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과학][상괭이편] 3월 상괭이 조사 항해일지

둘기
2026-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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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10일 화요일, 1일차

3월 조사는 제주항에서 여객선을 타고 추자도로 향했다. 제주해협의 바다 상황이 좋지 않아 베롱호와 정준은 이틀 먼저 추자도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다른 대원들은 제주항 여객선터미널에서 만나 오전 8시 배에 올랐다. 배 안에는 많은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었다. 내가 가진 티켓은 지정석이 없는 3층 객실이었는데, 그 곳에는 사람들로 꽉 들어차 엉덩이를 붙일 만한 공간이 남아 있지 않았다. 간신히 객실 입구 쪽 통로에 자리를 잡고 몸을 한껏 웅크리고 잠시 잠을 청했다. 두 시간이 지나고 추자도에 도착했다는 방송이 나왔다. 주섬주섬 짐을 챙겨 배에서 내렸다. 항구에서 연신 손을 흔들고 있는 정준의 모습이 보였다. 우리도 크게 손을 흔들었다. 매번 함께 했던 곳이지만, 먼 곳에서 다시 재회하니 더욱더 반가웠다.


땅을 밟고 우리는 서로 인사와 안부를 나누었다. 새벽에 제주항으로 이동하는 탓에 서귀포와 대정에서 이동한 우리는 아침을 먹지 못해 배가 고팠다. 먼저 점심을 먹고 출발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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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두에 쌓여 있는 문어잡이 통발 ⓒ상괭이편


베롱호로 이동하는 중에 부두에 붉은 원통이 수백 개가 쌓여있는 모습을 보았다. 이것이 무엇이냐고 묻자 상훈은 문어잡이 통발이라고 했다. 상훈은 모르는 것이 없다. 

항구에 묶여있는 베롱호로 가서 간편식으로 온 국을 끓이고 밥솥에 밥을 앉혔다. 미리 사온 몇 가지 반찬을 더했다. 간단하지만 구색을 맞춘 멋진 식사였다. 바다를 바라보고 먹자니 호화스럽게 느껴지기까지 했다. 식사를 마치고 출항 준비를 하고 있는데 베롱호 옆에서 아주머니 두 분이 긴 막대기를 가지고 무엇인가를 연신 건져올리려는데 뜻대로 잘 되지 않는 듯 헛손질만 하시고 계셨다. 아마도 반찬거리로 사용할 모자반을 건져 올리려는 것 같았다. 정준이 나섰다. 배에서 사용하는 갈고리가 달린 긴 막대를 들고 건져드리겠다고 말했다. 모자반 뭉태기들을 건져올리는데 아주머니들은 그 중에도 “이건 안돼”, “저거 건져줘” 같은 이야기들을 하셨다. 비슷해보이는 모자반인데 먹을 수 있는 것과 아닌 것이 나누어져 있나보다. 몇 뭉태기를 건져드리고, 아주머니 두 분은 고맙다 이야기하고 항구를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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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조중인 모자반 ⓒ상괭이편


조금 이른 점심 식사를 마친 11시 49분, 우리는 신양항을 출발했다.

해가 하늘 높이 떠있어서 바다가 반짝반짝 빛났다. 늘 그렇듯 오늘도 수덕도가 가장 먼저 보인다. 우리를 마중한다는 생각이 들어 웃음이 나왔다. 우리는 첫 조사지점인 A1으로 향했다.

십분 뒤, 수덕도 옆을 지나는데 정준이 부른다. 베롱호 왼편 멀리 상괭이들이 많다고 말했다. 그 이야기를 듣고 돌아보니 새들이 많이 보였다. 하늘 위에도, 물 위에도, 물 속으로도 들어왔다 나왔다 분주해 보였다. 하지만, 이 곳은 조사지점은 아니기에 우리는 지나치기로 한다.


오후 12시 37분, A1에 도착했다. 너울이 있어 배가 파도를 타고 위 아래로 움직일 때마다 나도 스케이트 보드를 타고 점프하는 듯 몸을 둥글게 구부렸다가 착지했다. 


