늘 목표가 B1, B2까지 가는 것이었지만 지금은 아직 A4 지점이다. ”오늘 A9까지 갈 수 있을까? 부지런히 다녀야겠다” 라고 정준이 말한다.
그래도 지금 현재 A4로 가는 구간이 굉장히 매끄럽고 아름다운 상태다. 구름 한 점 정말로 보이지 않는다.추자도에서 멀어지는 중이다. 앙금빵이 맛있었고 난 다시 눈을 부릅뜨고 상괭이를 찾기 시작했다. 14:40에 A5에 도착하고, 14:45에 A6에 도착했다. 이후 15:02에 A7에 도착하여 10분 휴식후 15:12에 A8로 다시 출발했다.
15:12 A7 > A8
15시54분 상괭이 무리 발견!
직구도를 지나던 중, 다시 검은 반달 모양의 그림자가 보였다. 이번에는 망설이지 않았다.
“13시방향! 상괭이일까요? 13시 방향! 15시 방향!”
“확인! 자 카메라 준비~!” 정준이 상괭이를 확인했다는 신호를 주었다. 점차 한 두 마리씩 보이기 시작했고, 어린 상괭이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자 정준이 한마디. “안되겠다. 여기 살아야겠다. 먼저들 가~!” 상괭이를 확인한 우리는 이렇게 또 한바탕 웃음꽃이 피었다.
그리고 그 다음부터였다. 사방에서 상괭이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두 마리… 어라? 세 마리? 하나 둘 셋 넷 네 마리! 네 마리 확인! 오? 다섯 마리!”
“와 우와 대박 대박 저기 12시부터 10시 사이에 엄청 많아요! 어린 개체도 보여.”
“우와 진짜 많아. 어떡해 눈물 날 것 같아..! 여기 앞에도 엄청 많아요. 한 열 마리 보여요. 열 마리!”
“저 멀리에도 보인다. 우와 소리 들린다. 푸슈. 너무 너무 감동적이예요. 여기저기 배 주위에 많이 있어요!”
“멋있다. 여기저기서 막 소리가 나요. 맞아. 삐~ 소리도 나고. 푸슈. 너무 예쁘다.”
배 주위 30m 이내까지 다가온 상괭이들. 숨을 쉴 때마다 들리는 푸슈 소리와 삐- 하는 음성. 최소 30마리, 많게는 50마리는 되어 보였다.
“안녕, 난 지정이야.”
괜스레 그 많은 상괭이에게 나를 소개해 보았다.

"반가워, 난 상괭이야." ⓒ상괭이편
16:33 A8로
우리는 남은 구간을 조사해야해서 상괭이를 뒤로하고 다시 앞으로 나아갔다. 이 상황이 신기하기도 했다. 조금 지났는데 아직 상괭이가 우측에 보이지만 아까 그 무리의 상괭이일 수도 있어서 새로운 발견을 했다고 보지 않기로 했다. 출발 전에 잠시 무동력 상태에서 잠시 귀를 기울여 보니 주변에서 계속 상괭이의 숨소리가 써라운드로 들렸다. 너무 기분이 좋다. 잔잔한 고요한 바다가 그들의 숨소리로 가득 채워졌다. 그들은 한 번 깊게 깊은 수심으로 들어갈 때는 배를 지나쳤다가, 반대편에 다시 올라오기도 했다. 주변에 굉장히 많았고 최소 30마리에서 최대 50마리는 있었을 것이다. 직구도와 육지 사이에 있는 구간에서 상괭이들은 추자도 방향으로 가고 있었다.
해가 기울며 하늘에 빛의 커튼이 드리워졌다. 윤슬은 더 선명해졌고, 바다는 다시 매끄러워졌다. 바다 또한 굉장히 매끄럽고 보발보발한 느낌이 드는데 정준이 말하길 밑에 물고기가 엄청 많은 것 같다고 한다. 뾰족뾰족하지 않고 굉장히 울렁울렁한 느낌이 들었다. 우리는 직구도를 좌측에 끼고 다시 앞으로 추자 그릇 뒤로 하고 앞으로 쭉 나가기 시작했다.
