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귀포항 앞바다에는 문화재청이 2000년도에 천연기념물로 지정한 ’문섬‘이 있다. 아름다운 주상절리가 일품이고 파도가 만들어 낸 파식대는 제주도에서 가장 넓은 면적을 자랑한다. 국내에서 미기록종, 신종의 산호와 해양생물이 발견되는 보물 같은 섬이다. 지난해 6월, 녹색연합 해양생태팀(현 파란)이 서귀포 관광잠수함 운항구역인 문섬 바닷속의 훼손 상황을 직접 조사해서 발표했고, 여러 언론에 보도되었다.
지난해 10월 문화재청은 제주도 세계유산센터에 의뢰하여 자체 정밀 조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관광잠수함으로 인해 관광잠수함 운영 허가지역 뿐만 아니라 절대보존지역까지 훼손됐다는 결론이 나왔다. 결국 지난 3월 문화재청은 서귀포 관광잠수함 업체를 문화재보호법 위반 혐의로 서귀포해경에 고발했으나, 수사 결과 고의성이 없다는 이유로 무혐의 처분으로 수사가 종결되었다. 문화재청 마저 당황스러워 하는 결과이다.
11월 말, 내년 2024년부터 다시 적용되는 서귀포 문섬의 관광잠수함 운항 심의 건이 문화재위원회에서 논의하게 된다. 과연 심각한 문화재 훼손을 일으키고 있는 관광잠수함의 운항 허가를 또다시 내어줄 것인가! 귀추가 주목되는 상황에서 서귀포 관광잠수함 문제의 쟁점을 정리해 보았다.
서귀포항에서 출항하는 관광잠수함, 무엇이 문제일까?
1988년부터 지금까지, 관광잠수함은 서귀포 문섬 북쪽면 동서 150미터, 수심 40미터까지 운항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관광잠수함은 지속적이고 인위적으로 수중 암반과 산호를 훼손하였다. 바닷속 튀어나온 암반은 어김없이 잠수함에 긁혀 훼손된 상태였고 산호는 떨어져 나갔다. 관광객을 실은 상업용 잠수함이 문섬의 수중 환경을 무리하게 보여주려고 가까이 접근해 충돌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관광잠수함 주변에는 암반과의 충돌을 완충하기 위한 고무휀다가 두텁게 설치되어 있다. 바닷속은 조류가 강하게 흐르고 또 가시거리가 안 좋을 때가 많다. 이 때 가까이 살펴보려고 무리하게 암반에 접근하면서 ’쿵, 쿵‘하며 충돌이 발생하게 된다. 잠수함 운항 구간에서 고무휀다가 찢어진 조각이 여럿 발견되었다.
인위적인 불법 현상변경, 허가받지 않은 구간에서 훼손 흔적
서귀포 관광잠수함이 통상 운항하는 코스는 문섬 북쪽면에서 입수해 수중 암반을 따라 산호와 해양생물을 관찰하고, 수심 20미터에 위치한 길이 25미터, 폭 6미터 가량되는 ’중간 기착지‘에 안착하는 것이다. 이곳에서 물고기 먹이주기 같은 수중 다이버쇼를 하고, 수심 40미터에 위치한 난파선을 둘러보고 올라온다. 그런데, 이 중간기착지가 잠수함이 안착하기에 안성맞춤이다. 인위적인 불법 현상변경이 의심되어 조사가 필요한 사항이다. 또한, 문화재청이 허가하지 않은 구간에서도 잠수함 충돌로 생긴 훼손 흔적이 상당 부분 확인되었다.