1시 52분, A2에서 A3으로 가는 중 푸렝이와 사자섬을 향해 가고 있었다. 3시 방향에서 상괭이 하나가 쑤욱 올라왔다. 5초에서 10초 후 또 한번 쑤욱 올라왔다. 하나였을지, 둘이였을지 잘 모르겠을 상괭이를 기록하고 배는 늘 가던 그 길을 따라 움직였다. 

어느덧 해가 기울었다. 추자도와 다무래미 사이로 기울어져가는 해를 바라본다. 바람은 아직 차갑지만, 햇빛이 몸에 닿으니 잠시라도 따뜻한 기운이 돌았다.


4시 50분, A7으로 향하고 있었다. 

정준이 한 바위를 보고 “거물래여”라고 말했다. 한 해녀가 물질을 하다가 그 곳에서 출산을 하였다고 한다. 예도와 염섬 사위, 흑검도 앞에 있는 작은 바위섬이다. 그 아기의 별명이 까맹이라고 했다. 


5시 9분, A7에 도착했고, 오늘의 조사는 여기서 마무리했다.



3월 11일 수요일, 2일차

바다 위에서 보내는 아름답지만 거친 시간을 버티게 해주는 든든한 아침식사를 하고 오전 8시 9분 우리는 상추자도에 위치한 영흥리 포구에서 출항했다. 8시 24분,  A7에 도착했고,  정준이 “10시!“하고 외쳤다. 30미터 떨어진 거리에서 상괭이 둘을 보았다고 한다. 추자도와 염섬, 추포도, 흑검도가 주변을 둘러싸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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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구멍선 돌도 작은덜섬 ⓒ상괭이편


8시 51분, 우리는 직구도 앞을 지나고 있었다. 이 곳은 지난 11월에 많은 상괭이들을 만났던 곳이다. 아직도 우리 주변을 둘러싸고 상괭이들의 숨소리가 들리는 것 같은데, 오늘은 바다도 잔잔하고, 새도 보이지 않는다. 우리는 조용히 지나갔다.


10시 10분, A8에 도착하고 우리는 자리를 이동했다. 나는 휴식의 시간을 맞았다. 선실 안으로 깊숙이 들어와 누워 잠시 눈을 붙였다. 배의 선수에 바닷물이 부딪히는 소리가 내가 누워있는 자리보다 높은 곳에서 들리는 것 같다. 마치 바닷 속에 누워있는 것 같다. 


11시 7분 A구간의 조사를 마치고 B7에 도착했다. A구간에 비해 물색이 좀 더 탁하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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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괭이편, 조사중 ⓒ상괭이편 



오후 12시 20분, B6에 도착했다. 그로부터 9분 후 오랜 침묵을 깨고 ”11시! 상괭이!”를 외쳤다. 횡간도 앞이었다. 지난 해 3월에 많은 상괭이들을 만났던 것과 달리 이번 항해에서는 상괭이를 좀처럼 볼 수 없어 많이 아쉬웠던 차에 너무나 반가웠다. (얼마나 기쁜 마음이었는지, 내 휴대폰 메모장에는 이 시간 기록에 “야호!”라고 적혀있다.)


12시 50분, 나는 ”상괭이!”를 또 한번 외쳤다. 외치고 나니 그것이 물 위에 계속 떠있는 것처럼 보였다. 아.. 잘못 보았구나. 나무토막인 것 같다‘라고 생각하고 곧 바로 ”취소!“라고 다시 외쳤다. 그 순간 나무토막인가 싶었던 그것이 방향을 획 바꿔 배 쪽으로 향하는 것이 아닌가. 마치 “나를 보고가” 하는 듯이.


1시 30분이 넘어서야 우리는 상훈이 차려주는 늦은 점심을 먹었다. 누룽지까지 만들어 든든히 배를 채우고, 다시 선수로 나왔다. 하지만 파도가 높아 망루에는 올라가지 않고, 배 선수에 앉아서 조사를 이어가기로 했다.


오후 3시 14분 B3에 도착했다. 상괭이를 많이 만났던 푸렝이 섬 앞에도 오늘은 상괭이가 보이지 않는다. 다들 어디로 갔을까? 어제와 오늘 한 마리씩 (혹은 첫날 두 마리일지도 모를) 다니는 상괭이를 두 어번 만났을 뿐이다. 작년 3월에는 많은 상괭이들을 만났는데, 무엇이 이런 차이를 가져오는지 궁금해하며. 2일차의 조사도 마무리했다.



