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 [토론회 후기] 제주남방큰돌고래, 생존과 생태법인 너머 가능성을 묻다

부시리
2026-0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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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비가 부슬부슬 내리던 2월의 끝자락, 24일 오후에 제주소통협력센터 5층에서는 '제주남방큰돌고래 서식지 보호를 위한 정책토론회'가 열렸습니다. 이 자리에서는 '대정읍 남방큰돌고래 서식지 위협 요인 조사 결과'(파란 박성준 활동가)와 현재 제주도에서 추진 중인 '생태법인 제도'의 (불)가능성(함부르크대학교 지속가능성연구센터 황준서 연구원)에 대한 2개의 주제 발표가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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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표 1: 대정읍 남방큰돌고래 서식지 위협 요인 조사 결과 

조사 개요
노을해안로는 대정읍 일과리·영락리·무릉리·신도리 일대 해역으로 남방큰돌고래의 주요 서식지이자 낚시·관광·양식업 등 다양한 인간 활동이 집중되는 공간입니다. 2025년 4월 해양수산부는 신도리 인근 바다 2.36㎢를 남방큰돌고래를 보호하기 위한 해양생물보호구역으로 지정하였으나, 같은 해 5월 폐어구에 얽힌 채 살아가던 남방큰돌고래 어린 개체 종달이가 폐사한 것으로 추정되는 사건이 발생하였습니다. '제2의 종달이'가 다시 나타나지 않도록 하는 마음으로 이번 토론회를 준비하였습니다. 노을해안로 조사는 2025년 7월부터 12월까지 해안가와 수중에 대한 파란 폐어구탐사대원들의 현장 조사, 기존 문헌 및 축적된 연구 데이터를 종합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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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_양식장배출수 주변 오염 모습(거품, 슬러지), 우_비온뒤 육상오염원이 바다로 유입되는 모습 ©파란

수질 오염

  • 육상 양식장 배출수: 2025년 기준 제주 내 육상 양식장 332개 중 72개가 대정읍에 밀집해 있습니다. 육상양식장이 사용후 배출하는 배출수량은 제주 공공하수처리시설 하루 평균 사용량의 80배 이상이며, 오염 부하량은 축산 폐수 처리 시설에 이어 오염원 2위입니다. 노을해안로 현장조사 결과 확인된 육상양식장 배출관 28개 중 확인된 곳 22개는 배출 경로를 따라 주변이 갈색 거품과 슬러지 등으로 오염되어 있었습니다.  

  • 수중 조사 결과 배출구 반경 100m 이내에서는 시야가 거의 확보되지 않을 정도로 탁도가 높았고, 배출구 인근에는 전갱이·고등어 등이 사료 찌꺼기를 먹기 위해 집결하는 반면 해조류 군락 등 저서생물은 자취를 찾을 수 없었습니다. 배출수는 육상에서 약 300m 범위에 장시간 머무르는 경향이 있습니다. 

  • 공사 폐기물: 육상양식장의 취수관 교체 시 기존 파이프를 수거하지 않고 방치하거나, 교체 작업 중 화물선에서 고정목 등 폐자재를 해상에 투기하는 사례가 확인되었습니다. 이는 해양보호구역 내에서 이루어지는 공사임에도 관리 체계가 작동하지 않고 있음을 드러냅니다.

육상 기인 오염 물질 

  • 노을해안로에 연결된 수로를 통해 생활 쓰레기·농약·폐농자재가 유입되고 있으며,  소하천 하류의 오염도가 특히 높았습니다. 2022년 기준 제주도의 단위 면적당 농약 사용량은 전국 평균의 4배이며, 지하수 질산성 질소 농도는 먹는물 기준의 2배를 초과하였습니다. 과도한 비료 사용으로 인한 질소·인 성분이 하천을 통해 연안 생태계를 교란하고 있습니다.

과도한 해양 레저 활동

  • 낚시: 노을해안로는 대물낚시의 성지로 불리고 있으며 갯바위에서 다양한 방식의 낚시가 행해지고 있습니다. 특히 대물 낚시는 살아있는 광어를 미끼로 최대 300m까지 흘려보내는 방식으로 돌고래에게 가장 직접적인 위협이 됩니다. 실제 돌고래 개체에서 대물낚시 채비에 얽힌 상처가 확인됩니다.

