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5월, 청계 광장에서 '제주제2공항 백지화전국행동'이라는 연대 단위로 모인 여러 단체 소속 환경활동가들과 함께 생물다양성의 날을 기념하여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6년이 지난 지금도 당시 입장문은 여전히 유효합니다.
위협받는 제주의 생물종을 지키자! ㅡ 죽음의 활주로, 제주 제2공항 사업 철회되어야
" (중략) 수많은 생물종이 사라지는 가장 큰 이유는 서식지 감소와 단절이다. 산림 벌채와 남획, 난개발로 야생 동식물의 서식지가 사라졌다. 209개국에서 감염자와 사망자가 확인되어, 전 지구적 재난이 된 코로나19는 생물다양성의 임계점과 위기를 보여준다. 코로나19, 사스, 메르스, 에볼라 등 바이러스 숙주는 야생 박쥐이고, 박쥐와 접촉한 천산갑, 낙타, 원숭이, 사향고양이 등을 통해 인간에게 전염되었다. 서식지가 사라지고 단절되며 야생 동물과 인간의 물리적 거리는 좁혀졌고, 국경을 넘어 촘촘히 연결된 인간 사회에서 감염병은 순식간에 퍼졌다. 코로나 이후 세상은 달라져야 한다. 다른 생물종의 서식지를 훼손하고 위협하는 정치는 과감하게 버려야 한다.
우리는 특히 '제주도'라는 공간을 주목한다. 풍부한 생물종과 독특한 생태계, 자연경관의 가치를 인정받아 제주도는 생물권 보전지역, 세계자연유산, 세계지질공원 인증까지 유네스코 3관왕의 타이틀을 가지고 있다. 특히 유네스코는 지난해 곶자왈, 오름, 부속섬인 추자도 등을 포함 제주도 전체를 생물권 보전지역으로 확대 지정하였다. 제주 전역이 생물 다양성이 높아 보전가치가 뛰어난 지역임이 다시 한 번 입증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제주에 제2공항 건설 사업이 추진 중이다. 숱한 난개발로 이미 경관 훼손, 쓰레기, 오폐수, 교통 체증, 지하수 고갈 등의 문제가 드러나는 상황에서 더 많은 개발 사업을 불러올 공항을 짓겠다고 한다. 개발의 논리 앞에서 많은 생물종이 위협받고 사라졌다. 환경영향평가 과정에서 멸종위기 종이 문제가 된 적은 거의 전무하다. 제2공항 사업도 다르지 않다. 구좌-성산의 철새 도래지를 찾는 새들과 성산읍 일대 법정 보호종, 동식물들의 죽음을 예고하고 있다"

2020년 생물다양성의 날을 하루 앞두고 청계광장에서 환경활동가들이 제주제2공항 백지화를 촉구하다 ⓒ 제주제2공항백지화전국행동
세계 생물다양성의 날(International Day for Biological Diversity)은 생물다양성의 중요성을 알리고 시민들의 인식을 확산하기 위해, 생물다양성 협약이 체결된 1992년 5월 22일을 기념해 유엔에서 지정하였습니다. 이 날은 자연이 제공하는 생태계 서비스—서식지 유지, 탄소 흡수, 수질 정화, 수분 매개, 해안 방재 등—를 정책 우선순위로 삼자는 요구를 내포하고 있기도 합니다.
생물다양성은 종 다양성, 서식지 다양성, 유전 자원 다양성의 세 층위로 구성됩니다. 종 다양성은 한 지역 내 종의 수와 분포를, 서식지 다양성은 숲, 습지, 해안, 동굴 등 다양한 생태 공간의 존재와 연결성을, 유전 자원 다양성은 종 내의 유전적 변이와 적응 잠재력을 의미합니다. 이 세 층위는 서로 밀접하게 연결되어 서식지가 훼손되면 종의 분포가 축소되고, 종 수가 줄어들면 유전적 변이도 감소하며, 유전적 다양성이 낮아지면 기후나 병해충, 전염병 같은 외부 충격에 대한 적응력이 약화됩니다. 생물다양성이 중요한 이유는 '종의 보전'을 넘어섭니다. 생태계는 종과 서식지가 연결되어 기능하며, 그 기능은 인간 사회의 안전과 활동을 지탱합니다. 생물다양성이 높을수록 생태계는 가뭄, 폭우, 해일, 전염병 등 외부 충격에 더 견고하게 대응하고 회복할 수 있습니다.
