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자도 상괭이 조사의 첫 항해일지를 기록하려니, 20살 제주도 문섬 새끼섬에서 첫 다이빙을 하고 썼던 첫 번째 로그북 페이지가 떠오릅니다. 처음 바닷속 세상을 마주하고 느꼈던 경이로움과 벅차오름으로 가득해던 그 첫 페이지 말입니다. 거친 겨울 바다 기상으로 인해 12월에 우리에게 주어진 조사 날짜는 단 하루! 크리스마스 날!! 긴급히 모여 우리는 추자도로 향했고, 저는 드디어 생애 처음으로 상괭이를 마주했습니다. 첫 다이빙을 하고 나의 우주가 바뀌었듯, 상괭이의 첫 등장과 함께 또 다른 우주가 열리는 순간이었습니다. 좀 거창하게 시작했지만, 그래도 될 만큼 벅찼던 12월 항해의 기록입니다.
새벽 6시 45분, 긴급히 꾸려진 조사팀이 겨울 바다 추위에 대비하여 꽁꽁 옷을 싸매고 모슬포항에 모였습니다. 촬영 장비와 준비물, 끼니로 때울 음식들을 조심히 베롱호로 나르고 출항 준비를 합니다. 베롱호 꼭대기에 설치된 망루 의자에 오르내리고, 안전띠를 조이고 푸는 연습을 합니다. 민수 씨가 담당할 자리이긴 하지만, 경우에 따라선 저도 올라가야 하기에 미리 연습을 해봅니다. 꽤 높은 망루 자리! 흔들리는 배 꼭대기에 앉아 있을 것이 걱정이 조금 생기기도 합니다. 연습과 준비 끝! 드디어 모슬포항에서 7시 35분 추자도로 출항합니다.
반갑게도 출발하자마자, 활기차게 아침 햇살을 받으며 대정 앞바다를 헤엄치고 있는 남방큰돌고래 무리를 만났습니다. 돌핀맨이 잠시 엔진을 멈추고 종달이(낚시줄로부터 구조된 아기 돌고래)를 찾는 사이, 무리 중 한 남방큰돌고래가 빠르게 배 가까이로 헤엄칩니다. 익숙한 돌핀맨과 민수, 대정삼이(홍상희)와 다르게 저는 커다란 남방큰돌고래가 수면 아래서 휙~하고 지나갈 때마다 마음이 울렁~ 하며 흥분됩니다. 아쉽지만 가야 할 길이 멀어 남방큰돌고래와는 금세 인사를 나누고 조사팀은 추자도로 향합니다. ‘메리 고래스마스!’ 시작이 좋습니다.
모슬포에서 추자도를 향해 북쪽으로 북쪽으로 올라갑니다. 다행히 바다가 아주 잔잔합니다. 너울을 헤치며 팡팡 튀어 오르는 작은 포포이스호에서 엉덩방아를 수십 번 찧으며 달렸던 11월 조사에 비하면, 무려 실내 공간과 화장실이 있고, 쿠션 의자가 있는 10인승 베롱호는 제게는 크루즈선 부럽지 않습니다.
3시간여 달려 10시 45분 중뢰에 도착해서 조사를 시작합니다. 저는 선수, 민수 씨가 망루, 선미에 대정삼이가 섰습니다. 계속해서 북쪽으로 추자도를 향해서 천천히 이동하며 상괭이를 찾지만 베롱호 기척에 파르르 날아가는 쇠오리뿐입니다. 계속해서 계획해 둔 경로를 따라 베롱호를 운항합니다.
(좌) 중뢰기지와 낚시어선 (우)베롱호 망루위의 민수, 선체 위의 대정삼이 ⓒ상괭이편
어민들의 증언과 이전 돌핀맨의 상괭이 기록을 따라 보론섬, 횡간도, 복사초를 목표로 이동합니다. 다행히 따듯한 날이었지만, 겨울 바닷바람을 배의 맨 앞(그러니까 타이타닉에서 잭과 로즈가 양팔을 멀리고 섰던 그 선수)에 서서 바람을 가르고 있자니, 아아 점점 추워집니다. 바람은 얼굴을 얼마나 때리는지, 눈물 콧물이 자꾸 나와 연신 닦아내며 상괭이를 찾아 수면위로 눈을 굴립니다!
바다가 잔잔하다가도 상괭이가 자주 나온다는 곳에 가면 물살이 거세게 휘몰아치고 있는 것이 느껴집니다. 거센바다를 좋아한다는 상괭이. 너무도 신비롭지만 정말 만나기 어려운 존재임이 확실합니다.