'문화재청', '제주도 세계유산본부'에 의뢰한 자체 조사결과 결과 ’무허가 불법 행위‘ 확인
지난해 6월, 보도자료가 발표되자 문화재청과 제주도 세계유산본부의 입장은 ’관광 잠수함에 의한 문섬 훼손 확인된 바 없어‘, ’절대보존지역 훼손에 관한 확인된 바 없어‘ 등의 요지로 해명자료를 배포하기도 했다. 관광잠수함 업체도 수중 암반 충돌은 인정하면서도 ’절대보존지역에서 운항한 적이 없음‘이라고 주장했다. 그런데 모두 거짓으로 밝혀졌다. 이 논란의 과정에서 문화재청은 문섬 훼손 관련 정밀조사를 자체적으로 진행했다. 결과보고서가 공개되었고, 훼손 내용이 사실로 확인되었다.
제주도 세계유산본부는 연구용역을 통해 서귀포 관광잠수함 허가 면적 중 수중 7미터에서 25미터까지 조사했다. 그 결과 조사면적의 19.4%가 잠수함 충돌로 하얗게 벗겨지고 산호 훼손이 확인되었다. 또한 다이버쑈를 하는 중간기착지 외에 제2 중간기착지로 의심되는 곳을 발견했고, 운항허가가 나지 않은 절대보존구역의 훼손도 확인했다. 위 조사는 조사자의 안전을 고려해 수심 25미터까지만 조사했는데, 더 깊은 수심을 조사한다면 훼손면적은 더욱 늘어날 것이다.
해저지형도면상의 하얀색 실선은 훼손면적, 연두색 파선은 중간기착지(만남의 광장), 노란색 점선은 제2 중간기착지를 의미함 출처: 천연기념물 제주연안 연산호 군락 내 해저지형분석 및 수중환경조사 최종보고서(2022.12 제주특별자치도 세계유산본부)
잠수함 운항 구간 내에서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산호류도 상당수 확인
산호 중 ’바다의 소나무‘를 닮았다는 해송과 긴가지해송은 각각 문화재청이 천연기념물 제456호, 제457호로 지정 보호하고 있는 국제적 멸종위기종이다. 천연기념물 소개 자료를 보면 ’문섬 일대에 예전에는 많이 관찰되었다고 하나 레저 활동이 활성화되면서 많이 훼손되어 가고 있는 실정이다‘라고 설명한다. 용역 연구팀은 잠수함 운항 구간에서만 해송 42개체, 긴가지해송 27개체를 확인했다. 사실상, 서귀포 문섬은 해송류 군락지로서 한반도 최고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잠수함 충돌이 발생한 곳은 해송류를 포함해 다양한 연산호가 훼손된 상황이다.
긴가지해송
해송
자색수지맨드라미
측맵시산호
밤수지맨드라미
흰수지맨드라미, 밤수지맨드라미
허위, 거짓 보고서에 근거해 운항 셀프 허가, 연장
해송과 긴가지해송은 1년에 1센티미터 밖에 자라지 않는다. 훼손된 산호가 단기간에 원상 회복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지난해 6월 녹색연합 보도자료를 보면, 자색수지맨드라미, 밤수지맨드라미 등 법정보호종 9종이 이곳에서 발견되었다. 그런데, 관광잠수함 운항 모니터링 보고서를 작성한 모 대학교수의 자료를 보면, 훼손된 산호 군락지는 단 3년이면 원상 회복된다고 서술한다. 따라서 3년마다 관광잠수함의 운항 구간을 바꿔주면 산호 군락지는 잘 복원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잠수함 운항 허가를 심의한 문화재청 문화재위원회는 모 대학교수의 허위, 거짓 보고서에 근거해 운항 허가를 연장, 또 연장해왔다.
모 대학교수는 연구용역을 맡을 당시, 문화재위원회 전문위원이었다. 이 교수가 제출한 연구용역 결과를 토대로 문화재청은 운항 허가를 내줬다. 잠수함이 다니지 않았던 곳의 사진을 운항한 곳이라고 제출해 연산호가 훼손되지 않은 것처럼 꾸몄고, 3년이 지나면 훼손된 수중 환경의 80%가 회복된다는 내용을 넣은 것으로 알려졌다. 연구용역비는 잠수함 업체가 내고, 모 대학교수는 용역비를 받아 업체에 유리한 보고서를 작성했다. 현장조사는 얼렁뚱땅 진행하고, 또 문화재위원회 전문위원으로 ’잠수함 운항 구간 문제없다‘는 의견을 냈다. 문화재청 문화재위원회는 위 보고서를 근거로 운항 허가를 연장했다. 지난 6월 모 대학교수는 뇌물수수와 사기 혐의로 제주지검에 송치되었다.
