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동쪽 끝에 위치한 우도는 ‘누워 있는 소’와 비슷하게 생겼다하여 옛날부터 ‘소섬’, ‘쉐섬’으로 불렸습니다. 성산항과 종달항에서 배로 10~15분이면 닿는 가까운 거리, 반나절이면 충분히 둘러볼 수 있는 크기 덕에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이기도 합니다. 그렇게 작은 섬인 이곳엔 고운 모래로 이루어진 하고수동, 홍조단괴 조각이 하얗게 쌓인 서빈백사, 검은 현무암이 만들어낸 검멀레해변, 섬 속의 섬 비양도, 기암절벽이 절경을 이루는 돌칸이 등 다양한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여러 이야기들을 품고 있기도 하지요.
이번 우도 방문에는 3월의 파란레터 <블루프린트>의 한 꼭지를 채워주신 강윤희 해녀와 함께 했습니다. 성산일출봉과 한라산, 지미봉이 한눈에 보이는 넙대기 바당이 무대라는 윤희 해녀의 눈빛은 곧 무언가를 보여줄 아이처럼 반짝였습니다. 우도에서 나고 자랐지만 해녀로는 새내기라며, 아직도 배울 것이 많다는 그의 말. [블루프린트] 강윤희 해녀 <우도> 바로가기
제주에는 벌초방학이 있는데 이곳에서는 특정한 마을에서는 우미(우뭇가사리)방학(?)같은 것이 있었습니다. 우미철이 되면 비양동 학생들은 점심시간 이후에 집으로 돌아가 손을 보탰다고 합니다. 이것이 첫 물질이었다고 해요. 지금 우뭇가사리는 많이 줄었습니다. 예전에는 어머니 혼자 해도 15마대는 했었는데 지금은 많이 해야 3마대 정도라고.
그리고 결혼 후 비양동과 다른 암반구조의 천진동에서 물질을 시작하며 처음 연산호를 만납니다. “연산호가 있어요! 울긋불긋 분홍색, 보라색 그거!” 연산호를 보고 선배 해녀들에게 얘기합니다. 선배 해녀들은 그게 뭐냐며, 묻다가 나중에 사진으로 보여주니 “물꽃”이라 합니다. 선배들은 “아이고 그거 다 이 바닥 전체에 있쪄”라며 옛날 물꽃이 가득 폈던 엄청 큰 여를 이야기 해주셨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녹아 사라진 곳이라 하네요.
우도를 걷다
우도항 근처 천진동에서 바다를 바라봅니다. 일출봉과 우도의 중간쯤, 그 한가운데서 물질하는 해녀들이 보입니다. 선배 상군해녀라고 합니다. 눈을 뜨면 화장실 창밖으로 해가 떠오르던, 바다 너머와 그 너머의 망망대해만 마주하던 우도의 동쪽 비양을 떠나 결혼하며 정착한 우도 서쪽 천진동. 윤희 해녀는 손 뻗으면 닿을 듯 반짝이던 성산의 빛이 너무나 다채로웠고 매일 다른 한라산의 풍경에 지루할 틈이 없었다고 합니다. 이야기를 들은 뒤 마주한 풍경은 그림처럼 아름다웠습니다. 짙푸른 바당과 하얀 포말 그 사이 드물게 보이는 주황색 테왁, 검은 해녀들, 그 너머 갈맷빛 성산과 오름들, 지미봉과 하얀 구름 띠를 두른 한라산까지.
우도기행을 돌며 바라본 윤희 해녀의 시선은 작은 것에서부터 큰 것까지 닿지 않은 곳이 없었습니다. 오래 들여다본 그 시선들은 호기심을 넘어 사랑처럼 느껴졌습니다. 덩굴로 뒤덮힌 망대를 지나 두통에 좋다는 숨비기나무의 열매향을 맡고 하얀 꽃이 피어난 돈나무를 거쳐 우도항으로 향합니다.
우도항 앞, 자전거와 전기차로 둘러싸인 교차로 가운데 회색 빛의 해녀 석상이 있습니다. 천진리 해녀의 항일운동을 기리는 ‘우도 해녀 항일운동 기념비’입니다. 석상 가운데 시비에는 빼곡히 적힌 노랫말, 우도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던 ‘강관순’ 항일운동가가 옥중에서 만든 ‘해녀의 노래’가 자리합니다. 우도항에 내리면 꼭 한번 들러보시길 바랍니다.