그렇게 두 시간여의 바다를 노려보았지만, 아직 상괭이는 만나지 못했습니다. 마지막 목적지는 꽤 북쪽 복사초입니다. 해가 지기 전에 다시 남쪽 제주도로 돌아가려면 2시 이내에 조사를 마쳐야 하기에, 빠르게 북쪽으로 올라갑니다. 배가 빨라질수록, 네, 바람을 가르는 저는 너무나도 춥습니다.
복사초에 도착하니 5~6척의 크고 작은 낚시어선이 있습니다. 추자도의 어민이 수온이 13도 정도로 떨어지면 상괭이가 내려온다고 했는데, 복사초에 도착하니 수온이 13.2도입니다. 이곳에는 가능성이 있다!!! 기대감을 안고 낚시꾼에게 혹시 상괭이를 보았냐고 물어보았지만, 못 보았다고 대답합니다. 혹, 이번 달에도 상괭이를 만나지 못할까, 불안한 마음이 커지지만, 복사초 주변을 천천히 둘러보기 시작합니다.
복사초와 낚시어선(상괭이를 보지 못했다고 한!) ⓒ상괭이편
복사초에서 200m가량 서쪽으로 이동했을 때입니다. 배와 아주 가까이 10시 방향 수면에서 스르륵 등이 지나갔습니다.
저는 소리칩니다. 그러나 저의 소리에 놀란 것일까요? 분명 보였던 등이 한 1~2분 또 보이지 않습니다. (마음으론 2시간처럼 느껴졌어요.)
‘낚시꾼은 못 보았다고 했잖아…. 혹시 내가 헛것을 본 건가? 아닌데, 분명 상괭이인데….’ 수많은 생각이 지나가는 그때! 배에서 조금 멀어진 곳에서 또다시 둥근 등이 수면위에 살짝 올라왔다가 다시 수중으로 사라집니다!!!!
“와!!!!! 맞다!!! 상괭이다!! 내가 봤다!!! 상괭이!!! 상괭이!!!!!!!”
쓰여있는 느낌표 x 100배만큼 저는 흥분된 상황입니다. 왜냐하면, 네, 바로 저, 신듀공이 상괭이편에서 1등으로 상괭이를 만났답니다 ^____^!!! 흥분을 가라앉히고 소리를 덜 지르자(?) 상괭이가 배 주변 이곳저곳에서 나타나기 시작합니다. 고요히 바다를 쳐다보고 있자 ‘슈욱, 슈욱’ 상괭이의 숨소리가 들립니다. 그 숨소리 때문에 상괭이가 쉬욱지라고도 불린다는데. 다시 생각해도 너무 신비로운 생명의 소리입니다. 슈욱 소리가 나서 고개를 돌리지만, 재빠른 상괭이가 이미 수면 아래로 들어갔는지 흔적도 보이지 않습니다.
살짝 보여주고 물속으로 사라지는 상괭이, 매끈하고 까만 등이 보인다. ⓒ상괭이편
"3시 3마리!!"
"9시 가까이!"
"10시 2마리!!!"
잠깐 나타났다 사라지는 상괭이의 위치와 무리의 수를 알립니다. 돌핀맨은 상괭이를 촬영하기 위해 민수에게 배를 맡기고, 바삐 드론을 띄웁니다. 그렇게 30분가량 상괭이 무리를 살폈습니다. 총 10여 명쯤 상괭이를 만났습니다. 슈욱 소리가 잦아들었습니다. 게다가 해가 지기 전에 되돌아가려면 서둘러야 합니다. 흥분된 마음을 가라앉히고, 다시 남쪽으로, 제주도로 향합니다. 물이 점점 더 차가워지는 다음 달에는 조금 더 가까이, 추자도 본섬 인근 바다에서 만날 수 있겠죠. 아, 다시 슈욱 소리를 들을 생각을 하니, 마음이 또 울렁~ 합니다.
‘다시 만나! 상괭이! 너희가 이곳에 살고 있다는 것을 꼭 알려줘.’
그래!! 이 바다에는 상괭이가 산다고! 추자도에는 상괭이가 있어! 그렇게 멋대로 개발해서 상괭이를 내쫓으면 안 되는 바다라고! 다시 한 번 주먹을 불끈쥐어봅니다!
PS. 모슬포항으로 돌아오는 길, 대정앞에서 그렇게 찾던 종달이와 어미 김리를 만났습니다!! 구조된 이후에 종달이가 잘 지내는지 계속 모니터링 해 왔는데, 한동안 보이지 않아 ‘남방큰돌고래 긴급구조단’ 분들이 조금 걱정했다고 합니다. 보고 싶었던 모든 돌고래의 안부를 확인한 날! 정말 ‘메리 고래스마스’ 인 하루였답니다!
