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은 올해 초 부터 제주 바닷속 산호를 기록하는 시민과학 프로젝트 '2023 산호탐사대'를 운영했습니다. 수중 촬영이 가능한 스쿠버다이버들이 월 1회 모여, 해양보호구역인 서귀포 문섬⋅범섬 일대의 산호 서식 현황과 위협 요인을 조사하였는데요!
지난 12월 14일(목)에는 산호탐사대 대원들이 직접 2023년 조사 사진과 영상, 결과를 종합한 보고서를 발표하고 그 의미와 향후 바람을 공유했습니다. ( KBS 뉴스보기 / MBC 뉴스보기 / KCTV 뉴스)
해녀, 프리랜서, 학생, 직장인, 스쿠버다이빙 강사 등 총 30여명이 참여했던 산호탐사대! 3월부터 11월까지 문섬 주변 해역에서 9회, 범섬 주변 해역에서 9회 조사를 통해 총 68종의 산호종을 기록하였고 산호간 서식지 경쟁, 기생생물로 인한 피해, 낚시피해 등 129건의 위협요인을 확인하였습니다.
산호탐사대의 첫해였던 2023년, 우당탕탕 산호탐사기를 담은 종합보고서의 내용 중 주요내용을 아래와 같이 정리하였습니다.
<2023 산호탐사대 활동보고서 전문 다운로드>
I. 산호탐사대 소개
우리나라 지도를 거꾸로 돌려보면, 제주도는 태평양을 향한 최일선, ‘맨 앞’ 이다. 적도로부터 태평양의 열을 머금고 올라오는 쿠로시오 난류가 가장 먼저 닿아, 기후변화로 인한 수온 상승폭이 큰 곳이다. 그곳에 ‘바다의 꽃’이라고도 불리는 연산호가 살고있다. 위도 30도 안에 산호초가 있는 지역은 많지만, 제주 바다처럼 화려한 연산호가 다양하게 모여있는 지역은 세계적으로 드물다. 가지에 빨간색, 노란색, 오렌지색 덩어리가 꽃처럼 붙어있는 맨드라미류, 부채처럼 가지가 펼쳐진 총산호류, 소나무를 닮은 해송류 등 산호는 모습 자체로도 아름답지만, 바다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존재이기도 하다. 폴립(산호의 기본 단위)이 모여 군체를 이루고, 군체가 모여 형성된 산호 군락은 바다 생물들에게 산란처이자 은신처가 되어, 다양한 생물들이 깃들어 산다. 제주 바닷속, 특히 서귀포 문섬과 범섬 주변에서 스쿠버다이빙을 해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 자체로 꼼지락대고 흐물거리며 나풀거리고 하늘거리고 빛나는 산호를 넋을 잃고 바라본 경험이 있으리라.
하지만 기후변화로 인한 수온상승과 이상기후, 연안 오염으로 제주 바닷속 산호 서식지도 급격하게 영향을 받고 있는 듯했다. 열대⋅아열대의 해양생물이 유입되고, 특히 돌산호류는 폭발적으로 서식지를 넓히고 있으며, 밤수지맨드라미(멸종위기야생생물Ⅱ급, 해양보호생물)처럼 수온변화에 취약한 종들은 개체수가 줄어들고 있다고도 했다.
산호생태계를 포함해, 바닷속 급격한 변화에 대해 정부는 어떻게 조사하고 있을까. 우리나라 연안⋅해양분야의 정보는 대부분 해양수산부 및 공공기관에서 추진하는 법정조사를 통해 생산된다. 우리나라 전 해역을 조사하는데 5년에서 10년에 이르는 순차조사로는 해양환경과 해양생태계 변화상을 확인하기 어려워, 2015년부터는 ‘국가해양생태계 종합조사’로 통합되었다. 종합조사는 기본조사(동·서·남해와 제주 해역 대상)와 중점 조사(필요나 관심이 높은 이슈지역 대상)로 나뉘고, 조사주기도 1~2년으로 단축되었다. 종합조사를 통해 이전보다 해양생태계 전반의 과학적 기초 자료를 생산하고 있고 정책 수립의 기반이 되고 있다고 평가받지만, 1~2년 주기의 법정조사만으로는 해양생물의 유입과 이동, 서식 환경 변화, 위협 요인에 대한 진단과 규명, 해결 방안을 찾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판단했다. 더구나 자연생태계 분야, 특히 해양 영역은 소수의 연구자가 한반도 전체 해역을 맡고 있는데다가, 예산이 부족하여 특정 주제의 용역과제를 맡은 게 아니라면, 동일한 지역을 정기적으로 자주 조사하는 게 어려운 상황이었다.
제주 바닷속 산호 조사를 ‘시민과학’ 방식으로 시작해보기로 했다. 국내 스쿠버다이빙 인구가 증가하여 20만 명 이상으로 추정되고, 액션캠과 핸드폰⋅수중하우징⋅라이트 등 수중촬영 장비를 갖춘 사람들도 많아져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3월부터 매월 탐사대원을 모집했다. 월마다 모인 인원의 절반가량은 기존 탐사대원, 나머지 절반 가량은 새로운 사람들이 참여했다. 학생, 주부, 공무원, 직장인, 해녀, 직업 스쿠버 강사, 아쿠아리스트, 영상 촬영감독 등 제주뿐만 아니라 전국 각지에서 탐사대원이 되기 위해 매월 셋째 주 토요일 제주도 서귀포로 모였다. 산호탐사대 준비, 진행은 해양시민과학센터 파란이 맡았다. 탐사대의 육상과 수중 활동에 대한 기록은 복미디어의 복진오 감독이 하였고, 다큐멘터리팀 돌핀맨의 이정준 감독도 조사에 참여하여 수중 활동 기록을 하고, 수중촬영에 대한 조언을 건넸다. 문섬 영역은 H.DIVE의 박승환 강사가 책임 강사로 프리라이프의 조성현 강사와 함께 탐사대의 안전을 살펴주었고, 범섬 영역은 코지다이브의 이한나루, 이계준, 박찬엽 강사가 이끌었다. 그리고 산호의 종 분류 및 생태에 대해 궁금증이 있을 때는 탐사대원들이 참여 중인 단체 대화방에서 실시간으로 묻고, 국립해양생물자원관의 조인영 선임연구원이 자문해 주었다.
