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감시활동]불법 칠게잡이어구 수거활동 생생 후기(feat. 대방어의 지극히 개인적인 소회)

대방어
2024-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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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일 세계 해양의 날, 파란은 송도갯벌살림_불법 칠게잡이어구 수거활동에 함께 했습니다.


인천녹색연합이 행사 준비에 많은 실무를 담당해 주었고, 녹색연합 본부, 해양시민과학센터 파란, 해양환경보호단 레디, 시셰퍼드 코리아, 바다 환경문제 전문 출판사 한바랄, EAAFP(동아시아-대양주 철새이동경로 파트너십), 채드윅 국제학교 비코클럽 학생들도 함께 힘을 보태어 60여명의 시민이 송도 갯벌에 모였습니다.


칠게잡이 어구는 5m 정도 길이의 플라스틱 파이프 입니다. 너른 갯벌에 빗금을 치듯 이리저리 놓인 이 불법 어구들로 과거에는 칠게들을 싹쓸이했고, 지금은 갯벌에 그대로 방치되어 칠게 말고도 수많은 생명이 그 안에 갇혀 죽어가고 있다고 합니다. 생물다양성의 보고이자 수많은 철새의 보금자리인 갯벌 생태계를 망치는 것입니다. (수거를 준비하는 시간에 보호종인 검은머리물떼새와 저어새가 눈앞에서 먹이활동을 합니다 +_+!)


갯골에서 먹이활동 중인 저어새


1. 작업 브리핑, 그리고 내려놓음


브리핑 중인 인천녹색연합 박주희 사무처장


 오늘의 미션은 지난해 10월, 130여 명의 시민들이 모여 송도 갯벌에 박힌 플라스틱 파이프 3분의 2가량을 수거하고 남은 150개의 어구를 수거하는 것이었습니다. 인천녹색연합에 하늘다람쥐(박주희 사무처장)은 브리핑에서 말합니다.

 “여러분, 오늘 아주 힘드실 거예요. 옷도 많이 지저분해질 텐데… 처음에는 좀 신경 쓰이다가 나중에는 내려놓게 되실 거예요.”


‘내려놓기’라는 말이 심상치 않다고 생각하며 수거 활동을 시작합니다. 갯벌에 박혀있는 파이프를 삽과 호미로 빼내는 작업이 꾀 힘이 드는 작업입니다. 힘쓰는 것에 자신이 있는 사람들은 자발적으로 4~5명씩 한 조를 구성하였습니다. 조별로 수거 영역(좌->우, 우->좌)을 대략 배정받고 이동합니다. 그리고 나머지 인원은 빼낸 파이프를 갯벌에서 수거 장소로 이동시키는 역할입니다.


저를 포함한 녹색연합 본부 동료들은 호기롭게 힘쓰는 일에 도전하고 삽, 호미, 가위를 챙겨서 갯벌에 나갑니다. 저 갯벌에 있는 모든 파이프를 빼내어 주겠다! 해맑은 얼굴로 갯벌로 나섭니다. 아, 첫발을 내딛는 순간 생각합니다. ‘이건 잘못되었다!!!’


작업 전 녹색연합 동료들과
작업 중
작업 후 완전히 지쳐버린..


1. 장화는 생각보다 얇아서, 갯벌을 밟는 느낌이 발바닥으로 온전히 전해집니다. 처음에는 그 느낌이 너무 생소해서 어색했지만 이내 적응이 되었습니다(라기보다는 힘들어서 발을 신경 쓰지 못한 것 같기도 하네요.)

2. 장화는 쫀득쫀득한 갯벌에 박혀 자꾸만 벗겨집니다.

3. 갯벌은 생각보다 깊습니다. 장화는 무릎 아래로 내려온 지 오래, 갯벌이 허벅지까지 빠지니, 장화는 장화의 역할을 하지 못한 지 오래입니다.

4. 아아! 갯벌은 정말 위대합니다. 한번 박힌 다리는 뽑히지 않습니다. 앞뒤로 흔들어 무릎을 꿇게 되면 겨우 발이 빠져나옵니다. 결국 갯벌은 저의 무릎을 꿇게 하는 것입니다!!


저는 하늘다람쥐가 말한 내려놓음을 수행합니다. 갯벌에 들어온 지 5분 만에…; 갯벌과 고군분투하며 온몸에 갯벌을 뒤집어쓴 채로, 무릎으로 걸어야 겨우 나아갈 수 있는 갯벌을 엉금엉금 기어 플라스틱 파이프들을 향해 나아갑니다.