추자도 상괭이 조사의 첫 항해일지를 기록하려니, 20살 제주도 문섬 새끼섬에서 첫 다이빙을 하고 썼던 첫 번째 로그북 페이지가 떠오릅니다. 처음 바닷속 세상을 마주하고 느꼈던 경이로움과 벅차오름으로 가득해던 그 첫 페이지 말입니다. 거친 겨울 바다 기상으로 인해 12월에 우리에게 주어진 조사 날짜는 단 하루! 크리스마스 날!! 긴급히 모여 우리는 추자도로 향했고, 저는 드디어 생애 처음으로 상괭이를 마주했습니다. 첫 다이빙을 하고 나의 우주가 바뀌었듯, 상괭이의 첫 등장과 함께 또 다른 우주가 열리는 순간이었습니다. 좀 거창하게 시작했지만, 그래도 될 만큼 벅찼던 12월 항해의 기록입니다.
새벽 6시 45분, 긴급히 꾸려진 조사팀이 겨울 바다 추위에 대비하여 꽁꽁 옷을 싸매고 모슬포항에 모였습니다. 촬영 장비와 준비물, 끼니로 때울 음식들을 조심히 베롱호로 나르고 출항 준비를 합니다. 베롱호 꼭대기에 설치된 망루 의자에 오르내리고, 안전띠를 조이고 푸는 연습을 합니다. 민수 씨가 담당할 자리이긴 하지만, 경우에 따라선 저도 올라가야 하기에 미리 연습을 해봅니다. 꽤 높은 망루 자리! 흔들리는 배 꼭대기에 앉아 있을 것이 걱정이 조금 생기기도 합니다. 연습과 준비 끝! 드디어 모슬포항에서 7시 35분 추자도로 출항합니다.
반갑게도 출발하자마자, 활기차게 아침 햇살을 받으며 대정 앞바다를 헤엄치고 있는 남방큰돌고래 무리를 만났습니다. 돌핀맨이 잠시 엔진을 멈추고 종달이(낚시줄로부터 구조된 아기 돌고래)를 찾는 사이, 무리 중 한 남방큰돌고래가 빠르게 배 가까이로 헤엄칩니다. 익숙한 돌핀맨과 민수, 대정삼이(홍상희)와 다르게 저는 커다란 남방큰돌고래가 수면 아래서 휙~하고 지나갈 때마다 마음이 울렁~ 하며 흥분됩니다. 아쉽지만 가야 할 길이 멀어 남방큰돌고래와는 금세 인사를 나누고 조사팀은 추자도로 향합니다. ‘메리 고래스마스!’ 시작이 좋습니다.
모슬포에서 추자도를 향해 북쪽으로 북쪽으로 올라갑니다. 다행히 바다가 아주 잔잔합니다. 너울을 헤치며 팡팡 튀어 오르는 작은 포포이스호에서 엉덩방아를 수십 번 찧으며 달렸던 11월 조사에 비하면, 무려 실내 공간과 화장실이 있고, 쿠션 의자가 있는 10인승 베롱호는 제게는 크루즈선 부럽지 않습니다.
3시간여 달려 10시 45분 중뢰에 도착해서 조사를 시작합니다. 저는 선수, 민수 씨가 망루, 선미에 대정삼이가 섰습니다. 계속해서 북쪽으로 추자도를 향해서 천천히 이동하며 상괭이를 찾지만 베롱호 기척에 파르르 날아가는 쇠오리뿐입니다. 계속해서 계획해 둔 경로를 따라 베롱호를 운항합니다.
(좌) 중뢰기지와 낚시어선 (우)베롱호 망루위의 민수, 선체 위의 대정삼이 ⓒ상괭이편
어민들의 증언과 이전 돌핀맨의 상괭이 기록을 따라 보론섬, 횡간도, 복사초를 목표로 이동합니다. 다행히 따듯한 날이었지만, 겨울 바닷바람을 배의 맨 앞(그러니까 타이타닉에서 잭과 로즈가 양팔을 멀리고 섰던 그 선수)에 서서 바람을 가르고 있자니, 아아 점점 추워집니다. 바람은 얼굴을 얼마나 때리는지, 눈물 콧물이 자꾸 나와 연신 닦아내며 상괭이를 찾아 수면위로 눈을 굴립니다!
바다가 잔잔하다가도 상괭이가 자주 나온다는 곳에 가면 물살이 거세게 휘몰아치고 있는 것이 느껴집니다. 거센바다를 좋아한다는 상괭이. 너무도 신비롭지만 정말 만나기 어려운 존재임이 확실합니다.