제주도는 한반도에서 독특한 생태적 가치를 지닌 지역입니다. 화산섬인 제주의 현무암 지형이 만들어낸 동굴·숨골·용암대지는 육상과 해안 생태계를 연결하는 특수한 서식지를 제공합니다. 곶자왈은 제주 고유의 조림·습지형 생태계로, 다양한 무척추동물과 소형 포유류, 조류의 서식지와 피난처 역할을 합니다. 또한 제주는 동아시아 - 대서양 철새 이동 경로상 중요한 경유지로, 철새의 중간 휴식지 및 먹이 공급지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저어새, 큰기러기, 흑로 등 보호종과 멸종위기종이 도래하며, 습지 공간은 철새와 수생 생물의 핵심 서식지입니다. 지방선거를 앞둔 2026년 5월 현재, 제주 제2공항 사업은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가장 뜨거운 쟁점입니다. 2015년 국토부가 제2공항 입지 발표 이후 지금까지 사업의 타당성, 절차적 정당성 등 사업 추진 여부에 대한 갈등이 해소되지 않고 있습니다.
제주 제2공항 사업 주요 경과 - 2015년 11월: 국토교통부, 성산읍을 제주 제2공항 입지로 확정 발표
- 2016년: 기본 계획 수립 착수
- 2016년~: 지역 주민 · 시민단체 반대 운동 본격화, 입지적정성 및 사업타당성, 진행 절차에 대한 문제제기
- 2019년 1월: 국토부, 입지선정 타당성 재조사 후 '문제없음' 으로 결론
- 2020년: 환경부, 국토부에 전략환경영향평가서 보완 요구
- 2021년 2월: 주민 및 시민사회 요구에 따른 법적 효력이 있는 도민 투표(주민투표) 대신, 제주도와 제주도의회가 합의하여, 9개 언론사 주관으로 공식 찬반 여론조사를 시행, 제2공항 건설 '반대' 의견이 우세 (한국갤럽: 찬성 44.1% vs 반대 47.0% / 엠브레인퍼블릭: 찬성 43.8% vs 반대 51.1%, 오차 범위를 넘음)
- 2021년 5월: 환경부, 전략환경영향평가서 반려 (사유: 항공기-조류충돌 위험· 법정보호종· 숨골 보전 가치 등에 대한 보완 미흡)
- 2022~2023년: 추가 조사, 한국환경연구원에서 제주제2공항 사업예정지의 조류충돌 위험이 기존 공항보다 높다는 분석 발표
- 2023년 3월: 환경부, 전략환경영향평가 조건부 협의 완료 (환경부는 이전의 반려 사유가 해소되었다고 발표하였으나 실제 국립생태원, 국립환경과학원 등 전문 검토기관들은 "불가피한 환경 영향이 우려된다"는 부정적 의견을 제시한 바 있음)
- 2024년 9월 6일: 국토교통부, 기본계획 고시 (총사업비 약 5조 4,500억 원, 연간 1,690만 명 수용 규모)
- 2025년 5월: 환경영향평가 절차 개시
- 2025년 8월: 환경영향평가 시작 (4계절 조사)
- 2025년 12월: 정부, 조류충돌 위험평가 지침 제정 (모든 공항 건설·확장 사업에서 반경 13km 내 조류충돌 위험을 의무적으로 평가)
- 2026년 현재: 환경영향평가 절차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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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년의 갈등, 제주제2공항 사업의 5가지 핵심 쟁점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각 단계마다 제주 제2공항 건설 사업의 입지 적정성, 사업의 타당성, 절차상 오류, 조류 충돌 위험 및 환경 영향에 대한 이견이 반복 제기되었습니다. 주요 쟁점은 다섯 가지로 요약됩니다.