관광잠수함 업체도 문화재보호법 위반 혐의로 서귀포해양경찰서에 고발, 무혐의 종결?
문화재청은 모니터링 보고서를 작성한 모 대학교수뿐 아니라 관광잠수함 업체도 문화재보호법 위반 혐의로 서귀포해양경찰서에 고발했다. 올해 2월 문화재위원회는 (1)잠수함 운항에 따른 마찰 최소화를 위한 세부적인 방지대책 등을 마련하여 추후 보고하고, (2)절대보존지역 훼손 등 무허가 행위에 대해 제주도 세계유산본부를 통해 관계법령에 따라 고발 조치할 것을 의결했다. 이에 올해 3월, 해당 관광잠수함 업체를 고발했고, 서귀포해양경찰서는 올해 5월, 해당 업체를 문화재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 의견을 달아 검찰에 넘겼다.
그런데, 검찰은 ’보완 수사가 필요하다‘는 요청을 제주도해경에 했고, 다시 수사를 진행한 서귀포해경은 이번엔 ’혐의가 없다‘며 무혐의로 수사를 종결했다. 서귀포해경은 문화재보호법 상 문화재 훼손으로 처벌하기 위해서는 ’고의성이 입증' 되어야 하나, 잠수함 업체 측은 ’절대보존구역인 줄 알았는데 고의로 들어간 것은 아니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서귀포해경은 잠수함 업체의 고의를 입증한 증거가 부족하다며 ’무혐의‘로 수사를 종결했다.
무혐의 처분 소식에 문화재청은 ’엉뚱한 수사 결과에 당황스럽다‘, ’문화재를 훼손해도 고의가 입증되지 않으면 처벌할 수 없는 게 맞는 거냐‘, ’무허가 행위로 훼손 사실이 확인되었다‘고 반발했고, 해당 사건의 재심의를 요구했다. 현재, 이 사건은 제주지방해양경찰청이 재검토하고 있는 상황이다.
문화재 보호에 관한 문화재보호법 규정 : 제3조 ’원형 유지‘, 제99조 ’무허가 행위 등에 관한 죄‘
문화재 보호의 기본 원칙은 문화재보호법 제3조에 명시된 ’원형 유지‘이다. 관광자원으로 국가 문화재를 이용할 수 있지만, ’원형 유지‘가 보장되어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천연기념물 훼손 가능성이 있는 관광잠수함 운항은 원천적으로 금지해야 한다. 또, 문화재보호법 99조에 ’무허가 행위 등에 관한 죄‘가 명시되어 있다. 허가를 받지 않은 자가 문화재를 훼손하고 현상 변경했을 때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 벌금을 받을 수 있다. 문화재청은 해당 업체에 ’원상 회복‘의 행정명령을 내렸지만, ’원상 회복‘이 어떠한 수준까지 훼손된 문화재를 복원하는 것일까.
해양보호구역 지정 만이 아니라 관리가 중요하다.
서귀포 문섬은 여러개의 보호구역이 중첩된 곳이다. 문섬 앞바다는 ’제주연안연산호군락‘이라는 명칭으로 지정된 천연기념물이다. 해양수산부는 ’문섬 등 주변해역‘을 해양보호구역으로 보호하고 있다. 제주도는 이곳을 ’서귀포해양도립공원‘과 절대보전연안지역으로 지정하였다. 한국 정부는 서귀포 문섬을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카테고리 ’1a(엄정 보호지역, 인간의 방문과 이용이 엄격하게 통제되는 지역)‘으로 등재했다.