길을 따라 우도봉으로 향합니다. 우도봉 가는 길에는 마을의 안녕, 바다로 나가는 가족의 안전을 비는 작은 당이 있습니다. 집에서 만든 음식들을 가져와 제를 지낸 뒤, 짚으로 만든 배에 돈과 함께 넣어 바다로 보낸다고 합니다. 우리 가족이 무사하기를. 지금은 연중 크게 한 두번만 마을의 안녕을 바라는 제를 지낸다고 합니다.
다시 돌칸이 해변으로 향했습니다. 화산이 솟아 층층으로 쌓인 기암절벽이 장관입니다. 칼새가 날아다니는 이 기암절벽에는 해식동굴이 있습니다. 그리고 동굴 안에는 우도팔경 중 제1경인 ‘주간명월’이 있습니다. 순우리말로 ‘달그리안’, ‘낮에 뜨는 밝은 달’이란 의미입니다. 해식 동굴 안 천장의 동그란 암석에, 물에 비친 햇빛이 닿아 달처럼 빛난다고 합니다. 그리고 윤희 해녀가 몸담고 있는 우도 마을신문의 이름이기도 합니다.
돌칸이 해변으로 내려가는 계단은 현재 판석이 깔려 있습니다. 윤희 해녀는 여기 이 계단이 원래 몽돌로 만들어진 아름다운 곳이었다며, 이곳을 내려가 물이 빠지면 절벽을 걸어 넘어가고 해질녘 물이 차오르면 옷을 벗어 머리에 이고 헤엄쳐 오던 아이들의 놀이터였다고 합니다. 또한 안쪽에는 비를 피하고 제를 지내던 곳이기도 했지요. 다행이 계단 안쪽은 시멘트로 채워지진 않았지만, 개발공사로 사라진 몽돌 계단 앞에서 아쉬움을 감출 수 없었습니다.
말들이 풀을 뜯어먹는 들판을 지나 우도봉 옆 작은 봉우리, 작은 우도봉을 먼저 올랐습니다. 윤희 해녀가 우도에서 진정으로 꼽는 경치를 품은 곳이기도 합니다. 가까이로는 빗물에 의존해야 했던 우도의 담수화시설이 보이고 일출봉과 한라산과 우도봉이 보이는 곳이기도 하지요. 또한 이곳은 공동묘지였습니다. 많은 묘들이 이장되긴 했지만 아직도 일부 묘들이 남아 있습니다. 묘가 생기면 가족끼리, 그리고 동네 사람들끼리 가까이 이장되어 마을을 형성한다고 합니다. 삶에서 이어진 인연들이 죽음까지도 연결된 이곳 작은 우도봉에서 한동안 머물다 자리를 옮겼습니다.
1905년에 세워진 등대를 향해 오릅니다. 100년이 된 등대는 제주도 최초의 등대로 현재는 그 옆 새로 세운 등대를 사용한다고 합니다. 바다가 보이는 길 그리고 보리수나무 향기를 따라 걸음을 잇다가 저 멀리 등대가 마주보이는 우도봉에 자리합니다. 윤희 해녀에게 우도는 단순한 섬이 아닙니다. 기억을 밟고 쌓아온 삶의 자리이자, 매일 거울처럼 스스로를 비춰보는 곳입니다. 그리고 나를 다시 찾아 오르게 되는 곳이기도 하지요.
우도
제주도 동쪽 끝에 위치한 우도는 ‘누워 있는 소’와 비슷하게 생겼다하여 옛날부터 ‘소섬’, ‘쉐섬’으로 불렸습니다. 성산항과 종달항에서 배로 10~15분이면 닿는 가까운 거리, 반나절이면 충분히 둘러볼 수 있는 크기 덕에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이기도 합니다. 그렇게 작은 섬인 이곳엔 고운 모래로 이루어진 하고수동, 홍조단괴 조각이 하얗게 쌓인 서빈백사, 검은 현무암이 만들어낸 검멀레해변, 섬 속의 섬 비양도, 기암절벽이 절경을 이루는 돌칸이 등 다양한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여러 이야기들을 품고 있기도 하지요.
*파란레터 머릿글의 '북제주군' 표기는 '동쪽 끝' 으로 정정합니다.