참여자들이 모두 엉금엉금 기어서 갯벌을 이동하고 있다


2. 파이프 안의 생명들


가까이서 보니 파이프가 꾀나 많습니다. 하나를 파 내면 5m가량 떨어진 곳에, 또는 바로 옆에 계속해서 파이프가 눈이 보입니다. 오래되어 반절로 나누어진 파이프(요것은 작업하기가 수월해서 종종 제가 작업 목표물로 삼았습니다 +_+ㅎㅎ)와 너무 깊이 박혀버려 빼낼 수 없는 파이프도 있습니다.


우선 파이프가 발견되면, 그 안에 가득 찬 갯벌을 호미와 손으로 파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갯벌이 상당히 무거워서 꿈쩍도 하지 않습니다. 웬만큼 속을 파내면 삽으로 파이프 주변부를 정리하고 지렛대 원리로 조금씩 흔들어서 파이프를 빼냅니다. 파이프 안의 갯벌을 한 움큼 쥐고 빼낼 때마다 작은 게와 갯지렁이들이 손에 잡힙니다. 화들짝 놀란 망둥어들이 사람들을 피해 황급히 점프하며 도망가기도 하고, 파이프 아래로 고이는 물에는 투명하고 귀여운 가재가 흙탕물로 몸을 숨깁니다. (모두 너무 귀여운 장면인데, 온몸이 갯벌이라 사진으로 남기지 못했네요)


호미로 갯벌을 파내고
삽으로 파이프를 캐낸다



3. 파이프 옮기기, 지옥의 형벌


 호기롭게 파이프 파내기에 도전하였던 저는 지쳐버렸습니다. (건강상의 이유로 다이어트 중이라 어제저녁 이후 공복 상태를 유지한 탓…이 아니라)한걸음 한걸음 옮기는 것도 익숙지 않은 갯벌에서 파이프를 빼려고 힘을 쓰자니 온몸으로 힘을 쓰게 되기 때문입니다. 잠시 뭍으로 올라왔습니다. 큰 도로변 옆 갯벌이기에, 샤워장이 있을 리는 당연히 만무합니다. 인천 녹색연합은 살수차를 준비했네요! 사람들이 올라와 몸을 씻고 쉬고 있습니다. 저도 장갑을 벗어 던지고, 손을 좀 씻고, 찢어지고 갯벌이 범벅이 된 우비(오전에는 비가 왔어요 +_+!)를 벗어 던집니다. 다신 들어가지 않겠다는 생각으로요…


 한 10분 정도 휴식을 취하니 저 멀리 동료들이 아직 갯벌에 있습니다. 여전히, 당연히 갯벌에 바짝 엎드린 채로 이동하며 파이프를 파내는 모습이 보입니다. 특히 안타까운 것은, 한번 갯벌을 파낼 때마다 허공을 쳐다보는 저 지친 모습… 10분 만에 저는 체력이 조금 돌아와 버렸고(ㅠㅠ) 저는 벗어 던졌던 장갑을 다시 끼고 터벅터벅 동료들에게 갑니다. 아니 터벅터벅 이 아니라 엉금엉금 입니다.


열심히 파이프를 뽑아내고(?) 있는 동료들


 동료들이 빼낸 파이프를 뭍으로 올리는 작업에 손을 보탭니다. 그런데 브리핑에서 옮기는 것이 더 덜 힘든 일이라고 하지 않았던가요? +_+? 아아 거짓말, 인천녹색연합은 모두 거짓말쟁이. 파이프를 뭍으로 옮기는 작업도 파내는 작업 만만치 않게 힘이 듭니다. 아니 사실 갯벌에서는 이동이 적은 작업이 더 유리할지도요. 그 무거운 파이프를 들고 이동까지 하려니…’지금 이 현장이 아마 지옥의 형벌 모습일까 ?’을 떠올린 순간입니다…ㅎㅎㅎ 조금 순화하면 해병대 캠프 정도 되겠네요 ^^;!!



파이프를 뭍으로 수거하는 현장


온 힘을 다 쓰고 지친 사람들이 하나둘 뭍으로 올라오고, 살수차의 물로 갯벌 흙을 털어냅니다. 마무리 되어가는 시간은 훌쩍 점심시간이 되어가고, 온몸이 젖은 채로 사람들은 빵을 먹습니다. (아마도 모두 눈물 젖은 빵이었겠죠…ㅎㅎ) 수거한 파이프가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관계로 사진으로 한눈에 담지는 못했지만, 120여 개의 파이프를 수거했습니다. 갯벌에 아직 30개의 파이프를 남겨두고 올라왔습니다. 조만간 남은 파이프도 다시 수거하여 갯벌의 생명들이 자유롭게 살기를 바라며 그 어느 자원봉사 행사보다 힘들었던 프로그램을 마무리하였습니다. 



수거한 파이프의 일부


단체사진! 

송도에서 만난 파란의 친구들 클로즈업 ^^! (한바랄&팀도토리!)