해양보호구역이라도 핵심지역은 보전하고 완충지역은 이용적 측면을 고려할 수 있다. 하지만, 서귀포 문섬은 제주도 남쪽바다 해양생태계의 핵심지역이다. 레저와 관광이 아니라, 국제적 수준의 해양보호구역에 합당한 보전 방안을 수립하는 것이 우선이다.
이번 달 말, 2024년 이후의 관광잠수함 운항에 관한 문화재위원회 심의 예정
2000년에 서귀포 문섬이 천연보호구역으로 지정된 이후 지금까지, 관광잠수함 운항은 문화재청 문화재위원회의 심의와 허가를 받고 있다. 25년 가까이 단 한 번도 잠수함 운항이 불허된 적은 없고, 2년 혹은 3년 단위로 허가를 새롭게 받아왔다. 내년 2024년부터 서귀포 문섬의 관광잠수함 운항 건이 이번 달 말, 문화재위원회에서 논의하게 된다. 현재 제주지방해양경찰서와 제주지검에 계류되고 송치된 고발 건의 결과도 운항 여부 판단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3년이면 산호 군락지가 복원된다는 보고서의 허위, 거짓 여부도 중요하다. 해양시민과학센터 파란은 잠수함 운항 관련해 문화재위원회에 ’의견 진술‘을 요청했다.
서귀포 문섬은 한 개인, 혹은 한 업체의 사적 소유물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재산인 ’공공재‘이다. 관광잠수함 업체는 1988년부터 지금까지 35년 이상 운항하면서 사적인 이익을 창출하면서 공공재를 훼손했다.
한발 양보해 새로운 대안을 찾아야 한다. 최근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자연이 내놓은 해법‘은 바로 해양보호구역 확대이다. 잘 보존된 해양보호구역은 주변 바다로 건강한 해양생태계를 확장시키고, 어획고 증가에도 기여한다. 이를 ’넘침효과(Spillover effect)‘라고 한다. 개발과 이용 위주의 패러다임을 이제는 바꿔야 한다.
서귀포항 앞바다에는 문화재청이 2000년도에 천연기념물로 지정한 ’문섬‘이 있다. 아름다운 주상절리가 일품이고 파도가 만들어 낸 파식대는 제주도에서 가장 넓은 면적을 자랑한다. 국내에서 미기록종, 신종의 산호와 해양생물이 발견되는 보물 같은 섬이다. 지난해 6월, 녹색연합 해양생태팀(현 파란)이 서귀포 관광잠수함 운항구역인 문섬 바닷속의 훼손 상황을 직접 조사해서 발표했고, 여러 언론에 보도되었다.
지난해 10월 문화재청은 제주도 세계유산센터에 의뢰하여 자체 정밀 조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관광잠수함으로 인해 관광잠수함 운영 허가지역 뿐만 아니라 절대보존지역까지 훼손됐다는 결론이 나왔다. 결국 지난 3월 문화재청은 서귀포 관광잠수함 업체를 문화재보호법 위반 혐의로 서귀포해경에 고발했으나, 수사 결과 고의성이 없다는 이유로 무혐의 처분으로 수사가 종결되었다. 문화재청 마저 당황스러워 하는 결과이다.
11월 말, 내년 2024년부터 다시 적용되는 서귀포 문섬의 관광잠수함 운항 심의 건이 문화재위원회에서 논의하게 된다. 과연 심각한 문화재 훼손을 일으키고 있는 관광잠수함의 운항 허가를 또다시 내어줄 것인가! 귀추가 주목되는 상황에서 서귀포 관광잠수함 문제의 쟁점을 정리해 보았다.
서귀포항에서 출항하는 관광잠수함, 무엇이 문제일까?