II. 산호탐사대 계획
산호탐사대가 주목한 공간은 서귀포의 문섬과 범섬 일대이다. 제주 남부 연안은 난류의 영향을 받고 펄, 모래, 암반, 산호 퇴적 등 여러 기질을 포함하고 있어 다양한 해양생물이 출현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추고 있다. 특히 문섬과 범섬 일대 해역은 해양보호구역의 지정 근거였던 해중경관(연산호 군락)의 우수성 뿐만 아니라 해양생물다양성이 뛰어나 보전 및 학술적 연구가치가 높은 곳이다.
이 공간은 여러 중앙부처 및 지자체에서 겹겹의 보호구역으로 지정한 곳이기도 하다. 천연기념물 제421호 문섬·범섬천연보호구역(2000년, 문화재청), 자연환경보전법에 근거해 문섬∙범섬∙섶섬까지 포함하여 ‘문섬 등 주변해역 생태계보전지역’(2002년, 해양수산부)으로 지정고시되었으며, 2004년에는 제주연안연산호군락이 천연기념물 제442호로 지정되었다. 또한 서귀포 해안을 중심으로 서귀포 해양시립공원으로 지정(1998년)되었다가 서귀포해양도립공원으로 변경되었으며 제주특별자치도는 이 일대를 절대보전연안지역(2007년)으로 지정하였다.
산호탐사대는 스쿠버다이빙의 메카이자 해양생물다양성이 가장 뛰어난 바로 이 곳! 서귀포 문섬과 범섬 일대에 서식하는 산호의 모습과 위협 요인 등을 사진과 영상으로 기록하기로 하였다.
산호탐사대의 첫 시작은 봄이었던 3월부터 완연한 가을이 된 11월까지 이어졌다. 월 1일, 2회 다이빙을 기본으로 진행하였다. 3월과 바다 날씨 악화로 인해 정해진 날짜에 진행하지 못했던 11월을 제외하고는, 산호탐사대 정기모임 날짜인 매월 세 번째 토요일에 탐사를 진행하였다. 격월로 문섬과 범섬을 번갈아 가며 조사하였으며, 11월에는 범섬과 문섬에서 19일과 20일 각 1회 다이빙을 진행하였다.
2023 산호탐사대를 통해 문섬 권역 5개 지점(한개창, 불턱, 꽃동산, 새끼섬 직벽, 동남쪽)에서 9회, 범섬 권역 7개 지점(작은 굴, 꽃동산, 콧구멍, 콧구멍 북측, 한도 직벽, 연새미여, 서건도)에서 9회로 총 12지점에서 18회차 조사했다.
2023년 3월부터 11월까지 산호탐사대에 일반 스쿠버다이버 18명, 파란, 녹색연합, 기록자 및 강사를 포함한 12명 등 총 30명이 참가하였고, 1일 2회의 다이빙으로 총 192개(누적 참여 횟수 96x2회)의 공기탱크를 사용하였다.
III. 산호탐사대가 찾아낸 기록들
1부. 종다양성 조사 결과
지금까지 다이버들은 산호군락을 수중 풍경의 아름다운 배경 정도로 생각해 온 것 같다. 산호탐사대는 그 시선을 산호 가까이 옮긴다. 그럼, 풍경이었던 산호 군락은 실로 다양한 생명이 되어 인식된다. 산호군락을 이루고 있는 각각의 산호가 자기의 이름을 가지고 있는 한 종의 동물이고, 또 얼마나 다양한 종이 함께 존재하는지 살펴보게 되면 놀랍지 않을 수 없다.
종다양성 조사를 위해서 탐사대원들은 각자 다이빙을 진행하며 가능한 다양한 산호를 기록하는 것을 목표로 사진과 영상으로 기록하였다. 산호의 정확한 동정을 위해서는 현미경으로 골편의 배열 등 내부 구조를 상세히 살펴야 한다. 그러나 산호탐사대는 형태 사진, 접사 사진을 기록하여 동정하였다. 맨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종들은 종명으로 기록하였다. 정확한 동정이 어려운 종은 분류체계 ‘과’명을 기재한 후, 색과 형태에 따라 나누어 알파벳으로 표기하거나, ‘00산호류(추정)’이라 정리하였다.
해양수산부 '2023 해양수산생물종목록집'에 등록되어 있는 산호종은 170종이다. 그중 약 80%(130여 종)의 산호가 제주바다에 서식한다. 산호탐사대는 2023년 조사를 통해 연산호류 40종, 해송류 4종, 돌산호류 15종, 말미잘류 9종 총 68종의 산호종을 기록하였다. 산호탐사대가 찾은 68종의 아름다운 사진을 보자.
보고서로 정리된 17개의 기록 중 12회(70%) 이상 기록된 종들은 검붉은수지맨드라미, 꽃총산호, 둥근컵산호, 밤수지맨드라미, 분홍바다맨드라미, 빨강별총산호, 큰수지맨드라미, 곤봉바다맨드라미과_미기록A(미색), 해송, 긴가지해송, 큰산호말미잘이다. 그중 꽃총산호가 16회, 분홍바다맨드라미가 15회, 큰수지맨드라미가 14회로 순으로 가장 많이 기록되었다.