첫째, 입지 적정성과 지형적 특수성 문제입니다. 제2공항 사업 예정지인 성산읍 일대는 철새도래지(오조리·하도리 등)와 인접해 있을 뿐만 아니라, 제주의 독특한 지하수 함양 통로인 '숨골'이 100여 개 이상 밀집한 지역입니다. 초기 국토교통부의 조사에서는 숨골 가치가 과소평가되었으나, 이후 현장 정밀 조사를 통해 대규모 숨골의 존재와 이로 인한 지하수 차단 및 인근 하천(고성천 등)의 홍수 위험성이 제기되었습니다. 또한 행정안전부가 국토부에 보낸 '재해영향성검토 협의결과'에 따르면 공항이 건설될 경우 예정지 인근 하천 벨트인 신난천 지구와 온평천 지구가 자연재해위험지구로 평가되며, 하류부의 홍수 유출량이 크게 증가하여 침수 등의 재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명시했습니다. 화산섬 특유의 동굴 분포 가능성에 대한 전문가들의 교차 검증 요구가 이어지며, 대규모 연약지반 공사로 인한 지형 파괴 위험이 입지 근거의 취약점으로 지적되고 있습니다.

ⓒ제주제2공항강행저지비상도민회의
둘째, 조류 충돌 및 개정된 항공안전 지침 기준입니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환경연구원(KEI) 등의 검토 결과에 따르면, 제2공항 예정지의 조류 충돌 위험은 기존 제주공항보다 2.7~8.3배 높고, 김포·인천공항보다도 1.6~4.96배 높다는 분석이 제시된 바 있습니다. 더욱이 2024년 12월 무안공항 항공기-조류 충돌 안전사고 이후 국토교통부의 관련 지침이 전면 개정되면서, 공항 반경 13km 이내 환경평가 대상 지역 전체가 조류 충돌 위험 관리 구역으로 편입되었습니다. 개정된 기준을 적용하면 제2공항 예정지는 오조리 습지뿐만 아니라 구좌·성산 일대의 핵심 철새 도래지 벨트와 완전히 겹치게 됩니다. 이는 단순한 국지적 위험을 넘어,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의 안전 기준과 비교해도 공항 입지 자체에 근본적인 결격 사유가 있음을 시사합니다.

(좌) 문신기 작가 일러스트를 사용한 현수막 (우) ⓒ제주제2공항백지화전국행동
셋째, 생물다양성 파괴 및 법정 보호종의 서식지 상실입니다. 환경부 멸종위기 야생생물 I급이자 천연기념물인 저어새, 매를 비롯해 II급인 큰기러기, 흑로, 물수리, 맹꽁이, 두견이 등 수십 종의 법정 보호종이 예정지 및 인근 습지에서 지속적으로 관찰되고 있습니다. 특히 공항 예정 부지 내 맹꽁이 서식지의 경우, 당초 계획된 '포획 후 강제 이주' 방안이 이주 대상지의 생태적 수용력 초과와 정착 실패율로 인해 실효성이 없다는 국립생태원 등 전문기관의 지적이 있었습니다. 항공기 소음과 야간 조명이 철새의 번식과 비행 경로를 교란하여 전반적인 생물다양성을 급감시킬 것이라는 정밀 평가 요구가 계속되는 이유입니다.
넷째, 절차적 정당성과 주민 수용성 결여입니다. 전략환경영향평가 과정에서 불거진 '전문기관 의견 묵살 및 비공개' 논란, 그리고 2021년 제주도정과 의회가 합의해 실시한 공식 도민 여론조사에서 '전체 도민 반대'가 우세했음에도 사업이 강행된 점은 절차적 정당성에 큰 오점을 남겼습니다. 주민 공청회와 상생 협의체가 형식적으로 운영되었다는 비판과 함께, 국토교통부가 환경부의 조건부 협의 조항을 통과하기 위해 데이터를 자의적으로 해석·보완했다는 불신이 지역 사회 내에 여전히 팽배합니다.

5월 14일에 열린 제주제2공항백지화도민결의대회 모습(좌), 지난 3월부터 4월까지 진행된 전도 도보 순례(우) ⓒ제주제2공항백지화전국행동
다섯째, 제주도 전역에 가해질 누적적 환경 부하입니다. 공항 건설은 단순한 활주로 확장에 그치지 않습니다. 연간 1,690만 명의 추가 여객을 수용하기 위해 연계 도로망 확장, 대규모 배후 상업단지 및 숙박 시설 등 대대적인 인프라 개발이 필연적으로 수반됩니다. 이는 성산읍을 넘어 제주 전역의 하수 처리 용량 포화, 생활폐기물 급증, 항공기 배기가스 및 온실가스 배출 가속화로 이어집니다. 결과적으로 제주도가 가진 섬 생태계 고유의 환경 수용력을 초과하여, 섬 전체의 생태학적 지속 가능성에 회복 불가능한 부담을 주게 됩니다.