상괭이 무리를 본 것은 굉장히 감동적이었다. 정말 많은 상괭이의 등지느러미를 보았다. 처음 봤을 때는 당황해서 얼떨결에 보아 “어 이게 맞나..?” 싶은 마음에 감동이 덜 느껴졌었는데 오늘 이 무리를 본 순간, 제대로 감동 했다. 그 순간 나는 확신했다. 이 추자 바다에는 상괭이가 산다. 그들이 이곳에 산다는 것을 몸소 느꼈다.
17:06 A8 > A9
A9을 향해 출발한 후, 17:21에 도달하여 이날의 조사가 종료되었다. 돌아오는 길에 직구도를 지나는데 아직도 상괭이가 많이 나온다. 해가 다 떨어지기 전에 항에 돌아가기 위해 17:46에 다시 항구로 출발했다.

해질녘까지 이어진 조사 ⓒ상괭이편
조사를 마치고
작년 11,12월엔 상괭이를 볼 수 없었으나, 이번 11월 조사에서 상괭이를 만난 것은 굉장히 흥미로운 일이라고 한다. 바다가 뿌옇게 보였던 이유를 알아보며, 수온 변화와 해양 환경이 상괭이의 서식과 어떻게 맞물리는지도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이는 몇 가지 이유가 겹쳐서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한다. 바닷물은 따뜻하고 가벼운 물과 차갑고 무거운 물로 나뉜 다고 한다. 다만 겨울이 되면 수온이 거의 같아져서 바닷물이 위아래로 쉽게 섞인다. 이 때 바닥에 가라앉아 있던 미세한 퇴적물, 유기물, 플랑크톤 찌꺼기가 수면에 떠오르게 된다. 이는 뻘처럼 끈적한 것이 아닌, 가루처럼 고운 입자여서 더 뿌옇게 보인다고 한다. 더군다나 겨울은 북서풍이 강해서 바람과 파도가 바다를 계속 흔들어서 이 입자를 계속 띄워 놓는 역할을 한다. 더불어 겨울에도 식물플랑크톤이 늘어나며, 바닷물이 섞이면서 위로 올라오면서 햇빛을 조금만 받아도 더 늘어난다고 한다. 이 종류는 우윳빛 연한 회색을 만든다. 즉 수온이 내려가면 바다가 뿌옇게 되는 현상을 볼 수 있으며, 이는 상괭이 서식지에 대한 영향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이 든다. 데이터는 이렇게 쌓인다.
2025.11.23 [2일차]
최근 추자도와 제주 본섬을 오가는 배편이 줄어들면서, 주유소가 문을 닫아 곤란한 상황이 이어졌다. 다행히 주변 분들의 도움으로 휘발유를 조금씩 모아 출항할 수 있었다. 10시에 주유소가 문을 열면 다시 충전하러 갈 예정이다.

출항 준비중인 베롱호 ⓒ상괭이편
08:47 항구 > B7
B7은 추자도에서 멀리 떨어진 북동쪽, 전라남도 인근 해역에 위치한다. 이동하는 동안 현나에게 해상상태를 판단하는 방법을 배웠다. 해상상태는 숫자로 기록한다. 0은 거의 사용하지 않고, 바다가 거울처럼 잔잔할 때를 1로, 조금이라도 백파가 보이면 3 이상으로 기록한다. 조사팀원 간 기준을 미리 맞춰두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구멍섬, 큰보름섬을 지나치는데 1에 가까운 2 수준의 해상상태라고 할 수 있겠다. 더불어 지속시간도 중요하다고 한다. 우리는 구역을 이동하므로 도착지점 기준으로 지속시간을 보고, 해상상태를 정한다고 한다.
1) 관찰지점의 해상상태, 2) 지속시간, 3) 다른 팀원과의 기준 평준화 > 이 3가지가 중요하다.
09:30 B7 > B6
“상괭이!!”
B7에서 B6로 이동한 지 불과 5분 만에, 보은이 상괭이를 발견했다. 곧이어 정준의 목소리가 들렸다.
“상괭이 확인!”