멸종 위기에 처해 있거나 서식지의 파괴 등으로 특별히 보호해야 할 동식물은 국가가 법으로 법정보호종으로 지정해서 관리한다. 육상의 법정보호종을 떠올려보면 저어새, 두루미, 팔색조, 올빼미, 사향노루, 산양, 반달가슴곰, 장수하늘소, 비단벌레 등이 있다. 일부러 법정보호종을 찾아가도 운이 없으면 찾지 못할 정도로 만나기 어려운 종들이다. 그러나 제주 바닷속 상황은 다르다. 호흡기를 물고 바다에 들어가기만 하면, 아니 숨을 크게 참고 잠수만 조금 깊게 해도 해송, 검붉은수지맨드라미, 밤수지맨드라미 등 법정보호종을 단번에 만날 수 있다.
산호충류 법정보호종 총 21종 중 8종의 법정보호종을 발견하였고, 서건도를 제외한 모든 조사 지역에 법정보호종이 서식하고 있었다. 측맵시산호, 연수지맨드라미, 나팔돌산호와 같이 육안으로 동정이 어려워 ‘00산호류’로 분리한 종을 감안하면 산호탐사대가 발견한 보호종수가 보다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2023 산호탐사대의 조사는 문섬과 범섬에서 각각 9회씩 진행되었다. 그 결과 문섬에서 연산호류 31종, 해송류 4종, 돌산호류 13종, 말미잘류 6종 등 총 54종, 범섬에서 연산호류 37종, 해송류 4종, 돌산호류 10종, 말미잘류 7종 등 총 58종이 조사되었다.
산호종류(목)별로 구성비에 문섬과 범섬이 크게 차이가 나지는 않지만, 문섬에서만 발견된 종이 10종, 범섬에서만 발견된 종은 14종으로 24종은 서로 서식지를 달리하고 있었다. 문섬과 범섬의 조금씩 다른 환경에서 산호들이 자신들에게 알맞은 자리와 환경을 찾아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라 생각된다. 양쪽에서 모두 살고 있으나 산호탐사대가 아직 발견하지 못한 종도 있을 것이다.
향후 지속해서 종 분포를 비교하면 서식환경별 산호의 분포 형태를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문섬과 범섬에서만 서식하는 각각의 종 이름은 아래와 같다.
산호탐사대는 곤봉바다맨드라미과로 추정되는 2종의 미기록 종을 발견, 기록하였다. 형태는 큰수지맨드라미를 닮았으나 미색 폴립이 무성한 미기록A 종은 앞서 산호탐사대가 가장 많이 만난 산호에서 12회 출현으로 68종 중 공동8위를 차지할 정도로 범섬과 문섬 조사 지역 대부분에서 발견되었다. 이 종은 문섬과 범섬의 너른 지역에 분포되어 있지만 아직 종 등록을 위한 연구가 되지 않았다. 또한 산호탐사대는 검붉은수지맨드라미를 닮았지만 개체의 크기가 크고 자세히 살펴보면 폴립에 초록색 부분이 있는 미기록B 종을 문섬 불턱에서 기록하였다.
미기록 연산호류의 기록은 앞으로, 미기록종 등록을 위한 연구가 시작되었을 때 연구자들에게 해당 종의 분포를 파악할 수 있는 기초자료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손가락 한 마디 정도의 크기로 직벽에 콕콕 박혀있는 돌산호들은 비슷하게 생긴 듯하지만 자세히 보면 분지된 모양도, 색깔도, 군체가 뭉쳐있는 형태도 조금씩 다르다. 각각의 돌산호들의 이름을 찾아 불러주고 싶지만, 돌산호의 동정을 위해서는 현미경을 통한 확인이 필요하여 대부분 미동정으로 표기하였다. 나무 모양의 몸통과 가지를 가지고 있는 형태의 나무돌산호과 산호 7종과 그 외 기타 종으로 구분하였다. 향후에는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돌산호에 대한 자료를 좀 더 확보하고, 연산호(해계두목)를 기록했듯, 맨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종은 최대한 동정할 수 있도록 훈련하고자 한다. 또한 미기록종 돌산호 연구를 위한 기초자료로 활용될 수 있도록 지금처럼 돌산호의 형태와 서식지별로 기록을 쌓아갈 예정이다.
과거 선행연구와 당시 조사연도의 산호충류 출현 종수를 비교하였는데, 이에 따르면 문섬은 2011년 15종, 2014년 18종, 2018년 52종, 2019년 52종이 조사되었고, 범섬은 2011년 18종, 2014년 22종, 2018년 48종, 2019년 45종이 조사되었다. 2009년 [제주연안연산호군락 산호 분포조사]의 연구 결과는 산호연구자와 수중조사 전문가들이 다수 투입되어 상세히 조사한 결과로 산호탐사대의 수치와 비교했을 때 조사결과가 수치상 큰 차이가 없어 잘 조사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정확한 종 동정 작업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산호탐사대의 한계가 있지만, 시민과학자(산호탐사대)의 조사가 전문가에 의한 해양보호구역 생태계 조사를 보완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2부. 위협요인 조사결과
대한민국 최남단 제주, 그리고 그보다 더 앞에 우뚝 나와 있는 남쪽의 부속 섬들. 마라도, 가파도, 형제섬, 범섬, 문섬, 섶섬, 지귀도는 기후위기의 맨 앞에 서 있는 곳이다. 이곳은 태평양 한가운데서 열기를 품고 올라오는 쿠로시오 해류를 가장 먼저 맞이한다. 따뜻해진 조류를 타고 아열대 어류와 기생생물이 제주바다로 올라온다. 이전에는 제주에서 겨울을 나지 못하던 해양생물이 따뜻해진 겨울에 쉽사리 겨울을 나고 제주에 터를 잡는다. 대신 제주에 살고 있던 종들이 북쪽 바다로 이동하거나,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지기도 한다. 또한 사람들은 끊임없이 연안과 항만을 개발하고, 관광과 레저를 위해 바다를 이용한다. 늘어난 관광객만큼 생활하수와 오폐수가 넘쳐나고, 늘어난 양식장과 농가만큼 부영양화 물질이 바다로 흘러들어온다.
