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감시활동][해양보호구역 탐사기 1화] 자본이 점령한 보호구역 ㅡ 제주의 바다, 지층, 바람은 누구의 것인가

2024-07-03

연재 । 제주 해양보호구역 탐사기 1화


 자본이 점령한 보호구역  

제주의 바다, 지층, 바람은 누구의 것인가

제주 해양보호구역 탐사기 ① 성산일출도립공원 편 



기후위기 시대, 여느 때보다 심한 몸살을 앓고 있는 바다를 보호하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준비해야할까? 지난 2022년 12월,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열린 제15차 UN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총회에서는 2030년까지 전 세계 육지와 바다의 최소 30%를 보호구역으로 지정한다는 목표가 채택됐다. 유엔환경계획 잉거 안드레센 사무총장은 총회 개막에 앞서 “현재 추세가 지속된다면 지구상 800만 종 생물 가운데 100만 종이 사라지게 된다”고 말하며 당사국에게 전지구적 생태 위기 대응에 적극 동참하기를 당부했다. 196개 당사국 중 하나인 한국은 협약에 따라 현재 1.8%에 불과한 해양보호구역을 30%까지 확대 해야하는 상황이다. 2030년까지 5년여의 시간이 남은 지금, 바다의 30%를 자연을 위한 공간으로 남겨둘 수 있는 준비가 되었는지, 무엇이 필요한지 점검해볼 시점이다. 

보호구역은 생물다양성을 보전하고 온실가스를 저감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하고 효과적인 정책으로 그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단순히 생태적으로 중요한 공간을 보호구역으로 지정하는 정책이 아닌, 지역주민의 문화와 삶을 함께 보전하고 그들이 적극적인 보호 주체로 활동할 수 있게끔 돕는 방식에서 해답을 찾고 있다. 

그럼에도 보호구역 제도는 여전히 다양한 이해관계자 사이에서 갈등과 반대에 부딪히고 있다. 2020년 제주농어업인회관 입구 양쪽으로 국립공원 결사반대 피켓과 국립공원 환영 피켓이 나란히 섰다. 한라산국립공원을 포함해 중산간, 오름, 습지 등으로 제주 국립공원 확대 지정을 논의하고자 열린 공청회 장이었다. 논란 끝에 공청회는 무산되었고 2년 후 제주도는 결국 국립공원 확대 정책을 공식 철회했다. 제주도가 관리하는 해역 9,600.59㎢ 중 해양보호구역, 도립공원 등 넓은 의미의 '보호구역'으로 지정된 곳은 245.31㎢(2.56%)로 5년안에 지금의 12배 규모로 대폭 확대해야하는 상황이다.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얽혀있는 상황에서 자연 보전을 우선하는 바다는 어떤 모습일까?
해양시민과학센터 파란과 해양다큐멘터리 제작팀 돌핀맨은 6명의 시민 탐사대와 함께 5월부터 8월까지 4차례에 걸쳐 제주 해양보호구역 14곳(중복포함)을 직접 방문해 탐사 기사를 작성한다. 12회에 걸쳐 해양보호구역 제도가 지역에서 작동하는 방식을 살피고 개선이 필요한 지점을 짚어본다. 정책의 언어로는 포착할 수 없는 다양한 이해관계자를 드러내는 것에 초점을 두었다.
첫 탐사기는 서귀포시 성산읍 성산일출해양도립공원이 해양보호구역에 시사하는 바를 짚어본다. 

성산일출봉 다이빙 조사에 나선 해양보호구역탐사대 ⓒ 파란탐사대 윤상훈


불과 바다가 만든 살아있는 역사, 성산일출해양도립공원

“무서웠겠죠? 경외의 눈빛으로 어딘가에 숨어서 바라보지 않았을까.” 5월 19일, 탐사대는 성산일출도립공원을 방문했다. 탐방로를 따라 20분 정도 계단을 오르니 성산일출봉 정상에 다다를 수 있었다. 성산리부터 섭지코지까지 이어진 해안선이 한 눈에 담겼다. 안내를 맡은 제주지질연구소 강순석 박사는 잠시 5천년 전으로 시간 여행을 떠나보자고 제안했다. 성산일출봉과 성산리가 존재하기 전, 오조포구 앞이 얕은 바다였던 시절, 성산읍 어딘가에 살고 있었을 신석기 시대 제주 주민은 갑자기 바다에서 솟아 오른 붉은 용암과 거대한 화산재를 목격했을 것이다. 강순석 박사는 그 두려움과 놀람의 순간이 성산읍 역사의 시작점이라고 설명했다.

