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과학]바다와 나를 잇기 ㅡ 해양시민과학의 의미와 가능성

부시리
2026-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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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과학

시민과학은 시민이 자발적으로 과학 연구 프로젝트에 참여하여 데이터 수집, 분석, 문제 해결 등에 기여하는 활동으로 과학자와 협력하여 연구의 전 과정 혹은 일부분을 수행하며, 집단지성을 활용해 과학적 성과를 도출하고 정책 변화를 유도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해양시민과학센터 파란은 해양생태계 분야에서 전문가와 일반 탐사대원들이 협력하여 해양정책의 변화를 위한 연구, 조사, 실행을 하는 ‘시민과학’의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시민과학은 사진 기록에서부터 정밀한 데이터 분석, 정책 제안까지 참여 수준과 범위는 다양하게 확장될 수 있으며 과학적 지식 생산을 민주화하고, 사회적 문제 해결에 시민이 직접 기여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줍니다.
지난해 파란에서 처음 개최한 '2025 해양시민학교ㅡ바다기록자되기'의 첫 번째 강의를 맡았던 정지호 연구원(한국해양수산개발원)은 바다를 위한 '해양시민 10만 양병설'을 주장하며, 해양 시민을 '해양적 소양(Ocean Literacy)'을 갖추고 바다와 인간의 관계를 인식하며 보전을 위해 행동하는 사람”으로 정의하였습니다. 루소가 '에밀'에서 말한 시민 개념을 바탕으로, 공동체와 자연환경의 문제를 자신의 문제로 인식하고 참여하는 존재를 의미한다는 맥락을 소개하면서요. 


해양시민과학

해양시민과학은 바다 관찰 및 연구에 시민이 직접 참여하는 방식으로, 바다를 지키기 위한 사회적 실천이자 민주적 참여의 한 형태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바다는 육지 면적의 약 3배에 달하고 3,300여 개의 도서와 2,400㎢ 이상의 갯벌을 품고 있지만, 해안 침식 실태 조사나 해양쓰레기 모니터링이 극히 제한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현실에서 정부의 관리 역량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올해 산호탐사대가 조사 기록에 도입한, 자연관찰 플랫폼 네이처링의 경우 2023년 한 해에만 1만 1,000종 이상의 생물 종이 45만 건의 관찰로 기록되었습니다. 네이처링을 통한 야생조류 유리창 충돌 조사는 데이터에 기반한 시민과학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환경부의 정책 개선1)기도 합니다. 미국에서는 시민과학 프로그램이 연안 재해 대응과 해양 복원에 직접 연결되는 사례가 있습니다. 

66bf136c322ad.pngfbbd6e52eb838.png(좌) 올해 3월부터 산호탐사대는 자연관찰 플랫폼 네이처링에 기록을 올리고 있다  (우) 2025년 해양시민학교 조수웅덩이 현장 교육 모습


🪸 산호탐사대, 그리고 폐어구탐사대

파란은 지난 몇 년 간 탐사대 활동을 통해 해양시민과학의 가능성을 실험해왔습니다.  2023년 3월에 시작한 '산호탐사대'는 매월 1회씩 스쿠버다이빙을 통해 서귀포 문섬과 범섬 바다의 산호 서식과 이상 현상을 기록 중입니다. 당시 수중 조사를 시민참여 방식으로 진행하는 것이 가능할지 고민되었지만, 국내 스쿠버다이빙 인구가 증가하여 20만 명 이상으로 추정되고, 액션캠과 핸드폰⋅수중하우징⋅라이트 등 수중 촬영 장비를 갖춘 사람들도 많아져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바닷속 아름다운 경관을 즐기는 다이버 대부분은 해양생물 보호와 해양쓰레기 정화활동 등 해양 환경 문제에 공감하고 있기도 했고요. 스쿠버다이버들과 함께, 기후위기 최전선인 제주 바닷속의 산호를 함께 공부하고, 수중에서 사진과 영상으로 기록하는 조사 다이빙을 통해 기초 자료를 모아보기로 했습니다.  


연인원 96명이 함께한 2023년 조사 결과 파란의 산호탐사대는 연산호류 40종, 해송류 4종, 돌산호류 15종, 말미잘류 9종 등 총 68종의 산호종을 기록했고, 법정보호종(해양수산부 지정 해양보호생물,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야생생물, 국가유산청 지정 천연기념물) 산호 21종 중 8종을 발견하였으며, 곤봉바다맨드라미과로 추정되는 미기록종 2종을 발견했습니다. 열대성 돌산호류의 확산(25건), 담홍말미잘⋅태형동물⋅석회관갯지렁이 등 기생생물(68건), 낚싯줄 및 어구로 인한 피해(20건), 백화현상(11건) 등 총 129건의 산호 서식 위협 요인을 확인하기도 했고요. 2024년에는 기록적인 고수온으로 인한 산호 이상현상(연산호 조직 붕괴, 경산호 백화 현상)을 발견하고 처음으로 공론화하였습니다. 바다를 사랑하고 스쿠버다이빙을 할 줄 아는 시민들은 직접 제주 바닷속 산호의  서식 현황과 서식지 상태, 이상 현상을 기록하고 공유하면서, 기후위기의 현장을 사회적으로 알리는 중요한 역할을 하였습니다. 산호를 애정하는 탐사대원들의 누적된 기록과 경험을 바탕으로 산호탐사대는 올해도 성황리에 매월 진행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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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여름 고수온으로 인한 제주바다 산호충류 이상 현상(클릭)                             제주 대정읍 노을해안로 남방큰돌고래 위협요인 조사보고서(클릭) 