제주바다는 기후위기에 따른 수온상승과 육상오염원의 유입이라는 두 가지 원인으로 급격한 변화를 겪고 있다. 산호탐사대는 2023년 조사과정에서 열대성 돌산호류의 확산, 기생생물의 확산, 낚시로 인한 피해, 백화현상을 포함하는 다양한 위협요인을 확인하였다.
제주바다의 산호군락은 열대바다에서 보는 산호초와 확연히 다르다. 얕고 맑은 열대바다에는 딱딱한 몸체를 가진 돌산호가 산호초를 형성해 넓게 펼쳐져 있다면, 제주바다에는 암반이나 직벽 군데군데에 나무와 꽃을 닮은 연산호가 화려하게 피어있다. 그런데 다이빙을 진행하다 보면 돌산호가 연산호의 기부를 감싸고 있는 모습을 아주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열대바다의 산호초를 만드는 조초산호인 빛단풍돌산호, 그물코돌산호가 서식지를 확장하며 연산호가 뿌리박고 사는 자리를 넘보는 모습이다.
이렇듯, 산호탐사대는 열대성 돌산호류가 다른 종의 산호와 서식지 경쟁하는 모습이 보이면 사진과 영상으로 기록하였다. 산호탐사대의 조사기록을 보면, 문섬 권역 7건, 범섬 권역 17건의 산호 서식지 경쟁 자료를 확인할 수 있다. 열대성 돌산호류의 대표적인 빛단풍돌산호는 연산호류(빨강별총산호, 꽃가시산호, 진총산호류, 밤수지맨드라미, 큰수지맨드라미), 돌산호류(거품돌산호, 그물코돌산호), 말미잘류(큰산호말미잘), 해조류(감태) 등 종을 가리지 않고 서식지 경쟁에서 우위를 확보하고 있었다. 그 중 빛단풍돌산호와 빨강별총산호의 서식지 경쟁 모습이 10건으로 가장 많이 조사되었다.
제주바다의 산호군락은 산호 자체의 종다양성도 뛰어나지만, 해면, 멍게, 히드라, 게, 새우, 갯민숭달팽이 등 함께 살아가는 생명들과 어우러져 거대한 해양생태계를 이룬다. 어우러져 살아가는 모습은 제각각 다양한데, 공존, 경쟁, 기생 등의 모습으로 나타난다. 그 중 최근 눈에 띄는 모습 중 하나는 기생생물이다. 난대성 생물인 담홍말미잘과 태형동물인 이끼벌레 등 기생생물이 천연기념물 해송과 긴가지해송과 같은 해송류(각산호목)뿐만 아니라 총산호류, 진총산호류 등 연산호(해계두목)에 붙어 가지를 잠식해 가고, 결국은 폐사에 이르게 하는 모습이 종종 보인다.
기생생물이 어떤 이유로 확산하고 있고, 어떤 방식으로 관리 혹은 제거해야 할지는 전문기관의 자세한 연구가 필요하다. 기생생물이 산호에게 피해를 주고 있는 것은 확실하나, 기생생물 또한 수중생태계에 어떤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산호탐사대는 문섬과 범섬의 조사 범위내에 어떤 기생생물이 존재하는지, 또 어떤 산호에 기생하고 있는지 확인하여 정리했다.
그중 담홍말미잘이 37건으로 가장 많이 조사되었다. 특히 범섬 한도 직벽 조사 지점에서 7월 18건, 11월 12건으로 한 지역에서 압도적으로 많은 건수가 조사되었다. 연산호류, 해송류 등 산호의 종을 가리지 않고 담홍말미잘이 기생하는 것을 확인했다.
그다음 태형동물(이끼벌레)이 19건 확인되었는데, 이 또한 한도 직벽에서 8건으로 다른 지역보다 눈에 띄게 많이 발견되었다.
석회관 갯지렁이, 해면류, 멍게류, 피낭동물류의 조사 결과는 위 표와 같다.
문섬과 범섬은 천연기념물(문섬·범섬 천연보호구역)로서 입도가 불가능하다. 단 어로행위, 갯바위 낚시, 스쿠버 행위에 대해서는 예외다. 그래서 다이빙하기 위해 섬 근처로 다가가면, 낚시꾼들이 섬을 가득 둘러싸고 갯바위에 서서 낚싯줄을 드리운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산호에게 낚싯줄은 더 큰 위협이다. 수중에서 낚싯줄에 산호가 감기면 감긴 자리에 폴립이 떨어지고 가지가 잘리거나 아예 산호 군체가 통째로 떨어져 나가기도 한다. 산호에 걸려 낚시꾼이 끊어 남겨버린 낚싯줄은 파도와 조류에 이리저리 쓸려 다니다 다이버가 풀기도 어렵게 엉켜버린다. 산호탐사대는 문섬에서 12건, 범섬에서 8건 등 총 20건의 낚시 피해를 확인하였다.
제주바다에 돌산호가 급격히 늘어 제주의 독특한 연산호 서식지를 잠식하고 있다. 돌산호 입장에서는 기후위기에서 살아남기 위해, 열대의 뜨거워진 바다를 떠나 제주바다로 피난처를 옮기는 것이다. 그런데 탐사대가 조사하는 동안 제주바다에도 백화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수온이 오르기 시작했던 7월부터 주로 기록되었다. 별빗돌산호, 거품돌산호, 빛단풍돌산호, 나무돌산호, 큰산호말미잘 등 돌산호 5종에서 11건의 백화현상이 확인되었다. 탐사대 조사 방법을 안내할 때 백화현상에 대해서 별도로 언급하지 않았기에, 기록하지 못한 백화현상의 사례는 더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앞으로 조사에서 백화현상에 대해 주의 깊게 관찰, 기록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된다.