성산일출봉에서 내려다 본 성산읍 앞바다 ⓒ파란탐사대 김보은

제주 동쪽 바다, 지금의 성산읍 연안은 성산일출봉에서 발생한 세 번의 용암 분출을 통해 형성되었다. 성산일출봉에서 동남쪽으로 580m 가량 떨어진 바다 밑에는 직경 600m 크기의 해저 분화구가 자리잡고 있다. 6천7백여년 전, 첫 용암 분출이 일어났던 분화구다. 해저지형에 생긴 균열을 따라 흘러나온 뜨거운 용암이 바다와 만나며 폭발했다. 세 번의 화산 폭발을 통해 뿜어져 나온 화산재와 모래는 성산리부터 신양리 앞 바다까지 흘러가 쌓이며 제주 동쪽 해안 지층을 형성했다. 

성산일출봉 주변 해저지형을 보여주는 다중빔 사진. 적색원 부분이 첫 용암 분출이 일어난 해저분화구 ⓒ제주특별자치도 세계유산본부(2022) 

성산일출봉 서남쪽에 위치한 수마포해변에는 화산재가 퇴적된 과정이 선명히 남아있다. 해변을 둘러싼 암반은 한입 베어 문 페스츄리처럼 층을 이루고 있었다. 성산일출봉에서 뿜어져 나온 화산재가 겹겹이 쌓이며 생겨난 지층이다. 지층 곳곳에는 용암이 분출하며 말랑한 화산재층에 날아와 박힌 암석 ‘탄낭’이 보인다. 강순석 박사는 “탄낭의 크기와 숫자를 보면 당시 화산활동이 얼마나 격렬하게 일어났는지 알 수 있다”고 설명하며, 이러한 흔적이 화산 폭발 현장을 그대로 재현하는 “살아있는 역사 기록”이라고 덧붙였다. 

화산재 퇴적 과정을 관찰할 수 있는 수마포해변 암반 ⓒ파란탐사대 박성준

화산재 퇴적 과정과 탄낭을 설명하는 강순석 박사 ⓒ파란탐사대 윤상훈

성산일출봉에서 섭지코지까지 이어지는 이러한 지층은 ‘신양리층’이라 불린다. 4천5백여년 전 형성된 국내에서 가장 ‘젊은’ 땅이다. 지질학자들은 성산일출봉 주변 해안을 불(화산)과 물(바다)의 조화를 통해 형성된 지형이라 설명한다. 화산재가 쌓여 만들어진 신양리층이 파도를 만나 깎이고, 깎여나간 모래가 다시 신양리 앞 바다에 쌓이며 형성된 지형이기 때문이다. 화산 폭발 이후 오랜시간 섬으로 존재했던 성산일출봉과 붉은오름은 가운데 신양리 사주가 길게 발달하면서 점차 육지와 연결됐다. 성산일출봉과 섭지코지가 지금과 같은 모습으로 자리잡은 시점은 대략 700~800여년 전 고려시대로 추정된다.

어떻게 보호구역 안에서 난개발이 가능했을까

첫 화산 폭발이 일어난지 6천7백여년이 지난 지금, 성산읍 앞 바다는 독특한 지형이 만들어내는 경관을 보기 위해 매년 수백만명이 찾는 관광지가 되었다. 성산일출봉은 2010년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으로 등재 된 이후 2020년까지 연평균 150만 명 이상의 관광객이 방문했고(제주특별자치도, 2024), 섭지코지는 2003년 유명 드라마 촬영지로 알려지며 연 방문객 200만 명이라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이에 제주도는 2008년부터 성산일출봉, 신양리 해변, 섭지코지 일대를 성산일출해양도립공원으로 지정해 관리에 나섰다.