우도에서 바라본 한라산과 성산일출봉 ©파란
해녀의 무대
이번 우도 방문에는 3월의 파란레터 <블루프린트>의 한 꼭지를 채워주신 강윤희 해녀와 함께 했습니다. 성산일출봉과 한라산, 지미봉이 한눈에 보이는 넙대기 바당이 무대라는 윤희 해녀의 눈빛은 곧 무언가를 보여줄 아이처럼 반짝였습니다. 우도에서 나고 자랐지만 해녀로는 새내기라며, 아직도 배울 것이 많다는 그의 말.
[블루프린트] 강윤희 해녀 <우도> 바로가기
제주에는 벌초방학이 있는데 이곳에서는 특정한 마을에서는 우미(우뭇가사리)방학(?)같은 것이 있었습니다. 우미철이 되면 비양동 학생들은 점심시간 이후에 집으로 돌아가 손을 보탰다고 합니다. 이것이 첫 물질이었다고 해요. 지금 우뭇가사리는 많이 줄었습니다. 예전에는 어머니 혼자 해도 15마대는 했었는데 지금은 많이 해야 3마대 정도라고.
(좌)천진동 넙대기 바당과 (우)우도 비양도 ©파란
그리고 결혼 후 비양동과 다른 암반구조의 천진동에서 물질을 시작하며 처음 연산호를 만납니다. “연산호가 있어요! 울긋불긋 분홍색, 보라색 그거!” 연산호를 보고 선배 해녀들에게 얘기합니다. 선배 해녀들은 그게 뭐냐며, 묻다가 나중에 사진으로 보여주니 “물꽃”이라 합니다. 선배들은 “아이고 그거 다 이 바닥 전체에 있쪄”라며 옛날 물꽃이 가득 폈던 엄청 큰 여를 이야기 해주셨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녹아 사라진 곳이라 하네요.
우도를 걷다
우도항 근처 천진동에서 바다를 바라봅니다. 일출봉과 우도의 중간쯤, 그 한가운데서 물질하는 해녀들이 보입니다. 선배 상군해녀라고 합니다. 눈을 뜨면 화장실 창밖으로 해가 떠오르던, 바다 너머와 그 너머의 망망대해만 마주하던 우도의 동쪽 비양을 떠나 결혼하며 정착한 우도 서쪽 천진동. 윤희 해녀는 손 뻗으면 닿을 듯 반짝이던 성산의 빛이 너무나 다채로웠고 매일 다른 한라산의 풍경에 지루할 틈이 없었다고 합니다. 이야기를 들은 뒤 마주한 풍경은 그림처럼 아름다웠습니다. 짙푸른 바당과 하얀 포말 그 사이 드물게 보이는 주황색 테왁, 검은 해녀들, 그 너머 갈맷빛 성산과 오름들, 지미봉과 하얀 구름 띠를 두른 한라산까지.
우도기행을 돌며 바라본 윤희 해녀의 시선은 작은 것에서부터 큰 것까지 닿지 않은 곳이 없었습니다. 오래 들여다본 그 시선들은 호기심을 넘어 사랑처럼 느껴졌습니다. 덩굴로 뒤덮힌 망대를 지나 두통에 좋다는 숨비기나무의 열매향을 맡고 하얀 꽃이 피어난 돈나무를 거쳐 우도항으로 향합니다.
(좌) 시원한 향이 나는 숨비기나무 열매와 (우) 귤꽃향과 비슷한 돈나무 꽃 ©파란
해녀의 노래
“우리들은 우도의 가이없는 해녀들 비참한 살림살이 세상이 안다"
우도항 앞, 자전거와 전기차로 둘러싸인 교차로 가운데 회색 빛의 해녀 석상이 있습니다. 천진리 해녀의 항일운동을 기리는 ‘우도 해녀 항일운동 기념비’입니다. 석상 가운데 시비에는 빼곡히 적힌 노랫말, 우도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던 ‘강관순’ 항일운동가가 옥중에서 만든 ‘해녀의 노래’가 자리합니다. 우도항에 내리면 꼭 한번 들러보시길 바랍니다.