지난해 진행된 폐어구탐사대는 제주 해양보호구역을 중심으로 폐어구 현황을 살펴보았습니다. 특히 2025년 4월 신규 해양생물보호구역으로 지정된 신도리 해안을 포함, 노을해안로 일대(제주시 한경면 고산리 ~ 서귀포시 대정읍 일과리, 약 10㎞ 구간)에서 남방큰돌고래의 위협 요인인 폐어구와 오염원 조사를 진행했습니다. 이 지역은 남방큰돌고래의 핵심 서식지임에도 불구하고, 버려진 낚싯줄 등 폐어구가 빈번히 발견되어 돌고래가 얽힘 사고에 노출되고 있습니다. 실제로 지난 10년간 최소 9마리의 돌고래가 낚시 쓰레기에 얽혀 피해를 입었으며, 일부는 폐사하거나 실종된 것으로 보고됩니다. 지난해 조사에서는 양식장 배출수와 관광선박 운항도 주요 위협 요인으로 확인되었습니다. 대정읍에 집중된 육상 양식장에서 배출되는 배출수가 연안 생태계를 부영양화하여 서식지를 교란하고, 관광선박은 돌고래 무리에 근접해 반복 운항하며 위협이 됩니다. 또한 해상풍력 개발 계획과 농업 오염물질 유입까지 겹치면서 돌고래의 먹이 환경과 서식 안정성이 크게 위협받고 있습니다. 파란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낚시 금지구역 지정 △양식장 배출수 관리 강화 △관광선박 규제 △지역사회 중심의 관리 체계 구축 등을 제안하며, 단순 보호구역 지정만으로는 돌고래를 지킬 수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이해관계자가 많은만큼 보고서 발표 이후에도 꾸준한 정책 제안과 협의, 설득과 조정의 과정이 필요하여 '지속적인 말걸기'를 시도하고 있습니다.


해양시민과학의 가능성과 해양적 소양(Ocean Literacy)

해양시민과학은 단순히 데이터를 모으는 활동을 넘어, 바다와 사람 사이의 관계를 새롭게 맺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기후변화와 생물다양성에 대한 꾸준한 생태조사를 통해 신뢰할 수 있는 자료를 축적하고, 참여자들은 바다를 풍경만이 아닌 살아 있는 생태계로 인식하게 됩니다. 개인의 삶과 바다를 연결하는 경험의 확장은 생태감수성을 증진시키고 연결망의 공간을 인식하게 됩니다. 해양시민과학이 본격적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합니다. 지난해 제주에서는 '시민과학 활성화 조례'가 제정되었지만, 시민과학의 역할에 대한 고려 및 양성 과정, 데이터의 신뢰성을 높이고 공유할 수 있는 플랫폼 형성, 연구자와 행정기관, 시민이 함께 협력할 수 있는 거버넌스 구축 등 보완이 필요합니다. 

오션리터러시(Ocean Literacy)는 ‘해양을 이해하는 과학 지식’ 수준을 넘어, 시민이 해양과 지속가능발전을 연결해 사고하고 행동하는 글로벌 시민역량으로 재정의되고 있습니다. 유네스코 정부간 해양학위원회(UNESCO-IOC)는 오션리터러시를 기후문해력, 글로벌 상호연결성, 블루교육 등 현대 교육 과제와 긴밀히 결합시키며 교육과정 통합의 핵심 경로로 부상시켰습니다. 특히 ‘해양과학 10년(2021~2030)’은 오션리터러시를 해양시민교육과 연결하는 글로벌 정책적 전환점이 되고 있습니다. 10대 글로벌 도전 과제 중 ‘과제 10번, 사회와 바다의 관계 회복’은 오션리터러시를 핵심 수단으로 명시하며, 시민의식 제고와 공동 문제 해결을 위한 참여적 접근을 강조합니다. 이는 과학자뿐 아니라 시민, 지역공동체, 정책결정자, 민간부문이 함께 설계하고 실행하는 구조를 요구한다는 점에서, 전통적인 ‘과학 보급형 교육’을 넘어선 해양시민 교육의 확대를 의미합니다.

2025년 프랑스 니스에서 열린 제3차 유엔 해양총회는 “조치 없는 약속에서 실질적 행동으로”라는 기조 아래 오션리터러시 실천을 주요 의제로 채택한 바 있습니다. 이는 오션리터러시가 국제 협약의 부속 개념을 넘어, 해양위기 대응을 위한 시민적 행동과 거버넌스를 설계하는 실질적 정책 도구로 자리 잡았음을 보여줍니다. 해양시민과학은 바다를 기록하고 연구하는 새로운 방식이자, 바다와 개인, 사회를 연결하는 다리입니다. 작고 더디지만 바다를 관찰하고 기록하고, 정책을 바꾸고, 인식을 확산하는 이 모든 활동은 위기의 바다를, 그리고 우리 스스로를 구할 해법을 찾는 안간힘이기도 합니다.


정리: 신수연 


1 '방음시설의 성능 및 설치 기준'(2021)에 따라 투명 방음벽에 조류 충돌 방지 패턴 사용 권장 및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 개정(2022)으로 공공기관의 저감 노력이 의무화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