그밖에 알 수 없는 이유로 탈락된 진총산호와 꽃총산호, 해양쓰레기에 감겨 있는 빨강별총산호, 위협요인은 아니지만 생식활동 과정에서 자가절단하는 자색수지맨드라미를 기록하였다.
IV. 산호탐사대의 바람
우리는 과학적이며 훈련된 시민과학자로 성장하고 있다. 주상절리대의 독특한 수중 지형, 알록달록한 산호와 해양생물, 사계절 바뀌는 바다숲에 감탄하는 펀다이버(fun diver)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제주도 남단의 한반도 해양생태계의 ‘끝판’ 서귀포 문섬과 범섬을 기록하는 산호다이버로 거듭나고 있다. 무심코 스쳐 지나칠 수 있는 곳을 수중카메라 뷰파인더로 자세히 기록하는 것이 우리의 임무이다. 때로는 산호의 폴립과 같은 마크로의 세계에 몰입하다가, 때로는 태평양 산호의 마지막 피난처가 될 제주바다의 무한한 세계를 상상한다.
해양시민과학센터 파란은 올해 초 국립해양생물자원관과 함께 제주 바닷속 산호를 기록하는 시민과학 프로젝트 ‘2023 산호탐사대’를 기획하였다. 바다가 마냥 좋은 스쿠버다이버에게 한 손엔 수중카메라, 또 한 손엔 산호 도감을 쥐어 주었다. 매번 조사를 마치면, 다같이 모여서 촬영한 사진과 영상을 보며 기록 후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올해 7월에는 ‘산호학교’를 열어, 제주바다 산호의 분류와 분포 현황, 성장과 생식으로 이어지는 생존 전략, 기후위기에 따른 수온 상승과 산호 생태계의 변화를 집중 탐구하였다. 전자현미경을 들여다보며 산호의 폴립과 골편 배열을 확인하였다. 초급 다이버에서 강사 다이버까지 다이빙 기술은 천차만별이지만, 우리는 똑같은 ‘산호탐사대’로 이름표를 달았다.
‘2023 산호탐사대’는 특히 서귀포 문섬과 범섬의 산호 서식지에 주목한다. 문화재청은 2004년, 제주도 남단의 서귀포 해역과 송악산 해역 일대를 천연기념물 제442호 ‘제주연안 연산호 군락’으로 지정한다. 일반인들에게 ‘산호가 무엇인지’ 물어보면, 십중팔구는 적도 부근의 열대와 아열대 지역에 집중된 ‘경산호’와 ‘산호초’를 대답한다. 그러나 제주바다에는 전세계에서도 독특하고 화려한 ‘연산호’ 군락이 존재하고, 문섬과 범섬은 연산호 군락의 핵심지역으로 손꼽을 수 있는 곳이다. 산호탐사대는 한 달에 한 번, 문섬과 범섬의 곳곳을 살펴보았다.
학생, 주부, 공무원, 직장인, 해녀, 직업 스쿠버 강사, 아쿠아리스트, 영상 촬영감독 등 산호탐사대에 참여한 탐사대원의 면면은 다양하였다. 제주바다를 누구보다 잘 안내하는 베테랑 강사 다이버가 물속 길을 안내하고 안전을 챙겼다. 국립해양생물자원관, 우석대학교, 한국해양과학기술원의 산호 연구자가 산호 기록의 나침반이 되어 큰 도움을 주었다. 산호탐사대에 참여한 탐사대원은 중성 부력을 맞추는 데 어려움이 없는 다이버이지만, 산호 기록은 처음이었다. 그러나 조사 결과는 전문 산호연구자의 조사에 못지 않게 놀라웠다.
30여명의 탐사대원은 3월부터 11월까지 9개월 동안, 18회차의 조사에 걸쳐, 192개의 공기통을 사용해, 68종의 산호종을 발견하고, 129건의 위협요인을 기록하였다. 문섬에서 56종, 범섬에서 62종의 산호를 사진과 영상으로 찍었다. 단 한 번의 다이빙으로 산호탐사대는 문화재청(천연기념물), 해양수산부 (해양보호생물), 환경부(멸종위기야생생물)가 법정보호종으로 지정한 산호를, 10종 가까이 확인하였다. 국내 미기록 연산호와 돌산호류도 상당수 관찰하였다. 낚싯줄에 칭칭 감긴 산호, 기후위기에 따른 수온 상승이 불러온 산호 생태의 변화, 어떤 원인인지는 모르지만 하얗게 탈색되는 산호 백화현상 등 여러 위협요인도 있었다.
해양시민과학센터 파란의 산호탐사대는 이제 시작이다. 바다가 마냥 좋은 펀다이버에서 ‘산호다이버’, ‘산호탐사대’로 거듭나기 위해 탐사대원에게 필요한 것은 상당히 많고, 또 분명하다.
하나. 산호탐사대는 산호 전문가와의 협업을 갈구한다. 시민과학은 ‘전문적인 과학자의 지도 아래 혹은 함께 협력하여 시민들이 수행하는 과학 작업’ 혹은 ‘현실의 문제를 해결하는 과학적 프로젝트에 시민들이 적극 참여하는 형태’를 의미한다. 행정과 산호 전문가가 시민과학자 ‘산호탐사대’에 적절한 조사 매뉴얼과 장비, 조사 비용을 지원해보자. 현미경으로 산호 폴립을 관찰하고 충분한 교육의 시간을 가져보자. 산호탐사대의 역량은 성장할 것이고, 아름다운 산호 서식지 보호를 위한 탁월한 기록을 남길 것이다.