B6에 도착하면 휘발유를 충전하기 위해 다시 상추자도로 돌아가야 했고, 날씨가 나빠질 가능성도 있어 전날처럼 추가 탐색은 하지 않고 조사를 이어가기로 했다. 이로 인해 전체 일정은 약 한 시간가량 지연되었다. 이후를 대비해 주유소 사장님 연락처를 따로 확보해두어야겠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다시 출발한 뒤에도 해상상태는 여전히 2 정도를 유지했다. 중간중간 거리측정기를 사용해 섬과 선박까지의 거리를 재며 감각을 익혔다. 10시 38분, B6 지점에 도착. 이후 19~21노트의 속도로 항구로 이동했다. 약 10분 만에 도착해, 보은과 함께 휘발유를 가지러 갔다. 열 통 남짓 되는 휘발유통을 가득 채워 다시 보트로 돌아왔고, 11시 28분, B6을 향해 다시 출항했다.
11:39 B6 > B5
오전보다 백파가 조금씩 더 보이기 시작한다. 왼쪽에는 납덕이섬을, 우측 뒤편에는 검은가리섬을 두고 항해했다. 보은은 이곳이 정준이 처음 상괭이를 만났던 해역이라고 알려주었다.
11:57 B5 > B4
상도와 구멍섬을 왼쪽에 끼고 이동하자, 정준이 이곳의 물색이 어제보다 훨씬 깨끗하다고 말했다. 어떤 곳은 뿌옇고, 어떤 곳은 맑다. 수온이 전반적으로 내려간다 해도, 왜 위치마다 이렇게 다른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 12시 20분, 교대 후 나는 배 안에서 점심 준비를 시작했다. 떡볶이에 라면사리를 넣어 라볶이를 만들었다. 그런데 그때, 화장실 물이 내려가지 않는 문제가 발생했다. 12시 56분, B4 지점에 도착. 점심을 먹는 동안 정준은 혼자 B3를 향해 항해를 이어가 주었다. 14시 8분, B3에 도착했지만, 교대 전까지 화장실 문제는 끝내 해결하지 못했다.
15:08 B2 > B1
파고가 있어 조사는 선미 쪽에서 진행했다. 15시 50분, 안강망 어선 두 척이 보였다. 서로 약 500m 정도 떨어져 있었고, 이곳은 추자 본섬에서 약 10km 떨어진 해역이다. 해당 구역은 추자 해상풍력 사업 예정지이기도 하다. 16시 18분, B1 지점 도착. 수온은 17.8도로 측정되었고, A9 지점보다 1도 이상 높은 것이 확인되었다. 이제 항구로 복귀할 시간이다. 정준은 속도를 내기 위해 모두 선실 안으로 들어오라고 했다. 17시 48분, 바람이 뒤에서 밀어주었고, 정준의 운전 덕분에 예상보다 빠르게 항구에 도착할 수 있었다.
해상풍력 예정지에서 발견한 안강망 어선 ⓒ상괭이편
저녁을 함께 먹은 뒤, 정준과 상희가 배를 끌어올려 대정까지 다시 운반하는 과정을 지켜보았다. 긴 항해를 마치고 식사한 뒤에도, 배를 연결하고 끌어올려 차량에 단단히 고정한 뒤 조심스럽게 다시 대정까지 운전하는 일은 상상 이상으로 많은 체력과 집중력을 요구한다. 이 과정을 매번 해내는 정준과 상희가 새삼 대단하게 느껴졌다. 그들의 노력이 있기에, 상괭이를 위한 데이터는 이렇게 차곡차곡 쌓여간다.
이번 복길도 인근에서의 상괭이 무리 발견 역시 그 기록의 중요한 한 페이지가 되었기를 바란다.

🐬 항해 전 점검 사항🐬
[복장]
방수·방풍 기능이 있는 다이빙 보트코트 재질의 겉옷 착용. 보트코트 포켓에 핸드폰을 넣으면 방수가 됨. 바라클라바와 러닝용 얼굴가리개를 가지고 있으면 찬바람을 덜 느낌. 옷은 한라산 갈 때처럼 얇은 옷을 겹겹이로 입으면 좋음. 더워지면 한겹씩 벗으면 쾌적함.
[음식]
신맛이 나는 귤 위주로 섭취. 달콤한 간식도 순간 정신을 차리기에는 도움이 될 수는 있으나, 이내 다시 금방 졸려지므로 약간의 허기짐과 신맛이 쾌적한 항해에 도움이 됨.
