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신규 해양보호구역 - ‘관탈도 주변해역’을 찾아서
지난 8월 9일, 해양수산부는 제주시 추자면 관탈도 주변해역을 해양보호구역으로 지정하기 위한 계획을 발표하였다. 현재, 해양수산부가 제주도에 지정한 해양보호구역은 오조리 연안습지를 포함해 문섬 등 주변해역, 토끼섬 주변해역, 추자도 주변해역 등 총 4곳이 있다. ‘관탈도 주변해역’이 해양보호구역으로 지정된다면 다섯 번째다. 면적으로 보면, 한반도 해상에서 가장 큰 규모이다. 제주도 ‘관탈도 주변해역’의 해양보호구역 지정의 의미와 세부 내용, 관탈도에 관한 옛 기록 등을 문답 형식으로 살펴본다. |
관탈도는 제주도민도 거의 가 본 적이 없는 곳인데, 관탈도는 어디쯤 위치하고 관탈도 주변해역은 어디를 포함하고 있는지.
날씨가 좋은 날, 제주시에서 북쪽 바다를 바라보면 관탈도와 소관탈도를 볼 수 있다. 관탈도는 대관탈도와 소관탈도로 이뤄져 있고, 대관탈도는 제주도에서 30km, 추자도에서 24km 거리에 있다. 행정구역은 추자면 묵리 144번지와 143번지이다. 추자군도는 38개의 무인도와 4개의 무인도로 구성된 ‘군도(群島)’, ’섬들의 섬‘이고, 관탈도는 추자군도의 가장 남쪽에 위치한 섬이다. 제주항에서 추자행 여객선을 타면 관탈도, 중뢰, 절명이를 거쳐 상추자도와 하추자도로 들어가는데, 이번 해양수산부가 발표한 ’관탈도 주변해역‘은 관탈도와 소관탈도를 중심으로 반경 약 15~20km를 포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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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탈도. 추자면 소속의 무인도로서 제주도 본섬과 추자도 사이에 있다. |
옛 문헌에 관탈도는 물살이 거칠어 ’급히 벗어나야 하는 섬‘이나 유배지로 들어가는 관문으로 ’머리에 쓴 갓을 벗어야 하는 섬‘으로 기록되어 있다는데.
소설가 김훈은 소설 <흑산>에서 “붉은 바다, 검은 바다를 다 지나면 하얀 바다로 불려간다, 하얀 바다 저편에 흑산도가 있다”고 했다. 과거의 육지 사람에게 관탈도는 흑산도처럼 하얀 바다 너머에 있는 ’저승의 섬‘으로 인식되었다. 관탈도는 ’화탈도(火脫島)‘라 불렀는데, 한자 그대로 풀면 온도가 다른 큰 해류가 서로 뒤섞여 ’화급히 벗어나야 하는 섬‘이다. 조선시대 중기, 제주 목사로 부임한 이원진은 <탐라지>(1653)에서 대관탈도와 소관탈도 사이에 물의 흐름이 교차해 파도가 들끓어 오르니, 배들이 표류해 익사하는 경우가 많다고 기록했다. 그 옛날, 유배지로 쫓겨난 이들이 관탈도에 이르면 ’머리에 쓴 갓을 벗었다‘(관탈, 冠脫)라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추자도 주민들은 옛 문헌의 기록과는 다르게, ’육지의 끝에 있는 가장자리 섬‘으로 관탈도를 ’가탈이‘라고 불렀다고 하는데.
제주의 서민생활사를 공부하고 기록하는 고광민 연구자는 추자도에 관한 구술 기록을 살펴보며, 관탈도를 ’가탈이‘로 설명하였다. ’가탈이‘는 말 그대로 가장자리, 끝이라는 뜻이다. 육지의 관점에서 보면, 전라남도에서 추자군도의 관탈도로 이어지는 바다는 수심 60~80m 사이의 완만한 지형을 이룬다. 그런데 관탈도와 제주도 사이의 바다는 수심 130m의 큰 물골과 거친 조류가 흐르는데, 여기서부터 진정한 의미의 바다라고 생각했다. 그런 의미에서 관탈도는 육지의 끝으로 불렸다. 애월사람 장한철이 조선시대에 쓴 <표해록>을 보면, 관탈도를 지나면서 바다 귀신에게 제사를 지내고 밥을 먹는다고 했는데, “바다 형세는 필시 넘실거리며 휘돌아 급히 흐릅니다. 이것은 소위 해저에 있는 봉우리와 골짜기들이 파도를 격렬하게 만드는 증거입니다”라고 기록하고 있다.