  • 돌고래 투어: 2025년 10월 기준 노을해안로에서 선박 투어를 운영하는 업체는 9곳으로, 오전 10시부터 최대 35회 운항이 가능했습니다. 시간당 평균 6~8척의 선박이 돌고래 무리를 마주하며, 제트보트·어선·공사 선박까지 포함하면 그 밀도는 더욱 높았습니다. 2023년 해양수산부에서 돌고래에 50m 접근 금지, 300m 내 동시 3척 이상 접근 금지 등의 규정을 개정하였으나 현장에서는 지켜지지 않고 있었습니다. 특히 낚시 체험 선박이 사실상 돌고래 관광투어 용으로 운영 중이며, 제주도와 해운 당국은 법 해석 차이를 이유로 방치하고 있었습니다.

해상 풍력 사업  

  • 해상풍력 발전 사업도 남방큰돌고래를 위협하는 요인입니다. 제주탄소중립 2030 정책의 일환으로 2033년까지 대정읍 동일리 일대 해상의 약 5.9㎢ 해역에 100MW 규모(발전기 18기)의 해상풍력발전단지를 조성할 계획이며, 그곳은신도리 해양보호구역으로부터 불과 8.6km 거리에 위치한 남방큰돌고래 핵심 서식지입니다. 공사 중 발생하는 소음과 해저 지형 교란은 돌고래에게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 이 외에도 서귀포 앞바다 고체연료 우주발사체 시험 발사(4차, 향후 10회 추가 예정), 제주 바다 AI 인프라 구축 계획 등 복합적인 개발 압력이 가중되고 있습니다.  

제주남방큰돌고래를 위한 해양생물보호구역이 지정되었어도, 인위적 행위로 인한 위협 요인은 여전히 남방큰돌고래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남방큰돌고래를 실질적으로 보호하기 위한 공론화, 규제의 도입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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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사 공간 : 대정읍 노을해안로 (일과리, 영락리, 무릉리, 신도리, 고산리) ©파란

발표 2: 제주남방큰돌고래 서식지 보호를 위한 과제 ㅡ 생태법인의 (불)가능성

생태법인의 네 가지 접근 유형

고유성과 특수성, 실용성과 총체성의 카테고리를 통해 우리는 생태법인의 네가지 유형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 제한적 권한 부여형: 특정 생태계를 보호하기 위해 비인간 존재에게 제한적 법적 자격을 인정하는 방식입니다. 미국에서 나무의 권리를 인정하자는 논의가 대표적이나, 실제 법원에서 적격성이 인정되지 않은 사례도 있습니다.
  • 법 인격 부여형(뉴질랜드 사례): 왕가누이강이 법인격으로 인정되어 국가 소유가 아님을 확인 받은 사례입니다. 마오리족의 독립 운동에 대한 정치적 타협의 산물로, 자연의 대리인 역할을 할 주체가 명확한 것이 특징입니다.
  • 총체적 자연권 인정형(에콰도르·볼리비아): 자연 전체가 고유한 권리를 보유한다는 전제 아래 헌법에 자연의 권리를 명시하고, 누구든 자연을 대신해 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한 방식입니다.
  • 기존 법 확대 해석형(콜롬비아): 대법원이 기존 법을 확대 해석하여 모든 강에 법적 지위를 부여한 사례로, 법 개정 없이 법원 판결로 이루어졌습니다.

국내 1호 생태법인 도입을 위한 제주특별법 개정안  

  • 현재 국내1호 생태법인 제도 도입을 위해 국회에 계류중인 제주특별법 개정안은 생태법인의 설립·지정 권한을 도지사에게 부여하고, 필요 없어진 경우 취소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어 인간 제도의 틀 안에서 권리를 인정하는 상당히 제한된 방식입니다. 국내 최초 법제화 시도에 의미를 부여하고 싶겠지만 ▲도지사 권한 집중에 따른 자의적 운용 가능성, ▲생태법인이 개발 사업의 정당화 수단으로 악용될 위험 ▲지역 주민 배제 또는 특정 집단의 대리인 독점 문제, ▲기존 환경법과의 관계 정립 미흡 등이 우려됩니다.

현행 해양 보호 제도의 한계  

  • 한국은 공해상의 해양생물다양성협정(BBNJ)에 동아시아에서 처음으로 비준하는 등 국제적으로 해양 보호 의지를 표명하고 있으나, 실제 국내 해양보호구역 지정 및 관리는 실효적이지 않으며 수산업을 우선시하는 구조입니다. 합법적으로 허가된 활동에서 발생하는 오염과 피해에 대해서도 보조금을 지급하는 등의 상황을 보았을 때 오염과 파괴는 '합법'과 '불법'이 아닌 구조적 불평등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제안