[유의사항]
- 거리측정 연습
항해 출발 초반에 아직 선박이나 부이가 보일 때 미리 같이 거리측정 연습 진행 필요. 조사 팀원과 동일한 기준의 거리 감각이 있어야 이후 상괭이 출현시에도 사진촬영 등 도움이 될 수 있음.
- 주유소 영업 시점
베롱호에 모든 휘발유를 가지고 다닐 수 없으므로 추자에서 주유가 필요하나, 주유소가 영업을 하는지 사전에 사장님 번호로 확인 필요.
상괭이편이 1년을 맞은 11월, 나는 처음으로 상괭이를 만났다.
그리고 그로부터 시간이 지나서야, 늦은 항해일지를 쓰기 시작했다.
글을 쓰기 시작하자, 그날의 장면들이 하나 둘 다시 떠오른다.
생각보다 따뜻했던 햇살, 잔잔하던 바다, 그리고 수면 위로 스쳐 지나가던 반달 모양의 검은 그림자.
2025.11.23(일) [첫째 날]
출항 전, 우리는 구명조끼를 입고 구조 신호를 보내는 방법, 좌표 전송 방식, 구명함의 위치를 다시 점검했다. 보트에 문제가 생겨 물에 가라앉을 경우, 보트 위에 장착된 GPS 장비가 물에 닿는 순간 자동으로 신호를 전송한다고 한다. 우리는 언제나 안전하게 조사하기 위해 같은 설명을 듣고 확인을 거친다.
도두항 07:00 출항
뒤로는 제주 본섬이, 앞으로는 관탈도가 또렷이 보이는 구간을 지나는 것을 유난히 좋아한다. 이곳의 바다는 매끈매끈하다. 마치 하늘을 그대로 비추는 거울 같다. 뾰족하던 파도의 결이 어느새 사라졌다. 참 예쁘다. 잠시 후, 바다의 표정이 달라졌다. 비가 온 뒤의 수면처럼 뽀글뽀글한 기포가 올라오고, 매끈함 대신 자잘하게 부서진 결이 보인다. 이 차이는 무엇일까. 조류가 지나가기 때문일까, 아니면 수온의 미세한 차이일까. 조금 지나 얇은 패딩을 벗었다. 지난 4월 상괭이 조사 때는 훨씬 추웠던 기억이 있어 단단히 껴입었지만, 오늘은 생각보다 따뜻했다.
우측으로 대관탈도가 보인다. 그 주변에만 어선이 적어도 서른 척은 떠 있다. 정준에게 이유를 묻자, 대관탈도 주변은 어장이 좋아 날씨가 좋은 날엔 어선이 몰린다고 했다. 가을에는 감성돔, 돌돔, 벵에돔, 방어가 잡히는 낚시철이라고 한다. 오늘은 가시거리가 무척 좋았다. 추자 본섬은 물론, 멀리 전라남도 해안선까지 시야에 들어왔다.

관탈도 주변에 모여든 낚싯배 ⓒ상괭이편08:52 A1 > A2
현재 수온은 16도. 산방산 부근이 전날 20도였던 것에 비하면 이곳은 4도나 낮다. 수온이 낮을수록 상괭이가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는 이야기를 떠올리며, 오늘은 혹시… 괜히 기대가 된다. 거리측정기와 망원경을 받아 망루 뒤편 바구니에 두고 사용했다. 셔터를 누르면 타깃 지점까지의 거리가 측정되지만, 상괭이를 직접 측정하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 선박이나 섬을 대상으로 미리 연습하며 바다 위 거리 감각을 익힌다. 하지만 오늘은 주변에 어선이 거의 없어 충분히 연습하지 못했다. 출항 전에 더 열심히 해둘 걸,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09:25 A2 > A3
우리는 추자도 방향을 향해 지그재그로 항해 중이다. 오른쪽 2시 방향에는 관탈도, 3시 방향에는 제주 본섬이 보인다. 바다는 여전히 잔잔하고, 윤슬이 반짝인다. 수면 위로 기포 같은 것이 조금씩 올라온다. “혹시… 이 기포들이 상괭이의 숨일까?” 바로 아래에서 숨을 쉬고 지나간 건 아닐까. 그런 상상을 하다 보니 나도 모르게 미소가 나온다. 배 위에서 상괭이를 찾는 일은 무념무상에 가깝다. 그 와중에 이런 상상을 하는 나를 발견하면 혼자 웃음이 난다. 햇빛은 따뜻하고, 바다는 잔잔하고, 그래서 기분이 계속 좋아진다.