지난 8월 9일, 제주 관탈도 주변해역 해양보호구역 지정에 대한 주민설명회가 있었는데, 파란에서도 직접 참여했는지.
제주항 인근 제주해양수산관리단 회의실에서 주민설명회가 열렸다. 해양수산부 해양생태과, 해양환경공단 해양보호구역처, 제주도 해양산업과, 추자도 어민, 도두어촌계 해녀분들, 그리고 해양보호구역 지정 노력을 기울이는 환경단체와 연구단체 등이 참여했다. 해양시민과학센터 파란도 참여하였다. 해양수산부 해양생태과장이 ’관탈도 주변해역 해양보호구역‘ 지정(안)을 설명했는데, 해양수산부는 추자군도 42개의 섬 전체를 포함하는 1안과 관탈도 주변해역을 포함하는 2안을 고려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최종적으로 상추자도와 하추자도를 포함한 추자 본섬은 제외된 관탈도 주변해역의 2안이 제안되었다.
추자도 본섬이 제외되더라도, 관탈도 주변해역이 해양보호구역으로 지정되면 제주도 해양보호구역 지정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지정이 될 것이란 전망인데.
해양보호구역은 특별히 보존할 가치가 있는 특정 공유수면의 해양생태계와 해양생물 등을 국가나 지자체가 지정하고 관리하는 구역을 말한다. 해양수산부는 해초류, 산호류 등 해양보호생물 서식지를 중심으로 유생의 확산범위 등 생태계 연결성을 고려하여 반경 약 15~20km를 해양생태계보호구역으로 지정하자고 제안했다. 대관탈도와 소관탈도, 중뢰를 포함하여 961.54㎢가 편입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금 현재, 제주도가 해양공간관리계획에 따라 관할하는 수역 9600.59㎢의 10%가 해양보호구역으로 편입되는 셈인데, 이는 국내에서 갯벌을 제외한 해상에 지정되는 해양보호구역 중 가장 큰 규모이다.
해양보호구역으로 지정되면 해양보호 효과가 뛰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해양수산부는 관탈도 주변해역을 해양보호구역으로 지정할만한 구체적인 근거로 어떤 것을 제시하고 있는지.
해양수산부 장관과 시도지사는 해양생태계법('해양생태계의 보전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해양보호구역을 지정할 수 있다. 생물다양성이 풍부하거나 해양보호생물의 서식지와 산란지, 특이한 지질학적 가치 등으로 특별히 보전할 가치 있는 해역을 지정한다. 관탈도 주변해역은 1) 해양보호생물 수거머리말, 해송, 긴가지해송, 둔한진총산호, 연수지맨드라미가 서식하고 있다는 점, 2) 암반무척추동물과 해조류의 해양생물다양성이 풍부하다는 점, 3) 발달된 넓은 암반에 산호 군락지가 형성되어 수중 경관이 훌륭하다는 점에서 법률이 정하는 해양보호구역 지정 기준을 충족하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해양보호구역으로 지정되면 지역 어민의 어업과 각종 행위 규제가 될 것이라는 지역 주민의 우려가 있다. 사실은 어떤가.
현행 법률에 따르면 해양보호구역으로 지정된다고 지역 주민의 어업 규제가 따르는 것은 아니다. 다만, 건축물과 공작물의 신축과 증축, 공유수면 구조 변경이나 바다모래 채취와 같은 임의적 개발행위는 금지된다. 국외의 경우, 해양보호구역을 '범주화'해서 엄격한 관리, 최소한의 관리 등 차등화된 조치를 취하기도 한다. 그러나 지금 현재, 지역 주민의 어업 활동은 어떠한 규제도 없다. 오히려, 관탈도 주변해역을 해양보호구역으로 지정하면, 육지부 타 시도 어민들의 안강망 조업, 대형 선망 조업 등 어장의 황폐화 원인이 되는 강도 높은 어획 활동을 제한할 수 있는 명분을 만들 수 있고, 제주 어민들이 지속가능한 어업을 향유해 나갈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주민설명회에 참여한 추자도 유자망어선협회장은 추자군도 연안의 대규모 안강망 어업의 규제를 해양수산부에 요청하기도 했다.
