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과학]동아시아 해양 시민과학자들과의 만남 - 일본편

붐붐
2026-05-22
조회수 159

동아시아에는 어떤 해양 시민과학자들이 계실까 기대를 품고 파란이 향한 첫 행선지는 일본 도쿄! 🇯🇵

3월 말 벚꽃이 만개할 시기, 화창한 날씨가 저희를 반겨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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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국제공항

Day 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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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날은 신주쿠의 카페에서 일본 코랄네트워크의 츠치카와 메구무 부대표님을 만나기로 했습니다. 일본 코랄네트워크는 리프체크 매뉴얼을 일본어로 번역하고 배포하고, 일본 전역의 조사 데이터를 취합하며, 리프체크를 진행하는 단체 혹은 모임들을 도와주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츠치카와님은 일본 리프체크(Reef Check) 코디네이터 중 한 분으로, 리프체크 조사와 논문 작성 등 다양한 활동을 이어오고 있었습니다. 30년 가까이 관련 활동을 해오신 츠치카와 님이라면 일본 전반의 산호 관련 시민과학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 것 같아 연락을 드렸습니다. 흔쾌히 미팅 요청을 받아주셔서 일본 산호 조사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첫 해외 미팅이었던지라 어떻게 이야기를 이끌어가야 할까 고민이 많았는데 츠치카와 님께서 빔프로젝터까지 가져와서 열정적으로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일본의 리프체크는 1997년에 이리오모테섬과 미야케지마를 시작으로, 현재까지 약 30년간 이어져오고 있습니다. 리프체크는 전 세계적으로 동일한 조사 메커니즘을 구축하여 장기적으로 인간의 활동이 산호초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모니터링하는 활동입니다. 일본의 산호 시민 과학 모니터링은 리프체크를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으며, 오키나와와 도쿄의 이즈제도 등 다양한 지역에서 실행되고 있다합니다. 예전의 경우 단체들 간의 데이터 교류가 비교적 활발하였는데, 요즘은 개별적으로 미국 본부에 데이터를 보내는 경우도 많아 전국의 리프체크 조사결과를 확인할 수 있는 플랫폼은 부재한 상황이라 전했습니다. 단체들이 개별적으로 리프체크 활동을 진행하는 만큼 교류가 많지는 않아 일본 전역의 산호 시민과학 네트워크는 강하지 않았습니다. 더군다나 일본에선 다이빙 인구가 줄어들고 있어 산호 조사가 이전만큼 활발하게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추세라 말씀해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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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리프체크의 어류 조사종(좌)   조간대 생물 조사 가이드 북(우)


놀라운 점은 바다를 향한 츠치카와님의 열정이었습니다. 30년 넘게 다이빙을 해오시면서 본업 외의 시간에 조사를 다니시며 여러 학술활동에도 참여하고 계셨습니다. 츠치카와님이 참여하신 리포트를 보면 일본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2024년 고수온 현상으로 인해 대규모 백화현상이 일어난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기후변화로 인해 일부 해역에서는 산호가 감소하는 반면, 다른 해역에서는 산호의 북상 등으로 인해 분포가 확장되는 경향도 나타났습니다. 일본의 산호들 역시 극심한 변화 속에서 생존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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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케지마의 산호 조사 결과 리포트


미팅이 끝난 뒤에 저희가 일본의 도감을 사고 싶다 하자 츠치카와 님께서 직접 서점까지 안내해 여러 도감을 추천해 주셨습니다. 도감 구매까지 마치고 다음엔 제주에서 만나 뵐 수 있기를 기약하며 헤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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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의 해양생물 관련 코너(좌)    파란이 구매한 도감들(우)


Day 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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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차에는 녹색연합 시절부터 연을 이어오던 일본자연보호협회의 아베 마리코 박사님과 만났습니다. 일본자연보호협회는 1951년에 설립되어 육상, 해양 등 일본 전 지역을 아울러 활동을 하고 있는 일본의 큰 환경단체 중 하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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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자연보호협회의 사무실 모습


아베 마리코 박사님은 2010년부터 일본자연보호협회에서 아마미 제도와 오키나와 등 일본 바다를 조사하고 보전하는 활동을 하고 계셨습니다. 아베 박사님은 일본 바다의 변화와 다양한 해양 시민과학 활동들을 소개해 주셨습니다. 


일본 근해 수온은 +1.36°C/100년 속도로 증가하고 있으며, 이는 세계 평균의 2배라 하셨습니다. 이로 인해 대규모 백화현상이 일어나기도 하고, 갯녹음 현상 가속, 북일본의 냉수성 어종이 감소하고 온수성 어종이 북상하는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합니다.