이렇듯 상충하는 5가지 핵심 쟁점들은 향후 제2공항 사업의 향방을 가를 최종 관문인 '제주특별자치도 환경영향평가 협의'와 '제주도의회 본회의 동의 표결' 과정에서 가장 치열하게 다뤄질 화두입니다. 환경부의 조건부 승인과 국토교통부의 기본계획 고시가 이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생태계 보전과 안전성을 둘러싼 과학적·절차적 검증 요구는 착공 전까지 지역 사회와 정치권 내에서 지속적인 진통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6년 전 청계 광장에서 외쳤던 "코로나 이후의 세상은 달라져야 한다"는 선언은, 안타깝게도 제주를 포함 전국 곳곳의 신공항 건설 강행이라는 구태의 정지선 앞에 멈춰 서 있습니다. 기후위기와 여섯 번째 대멸종의 시대를 살아가는 지금, 매년 찾아오는 생물다양성의 날은 우리에게 단순한 기념일이 아닌 생존을 위한 엄중한 경고와 같습니다. 조류 충돌의 위험 속에서도 날아오르는 철새들과 소리 없이 지하수를 품어 안는 숨골의 생명력은 제주가 우리가 지켜야 할 살아있는 섬임을 증명합니다.
인간의 편리함을 위해 다른 생명들의 서식지를 훼손하는 행위를 반복할 것인지, 아니면 생태 사회로의 전환을 시작할 것인지 묻는 이 중대한 기로에서 우리는 연대가 필요합니다. '생명의 숲과 바다'를 지키는 것, 그리하여 '공항 대신 공존'의 시대로 나아가는 것이 오늘 우리가 생물다양성의 날을 맞이하며 제2공항 건설 사업 백지화를 외쳐야 하는 본질적인 이유입니다.
+) 해양시민과학센터 파란은 연대기구인 '제주제2공항강행저지비상도민회의'와 도민회의 내 환경조사위원회에 함께 하고 있습니다.
글: 신수연 센터장
2020년 5월, 청계 광장에서 '제주제2공항 백지화전국행동'이라는 연대 단위로 모인 여러 단체 소속 환경활동가들과 함께 생물다양성의 날을 기념하여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6년이 지난 지금도 당시 입장문은 여전히 유효합니다.
2020년 생물다양성의 날을 하루 앞두고 청계광장에서 환경활동가들이 제주제2공항 백지화를 촉구하다 ⓒ 제주제2공항백지화전국행동
세계 생물다양성의 날(International Day for Biological Diversity)은 생물다양성의 중요성을 알리고 시민들의 인식을 확산하기 위해, 생물다양성 협약이 체결된 1992년 5월 22일을 기념해 유엔에서 지정하였습니다. 이 날은 자연이 제공하는 생태계 서비스—서식지 유지, 탄소 흡수, 수질 정화, 수분 매개, 해안 방재 등—를 정책 우선순위로 삼자는 요구를 내포하고 있기도 합니다.
생물다양성은 종 다양성, 서식지 다양성, 유전 자원 다양성의 세 층위로 구성됩니다. 종 다양성은 한 지역 내 종의 수와 분포를, 서식지 다양성은 숲, 습지, 해안, 동굴 등 다양한 생태 공간의 존재와 연결성을, 유전 자원 다양성은 종 내의 유전적 변이와 적응 잠재력을 의미합니다. 이 세 층위는 서로 밀접하게 연결되어 서식지가 훼손되면 종의 분포가 축소되고, 종 수가 줄어들면 유전적 변이도 감소하며, 유전적 다양성이 낮아지면 기후나 병해충, 전염병 같은 외부 충격에 대한 적응력이 약화됩니다. 생물다양성이 중요한 이유는 '종의 보전'을 넘어섭니다. 생태계는 종과 서식지가 연결되어 기능하며, 그 기능은 인간 사회의 안전과 활동을 지탱합니다. 생물다양성이 높을수록 생태계는 가뭄, 폭우, 해일, 전염병 등 외부 충격에 더 견고하게 대응하고 회복할 수 있습니다.