'관탈도 주변해역'은 한반도 최고의 황금 어장이며 해양생태계의 보고이다. 관탈도 주변에서 방어잡이가 한창이다.
해양보호구역으로 지정되면 규제가 아니라, 추자도 주민을 위한 지원사업도 이뤄질 수 있는데, 지원사업 사례로 어떤 것이 있나.
해양보호구역으로 지정되면 해양수산부와 제주특별자치도가 협력해 여러 지원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 해양수산부는 자체적으로 관리계획을 수립하고 해양보호구역 생태계 조사 모니터링을 진행하고, 제주특별자치도는 보전과 관리, 교육과 홍보, 주민 수익사업을 할 수 있다. 일례로 전북 고창의 람사르고창갯벌센터나 경남 마산만 봉암갯벌생태학습장과 같은 방문객센터나 교육체험장을 조성할 수 있고, 해양보호구역 기반 생태관광을 추진할 수 있다. 부산 오륙도 해양보호구역의 경우, 홍보관과 전시관을 만들고 해양보호구역을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를 만들면서 연간 100만명 이상이 오륙도 해양보호구역을 방문하고 있다.
향후 관탈도 주변해역 해양보호구역 지정 절차는 어떻게 되는지.
지난 8월 9일, 주민설명회는 관탈도 해양보호구역 지정을 설명하는 첫 번째 자리였다. 해양보호구역 지정은 제주도지사와 지역 주민의 의견을 듣고, 환경부, 국방부, 국토부 등 관계 중앙행정기관 협의 후 확정, 고시한다. 9월까지, 해양수산부와 제주도는 추자도에서 주민설명회를 추가로 가질 계획이다. 해양보호구역 지정 최종(안)에 대한 지자체 의견을 조회한 후, 빠르면 10월 중에 ‘제주 관탈도 주변해역 해양보호구역 지정, 고시’가 될 것으로 예측된다.
국제사회는 유엔 생물다양성협약에 따라 해양의 30%를 해양보호구역으로 지정하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번 관탈도 해양보호구역 추진도 국제사회의 약속에 따른 것인지.
유엔은 생물종의 멸종을 방지하기 위해 ‘생물다양성협약’을 채택하고 있다. 2022년 12월,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열린 제15차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 총회에서 2030년까지 육상과 해상의 생물다양성 중요지역 30%를 보호하겠다고 결의했다. 유엔은 또한 한 국가의 배타적 경제수역 이외의 공해상에 대해서도 2030년까지 30% 해양보호구역 확대를 합의한 상황이다. 한국 정부도 당연히 참여했고 여당 야당할 것 없이 동의하고 있다. 현재 한국의 해양보호구역 지정은 전체 면적 대비 2.6% 수준인데, 2030년까지 30%를 확대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노력이 필요한 상황이다.
현재 2.6% 수준을 감안할 때, 2030년까지 해양의 30%를 보호구역으로 지정하는 일이 만만치 않을텐데. 2030년 30%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해양수산부의 전략, 계획은 있는지.
지난 8월 6일, 해양수산부는 경북 포항 호미반도의 해양보호구역을 기존 0.25㎢에서 71.77㎢로 확대 지정했다. 해양수산부는 2030년까지 한반도 전 해역의 30% 이상을 해양보호구역으로 지정하겠다는 목표를 세웠고, 동해 용승해역과 서해 무인도서 일대를 대형 해양보호구역으로 타진하고 있다. 서해의 무인도서는 충남 격렬비열도 일대를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제주도는 관탈도 주변해역과 남방큰돌고래 서식지를 중심으로 큰 규모의 해양보호구역 추진을 준비하고 있다. 특히 제주도는 산호류 뿐만 아니라, 멸종위기 바다거북과 십각류, 고래상어 등 대형 상어류, 거머리말 등 해초류 서식지가 추가적으로 확인되고 있어 해양보호구역 확대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해양수산부가 적극 반영하기를 기대한다.