3월 12일 목요일, 3일차

오늘 바다의 상황이 좋지 않았다. 우리는 출항을 보류하고, 육지에서 상괭이를 관찰해보기로 했다. 연구원인 미연은 예전에 추자도에 방문해 육지에서 상괭이를 관찰했던 이야기를 나누어주었다. 미연이 상괭이를 관찰했던 용둠벙 전망대에 올라 상괭이를 찾아보기로 하고 길을 나섰다. 


6ed380a697d03.jpeg용둠벙 전망대 ⓒ상괭이편



포구 앞 광장에는 엄청 많은 양의 모자반을 말리고 있었다. 바람과 함께 짠내도 콧 속으로 깊이 들어왔다. 가까이 다가가 모자반을 자세히 보니 방울방울 공기주머니가 달고 있는 모자반이 줄에 매달려 바람에 흔들리고 있는 모습이 구슬 달린 커튼같아 예쁘다고 생각했다. 한 편에서는 아주머니 몇 분이 모자반을 손질하고 계셨다. 우리는 그 곳에서 잠시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제주도 오일장에서 파는 대부분의 모자반은 추자도 모자반이라고 하셨다. 


한참을 모자반을 구경하고, 다시 발길을 돌려 우리는 용둠벙 전망대로 향했다. 용둠벙전망대는 상추자도의 후포해수욕장과 말머리 바위를 지나 바다쪽으로 삐죽 튀어나와 있는 곳으로, 커다란 카메라와 드론 가방을 서로 나누어들고, 그 곳에 오르자 추자도를 둘러싼 삼면의 바다가 모두 잘 보였다. 이쪽 저쪽 연신 고개를 돌아보며 바다를 바라보았지만, 상괭이는 보이지 않았다. 예전 미연은 이 곳에서 상괭이를 보았다고 했다. 상괭이가 나타나려나 한참을 그 곳에서 기다려보았지만, 상괭이는 결국 볼 수 없었다. 아쉬운 마음을 갖고 발길을 돌려 다시 내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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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망대에 도착한 상괭이편 ⓒ상괭이편  


오늘 바다가 좋지 않아 결국 조사를 위한 항해를 마무리 하지 못했다. 어떻게 할 것인지 우리는 이야기를 나누었다. 미연과 상훈은 일정이 있어 예정대로 오늘 추자도에서 배를 타고 제주로 가기로 하고, 나는 추자도에 남기로 했다. 며칠 바다 상황이 좋아질 때를 기다렸다 정준과 조사를 마무리하기로 했다. 미연과 상훈을 배웅하고, 나와 정준은 추자도에 남겨졌다.



3월 14일 금요일, 상괭이 생태 조사

바다의 상황이 좋지 않아 하루를 쉬었다. 내일 성준이 들어와 남은 조사를 이어가기로 하고, 오늘은 정준과 함께 상괭이를 찾아 나섰다. 오늘은 남동풍이 불어서 직구도 쪽을 돌아보기로 했다. 오늘의 기상은 구름이 10% 정도로 맑고, 바다에는 백파가 보였다. 10시 30분, 포구에서 출발해 추자대교를 지나고 있었다. 정준이 배의 우측을 바라보며, “가마우지 치고는 좀 큰데” 라고 말했다. 그리고 우측을 바라보았는데 물에 젖은 등이 햇빛을 받아 반짝였다. 상괭이 둘이였다. 그들은 우리 배에서 20미터 쯤 떨어진 상추자도 절벽 가까이에서 유영하고 있었다. 그 때 10미터 가까이에서 상괭이의 등이 다시 올라왔다. 나는 “11시! 상괭이!”를 외쳤다. 그 때 갑자기 한 선박이 엔진 소리를 크게 내며 지나갔다. 그리고 상괭이는 다시 올라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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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사선 주변에 모인 상괭이들 ⓒ상괭이편