하나. 산호탐사대의 최대 강점은 바로 ‘지역에 근거한 접근성’이다. 해양수산부, 환경부, 문화재청, 지자체 등 행정기관이 해양보호구역이나 멸종위기 법정보호종 산호 서식지를 모두 보살피고 관리하기는 불가능하다. 행정기관은 행정계획을 잘 수립하고 예산과 인력을 적절히 배분하는 것이 공무의 목표이다. 국내의 산호 전문가는 손꼽힐 정도로 몇 명 되지 않는다. 산호 전문가가 직접 나서서 한반도의 동서남해안과 제주도의 산호 서식지를 기록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다. 중앙정부와 지자체, 그리고 산호 전문가들이 힘을 합쳐, 지역 기반의 산호탐사대가 활동할 수 있는 인프라를 마련하면 어떨까. 산호탐사대가 활동하고 교육할 수 있는 지역 기반의 공간을 제공하고 예산을 집행하는 것도 방법이다. 산호탐사대는 언제든지 제주바다에 뛰어들 준비가 되어 있다.
하나. 해양보호구역의 산호 모니터링을 산호탐사대에 맡기자. 서귀포 문섬과 범섬은 문화재청이 지정한 천연기념물이며 해양수산부가 지정한 해양보호구역이다. 제주도가 지정한 도립해양공원이고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이 처음으로 지정된 곳이다. 바닷속에는 20종 이상의 법정보호종 산호가 서식하고 있다. 그러나 올해, 산호탐사대의 조사 결과를 보면, 문섬과 범섬의 산호는 각종 위협요인에 노출되어 있다. 낚시와 어업, 수온 상승과 육상 오염원 유입 등 다양한 요인에 노출되었지만 정작, 위협요인의 기록과 대책 등 해양보호구역의 관리는 잘 되지 않는다. 산호탐사대는 향후 ‘산호 레인저스’가 될 수 있다. 산호탐사대의 모니터링으로 산호 전문가는 논문을 쓰고, 행정기관은 해양보호구역 관리 정책을 수립할 수 있다.
하나. 산호탐사대는 2024년에도 서귀포 문섬과 범섬의 산호 서식현황과 변화상을 추적할 것이다. 산호탐사대는 시민과학자로서의 강점과 한계를 분명히 깨닫고 있다. 강점을 확장하고 한계를 보완하며, 2024년 산호탐사 계획을 수립할 것이다. 2023년에 경험을 쌓은 산호 탐사대원은 정규 대원으로 신입 대원을 안내하는 역할을 맡는다. 한달에 하루씩 진행하던 정기 조사를 이틀씩 늘이고, 비정기 조사와 교육을 확대할 것이다. 2024년 산호 조사 내용은 법정보호종 집중 기록, 기후변화 지표종 추적, 낚시 등 위협요인 제거 등 다양하게 계획할 것이다. 우리 모두는 바다를 사랑하고 기록하는 시민과학자로서 준비가 되어 있다. 앞으로의 활약을 기대해도 좋겠다.
파란은 올해 초 부터 제주 바닷속 산호를 기록하는 시민과학 프로젝트 '2023 산호탐사대'를 운영했습니다. 수중 촬영이 가능한 스쿠버다이버들이 월 1회 모여, 해양보호구역인 서귀포 문섬⋅범섬 일대의 산호 서식 현황과 위협 요인을 조사하였는데요!
지난 12월 14일(목)에는 산호탐사대 대원들이 직접 2023년 조사 사진과 영상, 결과를 종합한 보고서를 발표하고 그 의미와 향후 바람을 공유했습니다. ( KBS 뉴스보기 / MBC 뉴스보기 / KCTV 뉴스)
해녀, 프리랜서, 학생, 직장인, 스쿠버다이빙 강사 등 총 30여명이 참여했던 산호탐사대! 3월부터 11월까지 문섬 주변 해역에서 9회, 범섬 주변 해역에서 9회 조사를 통해 총 68종의 산호종을 기록하였고 산호간 서식지 경쟁, 기생생물로 인한 피해, 낚시피해 등 129건의 위협요인을 확인하였습니다.
산호탐사대의 첫해였던 2023년, 우당탕탕 산호탐사기를 담은 종합보고서의 내용 중 주요내용을 아래와 같이 정리하였습니다.
<2023 산호탐사대 활동보고서 전문 다운로드>
I. 산호탐사대 소개
우리나라 지도를 거꾸로 돌려보면, 제주도는 태평양을 향한 최일선, ‘맨 앞’ 이다. 적도로부터 태평양의 열을 머금고 올라오는 쿠로시오 난류가 가장 먼저 닿아, 기후변화로 인한 수온 상승폭이 큰 곳이다. 그곳에 ‘바다의 꽃’이라고도 불리는 연산호가 살고있다. 위도 30도 안에 산호초가 있는 지역은 많지만, 제주 바다처럼 화려한 연산호가 다양하게 모여있는 지역은 세계적으로 드물다. 가지에 빨간색, 노란색, 오렌지색 덩어리가 꽃처럼 붙어있는 맨드라미류, 부채처럼 가지가 펼쳐진 총산호류, 소나무를 닮은 해송류 등 산호는 모습 자체로도 아름답지만, 바다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존재이기도 하다. 폴립(산호의 기본 단위)이 모여 군체를 이루고, 군체가 모여 형성된 산호 군락은 바다 생물들에게 산란처이자 은신처가 되어, 다양한 생물들이 깃들어 산다. 제주 바닷속, 특히 서귀포 문섬과 범섬 주변에서 스쿠버다이빙을 해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 자체로 꼼지락대고 흐물거리며 나풀거리고 하늘거리고 빛나는 산호를 넋을 잃고 바라본 경험이 있으리라.