제주도는 한반도에서 독특한 생태적 가치를 지닌 지역입니다. 화산섬인 제주의 현무암 지형이 만들어낸 동굴·숨골·용암대지는 육상과 해안 생태계를 연결하는 특수한 서식지를 제공합니다. 곶자왈은 제주 고유의 조림·습지형 생태계로, 다양한 무척추동물과 소형 포유류, 조류의 서식지와 피난처 역할을 합니다. 또한 제주는 동아시아 - 대서양 철새 이동 경로상 중요한 경유지로, 철새의 중간 휴식지 및 먹이 공급지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저어새, 큰기러기, 흑로 등 보호종과 멸종위기종이 도래하며, 습지 공간은 철새와 수생 생물의 핵심 서식지입니다. 지방선거를 앞둔 2026년 5월 현재, 제주 제2공항 사업은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가장 뜨거운 쟁점입니다. 2015년 국토부가 제2공항 입지 발표 이후 지금까지 사업의 타당성, 절차적 정당성 등 사업 추진 여부에 대한 갈등이 해소되지 않고 있습니다.
제주 제2공항 사업 주요 경과
11년의 갈등, 제주제2공항 사업의 5가지 핵심 쟁점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각 단계마다 제주 제2공항 건설 사업의 입지 적정성, 사업의 타당성, 절차상 오류, 조류 충돌 위험 및 환경 영향에 대한 이견이 반복 제기되었습니다. 주요 쟁점은 다섯 가지로 요약됩니다.
첫째, 입지 적정성과 지형적 특수성 문제입니다. 제2공항 사업 예정지인 성산읍 일대는 철새도래지(오조리·하도리 등)와 인접해 있을 뿐만 아니라, 제주의 독특한 지하수 함양 통로인 '숨골'이 100여 개 이상 밀집한 지역입니다. 초기 국토교통부의 조사에서는 숨골 가치가 과소평가되었으나, 이후 현장 정밀 조사를 통해 대규모 숨골의 존재와 이로 인한 지하수 차단 및 인근 하천(고성천 등)의 홍수 위험성이 제기되었습니다. 또한 행정안전부가 국토부에 보낸 '재해영향성검토 협의결과'에 따르면 공항이 건설될 경우 예정지 인근 하천 벨트인 신난천 지구와 온평천 지구가 자연재해위험지구로 평가되며, 하류부의 홍수 유출량이 크게 증가하여 침수 등의 재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명시했습니다. 화산섬 특유의 동굴 분포 가능성에 대한 전문가들의 교차 검증 요구가 이어지며, 대규모 연약지반 공사로 인한 지형 파괴 위험이 입지 근거의 취약점으로 지적되고 있습니다.
ⓒ제주제2공항강행저지비상도민회의
둘째, 조류 충돌 및 개정된 항공안전 지침 기준입니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환경연구원(KEI) 등의 검토 결과에 따르면, 제2공항 예정지의 조류 충돌 위험은 기존 제주공항보다 2.7~8.3배 높고, 김포·인천공항보다도 1.6~4.96배 높다는 분석이 제시된 바 있습니다. 더욱이 2024년 12월 무안공항 항공기-조류 충돌 안전사고 이후 국토교통부의 관련 지침이 전면 개정되면서, 공항 반경 13km 이내 환경평가 대상 지역 전체가 조류 충돌 위험 관리 구역으로 편입되었습니다. 개정된 기준을 적용하면 제2공항 예정지는 오조리 습지뿐만 아니라 구좌·성산 일대의 핵심 철새 도래지 벨트와 완전히 겹치게 됩니다. 이는 단순한 국지적 위험을 넘어,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의 안전 기준과 비교해도 공항 입지 자체에 근본적인 결격 사유가 있음을 시사합니다.