상괭이가 나타난 절벽을 따라 돌아 나바론 절벽 밑으로 향했다. 절벽 아래에는 발을 딛고 서있을 틈이 있는 곳이면 낚시꾼들이 여럿 서 있었다. 그때 였다. 낚시꾼들 바로 앞으로 상괭이가 올라왔다. 우리는 그 곳에 배를 잠시 세우고 드론을 띄웠다. 평소 조사 때는 짧은 시간에 조사 경로 안의 상괭이의 개체 수를 파악하는 것이 주된 일이기에, 드론을 통해 상괭이들을 좀 더 자세히 관찰하고자 했다. 항상 배에 서서, 혹은 망루에서 수면으로 올라오는 상괭이의 등을 보는 것이 익숙한 장면이었는데, 드론의 모니터로 보는 더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는 바다는 낯설지만, 주변 섬들과 함께 보여 아름다웠다. 상괭이는 머리부터 꼬리까지 온 몸을 이리 저리 움직이며 넓은 바다를 누비는 모습이 정말 자유로워 보였다. 한 상괭이가 물살이 하나를 열심히 쫓고 있었다. 상괭이로부터 도망가는 물살이를 잡기 위해 상괭이는 방향을 획획 바꾸며 고군분투 하고 있었다. 꽤 오랜 시간 물살이는 잘 피해가길래 물살이의 승리를 예측하는 순간, 갑자기 튀어오른 물살이를 상괭이가 꼬리로 확 쳤다. 그러자 물살이는 기절하듯 떨어졌고, 상괭이는 먹이 사냥에 성공했다. 우리는 그 장면을 보고 소리를 질렀다. 너무 생생한 그 장면에 내 심장도 마구 뛰었다.


우리는 그 곳에서 점심을 먹기로 하고, 라면을 끓였다. 라면을 먹고 있는데 상괭이 하나가 150미터 쯤 뒤에서 배쪽으로 오고 있었다. 상괭이가 있는 바다 한 가운데에서 먹는 라면이라니, 식사 시간에 상괭이를 보는 것이 처음도 아닌데, 그 때마다 너무 비현실적으로 느껴진다.


2시 27분, 우리는 직구도 쪽에서 밖미역섬 쪽으로 이동하고 있었다. 청도 앞을 지나고 있는데, 음악 소리가 크게 들렸다. 음악이 들리는 쪽을 바라보니 어르신 한 분이 혼자 무슨 작업인가를 하고 있었다. 

그 곳을 지나 청도와 수덕도 사이를 지나는데 정준이 “상괭이” 하고 외쳤다. 50미터에 하나, 70미터에 상괭이가 또 보였다. 배를 세우고 다시 드론을 띄우고, 상괭이들을 따라갔다. 그 곳에는 상괭이 여덟 마리가 보였다. 어린 상괭이도 함께였다. 둘 혹은 셋이 뭉쳤다 흩어졌다 바다를 자유로이 누비고 있었다. 아름다웠다.


d3c0a58b9d492.jpeg무리항까지 모셔다 드린 어르신 ⓒ상괭이편  


어느덧 5시가 가까워오고 우리는 돌아가기로 했다. 다시 청도를 지나는데 아까 보았던 어르신이 손짓을 한다. 어르신에게 가까이 가보니, 엔진에 시동이 걸리지 않는 것 같았다. 아무도 없는 섬에서 배가 고장이라니 얼마나 당황스러우셨을까, 아니면 뱃사람이라면 있을 수 있는 일일까. 정준은 능숙하게 베롱호에 있던 밧줄을 매듭을 지어 어르신에게 던졌다. 어르신은 밧줄을 받아 노란 부표가 잔뜩 붙어있는 그의 작은 고무보트에 묶었다. 어르신은 ”묵리“로 가면 된다고 하셨다. 묵리포구는 가끔 우리가 점심을 먹던 작은 항이다. 베롱호에 작은 고무보트를 묶어 줄줄이 우리는 묵리항으로 향했다. 어르신을 무사히 모셔다 드리고, 오늘의 일정을 마쳤다.



3월 15일 토요일, 조사 4일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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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사 마지막날, 출항 준비를 마친 대원들 ⓒ상괭이편  


전날 저녁 성준이 추자로 왔다. 오늘은 성준과 함께 마치지 못한 B구간의 남은 조사를 이어갈 예정이다. 8시 14분, 우리는 출항했다. 3월의 마지막 조사날이기도 하고, 24년 11월부터 이어온 상괭이편 정기조사의 마지막 출항이기도 하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나는 이 날이 마지막이 될 거라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 어느새 그냥 일상처럼 늘 한달에 한번, 상괭이를 바다를 만나러 오는 날일 뿐이었다. 여느 날과 같이 다음달에 또 올 것처럼 우리는 바다로 나갔다. 오늘은 하늘에 구름이 두텁게 뒤덮였다. 날이 어두웠고 바다는 백파 없이 잔잔했고, 더욱 조용했다.