1988년부터 지금까지, 관광잠수함은 서귀포 문섬 북쪽면 동서 150미터, 수심 40미터까지 운항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관광잠수함은 지속적이고 인위적으로 수중 암반과 산호를 훼손하였다. 바닷속 튀어나온 암반은 어김없이 잠수함에 긁혀 훼손된 상태였고 산호는 떨어져 나갔다. 관광객을 실은 상업용 잠수함이 문섬의 수중 환경을 무리하게 보여주려고 가까이 접근해 충돌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관광잠수함 주변에는 암반과의 충돌을 완충하기 위한 고무휀다가 두텁게 설치되어 있다. 바닷속은 조류가 강하게 흐르고 또 가시거리가 안 좋을 때가 많다. 이 때 가까이 살펴보려고 무리하게 암반에 접근하면서 ’쿵, 쿵‘하며 충돌이 발생하게 된다. 잠수함 운항 구간에서 고무휀다가 찢어진 조각이 여럿 발견되었다.
인위적인 불법 현상변경, 허가받지 않은 구간에서 훼손 흔적
서귀포 관광잠수함이 통상 운항하는 코스는 문섬 북쪽면에서 입수해 수중 암반을 따라 산호와 해양생물을 관찰하고, 수심 20미터에 위치한 길이 25미터, 폭 6미터 가량되는 ’중간 기착지‘에 안착하는 것이다. 이곳에서 물고기 먹이주기 같은 수중 다이버쇼를 하고, 수심 40미터에 위치한 난파선을 둘러보고 올라온다. 그런데, 이 중간기착지가 잠수함이 안착하기에 안성맞춤이다. 인위적인 불법 현상변경이 의심되어 조사가 필요한 사항이다. 또한, 문화재청이 허가하지 않은 구간에서도 잠수함 충돌로 생긴 훼손 흔적이 상당 부분 확인되었다.
'문화재청', '제주도 세계유산본부'에 의뢰한 자체 조사결과 결과 ’무허가 불법 행위‘ 확인
지난해 6월, 보도자료가 발표되자 문화재청과 제주도 세계유산본부의 입장은 ’관광 잠수함에 의한 문섬 훼손 확인된 바 없어‘, ’절대보존지역 훼손에 관한 확인된 바 없어‘ 등의 요지로 해명자료를 배포하기도 했다. 관광잠수함 업체도 수중 암반 충돌은 인정하면서도 ’절대보존지역에서 운항한 적이 없음‘이라고 주장했다. 그런데 모두 거짓으로 밝혀졌다. 이 논란의 과정에서 문화재청은 문섬 훼손 관련 정밀조사를 자체적으로 진행했다. 결과보고서가 공개되었고, 훼손 내용이 사실로 확인되었다.
제주도 세계유산본부는 연구용역을 통해 서귀포 관광잠수함 허가 면적 중 수중 7미터에서 25미터까지 조사했다. 그 결과 조사면적의 19.4%가 잠수함 충돌로 하얗게 벗겨지고 산호 훼손이 확인되었다. 또한 다이버쑈를 하는 중간기착지 외에 제2 중간기착지로 의심되는 곳을 발견했고, 운항허가가 나지 않은 절대보존구역의 훼손도 확인했다. 위 조사는 조사자의 안전을 고려해 수심 25미터까지만 조사했는데, 더 깊은 수심을 조사한다면 훼손면적은 더욱 늘어날 것이다.
해저지형도면상의 하얀색 실선은 훼손면적, 연두색 파선은 중간기착지(만남의 광장), 노란색 점선은 제2 중간기착지를 의미함
출처: 천연기념물 제주연안 연산호 군락 내 해저지형분석 및 수중환경조사 최종보고서(2022.12 제주특별자치도 세계유산본부)
잠수함 운항 구간 내에서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산호류도 상당수 확인
산호 중 ’바다의 소나무‘를 닮았다는 해송과 긴가지해송은 각각 문화재청이 천연기념물 제456호, 제457호로 지정 보호하고 있는 국제적 멸종위기종이다. 천연기념물 소개 자료를 보면 ’문섬 일대에 예전에는 많이 관찰되었다고 하나 레저 활동이 활성화되면서 많이 훼손되어 가고 있는 실정이다‘라고 설명한다. 용역 연구팀은 잠수함 운항 구간에서만 해송 42개체, 긴가지해송 27개체를 확인했다. 사실상, 서귀포 문섬은 해송류 군락지로서 한반도 최고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잠수함 충돌이 발생한 곳은 해송류를 포함해 다양한 연산호가 훼손된 상황이다.