‘해녀의 노래’ 작사. 강관순 채보.음악 문효진 노래. 우도사랑합창단 | 출처: 제주시 유튜브
파란 사무국과 강윤희 해녀 우도 해녀 항일운동 기념비 앞에서 ©파란
길을 따라 우도봉으로 향합니다. 우도봉 가는 길에는 마을의 안녕, 바다로 나가는 가족의 안전을 비는 작은 당이 있습니다. 집에서 만든 음식들을 가져와 제를 지낸 뒤, 짚으로 만든 배에 돈과 함께 넣어 바다로 보낸다고 합니다. 우리 가족이 무사하기를. 지금은 연중 크게 한 두번만 마을의 안녕을 바라는 제를 지낸다고 합니다.
해녀와 마을 사람들이 제를 올리던 당 안쪽 ©파란
개발이 지워낸 것은
다시 돌칸이 해변으로 향했습니다. 화산이 솟아 층층으로 쌓인 기암절벽이 장관입니다. 칼새가 날아다니는 이 기암절벽에는 해식동굴이 있습니다. 그리고 동굴 안에는 우도팔경 중 제1경인 ‘주간명월’이 있습니다. 순우리말로 ‘달그리안’, ‘낮에 뜨는 밝은 달’이란 의미입니다. 해식 동굴 안 천장의 동그란 암석에, 물에 비친 햇빛이 닿아 달처럼 빛난다고 합니다. 그리고 윤희 해녀가 몸담고 있는 우도 마을신문의 이름이기도 합니다.
(좌) 돌칸이에서 보이는 기암절벽 (우) 새로 만들어진 계단 ©파란
돌칸이 해변으로 내려가는 계단은 현재 판석이 깔려 있습니다. 윤희 해녀는 여기 이 계단이 원래 몽돌로 만들어진 아름다운 곳이었다며, 이곳을 내려가 물이 빠지면 절벽을 걸어 넘어가고 해질녘 물이 차오르면 옷을 벗어 머리에 이고 헤엄쳐 오던 아이들의 놀이터였다고 합니다. 또한 안쪽에는 비를 피하고 제를 지내던 곳이기도 했지요. 다행이 계단 안쪽은 시멘트로 채워지진 않았지만, 개발공사로 사라진 몽돌 계단 앞에서 아쉬움을 감출 수 없었습니다.
(왼) 윤희 해녀가 공사를 막아낸 계단 옆 공간 / (오) 설명을 듣는 파란사무국 ©파란
말들이 풀을 뜯어먹는 들판을 지나 우도봉 옆 작은 봉우리, 작은 우도봉을 먼저 올랐습니다. 윤희 해녀가 우도에서 진정으로 꼽는 경치를 품은 곳이기도 합니다. 가까이로는 빗물에 의존해야 했던 우도의 담수화시설이 보이고 일출봉과 한라산과 우도봉이 보이는 곳이기도 하지요. 또한 이곳은 공동묘지였습니다. 많은 묘들이 이장되긴 했지만 아직도 일부 묘들이 남아 있습니다. 묘가 생기면 가족끼리, 그리고 동네 사람들끼리 가까이 이장되어 마을을 형성한다고 합니다. 삶에서 이어진 인연들이 죽음까지도 연결된 이곳 작은 우도봉에서 한동안 머물다 자리를 옮겼습니다.
(좌) 작은 우도봉에서 바라본 성산일출봉, 한라산, 지미봉 (우) 우도봉 앞 너른 들판과 말 ©파란
(좌) 우도봉을 오르는 파란사무국 (우) 우도봉에서 바라본 우도와 제주 본섬, 오른쪽 담수시설 ©파란
1905년에 세워진 등대를 향해 오릅니다. 100년이 된 등대는 제주도 최초의 등대로 현재는 그 옆 새로 세운 등대를 사용한다고 합니다. 바다가 보이는 길 그리고 보리수나무 향기를 따라 걸음을 잇다가 저 멀리 등대가 마주보이는 우도봉에 자리합니다. 윤희 해녀에게 우도는 단순한 섬이 아닙니다. 기억을 밟고 쌓아온 삶의 자리이자, 매일 거울처럼 스스로를 비춰보는 곳입니다. 그리고 나를 다시 찾아 오르게 되는 곳이기도 하지요.
우도봉에서 먼 바다와 하늘을 바라보며 물으셨습니다.
‘여러분의 우도봉은 어디인가요?’
- 둘러본 길 -
지도출처: 네이버
글: 파래
해양시민과학센터 파란의 우도 이야기 읽어보기
[블루프린트] 강윤희 해녀 <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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