2024년 9월 현재, 해양수산부 지정 해양보호구역 현황
해양수산부와 제주도는 남방큰돌고래 서식지 보전을 위해 해양보호구역을 신규 지정할 계획도 있는데. 제주시 구좌읍 김녕리와 서귀포시 대정읍 신도리 앞바다가 대상 지역으로 논의되고 있다고.
관탈도 주민설명회가 열리기 하루 전에, 해양수산부와 제주도는 구좌읍 김녕리와 대정읍 신도리 앞바다를 남방큰돌고래 보호구역으로 지정하는 주민설명회를 열었다. 환경단체와 연구기관은 참여시키지 않았고, 해당 지역주민들만 자리했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김녕리 인근 해역 7.06㎢와 신도리 인근 해역 2.36㎢를 ‘해양생태계의 보전 및 관리에 따른 법률’이 규정한 해양생물보호구역으로 지정하겠다는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에 해양생물보호구역으로 지정된 곳은 두 군데인데, 경남 고성군 하이면 인근 해역의 상괭이 서식지, 충남 태안군과 서산시의 가로림만 해역의 점박이물범 서식지를 보호하기 위해 해양생물보호구역을 지정하고 있다. 제주도의 남방큰돌고래 보호구역이 지정되면 국내 세 번째 해양생물보호구역이다.
제주도의회 ‘지속가능연구회’는 지난 7월 말에 멸종위기종 남방큰돌고래와의 공존을 위해 서식지 해안가 일대를 해양보호구역을 지정하고, 상생 공간이 필요하다는 제언을 했다는데.
제주도의회 의원연구단체 제주지속가능발전연구회가 ‘제주 남방큰돌고래 활용 실태조사 및 지역주민 상생방안’ 연구용역 최종보고회를 지난 7월에 열었다. 제주국제대학교 연구진은 남방큰돌고래와 지역주민의 상생을 위해 1) 주민들이 돌고래를 보호하도록 유도하고, 2) 주민들의 정체성과 지역 자부심을 강화하고, 3) 환경 보전과 해양동물 보호에 중점을 두고 정책을 추진하자고 제언했다. 대정읍 신도리 노을해안로에 남방큰돌고래 안내와 교육 장소를 마련하고, 중장기적으로 남방큰돌고래 해양생태계박물관을 건립하고, 남방큰돌고래 테마 마을을 만들자는 제안이다. 지역 주민과 남방큰돌고래의 상생이 해양보호구역 확대와 해양보호생물 서식지 보호에 큰 시너지를 일으키길 바란다.
관탈도에서 바라본 한라산. 맑은 날이면 제주도에서 관탈도를 볼 수 있다.
글 도다리
제주도 신규 해양보호구역 - ‘관탈도 주변해역’을 찾아서
관탈도는 제주도민도 거의 가 본 적이 없는 곳인데, 관탈도는 어디쯤 위치하고 관탈도 주변해역은 어디를 포함하고 있는지.
날씨가 좋은 날, 제주시에서 북쪽 바다를 바라보면 관탈도와 소관탈도를 볼 수 있다. 관탈도는 대관탈도와 소관탈도로 이뤄져 있고, 대관탈도는 제주도에서 30km, 추자도에서 24km 거리에 있다. 행정구역은 추자면 묵리 144번지와 143번지이다. 추자군도는 38개의 무인도와 4개의 무인도로 구성된 ‘군도(群島)’, ’섬들의 섬‘이고, 관탈도는 추자군도의 가장 남쪽에 위치한 섬이다. 제주항에서 추자행 여객선을 타면 관탈도, 중뢰, 절명이를 거쳐 상추자도와 하추자도로 들어가는데, 이번 해양수산부가 발표한 ’관탈도 주변해역‘은 관탈도와 소관탈도를 중심으로 반경 약 15~20km를 포함하고 있다.
옛 문헌에 관탈도는 물살이 거칠어 ’급히 벗어나야 하는 섬‘이나 유배지로 들어가는 관문으로 ’머리에 쓴 갓을 벗어야 하는 섬‘으로 기록되어 있다는데.