보은은 섬 이름을 외워두면 유용하다고 했다. 상괭이가 나타났을 때 섬 이름을 알고 있으면 위치를 더 정확히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번 항해에서는 섬 이름을 유심히 익혀보기로 했다. 이제는 비행기 위에서도 사자섬을 바로 알아볼 수 있다.
10:48 A3 > A4
파도가 조금 거칠어지기 시작했다. 미역도와 절명이섬이 보인다. A3 지점의 수심은 48m, 수온은 16.3도. 지난달 같은 지점의 수온이 25도였다는 이야기를 듣고 나니, 아직은 상괭이가 오기엔 수온이 덜 내려간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고운 물살로 바뀐 것 같죠?” “네, 뭔가 더 잔잔해진 것 같아요” 같은 날의 바다도 이렇게 여러 얼굴을 가진다.
그때였다.
“?!....???”
10시 방향에서 검은 반달 모양의 무언가가 수면 위로 스윽 나타났다. 수면은 너무 잔잔했고, 나무토막 같은 해양 쓰레기도 종종 보여 확신할 수 없었다. 무엇보다 나는 상괭이를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두 번째로 다시 나타났을 때, 그 거리는 아마 150m쯤이었을 것이다. 총 세 마리. 혹은 두 마리였을지도 모른다. 나는 큰 소리로 보은에게 알렸다. 보은도 상괭이의 등을 확인했다고 말해주었고, 의심은 확신으로 바뀌었다. 11월에 상괭이를 확인한 것은 처음이었기에, 연구적으로도 의미 있는 관찰이었다.
이후 밖미역섬 방향으로 현나가 드론을 띄웠다. 이곳은 원래 상괭이가 자주 나타나는 곳이라고 한다. 한 번만 더 보고 싶었다. 사진으로 남기고 싶었다. 그리고 또 한 번, 상괭이가 나타났다. 이번에는 햇빛을 정면으로 받는 방향이었다. 매끈한 회색 몸이 빛을 받아 반짝이며 물속으로 사라졌다. 그 순간 생각했다.
상괭이는 이름 그대로, 정말로 빛난다.
매끈한 회색 몸을 가진 상괭이 ⓒ상괭이편
11:46 A3 > A4
같은 경로를 반복하기 위해, A3로 다시 돌아온 후 다시 A4 방향으로 출발했다. 확실히 조류의 흐름 같은 것이 눈에 띈다. 그리고 밖미역섬 앞에서 잠시 멈춰서 드론을 다시 준비했다. 바다가 좋고 잔잔하니 상괭이를 드론이 찾아주었으면 했다. (일전에 상괭이 얼굴이 보이도록 찍은 사진은 도대체 어떻게 찍은 것인가! 정말 한 해의 운을 다 써도 찍기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했다. )
시간이 지나면서 드론이 좌표를 잘 인식하지 못하여 배터리가 떨어져가서 비상착륙을 시도하고 있었다. 이를 기적적으로 받아낸 정준의 운전실력과 현나의 드론 컨트롤에 큰 박수를 주고 싶다. (사실 나도 최근에 강아지를 드론으로 찾아주려고 하다가 배터리부족으로 비상착륙을 한 적이 있어서 이 때 현나의 마음이 더욱 이해가 되었다.) 상괭이를 만나느라 중간에 시간을 많이 사용했으나 결국 상괭이 사진은 찍지 못했다. 그래도 내가 봤다, 라는 기억이라도 있으니 다행이었다.
원래 오늘 목표가 B1, B2까지 가는 것이었지만 지금은 아직 A4 지점이다. ”오늘 A9까지 갈 수 있을까? 부지런히 다녀야겠다” 라고 정준이 말한다.