  • 남방큰돌고래를 중심으로 제도와 공간에 대한 재구성을 제안하고 싶습니다. 신도리 해양생물보호구역 2.36㎢ 는 사실 돌고래 행동반경을 고려할 때 지극히 작으며 서식지를 고려하여 보호구역 면적을 대폭 확대해야합니다. 또한 바다 공간에 대한 권리와 의무를 선언하며 해당 해역의 모든 개발을 중단하고 충분한 논의 시간을 확보할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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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명의 주제 발표 이후, 진희종 좌장(제주평생교육장학진흥원장, 생태법인 연구자)의 진행을 통해 주제발표에 대한 토론자들의 의견을 들었습니다.  2015년부터 제주도에서 남방큰돌고래 다큐멘터리를 제작해 온 이정준 감독(해양다큐멘터리제작팀 돌핀맨)은 육상 양식장 배출수 문제를 남방큰돌고래 서식지를 위협하는 가장 심각한 요인으로 꼽았습니다. 배출수 앞에서 가마우지가 양식장 넙치를 손쉽게 포식하는 모습은 거름망을 설치하지 않은 채 배출수 관리의 명백한 불법 상태를 보여주는 장면이며, 배출관 주변 연안 생물상이 단조로워지고, 폐사한 넙치가 발견되는 등 수중 환경이 악화된 상황을 현장 영상으로 보여주었습니다. 

대정에서 남방큰돌고래 해방운동을 하고 있는 황현진 대표(핫핑크돌핀스)는 해상풍력발전사업, 관광선박, 해상군사훈련, 레저낚시 등 전반의 문제를 각각 지적했습니다. 재생에너지 전환 자체는 필요하나, 돌고래 서식에 영향을 주는 해상풍력발전사업 입지는 전면 재검토가 요구되며, 돌고래 서식처 한복판에서 수십 척의 관광 선박이 하루 종일 운항하고 있다는 점, 규정을 위반한  관광선박에 대한 과태료 부과 체계가 마련되었으나 실효성이 없다는 점을 꼬집으며 개선안으로 ▲해안선 2~4km 이내 운항 거리 제한 ▲선박 추적 시스템(GPS) 활용 단속 ▲위반 시 1차 과태료, 2차 운항 일시정지, 3차 면허 취소 등 단계적 제재 강화를 제안하였습니다. 

해양동물생태보전연구소(MARC)의 장수진 대표는 제주도정의 생태법인 정책 도입 초기 논의 과정부터 참여해왔으나 도입 이후 실질적으로 남방큰돌고래 보호 효과를 기대하기까지 위협요인에 대한 선결 과제가 상당하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하루 50~100km를 이동하는 돌고래 행동권에 비해  신도리 해양생물보호구역 2.36㎢는 현저히 협소하다는 점, 남방큰돌고래 위협 상황과 생태법인 제도 추진의 모순에 대한 공식 질문 결과 제주도정은 "적극 노력 중, 추후 협의를 통해 보완하겠다"는 답변을 반복하고 있어 아쉽다고 밝혔습니다.  

토론을 마친 후 플로어에서도 여러 의견과 질문이 나왔습니다. 임형묵 센터장(제주생태관광지원센터)은 "육상 양식장 문제는 생계와 직결되어 있어 단기간에 해결하기 어려운 사안이므로, 해양보호구역 내 연안 갯바위 낚시를 금지하거나 남방큰돌고래에 직접적인 위험이 되는 대물 낚시를 금지하는 것으로 타겟을 좁혀 단계적으로 해결하는 방안을 제안"하였습니다. 김순애 운영위원장(제주녹색당)은 "생태법인 제도화가 다른 개발 정책을 가리는 면피 수단이 될 수 있음을 우려하였으며, 기존 제주의 다양하고 선진적인 조례의 실질적 이행을 강화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주장하였습니다. 대정 연안에서 관광선박업체에서 근무하는 OOO참가자는 전기 선외기 도입 및 500m 이내 접근 시 저속 운항 등 자체 개선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라이선스 제도 도입에 대한 발표자들의 의견을 물었습니다.  

해양단체 활동가, 다큐멘터리 감독, 해양생물 연구자, 관광선박 근무자, 남방큰돌고래를 사랑하는 다양한 시민들이 모여 다소 절망적인 현재의 상황을 확인하고, 서로의 아이디어와 생각을 나누었습니다. 제주 연안의 이용 압력이 높은만큼 여러 이해관계자가 있고, 해양보전의 가치는 쉽게 무시되는 상황에서 한 자리에 모여 모색을 시작한 것에서 변화의 '희망'을 봅니다. 희망이 있다는 건, "앞으로 좋은 일만 있을 거라는 의미가 아니라 우리의 지난 시간이 헛되지 않았다"는 말을 떠올리면서요.


정리: 신수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