하지만 기후변화로 인한 수온상승과 이상기후, 연안 오염으로 제주 바닷속 산호 서식지도 급격하게 영향을 받고 있는 듯했다. 열대⋅아열대의 해양생물이 유입되고, 특히 돌산호류는 폭발적으로 서식지를 넓히고 있으며, 밤수지맨드라미(멸종위기야생생물Ⅱ급, 해양보호생물)처럼 수온변화에 취약한 종들은 개체수가 줄어들고 있다고도 했다.
산호생태계를 포함해, 바닷속 급격한 변화에 대해 정부는 어떻게 조사하고 있을까. 우리나라 연안⋅해양분야의 정보는 대부분 해양수산부 및 공공기관에서 추진하는 법정조사를 통해 생산된다. 우리나라 전 해역을 조사하는데 5년에서 10년에 이르는 순차조사로는 해양환경과 해양생태계 변화상을 확인하기 어려워, 2015년부터는 ‘국가해양생태계 종합조사’로 통합되었다. 종합조사는 기본조사(동·서·남해와 제주 해역 대상)와 중점 조사(필요나 관심이 높은 이슈지역 대상)로 나뉘고, 조사주기도 1~2년으로 단축되었다. 종합조사를 통해 이전보다 해양생태계 전반의 과학적 기초 자료를 생산하고 있고 정책 수립의 기반이 되고 있다고 평가받지만, 1~2년 주기의 법정조사만으로는 해양생물의 유입과 이동, 서식 환경 변화, 위협 요인에 대한 진단과 규명, 해결 방안을 찾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판단했다. 더구나 자연생태계 분야, 특히 해양 영역은 소수의 연구자가 한반도 전체 해역을 맡고 있는데다가, 예산이 부족하여 특정 주제의 용역과제를 맡은 게 아니라면, 동일한 지역을 정기적으로 자주 조사하는 게 어려운 상황이었다.
제주 바닷속 산호 조사를 ‘시민과학’ 방식으로 시작해보기로 했다. 국내 스쿠버다이빙 인구가 증가하여 20만 명 이상으로 추정되고, 액션캠과 핸드폰⋅수중하우징⋅라이트 등 수중촬영 장비를 갖춘 사람들도 많아져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3월부터 매월 탐사대원을 모집했다. 월마다 모인 인원의 절반가량은 기존 탐사대원, 나머지 절반 가량은 새로운 사람들이 참여했다. 학생, 주부, 공무원, 직장인, 해녀, 직업 스쿠버 강사, 아쿠아리스트, 영상 촬영감독 등 제주뿐만 아니라 전국 각지에서 탐사대원이 되기 위해 매월 셋째 주 토요일 제주도 서귀포로 모였다. 산호탐사대 준비, 진행은 해양시민과학센터 파란이 맡았다. 탐사대의 육상과 수중 활동에 대한 기록은 복미디어의 복진오 감독이 하였고, 다큐멘터리팀 돌핀맨의 이정준 감독도 조사에 참여하여 수중 활동 기록을 하고, 수중촬영에 대한 조언을 건넸다. 문섬 영역은 H.DIVE의 박승환 강사가 책임 강사로 프리라이프의 조성현 강사와 함께 탐사대의 안전을 살펴주었고, 범섬 영역은 코지다이브의 이한나루, 이계준, 박찬엽 강사가 이끌었다. 그리고 산호의 종 분류 및 생태에 대해 궁금증이 있을 때는 탐사대원들이 참여 중인 단체 대화방에서 실시간으로 묻고, 국립해양생물자원관의 조인영 선임연구원이 자문해 주었다.
II. 산호탐사대 계획
산호탐사대가 주목한 공간은 서귀포의 문섬과 범섬 일대이다. 제주 남부 연안은 난류의 영향을 받고 펄, 모래, 암반, 산호 퇴적 등 여러 기질을 포함하고 있어 다양한 해양생물이 출현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추고 있다. 특히 문섬과 범섬 일대 해역은 해양보호구역의 지정 근거였던 해중경관(연산호 군락)의 우수성 뿐만 아니라 해양생물다양성이 뛰어나 보전 및 학술적 연구가치가 높은 곳이다.
이 공간은 여러 중앙부처 및 지자체에서 겹겹의 보호구역으로 지정한 곳이기도 하다. 천연기념물 제421호 문섬·범섬천연보호구역(2000년, 문화재청), 자연환경보전법에 근거해 문섬∙범섬∙섶섬까지 포함하여 ‘문섬 등 주변해역 생태계보전지역’(2002년, 해양수산부)으로 지정고시되었으며, 2004년에는 제주연안연산호군락이 천연기념물 제442호로 지정되었다. 또한 서귀포 해안을 중심으로 서귀포 해양시립공원으로 지정(1998년)되었다가 서귀포해양도립공원으로 변경되었으며 제주특별자치도는 이 일대를 절대보전연안지역(2007년)으로 지정하였다.
산호탐사대는 스쿠버다이빙의 메카이자 해양생물다양성이 가장 뛰어난 바로 이 곳! 서귀포 문섬과 범섬 일대에 서식하는 산호의 모습과 위협 요인 등을 사진과 영상으로 기록하기로 하였다.
산호탐사대의 첫 시작은 봄이었던 3월부터 완연한 가을이 된 11월까지 이어졌다. 월 1일, 2회 다이빙을 기본으로 진행하였다. 3월과 바다 날씨 악화로 인해 정해진 날짜에 진행하지 못했던 11월을 제외하고는, 산호탐사대 정기모임 날짜인 매월 세 번째 토요일에 탐사를 진행하였다. 격월로 문섬과 범섬을 번갈아 가며 조사하였으며, 11월에는 범섬과 문섬에서 19일과 20일 각 1회 다이빙을 진행하였다.