허위, 거짓 보고서에 근거해 운항 셀프 허가, 연장
해송과 긴가지해송은 1년에 1센티미터 밖에 자라지 않는다. 훼손된 산호가 단기간에 원상 회복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지난해 6월 녹색연합 보도자료를 보면, 자색수지맨드라미, 밤수지맨드라미 등 법정보호종 9종이 이곳에서 발견되었다. 그런데, 관광잠수함 운항 모니터링 보고서를 작성한 모 대학교수의 자료를 보면, 훼손된 산호 군락지는 단 3년이면 원상 회복된다고 서술한다. 따라서 3년마다 관광잠수함의 운항 구간을 바꿔주면 산호 군락지는 잘 복원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잠수함 운항 허가를 심의한 문화재청 문화재위원회는 모 대학교수의 허위, 거짓 보고서에 근거해 운항 허가를 연장, 또 연장해왔다.
모 대학교수는 연구용역을 맡을 당시, 문화재위원회 전문위원이었다. 이 교수가 제출한 연구용역 결과를 토대로 문화재청은 운항 허가를 내줬다. 잠수함이 다니지 않았던 곳의 사진을 운항한 곳이라고 제출해 연산호가 훼손되지 않은 것처럼 꾸몄고, 3년이 지나면 훼손된 수중 환경의 80%가 회복된다는 내용을 넣은 것으로 알려졌다. 연구용역비는 잠수함 업체가 내고, 모 대학교수는 용역비를 받아 업체에 유리한 보고서를 작성했다. 현장조사는 얼렁뚱땅 진행하고, 또 문화재위원회 전문위원으로 ’잠수함 운항 구간 문제없다‘는 의견을 냈다. 문화재청 문화재위원회는 위 보고서를 근거로 운항 허가를 연장했다. 지난 6월 모 대학교수는 뇌물수수와 사기 혐의로 제주지검에 송치되었다.
관광잠수함 업체도 문화재보호법 위반 혐의로 서귀포해양경찰서에 고발, 무혐의 종결?
문화재청은 모니터링 보고서를 작성한 모 대학교수뿐 아니라 관광잠수함 업체도 문화재보호법 위반 혐의로 서귀포해양경찰서에 고발했다. 올해 2월 문화재위원회는 (1)잠수함 운항에 따른 마찰 최소화를 위한 세부적인 방지대책 등을 마련하여 추후 보고하고, (2)절대보존지역 훼손 등 무허가 행위에 대해 제주도 세계유산본부를 통해 관계법령에 따라 고발 조치할 것을 의결했다. 이에 올해 3월, 해당 관광잠수함 업체를 고발했고, 서귀포해양경찰서는 올해 5월, 해당 업체를 문화재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 의견을 달아 검찰에 넘겼다.
그런데, 검찰은 ’보완 수사가 필요하다‘는 요청을 제주도해경에 했고, 다시 수사를 진행한 서귀포해경은 이번엔 ’혐의가 없다‘며 무혐의로 수사를 종결했다. 서귀포해경은 문화재보호법 상 문화재 훼손으로 처벌하기 위해서는 ’고의성이 입증' 되어야 하나, 잠수함 업체 측은 ’절대보존구역인 줄 알았는데 고의로 들어간 것은 아니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서귀포해경은 잠수함 업체의 고의를 입증한 증거가 부족하다며 ’무혐의‘로 수사를 종결했다.
무혐의 처분 소식에 문화재청은 ’엉뚱한 수사 결과에 당황스럽다‘, ’문화재를 훼손해도 고의가 입증되지 않으면 처벌할 수 없는 게 맞는 거냐‘, ’무허가 행위로 훼손 사실이 확인되었다‘고 반발했고, 해당 사건의 재심의를 요구했다. 현재, 이 사건은 제주지방해양경찰청이 재검토하고 있는 상황이다.