성산일출봉과 섭지코지는 하나의 공원구역으로 지정되어 있지만 서로 다른 정책의 영향을 받으며 변화해왔다. 성산일출봉은 2000년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이후 2007년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 2010년 세계지질공원으로 등재되며 절대보전지역으로 관리되기 시작했다. 반면, 섭지코지는 1994년 제주개발특별법에 의해 해양관광단지 개발 대상지로 선정된 이후 2008년 제주국제자유도시특별법에 의한 투자진흥지구로 지정되면서 기업에 의한 관광지 개발이 이루어지기 시작했다.

현재 섭지코지 땅의 약 80%는 보광이라는 기업이 소유하고 있다. 휘닉스 파크 모기업으로 알려진 보광은 2006년 해양관광단지 개발 업체로 선정되면서 섭지코지 내 사유지와 국공유지를 헐값에 매입하기 시작했다. 대부분 신양리 주민들이 농사 짓고 물질 하던 땅이었다. 관광지 개발이 시작된지 20여년이 지난 현재, 섭지코지에는 총 630실 규모의 대형 콘도 8채와 50실 규모의 빌라형 콘도 32채, 대형 수족관과 카페 등 관광시설 4채 그리고 이를 둘러싼 10여개의 주차장이 들어섰다. 보광은 제주개발특별법에 따라 개발 과정에서 발생하는 지방세와 소득세, 법인세 등 모든 국세를 감면 받았고, 공유수면 점사용료와 농지보전 부담금, 대체산림자원조성비, 하수도원인자부담금 등 환경 훼손과 관련된 비용도 50% 이상 감면 받았다. 

제주도가 보광에게 이러한 특혜를 제공한 이유는 단 하나, 섭지코지를 유원지로 개발해 관광을 활성화하고 지역 경제를 살리겠다는 약속 때문이었다. 보광은 지역 주민에게 개발 동의를 얻는 과정에서 상가, 해양스포츠센터, 해수스파랜드 등 관광객을 유치할 수 있는 시설을 짓고 지역주민 고용 등을 통한 사업 수익 배분을 약속했다. 

 

성산일출도립공원 용도지구 지적도 ⓒ제주특별자치도(2020)

사업은 약속과는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다. 2007년, 공사가 시작된 지 1년여 만에 신양리 주민들은 머리띠를 매고 섭지코지 주차장에 모여 반대 시위를 벌였다. 보광이 주차장을 없애고, 입구를 막아 콘도 이용객만 섭지코지 안으로 입장 할 수 있도록 하는 ‘프라이빗 비치’를 계획하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결국 주차장 부지와 진입로는 국유지와 도유지로 환원되었지만, 이후 15년이 넘는 시간 동안 섭지코지를 두고 보광과 지역주민 간의 갈등은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성산일출도립공원에는 이상한 점이 있다. 도립공원은 자연공원법에 따라 해당 구역 내 생태계를 보전하고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이용 하도록 관리되어야 하지만, 성산일출도립공원 내 주요 자원은 모두 공원구역에서 제외되어 있다. 제주연구원은 2020년 도립공원 보전관리계획 보고서에서 성산일출도립공원 구역 지정이 “타당성과 근거가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주요 경관자원이자 보전이 필요한 성산일출봉과 신양리 해안사구, 섭지코지와 같은 내륙 공간이 부지에 포함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대부분의 관광 자원과 연안 생태계가 사유지에 위치해 있는 섭지코지의 경우 경관 사유화와 훼손 방지를 강제할 수 있는 근거가 없는 상황이다. 1)

도립공원 관리 부실은 제주만의 문제는 아니다. 2023년 기준 전국 29개소 도립공원이 차지하는 면적은 전체 보호구역의 약 2.47%(1,007㎢)에 해당된다(KDPA, 2023). 그럼에도 관리 책임이 있는 지자체에서는 예산과 인력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지정 이후 관리를 소홀히하고 있어 보호지역으로서의 자격이 없는 제도라는 문제제기를 받고 있다. 많은 지자체는 도립공원 제도를 관광지 활성화를 위해 활용하고 있어 법률상 공원구역 내 설치 불가능한 관광 시설을 운영하는 경우도 많다. 2016년 기준 전국 29개 도립공원중 현행 법령 상 부적합한 시설을 설치했거나, 공원보전지구 및 관리계획 조차 수립되지 않은 공원은 17곳이다(이상돈 의원실 외, 2018).