첫 조사지점인 B3로 가기 전 어제 상괭이들을 만났던 나바론 절벽을 들리기로 했다. 어제 만났던 상괭이들을 다시 만날 수 있을까 했지만, 오늘은 보이지 않았다. 우리는 밖미역 섬 쪽으로 이동했다. 청도 앞에서 성준이 “50m! 상괭이!”를 외쳤다. 나는 곧바로 “확인”을 외쳤고, 70m 뒤에서 하나를 더 보았다. 배를 잠시 멈추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배 주변으로 상괭이들이 둘러싸고 있었다. 상괭이의 숨소리도 들려왔다. 나는 카메라를 들었다. 이 곳의 상괭이들을 잘 기록해두어야 하는데 조바심을 느끼며 카메라 파인더를 통해 상괭이들을 눈으로 쫓았다. 하지만, 잠깐 올라왔다 사라지는 상괭이들의 찰나를 사진으로 잡아내는 것은 너무 어려운 일이었다. 마구 셔터를 눌러댔지만, 멋진 상괭이의 모습은 담지 못했구나 싶어 조금 시무룩해졌다. 상괭이를 만나고, 기록하는 일은 훈련이 더 필요하구나 싶었다. 


10시 20분, 우리는 남은 조사구역의 첫 번째 지점인 B3 도착을 시작으로 조사를 이어나갔다. 11시 31분 B2에 도착했고, 백파가 많아졌다. 


12시 50분, 더 이상의 상괭이들을 만나지 못하고 우리는 마지막 조사를 마쳤다. 



조사를 마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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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을지는 추자항 ⓒ상괭이편 


24년 11월 추자도 답사를 시작으로 어느덧 1년 5개월의 시간이 흘렀다. 처음 상괭이편을 시작할 때 나는 앞으로 내가 만날 상괭이와 바다, 배에서 보낼 시간들을 상상할 수 없었다. 마치 영화 라이프 오브 파이처럼 드넓은 바다에서의 모험(?) 일탈 쯤으로 생각하고 마냥 신이 났다. 하지만 생각보다 바다는 쉽지 않았다. 본업이 있던 나는 바다 환경에 따라 매달 급작스럽게 잡히는 조사일정에 맞추는 것부터 어려움이었다. 일정을 비울 수 있도록 봐주는 든든한 동료가 있어 가능했던 일이었다. 


낭만적으로만 생각했던 바다에서의 시간은 어떠한가. 추운 겨울, 온 몸으로 받아내야 하는 겨울 바다의 바람은 내가 지금껏 경험했던 그 어떤 추위보다 강력했다. 어떤 날은 파도가 높아 배가 나아가지를 않고, 파도를 온 몸으로 느껴야했다. 어느 날은 조사 시간이 부족해 해가 지기전 항구에 도착하지 못할까 걱정하던 날도 있었다. 선장 정준은 늘 든든하게 대원들이 걱정하지 않도록 다독였고, 대원들은 혹시나 나의 두려움이 새어나갈까 씩씩한 모습으로 서로를 지지했다. 


우리는 단지 추자 바다에 상괭이가 “존재함”을 확인한 것 뿐 아니라,

바다에서 아이를 키우고, 

먹이 활동을 하고,

숨을 쉬는, 

바다에서 살아가는 "생명"이었음을 보았다. 

그리고 그 모습을 나의 눈과 마음에 담을 수 있어 행복했다.


2개월이 지나 도시에서,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 항해일지를 쓰며 돌이켜보니, 바다에서 보낸 시간들이 마치 생생하게 꾸다 깨어난 꿈 같이 느껴진다. 상괭이들은 지금도 그 바다를 누비고 있겠지 생각하니 한편으로는 미소가 새어나온다. 다시 바다에서 만날 수 있기를. 그 때까지 안녕하기를.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