그래도 지금 현재 A4로 가는 구간이 굉장히 매끄럽고 아름다운 상태다. 구름 한 점 정말로 보이지 않는다.추자도에서 멀어지는 중이다. 앙금빵이 맛있었고 난 다시 눈을 부릅뜨고 상괭이를 찾기 시작했다. 14:40에 A5에 도착하고, 14:45에 A6에 도착했다. 이후 15:02에 A7에 도착하여 10분 휴식후 15:12에 A8로 다시 출발했다.
15:12 A7 > A8
15시54분 상괭이 무리 발견!
직구도를 지나던 중, 다시 검은 반달 모양의 그림자가 보였다. 이번에는 망설이지 않았다.
“13시방향! 상괭이일까요? 13시 방향! 15시 방향!”
“확인! 자 카메라 준비~!” 정준이 상괭이를 확인했다는 신호를 주었다. 점차 한 두 마리씩 보이기 시작했고, 어린 상괭이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자 정준이 한마디. “안되겠다. 여기 살아야겠다. 먼저들 가~!” 상괭이를 확인한 우리는 이렇게 또 한바탕 웃음꽃이 피었다.
그리고 그 다음부터였다. 사방에서 상괭이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두 마리… 어라? 세 마리? 하나 둘 셋 넷 네 마리! 네 마리 확인! 오? 다섯 마리!”
“와 우와 대박 대박 저기 12시부터 10시 사이에 엄청 많아요! 어린 개체도 보여.”
“우와 진짜 많아. 어떡해 눈물 날 것 같아..! 여기 앞에도 엄청 많아요. 한 열 마리 보여요. 열 마리!”
“저 멀리에도 보인다. 우와 소리 들린다. 푸슈. 너무 너무 감동적이예요. 여기저기 배 주위에 많이 있어요!”
“멋있다. 여기저기서 막 소리가 나요. 맞아. 삐~ 소리도 나고. 푸슈. 너무 예쁘다.”
배 주위 30m 이내까지 다가온 상괭이들. 숨을 쉴 때마다 들리는 푸슈 소리와 삐- 하는 음성. 최소 30마리, 많게는 50마리는 되어 보였다.
“안녕, 난 지정이야.”
괜스레 그 많은 상괭이에게 나를 소개해 보았다.
"반가워, 난 상괭이야." ⓒ상괭이편
16:33 A8로
우리는 남은 구간을 조사해야해서 상괭이를 뒤로하고 다시 앞으로 나아갔다. 이 상황이 신기하기도 했다. 조금 지났는데 아직 상괭이가 우측에 보이지만 아까 그 무리의 상괭이일 수도 있어서 새로운 발견을 했다고 보지 않기로 했다. 출발 전에 잠시 무동력 상태에서 잠시 귀를 기울여 보니 주변에서 계속 상괭이의 숨소리가 써라운드로 들렸다. 너무 기분이 좋다. 잔잔한 고요한 바다가 그들의 숨소리로 가득 채워졌다. 그들은 한 번 깊게 깊은 수심으로 들어갈 때는 배를 지나쳤다가, 반대편에 다시 올라오기도 했다. 주변에 굉장히 많았고 최소 30마리에서 최대 50마리는 있었을 것이다. 직구도와 육지 사이에 있는 구간에서 상괭이들은 추자도 방향으로 가고 있었다.
해가 기울며 하늘에 빛의 커튼이 드리워졌다. 윤슬은 더 선명해졌고, 바다는 다시 매끄러워졌다. 바다 또한 굉장히 매끄럽고 보발보발한 느낌이 드는데 정준이 말하길 밑에 물고기가 엄청 많은 것 같다고 한다. 뾰족뾰족하지 않고 굉장히 울렁울렁한 느낌이 들었다. 우리는 직구도를 좌측에 끼고 다시 앞으로 추자 그릇 뒤로 하고 앞으로 쭉 나가기 시작했다.
상괭이 무리를 본 것은 굉장히 감동적이었다. 정말 많은 상괭이의 등지느러미를 보았다. 처음 봤을 때는 당황해서 얼떨결에 보아 “어 이게 맞나..?” 싶은 마음에 감동이 덜 느껴졌었는데 오늘 이 무리를 본 순간, 제대로 감동 했다. 그 순간 나는 확신했다. 이 추자 바다에는 상괭이가 산다. 그들이 이곳에 산다는 것을 몸소 느꼈다.