소설가 김훈은 소설 <흑산>에서 “붉은 바다, 검은 바다를 다 지나면 하얀 바다로 불려간다, 하얀 바다 저편에 흑산도가 있다”고 했다. 과거의 육지 사람에게 관탈도는 흑산도처럼 하얀 바다 너머에 있는 ’저승의 섬‘으로 인식되었다. 관탈도는 ’화탈도(火脫島)‘라 불렀는데, 한자 그대로 풀면 온도가 다른 큰 해류가 서로 뒤섞여 ’화급히 벗어나야 하는 섬‘이다. 조선시대 중기, 제주 목사로 부임한 이원진은 <탐라지>(1653)에서 대관탈도와 소관탈도 사이에 물의 흐름이 교차해 파도가 들끓어 오르니, 배들이 표류해 익사하는 경우가 많다고 기록했다. 그 옛날, 유배지로 쫓겨난 이들이 관탈도에 이르면 ’머리에 쓴 갓을 벗었다‘(관탈, 冠脫)라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추자도 주민들은 옛 문헌의 기록과는 다르게, ’육지의 끝에 있는 가장자리 섬‘으로 관탈도를 ’가탈이‘라고 불렀다고 하는데.
제주의 서민생활사를 공부하고 기록하는 고광민 연구자는 추자도에 관한 구술 기록을 살펴보며, 관탈도를 ’가탈이‘로 설명하였다. ’가탈이‘는 말 그대로 가장자리, 끝이라는 뜻이다. 육지의 관점에서 보면, 전라남도에서 추자군도의 관탈도로 이어지는 바다는 수심 60~80m 사이의 완만한 지형을 이룬다. 그런데 관탈도와 제주도 사이의 바다는 수심 130m의 큰 물골과 거친 조류가 흐르는데, 여기서부터 진정한 의미의 바다라고 생각했다. 그런 의미에서 관탈도는 육지의 끝으로 불렸다. 애월사람 장한철이 조선시대에 쓴 <표해록>을 보면, 관탈도를 지나면서 바다 귀신에게 제사를 지내고 밥을 먹는다고 했는데, “바다 형세는 필시 넘실거리며 휘돌아 급히 흐릅니다. 이것은 소위 해저에 있는 봉우리와 골짜기들이 파도를 격렬하게 만드는 증거입니다”라고 기록하고 있다.
지난 8월 9일, 제주 관탈도 주변해역 해양보호구역 지정에 대한 주민설명회가 있었는데, 파란에서도 직접 참여했는지.
제주항 인근 제주해양수산관리단 회의실에서 주민설명회가 열렸다. 해양수산부 해양생태과, 해양환경공단 해양보호구역처, 제주도 해양산업과, 추자도 어민, 도두어촌계 해녀분들, 그리고 해양보호구역 지정 노력을 기울이는 환경단체와 연구단체 등이 참여했다. 해양시민과학센터 파란도 참여하였다. 해양수산부 해양생태과장이 ’관탈도 주변해역 해양보호구역‘ 지정(안)을 설명했는데, 해양수산부는 추자군도 42개의 섬 전체를 포함하는 1안과 관탈도 주변해역을 포함하는 2안을 고려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최종적으로 상추자도와 하추자도를 포함한 추자 본섬은 제외된 관탈도 주변해역의 2안이 제안되었다.
추자도 본섬이 제외되더라도, 관탈도 주변해역이 해양보호구역으로 지정되면 제주도 해양보호구역 지정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지정이 될 것이란 전망인데.
해양보호구역은 특별히 보존할 가치가 있는 특정 공유수면의 해양생태계와 해양생물 등을 국가나 지자체가 지정하고 관리하는 구역을 말한다. 해양수산부는 해초류, 산호류 등 해양보호생물 서식지를 중심으로 유생의 확산범위 등 생태계 연결성을 고려하여 반경 약 15~20km를 해양생태계보호구역으로 지정하자고 제안했다. 대관탈도와 소관탈도, 중뢰를 포함하여 961.54㎢가 편입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금 현재, 제주도가 해양공간관리계획에 따라 관할하는 수역 9600.59㎢의 10%가 해양보호구역으로 편입되는 셈인데, 이는 국내에서 갯벌을 제외한 해상에 지정되는 해양보호구역 중 가장 큰 규모이다.
해양보호구역으로 지정되면 해양보호 효과가 뛰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해양수산부는 관탈도 주변해역을 해양보호구역으로 지정할만한 구체적인 근거로 어떤 것을 제시하고 있는지.