또한 기후변화는 바다에 해양 열파, 산성화, 빈산소화와 같은 복합적인 스트레스를 가하고 있다 하셨습니다. 해양 열파는 짧은 기간 동안 극단적으로 높은 수온이 지속되는 현상으로, 산호 백화현상이나 양식 패류의 대량 폐사처럼 갑작스럽고 심각한 피해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해양 산성화의 경우 해수의 pH가 낮아지면서 굴, 가리비와 같은 패류나 산호처럼 석회질 구조를 만드는 생물들이 유생 단계에서 껍데기나 골격을 제대로 형성하지 못할 위험이 커지고 있다 합니다. 빈산소화 역시 중요한 문제로 언급하셨습니다. 수온 상승으로 수층의 성층화가 강해지면서, 폐쇄성 내만에서는 여름철 산소가 부족한 수괴가 자주 발생하고, 이로 인해 저서생물이 받는 스트레스가 점점 심화되고 있다 하셨습니다.


이러한 변화들은 단순히 개별 생물의 피해에 그치지 않고, 연쇄적인 영향으로 이어진다 합니다. 산호초와 해초·해조류 군락이 쇠퇴하거나 사라지면 생물들이 살아가는 환경 기반 자체가 약해지고, 치어와 유생의 서식지도 함께 줄어들게 됩니다. 결국 이는 어류와 패류의 생산성 저하로 이어져 지역 어업과 경제에도 큰 타격을 줄 수 있다고 설명해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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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자연보호협회 아베 마리코 박사님과의 미팅


아베 박사님은 일본 정부의 장기 생태계 모니터링 프로그램인 ‘모니터링 1000’도 소개해주셨습니다. ‘모니터링 1000’은 산호뿐만 아니라 육상과 해양을 포함해 100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자연의 변화를 기록하는 프로그램입니다. 박사님께서는 기후변화나 생태계 변화와 같은 현상은 불과 몇 년의 조사만으로는 알아차리기 어렵기 때문에, 세대를 넘어 지속되는 이와 같은 장기 프로젝트가 매우 중요한 가치를 지닌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이를 위해 전국 약 1,000개 지역에서 통일된 표준 매뉴얼을 적용해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하셨습니다. 또한 산호초, 갯벌, 마을 주변 자연(里地) 조사 등은 시민 자원봉사자들이 참여하는 시민과학을 기반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합니다. 시민들이 직접 조사에 참여하는 과정은 지역 주민들의 환경 의식을 높이고, '우리 지역의 자연은 우리가 지킨다'는 주체성을 기르는 중요한 계기가 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이렇게 축적된 데이터는 단순한 기록에 그치지 않고, 멸종위기종 레드리스트 개정이나 생물다양성 국가전략의 달성도를 평가하는 공식적인 과학적 근거로 활용되며, 실제 정부 정책에도 반영되고 있다 하셨습니다. 다만 100년에 걸친 장기 프로젝트인 만큼, 정권 교체나 경제 상황에 따라 조사의 질과 빈도가 흔들릴 수 있다는 리스크도 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또한 시민 자원봉사자들에게 크게 의존하는 조사이다 보니, 오랫동안 현장을 지켜온 베테랑 조사자들의 고령화와 후계자 부족 문제가 심각한 상황이라 하셨습니다. 따라서 앞으로 젊은 세대들이 어떻게 더 많이 참여하게 할 것인지가 매우 중요한 과제라고 강조하셨습니다.


더불어 아베 박사님은 갯벌, 해초, 환경DNA를 활용한 시민과학 조사 사례도 소개해주셨습니다. 일본국제습지보전연합의 ‘시민참여형 갯벌 생물 조사’, 오키나와현의 듀공의 목격정보를 제보하는 사이트 '듀공 포털 사이트', 일본 전국 연안의 생물다양성 변화를 환경DNA를 통해 장기적으로 기록하는 ANEMONE 등 여러 사례를 알려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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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자연보호협회 근처 소바 맛집(좌)   파란 사무국과 일본자연보호 협회 미팅 단체 사진(우)


아베 마리코 박사님과의 만남은 다르면서도 같은 바다의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던 시간이었습니다. 이번 만남을 계기로 앞으로 한국과 일본의 시민들이 바다를 함께 기록하고 지켜나가는 연대의 저변이 더욱 넓어지기를 기대해 봅니다.


Day 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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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일정 마지막 날, 떠나기 전 '물고기 서점(SAKANA BOOKS)'가 있다는 소식을 듣고 달려가보았습니다. 다양한 어류와 해양에 관련된 서적들이 큐레이션 되어있었으며, 엽서, 그릇, 스티커 등등 다양한 굿즈들도 있어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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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켠에는 과거 일본의 어구들과 상어 턱뼈들이 전시되어있었습니다. 상어기록단과 함께 제주도의 상어 잡이 이야기들을 수집하고 있던터라 상어 잡이 어구들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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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2박 3일의 일정을 마치고 제주로 돌아온 저희는 바로 대만과 홍콩에 말걸기를 시작했습니다. 다음에는 홍콩편으로 돌아오겠습니다~! 


글: 붐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