17:06 A8 > A9
A9을 향해 출발한 후, 17:21에 도달하여 이날의 조사가 종료되었다. 돌아오는 길에 직구도를 지나는데 아직도 상괭이가 많이 나온다. 해가 다 떨어지기 전에 항에 돌아가기 위해 17:46에 다시 항구로 출발했다.
해질녘까지 이어진 조사 ⓒ상괭이편
조사를 마치고
작년 11,12월엔 상괭이를 볼 수 없었으나, 이번 11월 조사에서 상괭이를 만난 것은 굉장히 흥미로운 일이라고 한다. 바다가 뿌옇게 보였던 이유를 알아보며, 수온 변화와 해양 환경이 상괭이의 서식과 어떻게 맞물리는지도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이는 몇 가지 이유가 겹쳐서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한다. 바닷물은 따뜻하고 가벼운 물과 차갑고 무거운 물로 나뉜 다고 한다. 다만 겨울이 되면 수온이 거의 같아져서 바닷물이 위아래로 쉽게 섞인다. 이 때 바닥에 가라앉아 있던 미세한 퇴적물, 유기물, 플랑크톤 찌꺼기가 수면에 떠오르게 된다. 이는 뻘처럼 끈적한 것이 아닌, 가루처럼 고운 입자여서 더 뿌옇게 보인다고 한다. 더군다나 겨울은 북서풍이 강해서 바람과 파도가 바다를 계속 흔들어서 이 입자를 계속 띄워 놓는 역할을 한다. 더불어 겨울에도 식물플랑크톤이 늘어나며, 바닷물이 섞이면서 위로 올라오면서 햇빛을 조금만 받아도 더 늘어난다고 한다. 이 종류는 우윳빛 연한 회색을 만든다. 즉 수온이 내려가면 바다가 뿌옇게 되는 현상을 볼 수 있으며, 이는 상괭이 서식지에 대한 영향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이 든다. 데이터는 이렇게 쌓인다.
2025.11.23 [2일차]
최근 추자도와 제주 본섬을 오가는 배편이 줄어들면서, 주유소가 문을 닫아 곤란한 상황이 이어졌다. 다행히 주변 분들의 도움으로 휘발유를 조금씩 모아 출항할 수 있었다. 10시에 주유소가 문을 열면 다시 충전하러 갈 예정이다.
출항 준비중인 베롱호 ⓒ상괭이편
08:47 항구 > B7
B7은 추자도에서 멀리 떨어진 북동쪽, 전라남도 인근 해역에 위치한다. 이동하는 동안 현나에게 해상상태를 판단하는 방법을 배웠다. 해상상태는 숫자로 기록한다. 0은 거의 사용하지 않고, 바다가 거울처럼 잔잔할 때를 1로, 조금이라도 백파가 보이면 3 이상으로 기록한다. 조사팀원 간 기준을 미리 맞춰두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구멍섬, 큰보름섬을 지나치는데 1에 가까운 2 수준의 해상상태라고 할 수 있겠다. 더불어 지속시간도 중요하다고 한다. 우리는 구역을 이동하므로 도착지점 기준으로 지속시간을 보고, 해상상태를 정한다고 한다.
1) 관찰지점의 해상상태, 2) 지속시간, 3) 다른 팀원과의 기준 평준화 > 이 3가지가 중요하다.
09:30 B7 > B6
“상괭이!!”
B7에서 B6로 이동한 지 불과 5분 만에, 보은이 상괭이를 발견했다. 곧이어 정준의 목소리가 들렸다.
“상괭이 확인!”
B6에 도착하면 휘발유를 충전하기 위해 다시 상추자도로 돌아가야 했고, 날씨가 나빠질 가능성도 있어 전날처럼 추가 탐색은 하지 않고 조사를 이어가기로 했다. 이로 인해 전체 일정은 약 한 시간가량 지연되었다. 이후를 대비해 주유소 사장님 연락처를 따로 확보해두어야겠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다시 출발한 뒤에도 해상상태는 여전히 2 정도를 유지했다. 중간중간 거리측정기를 사용해 섬과 선박까지의 거리를 재며 감각을 익혔다. 10시 38분, B6 지점에 도착. 이후 19~21노트의 속도로 항구로 이동했다. 약 10분 만에 도착해, 보은과 함께 휘발유를 가지러 갔다. 열 통 남짓 되는 휘발유통을 가득 채워 다시 보트로 돌아왔고, 11시 28분, B6을 향해 다시 출항했다.