그렇게 두 시간여의 바다를 노려보았지만, 아직 상괭이는 만나지 못했습니다. 마지막 목적지는 꽤 북쪽 복사초입니다. 해가 지기 전에 다시 남쪽 제주도로 돌아가려면 2시 이내에 조사를 마쳐야 하기에, 빠르게 북쪽으로 올라갑니다. 배가 빨라질수록, 네, 바람을 가르는 저는 너무나도 춥습니다.
복사초에 도착하니 5~6척의 크고 작은 낚시어선이 있습니다. 추자도의 어민이 수온이 13도 정도로 떨어지면 상괭이가 내려온다고 했는데, 복사초에 도착하니 수온이 13.2도입니다. 이곳에는 가능성이 있다!!! 기대감을 안고 낚시꾼에게 혹시 상괭이를 보았냐고 물어보았지만, 못 보았다고 대답합니다. 혹, 이번 달에도 상괭이를 만나지 못할까, 불안한 마음이 커지지만, 복사초 주변을 천천히 둘러보기 시작합니다.
복사초와 낚시어선(상괭이를 보지 못했다고 한!) ⓒ상괭이편
복사초에서 200m가량 서쪽으로 이동했을 때입니다. 배와 아주 가까이 10시 방향 수면에서 스르륵 등이 지나갔습니다.
“어어어!!!!!!!!!! 상괭이다!!!!!!!! 3마리 있었어요 3마리!!! 분명 상괭이인데!!!!”
저는 소리칩니다. 그러나 저의 소리에 놀란 것일까요? 분명 보였던 등이 한 1~2분 또 보이지 않습니다. (마음으론 2시간처럼 느껴졌어요.)
‘낚시꾼은 못 보았다고 했잖아…. 혹시 내가 헛것을 본 건가? 아닌데, 분명 상괭이인데….’ 수많은 생각이 지나가는 그때! 배에서 조금 멀어진 곳에서 또다시 둥근 등이 수면위에 살짝 올라왔다가 다시 수중으로 사라집니다!!!!
“와!!!!! 맞다!!! 상괭이다!! 내가 봤다!!! 상괭이!!! 상괭이!!!!!!!”
쓰여있는 느낌표 x 100배만큼 저는 흥분된 상황입니다. 왜냐하면, 네, 바로 저, 신듀공이 상괭이편에서 1등으로 상괭이를 만났답니다 ^____^!!! 흥분을 가라앉히고 소리를 덜 지르자(?) 상괭이가 배 주변 이곳저곳에서 나타나기 시작합니다. 고요히 바다를 쳐다보고 있자 ‘슈욱, 슈욱’ 상괭이의 숨소리가 들립니다. 그 숨소리 때문에 상괭이가 쉬욱지라고도 불린다는데. 다시 생각해도 너무 신비로운 생명의 소리입니다. 슈욱 소리가 나서 고개를 돌리지만, 재빠른 상괭이가 이미 수면 아래로 들어갔는지 흔적도 보이지 않습니다.
살짝 보여주고 물속으로 사라지는 상괭이, 매끈하고 까만 등이 보인다. ⓒ상괭이편
"3시 3마리!!"
"9시 가까이!"
"10시 2마리!!!"
잠깐 나타났다 사라지는 상괭이의 위치와 무리의 수를 알립니다. 돌핀맨은 상괭이를 촬영하기 위해 민수에게 배를 맡기고, 바삐 드론을 띄웁니다. 그렇게 30분가량 상괭이 무리를 살폈습니다. 총 10여 명쯤 상괭이를 만났습니다. 슈욱 소리가 잦아들었습니다. 게다가 해가 지기 전에 되돌아가려면 서둘러야 합니다. 흥분된 마음을 가라앉히고, 다시 남쪽으로, 제주도로 향합니다. 물이 점점 더 차가워지는 다음 달에는 조금 더 가까이, 추자도 본섬 인근 바다에서 만날 수 있겠죠. 아, 다시 슈욱 소리를 들을 생각을 하니, 마음이 또 울렁~ 합니다.
‘다시 만나! 상괭이! 너희가 이곳에 살고 있다는 것을 꼭 알려줘.’
그래!! 이 바다에는 상괭이가 산다고! 추자도에는 상괭이가 있어! 그렇게 멋대로 개발해서 상괭이를 내쫓으면 안 되는 바다라고! 다시 한 번 주먹을 불끈쥐어봅니다!
PS. 모슬포항으로 돌아오는 길, 대정앞에서 그렇게 찾던 종달이와 어미 김리를 만났습니다!! 구조된 이후에 종달이가 잘 지내는지 계속 모니터링 해 왔는데, 한동안 보이지 않아 ‘남방큰돌고래 긴급구조단’ 분들이 조금 걱정했다고 합니다. 보고 싶었던 모든 돌고래의 안부를 확인한 날! 정말 ‘메리 고래스마스’ 인 하루였답니다!
글쓴이 신주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