<관련기사> 절대보존지역 훼손해도 ‘고의성’ 없으면 무혐의?…문화재청 강력 반발
문화재 보호에 관한 문화재보호법 규정 : 제3조 ’원형 유지‘, 제99조 ’무허가 행위 등에 관한 죄‘
문화재 보호의 기본 원칙은 문화재보호법 제3조에 명시된 ’원형 유지‘이다. 관광자원으로 국가 문화재를 이용할 수 있지만, ’원형 유지‘가 보장되어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천연기념물 훼손 가능성이 있는 관광잠수함 운항은 원천적으로 금지해야 한다. 또, 문화재보호법 99조에 ’무허가 행위 등에 관한 죄‘가 명시되어 있다. 허가를 받지 않은 자가 문화재를 훼손하고 현상 변경했을 때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 벌금을 받을 수 있다. 문화재청은 해당 업체에 ’원상 회복‘의 행정명령을 내렸지만, ’원상 회복‘이 어떠한 수준까지 훼손된 문화재를 복원하는 것일까.
해양보호구역 지정 만이 아니라 관리가 중요하다.
서귀포 문섬은 여러개의 보호구역이 중첩된 곳이다. 문섬 앞바다는 ’제주연안연산호군락‘이라는 명칭으로 지정된 천연기념물이다. 해양수산부는 ’문섬 등 주변해역‘을 해양보호구역으로 보호하고 있다. 제주도는 이곳을 ’서귀포해양도립공원‘과 절대보전연안지역으로 지정하였다. 한국 정부는 서귀포 문섬을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카테고리 ’1a(엄정 보호지역, 인간의 방문과 이용이 엄격하게 통제되는 지역)‘으로 등재했다.
해양보호구역이라도 핵심지역은 보전하고 완충지역은 이용적 측면을 고려할 수 있다. 하지만, 서귀포 문섬은 제주도 남쪽바다 해양생태계의 핵심지역이다. 레저와 관광이 아니라, 국제적 수준의 해양보호구역에 합당한 보전 방안을 수립하는 것이 우선이다.
이번 달 말, 2024년 이후의 관광잠수함 운항에 관한 문화재위원회 심의 예정
2000년에 서귀포 문섬이 천연보호구역으로 지정된 이후 지금까지, 관광잠수함 운항은 문화재청 문화재위원회의 심의와 허가를 받고 있다. 25년 가까이 단 한 번도 잠수함 운항이 불허된 적은 없고, 2년 혹은 3년 단위로 허가를 새롭게 받아왔다. 내년 2024년부터 서귀포 문섬의 관광잠수함 운항 건이 이번 달 말, 문화재위원회에서 논의하게 된다. 현재 제주지방해양경찰서와 제주지검에 계류되고 송치된 고발 건의 결과도 운항 여부 판단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3년이면 산호 군락지가 복원된다는 보고서의 허위, 거짓 여부도 중요하다. 해양시민과학센터 파란은 잠수함 운항 관련해 문화재위원회에 ’의견 진술‘을 요청했다.
서귀포 문섬은 한 개인, 혹은 한 업체의 사적 소유물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재산인 ’공공재‘이다. 관광잠수함 업체는 1988년부터 지금까지 35년 이상 운항하면서 사적인 이익을 창출하면서 공공재를 훼손했다.
한발 양보해 새로운 대안을 찾아야 한다. 최근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자연이 내놓은 해법‘은 바로 해양보호구역 확대이다. 잘 보존된 해양보호구역은 주변 바다로 건강한 해양생태계를 확장시키고, 어획고 증가에도 기여한다. 이를 ’넘침효과(Spillover effect)‘라고 한다. 개발과 이용 위주의 패러다임을 이제는 바꿔야 한다.
글. 해양시민과학센터 파란 윤상훈 전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