11:39 B6 > B5
오전보다 백파가 조금씩 더 보이기 시작한다. 왼쪽에는 납덕이섬을, 우측 뒤편에는 검은가리섬을 두고 항해했다. 보은은 이곳이 정준이 처음 상괭이를 만났던 해역이라고 알려주었다.
11:57 B5 > B4
상도와 구멍섬을 왼쪽에 끼고 이동하자, 정준이 이곳의 물색이 어제보다 훨씬 깨끗하다고 말했다. 어떤 곳은 뿌옇고, 어떤 곳은 맑다. 수온이 전반적으로 내려간다 해도, 왜 위치마다 이렇게 다른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 12시 20분, 교대 후 나는 배 안에서 점심 준비를 시작했다. 떡볶이에 라면사리를 넣어 라볶이를 만들었다. 그런데 그때, 화장실 물이 내려가지 않는 문제가 발생했다. 12시 56분, B4 지점에 도착. 점심을 먹는 동안 정준은 혼자 B3를 향해 항해를 이어가 주었다. 14시 8분, B3에 도착했지만, 교대 전까지 화장실 문제는 끝내 해결하지 못했다.
15:08 B2 > B1
파고가 있어 조사는 선미 쪽에서 진행했다. 15시 50분, 안강망 어선 두 척이 보였다. 서로 약 500m 정도 떨어져 있었고, 이곳은 추자 본섬에서 약 10km 떨어진 해역이다. 해당 구역은 추자 해상풍력 사업 예정지이기도 하다. 16시 18분, B1 지점 도착. 수온은 17.8도로 측정되었고, A9 지점보다 1도 이상 높은 것이 확인되었다. 이제 항구로 복귀할 시간이다. 정준은 속도를 내기 위해 모두 선실 안으로 들어오라고 했다. 17시 48분, 바람이 뒤에서 밀어주었고, 정준의 운전 덕분에 예상보다 빠르게 항구에 도착할 수 있었다.
저녁을 함께 먹은 뒤, 정준과 상희가 배를 끌어올려 대정까지 다시 운반하는 과정을 지켜보았다. 긴 항해를 마치고 식사한 뒤에도, 배를 연결하고 끌어올려 차량에 단단히 고정한 뒤 조심스럽게 다시 대정까지 운전하는 일은 상상 이상으로 많은 체력과 집중력을 요구한다. 이 과정을 매번 해내는 정준과 상희가 새삼 대단하게 느껴졌다. 그들의 노력이 있기에, 상괭이를 위한 데이터는 이렇게 차곡차곡 쌓여간다.
이번 복길도 인근에서의 상괭이 무리 발견 역시 그 기록의 중요한 한 페이지가 되었기를 바란다.
🐬 항해 전 점검 사항🐬
[복장]
방수·방풍 기능이 있는 다이빙 보트코트 재질의 겉옷 착용. 보트코트 포켓에 핸드폰을 넣으면 방수가 됨. 바라클라바와 러닝용 얼굴가리개를 가지고 있으면 찬바람을 덜 느낌. 옷은 한라산 갈 때처럼 얇은 옷을 겹겹이로 입으면 좋음. 더워지면 한겹씩 벗으면 쾌적함.
[음식]
신맛이 나는 귤 위주로 섭취. 달콤한 간식도 순간 정신을 차리기에는 도움이 될 수는 있으나, 이내 다시 금방 졸려지므로 약간의 허기짐과 신맛이 쾌적한 항해에 도움이 됨.
[유의사항]
- 거리측정 연습
항해 출발 초반에 아직 선박이나 부이가 보일 때 미리 같이 거리측정 연습 진행 필요. 조사 팀원과 동일한 기준의 거리 감각이 있어야 이후 상괭이 출현시에도 사진촬영 등 도움이 될 수 있음.
- 주유소 영업 시점
베롱호에 모든 휘발유를 가지고 다닐 수 없으므로 추자에서 주유가 필요하나, 주유소가 영업을 하는지 사전에 사장님 번호로 확인 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