== 그리고, 대방어의 지극히 개인적인 소회 ==


 칠게잡이 행사가 열렸던 인천 송도는 제 본가가 있는 곳입니다. 30여 년을 송도(송도신도시가 아닌 구 송도!)에서 살았습니다. 오늘 살수차가 서 있던 4차선 큰 도로가 1차선 도로이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 1차선 도로 끝 아암도에는 포장마차가 줄지어 있었습니다. 딱 요즘같이 선선한 저녁에 가족과 처음으로 포장마차에서 국수를 먹으며 낯설고 행복한 그 분위기를 신기해했던 어린아이인 제 모습이 기억납니다.


 송도신도시가 육지가 아닌 바다, 너른 갯벌이던 시절에는 동네 슈퍼 앞에서 조개와 굴을 다듬어서 파는 아주머니들을 마주쳤던 기억이 있습니다. (송도신도시가 들어서며 본격화 되긴 했지만) 송도신도시가 들어서기 전에도 갯벌을 매립하는 일은 계속 있었습니다. 송도LNG 기지도 그 한 예인데, 그곳이 바지락이 어마어마하게 나는 곳이어서 누구나 바지락을 잡으러 갔었는데 LNG 기지 때문에 일반 사람들은 들어가지 못하게 되었다거나, 바지락 밭이 없어졌다는 원성을 들은 기억도 얼핏 있습니다.


 왈가닥 소녀였던 저는 3살 차이 나는 오빠의 친구들과 자전거를 타고 갯벌로 모험을 떠나곤 했습니다. 오늘 행사가 열렸던 곳과 멀지 않은 송도유원지 인근의 방둑(수로)에는 자연적으로 갯벌이 쌓였습니다. 그 갯벌에 내려가 방게를 잡아 엄마를 주면, 다신 잡아 오지 말라면서도 그날 저녁엔 방게가 들어간 된장찌개를 내오던 엄마의 모습도 기억납니다. (엄마가 우릴 말린 건 아마도 초등학생 어린이들이 자전거 타고 가기엔 가는 길이 매우 험하고 멀었고, 방게가 그리 맛이 있지 않았기 때문이 아니었을까요.)


 제가 대학에 다닐 때 송도신도시 매립이 한창 진행되었습니다. 지금의 마천루 도시 모습이 되기 전, 잘 닦여진 도로와 평평한 땅만 있던 시절에는 송도는 아포칼립스 적인 풍경으로 해지는 것을 보러 자전거를 타러 가는 곳으로, 졸업하고 나서는 서툰 운전을 연습하러 가던 곳으로 되어버렸습니다. 바다가 점점 땅이 되어가고 도시가 되어가고, 나의 오빠가 송도신도시에 신혼집을 얻고, 친인척들이 이주하며 살면서 그곳은 점점 바다와 갯벌이었던 송도가 아닌, 인간만의 도시인 송도신도시로 각인되어 온 것 같습니다.


오늘 불법 어구를 수거한 갯벌은 오빠의 집으로 가는 다리를 건너는 길에 항상 보던, 물이 차 있는 '공간'이었습니다. 도시와 도시 사이에 있는 그 '공간'은 제게 갯벌이 아닌, 그저 다리 밑으로 물이 들고나는, 오염된, 죽어버린 어떤 '공간' 정도로 인식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오늘 그곳에 들어가 온몸으로 갯벌을 느꼈습니다. 그리고 그곳에 여전히 살아남은 갯벌 생명들을 보니 행복했던 오랜 기억처럼, 온전한 갯벌인 바다로 완벽히 인식하게 되었습니다. 어렸을 적 기억보다는 너무나도 좁아져 버렸지만, 여전히 송도의 갯벌은 살아있구나! 절실히 느낀 하루입니다.


갯벌은 정말 대단합니다. 말도 안 되게 거대한 도시가 바로 옆에 들어섰지만, 그 생명력을 굳건히 유지하고 있으니까요.

여전히 송도 갯벌 속에 수많은 연체동물, 저서생물들이 있고 물에는 물살이들이, 뭍에는 바닷새가 있습니다.


인천의 갯벌을 유네스코로 등록하기 위한 서명을 받고 있습니다. 

어렸을 적 기억 그대로 건재한 송도의 갯벌이 더이상 좁아지지 않도록, 인간만의 송도가 아닌 본래 그곳에 살던 생명들과 공존하는 송도 갯벌이 되도록 서명을 부탁드립니다.

https://campaigns.do/campaigns/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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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여러분 아직 남은 30개의 파이프 수거 행사도 또 있을 것이에요. 

다음 번에는 이 값진 경험의 기회를 놓치지 마세요~  ( ^_^ ) ㅎㅎㅎㅎㅎ

저만 해보기엔 너무 아까운 경험인걸요~ㅎㅎ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