해양수산부 장관과 시도지사는 해양생태계법('해양생태계의 보전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해양보호구역을 지정할 수 있다. 생물다양성이 풍부하거나 해양보호생물의 서식지와 산란지, 특이한 지질학적 가치 등으로 특별히 보전할 가치 있는 해역을 지정한다. 관탈도 주변해역은 1) 해양보호생물 수거머리말, 해송, 긴가지해송, 둔한진총산호, 연수지맨드라미가 서식하고 있다는 점, 2) 암반무척추동물과 해조류의 해양생물다양성이 풍부하다는 점, 3) 발달된 넓은 암반에 산호 군락지가 형성되어 수중 경관이 훌륭하다는 점에서 법률이 정하는 해양보호구역 지정 기준을 충족하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해양보호구역으로 지정되면 지역 어민의 어업과 각종 행위 규제가 될 것이라는 지역 주민의 우려가 있다. 사실은 어떤가.
현행 법률에 따르면 해양보호구역으로 지정된다고 지역 주민의 어업 규제가 따르는 것은 아니다. 다만, 건축물과 공작물의 신축과 증축, 공유수면 구조 변경이나 바다모래 채취와 같은 임의적 개발행위는 금지된다. 국외의 경우, 해양보호구역을 '범주화'해서 엄격한 관리, 최소한의 관리 등 차등화된 조치를 취하기도 한다. 그러나 지금 현재, 지역 주민의 어업 활동은 어떠한 규제도 없다. 오히려, 관탈도 주변해역을 해양보호구역으로 지정하면, 육지부 타 시도 어민들의 안강망 조업, 대형 선망 조업 등 어장의 황폐화 원인이 되는 강도 높은 어획 활동을 제한할 수 있는 명분을 만들 수 있고, 제주 어민들이 지속가능한 어업을 향유해 나갈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주민설명회에 참여한 추자도 유자망어선협회장은 추자군도 연안의 대규모 안강망 어업의 규제를 해양수산부에 요청하기도 했다.
해양보호구역으로 지정되면 규제가 아니라, 추자도 주민을 위한 지원사업도 이뤄질 수 있는데, 지원사업 사례로 어떤 것이 있나.
해양보호구역으로 지정되면 해양수산부와 제주특별자치도가 협력해 여러 지원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 해양수산부는 자체적으로 관리계획을 수립하고 해양보호구역 생태계 조사 모니터링을 진행하고, 제주특별자치도는 보전과 관리, 교육과 홍보, 주민 수익사업을 할 수 있다. 일례로 전북 고창의 람사르고창갯벌센터나 경남 마산만 봉암갯벌생태학습장과 같은 방문객센터나 교육체험장을 조성할 수 있고, 해양보호구역 기반 생태관광을 추진할 수 있다. 부산 오륙도 해양보호구역의 경우, 홍보관과 전시관을 만들고 해양보호구역을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를 만들면서 연간 100만명 이상이 오륙도 해양보호구역을 방문하고 있다.
향후 관탈도 주변해역 해양보호구역 지정 절차는 어떻게 되는지.
지난 8월 9일, 주민설명회는 관탈도 해양보호구역 지정을 설명하는 첫 번째 자리였다. 해양보호구역 지정은 제주도지사와 지역 주민의 의견을 듣고, 환경부, 국방부, 국토부 등 관계 중앙행정기관 협의 후 확정, 고시한다. 9월까지, 해양수산부와 제주도는 추자도에서 주민설명회를 추가로 가질 계획이다. 해양보호구역 지정 최종(안)에 대한 지자체 의견을 조회한 후, 빠르면 10월 중에 ‘제주 관탈도 주변해역 해양보호구역 지정, 고시’가 될 것으로 예측된다.
국제사회는 유엔 생물다양성협약에 따라 해양의 30%를 해양보호구역으로 지정하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번 관탈도 해양보호구역 추진도 국제사회의 약속에 따른 것인지.