(좌) 문신기 작가 일러스트를 사용한 현수막 (우) ⓒ제주제2공항백지화전국행동
셋째, 생물다양성 파괴 및 법정 보호종의 서식지 상실입니다. 환경부 멸종위기 야생생물 I급이자 천연기념물인 저어새, 매를 비롯해 II급인 큰기러기, 흑로, 물수리, 맹꽁이, 두견이 등 수십 종의 법정 보호종이 예정지 및 인근 습지에서 지속적으로 관찰되고 있습니다. 특히 공항 예정 부지 내 맹꽁이 서식지의 경우, 당초 계획된 '포획 후 강제 이주' 방안이 이주 대상지의 생태적 수용력 초과와 정착 실패율로 인해 실효성이 없다는 국립생태원 등 전문기관의 지적이 있었습니다. 항공기 소음과 야간 조명이 철새의 번식과 비행 경로를 교란하여 전반적인 생물다양성을 급감시킬 것이라는 정밀 평가 요구가 계속되는 이유입니다.
넷째, 절차적 정당성과 주민 수용성 결여입니다. 전략환경영향평가 과정에서 불거진 '전문기관 의견 묵살 및 비공개' 논란, 그리고 2021년 제주도정과 의회가 합의해 실시한 공식 도민 여론조사에서 '전체 도민 반대'가 우세했음에도 사업이 강행된 점은 절차적 정당성에 큰 오점을 남겼습니다. 주민 공청회와 상생 협의체가 형식적으로 운영되었다는 비판과 함께, 국토교통부가 환경부의 조건부 협의 조항을 통과하기 위해 데이터를 자의적으로 해석·보완했다는 불신이 지역 사회 내에 여전히 팽배합니다.
5월 14일에 열린 제주제2공항백지화도민결의대회 모습(좌), 지난 3월부터 4월까지 진행된 전도 도보 순례(우) ⓒ제주제2공항백지화전국행동
다섯째, 제주도 전역에 가해질 누적적 환경 부하입니다. 공항 건설은 단순한 활주로 확장에 그치지 않습니다. 연간 1,690만 명의 추가 여객을 수용하기 위해 연계 도로망 확장, 대규모 배후 상업단지 및 숙박 시설 등 대대적인 인프라 개발이 필연적으로 수반됩니다. 이는 성산읍을 넘어 제주 전역의 하수 처리 용량 포화, 생활폐기물 급증, 항공기 배기가스 및 온실가스 배출 가속화로 이어집니다. 결과적으로 제주도가 가진 섬 생태계 고유의 환경 수용력을 초과하여, 섬 전체의 생태학적 지속 가능성에 회복 불가능한 부담을 주게 됩니다.
이렇듯 상충하는 5가지 핵심 쟁점들은 향후 제2공항 사업의 향방을 가를 최종 관문인 '제주특별자치도 환경영향평가 협의'와 '제주도의회 본회의 동의 표결' 과정에서 가장 치열하게 다뤄질 화두입니다. 환경부의 조건부 승인과 국토교통부의 기본계획 고시가 이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생태계 보전과 안전성을 둘러싼 과학적·절차적 검증 요구는 착공 전까지 지역 사회와 정치권 내에서 지속적인 진통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6년 전 청계 광장에서 외쳤던 "코로나 이후의 세상은 달라져야 한다"는 선언은, 안타깝게도 제주를 포함 전국 곳곳의 신공항 건설 강행이라는 구태의 정지선 앞에 멈춰 서 있습니다. 기후위기와 여섯 번째 대멸종의 시대를 살아가는 지금, 매년 찾아오는 생물다양성의 날은 우리에게 단순한 기념일이 아닌 생존을 위한 엄중한 경고와 같습니다. 조류 충돌의 위험 속에서도 날아오르는 철새들과 소리 없이 지하수를 품어 안는 숨골의 생명력은 제주가 우리가 지켜야 할 살아있는 섬임을 증명합니다.
인간의 편리함을 위해 다른 생명들의 서식지를 훼손하는 행위를 반복할 것인지, 아니면 생태 사회로의 전환을 시작할 것인지 묻는 이 중대한 기로에서 우리는 연대가 필요합니다. '생명의 숲과 바다'를 지키는 것, 그리하여 '공항 대신 공존'의 시대로 나아가는 것이 오늘 우리가 생물다양성의 날을 맞이하며 제2공항 건설 사업 백지화를 외쳐야 하는 본질적인 이유입니다.
+) 해양시민과학센터 파란은 연대기구인 '제주제2공항강행저지비상도민회의'와 도민회의 내 환경조사위원회에 함께 하고 있습니다.
글: 신수연 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