섭지코지 한가운데에 우뚝 선 글라스하우스, 경관은 누구의 것인가

탐사대는 마지막 일정으로 섭지코지를 방문했다. 협자연대 앞에 서서 성산일출봉을 바라보았다. 우도와 성산일출봉이 보여야할 자리에 회색 건물이 시야를 가로막고 있었다. 일본 유명 건축가 안도 타다오가 설계한 글라스하우스라는 건물이었다. 그는 인터뷰에서 “인간과 자연 공간의 합일점을 찾는 것, 그런 건축이 훌륭한 건축이다”라고 이야기하며 “섭지코지에서 제주의 물, 바람, 빛, 소리를 건물 안으로 끌어들인다는 의도”를 담아 성산일출봉을 향해 두 팔을 벌린 모습으로 글라스하우스를 설계했다고 설명했다. 건물 이용자는 유리로 되어있는 벽을 통해 섭지코지 앞바다를 내려다 볼 수 있다.

섭지코지에서 바라본 성산일출봉과 우도. 글라스하우스에 가려 보이지 않는다. ⓒ파란탐사대 박성준

신양리 주민들은 섭지코지 어디서든 성산일출봉을 볼 수 있었다고 회상한다. 특히 협자연대 앞에서 바라보는 모습이 가장 아름다웠다고 말한다. 지금은 그 아름다움을 감상하기 위해서는 8,500원의 커피값을 지불하고 글라스하우스 안으로 들어가야 한다. 글라스하우스의 높이는 11.5m, 제주특별자치도 도립공원 관리 조례에서 정한 기준에 따르면 지어질 수 없는 건물이다. 

지난 1월, 신양리 주민들은 또 다시 머리띠를 매고 기자회견을 열었다. 글라스하우스 옆으로 들어설 높이 17m의 콘도3 건물 건설 허가를 취소하도록 제주도에 요청하는 내용이었다. 보광은 콘도3의 건설 부지를 해변쪽으로 60m 이동하고 건물 높이를 높여 재허가를 신청했다. 투숙객들이 보다 좋은 경관을 바라볼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계획대로 건물이 지어진다면 해변에 있는 불턱(해녀들이 옷을 갈아입고 쉬는 공간)이 숙소 건물에서 내려다 보이게 된다. 

강순석 박사는 성산일출도립공원은 지질학적 관점에서 보면 “아주 찰나의 순간을 보낸, 여전히 화산 활동이 진행 중인 땅”이라고 설명한다. 화산재와 용암이 쌓여 형성된 지층이 서서히 주변 환경과 상호작용하며 자리를 찾아가는 중이기 때문이다. 4천5백년 전, 침식과 퇴적 속에서 성산일출도립공원의 경관이 만들어지고 그 위로 건물과 사람들의 행위가 새겨져 왔다. 섭지코지가 보광의 소유가 아닌 지역 주민과 제주도에서 관리하고 보호하는 공간이었다면 어떤 모습이었을까. 해녀들이 쉬어가고 봉화를 올리고 농사를 짓던 공간들과 신양리층이 다른 이야기를 들려주지는 않았을까. 


1) 제주 전체 도립공원 내 위치한 자연문화자원은 총 49개로 이중 44%인 22개 만이 도립공원 부지 안에 포함되어있다. 전체 6개 도립공원을 관리하는 정규직 인력은 3명이며, 곶자왈을 제외하면 아무런 현장 관리 조직이 없는 상황이다(환경부, 2022)

[참고문헌]

이상돈 의원실,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2018). 도군립공원 공원계획 및 관리 운영상 문제점과 개선방안

제주특별자치도(2020), 제주특별자치도립공원 보전 관리 계획 2021~2030

제주특별자치도(2024), 세계자연유산지구 방문자 현황

제주특별자치도 세계유산본부(2022), 세계자연유산 해저지질 조사 및 가치 발굴 연구 용역 보고서

환경부(2022), 도립군립공원 기본통계

KDPA(2023), 한국보호지역 통합DB관리 시스템


* 이 기사는 언론사 오마이뉴스와 제주투데이에 공동으로 게재됩니다. 

* 글쓴이:  박성준 (제주해양보호구역 파란탐사대/ 녹색연합 자연생태팀 활동가입니다. 해양생태계와 보호구역 활동을 담당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