유엔은 생물종의 멸종을 방지하기 위해 ‘생물다양성협약’을 채택하고 있다. 2022년 12월,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열린 제15차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 총회에서 2030년까지 육상과 해상의 생물다양성 중요지역 30%를 보호하겠다고 결의했다. 유엔은 또한 한 국가의 배타적 경제수역 이외의 공해상에 대해서도 2030년까지 30% 해양보호구역 확대를 합의한 상황이다. 한국 정부도 당연히 참여했고 여당 야당할 것 없이 동의하고 있다. 현재 한국의 해양보호구역 지정은 전체 면적 대비 2.6% 수준인데, 2030년까지 30%를 확대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노력이 필요한 상황이다.
현재 2.6% 수준을 감안할 때, 2030년까지 해양의 30%를 보호구역으로 지정하는 일이 만만치 않을텐데. 2030년 30%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해양수산부의 전략, 계획은 있는지.
지난 8월 6일, 해양수산부는 경북 포항 호미반도의 해양보호구역을 기존 0.25㎢에서 71.77㎢로 확대 지정했다. 해양수산부는 2030년까지 한반도 전 해역의 30% 이상을 해양보호구역으로 지정하겠다는 목표를 세웠고, 동해 용승해역과 서해 무인도서 일대를 대형 해양보호구역으로 타진하고 있다. 서해의 무인도서는 충남 격렬비열도 일대를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제주도는 관탈도 주변해역과 남방큰돌고래 서식지를 중심으로 큰 규모의 해양보호구역 추진을 준비하고 있다. 특히 제주도는 산호류 뿐만 아니라, 멸종위기 바다거북과 십각류, 고래상어 등 대형 상어류, 거머리말 등 해초류 서식지가 추가적으로 확인되고 있어 해양보호구역 확대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해양수산부가 적극 반영하기를 기대한다.
2024년 9월 현재, 해양수산부 지정 해양보호구역 현황
해양수산부와 제주도는 남방큰돌고래 서식지 보전을 위해 해양보호구역을 신규 지정할 계획도 있는데. 제주시 구좌읍 김녕리와 서귀포시 대정읍 신도리 앞바다가 대상 지역으로 논의되고 있다고.
관탈도 주민설명회가 열리기 하루 전에, 해양수산부와 제주도는 구좌읍 김녕리와 대정읍 신도리 앞바다를 남방큰돌고래 보호구역으로 지정하는 주민설명회를 열었다. 환경단체와 연구기관은 참여시키지 않았고, 해당 지역주민들만 자리했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김녕리 인근 해역 7.06㎢와 신도리 인근 해역 2.36㎢를 ‘해양생태계의 보전 및 관리에 따른 법률’이 규정한 해양생물보호구역으로 지정하겠다는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에 해양생물보호구역으로 지정된 곳은 두 군데인데, 경남 고성군 하이면 인근 해역의 상괭이 서식지, 충남 태안군과 서산시의 가로림만 해역의 점박이물범 서식지를 보호하기 위해 해양생물보호구역을 지정하고 있다. 제주도의 남방큰돌고래 보호구역이 지정되면 국내 세 번째 해양생물보호구역이다.
제주도의회 ‘지속가능연구회’는 지난 7월 말에 멸종위기종 남방큰돌고래와의 공존을 위해 서식지 해안가 일대를 해양보호구역을 지정하고, 상생 공간이 필요하다는 제언을 했다는데.
제주도의회 의원연구단체 제주지속가능발전연구회가 ‘제주 남방큰돌고래 활용 실태조사 및 지역주민 상생방안’ 연구용역 최종보고회를 지난 7월에 열었다. 제주국제대학교 연구진은 남방큰돌고래와 지역주민의 상생을 위해 1) 주민들이 돌고래를 보호하도록 유도하고, 2) 주민들의 정체성과 지역 자부심을 강화하고, 3) 환경 보전과 해양동물 보호에 중점을 두고 정책을 추진하자고 제언했다. 대정읍 신도리 노을해안로에 남방큰돌고래 안내와 교육 장소를 마련하고, 중장기적으로 남방큰돌고래 해양생태계박물관을 건립하고, 남방큰돌고래 테마 마을을 만들자는 제안이다. 지역 주민과 남방큰돌고래의 상생이 해양보호구역 확대와 해양보호생물 서식지 보호에 큰 시너지를 일으키길 바란다.
관탈도에서 바라본 한라산. 맑은 날이면 제주도에서 관탈도를 볼 수 있다.
글 도다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