2023 산호탐사대를 통해 문섬 권역 5개 지점(한개창, 불턱, 꽃동산, 새끼섬 직벽, 동남쪽)에서 9회, 범섬 권역 7개 지점(작은 굴, 꽃동산, 콧구멍, 콧구멍 북측, 한도 직벽, 연새미여, 서건도)에서 9회로 총 12지점에서 18회차 조사했다.
2023년 3월부터 11월까지 산호탐사대에 일반 스쿠버다이버 18명, 파란, 녹색연합, 기록자 및 강사를 포함한 12명 등 총 30명이 참가하였고, 1일 2회의 다이빙으로 총 192개(누적 참여 횟수 96x2회)의 공기탱크를 사용하였다.
III. 산호탐사대가 찾아낸 기록들
1부. 종다양성 조사 결과
지금까지 다이버들은 산호군락을 수중 풍경의 아름다운 배경 정도로 생각해 온 것 같다. 산호탐사대는 그 시선을 산호 가까이 옮긴다. 그럼, 풍경이었던 산호 군락은 실로 다양한 생명이 되어 인식된다. 산호군락을 이루고 있는 각각의 산호가 자기의 이름을 가지고 있는 한 종의 동물이고, 또 얼마나 다양한 종이 함께 존재하는지 살펴보게 되면 놀랍지 않을 수 없다.
종다양성 조사를 위해서 탐사대원들은 각자 다이빙을 진행하며 가능한 다양한 산호를 기록하는 것을 목표로 사진과 영상으로 기록하였다. 산호의 정확한 동정을 위해서는 현미경으로 골편의 배열 등 내부 구조를 상세히 살펴야 한다. 그러나 산호탐사대는 형태 사진, 접사 사진을 기록하여 동정하였다. 맨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종들은 종명으로 기록하였다. 정확한 동정이 어려운 종은 분류체계 ‘과’명을 기재한 후, 색과 형태에 따라 나누어 알파벳으로 표기하거나, ‘00산호류(추정)’이라 정리하였다.
해양수산부 '2023 해양수산생물종목록집'에 등록되어 있는 산호종은 170종이다. 그중 약 80%(130여 종)의 산호가 제주바다에 서식한다. 산호탐사대는 2023년 조사를 통해 연산호류 40종, 해송류 4종, 돌산호류 15종, 말미잘류 9종 총 68종의 산호종을 기록하였다. 산호탐사대가 찾은 68종의 아름다운 사진을 보자.
보고서로 정리된 17개의 기록 중 12회(70%) 이상 기록된 종들은 검붉은수지맨드라미, 꽃총산호, 둥근컵산호, 밤수지맨드라미, 분홍바다맨드라미, 빨강별총산호, 큰수지맨드라미, 곤봉바다맨드라미과_미기록A(미색), 해송, 긴가지해송, 큰산호말미잘이다. 그중 꽃총산호가 16회, 분홍바다맨드라미가 15회, 큰수지맨드라미가 14회로 순으로 가장 많이 기록되었다.
멸종 위기에 처해 있거나 서식지의 파괴 등으로 특별히 보호해야 할 동식물은 국가가 법으로 법정보호종으로 지정해서 관리한다. 육상의 법정보호종을 떠올려보면 저어새, 두루미, 팔색조, 올빼미, 사향노루, 산양, 반달가슴곰, 장수하늘소, 비단벌레 등이 있다. 일부러 법정보호종을 찾아가도 운이 없으면 찾지 못할 정도로 만나기 어려운 종들이다. 그러나 제주 바닷속 상황은 다르다. 호흡기를 물고 바다에 들어가기만 하면, 아니 숨을 크게 참고 잠수만 조금 깊게 해도 해송, 검붉은수지맨드라미, 밤수지맨드라미 등 법정보호종을 단번에 만날 수 있다.
산호충류 법정보호종 총 21종 중 8종의 법정보호종을 발견하였고, 서건도를 제외한 모든 조사 지역에 법정보호종이 서식하고 있었다. 측맵시산호, 연수지맨드라미, 나팔돌산호와 같이 육안으로 동정이 어려워 ‘00산호류’로 분리한 종을 감안하면 산호탐사대가 발견한 보호종수가 보다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2023 산호탐사대의 조사는 문섬과 범섬에서 각각 9회씩 진행되었다. 그 결과 문섬에서 연산호류 31종, 해송류 4종, 돌산호류 13종, 말미잘류 6종 등 총 54종, 범섬에서 연산호류 37종, 해송류 4종, 돌산호류 10종, 말미잘류 7종 등 총 58종이 조사되었다.
산호종류(목)별로 구성비에 문섬과 범섬이 크게 차이가 나지는 않지만, 문섬에서만 발견된 종이 10종, 범섬에서만 발견된 종은 14종으로 24종은 서로 서식지를 달리하고 있었다. 문섬과 범섬의 조금씩 다른 환경에서 산호들이 자신들에게 알맞은 자리와 환경을 찾아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라 생각된다. 양쪽에서 모두 살고 있으나 산호탐사대가 아직 발견하지 못한 종도 있을 것이다.
향후 지속해서 종 분포를 비교하면 서식환경별 산호의 분포 형태를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문섬과 범섬에서만 서식하는 각각의 종 이름은 아래와 같다.
산호탐사대는 곤봉바다맨드라미과로 추정되는 2종의 미기록 종을 발견, 기록하였다. 형태는 큰수지맨드라미를 닮았으나 미색 폴립이 무성한 미기록A 종은 앞서 산호탐사대가 가장 많이 만난 산호에서 12회 출현으로 68종 중 공동8위를 차지할 정도로 범섬과 문섬 조사 지역 대부분에서 발견되었다. 이 종은 문섬과 범섬의 너른 지역에 분포되어 있지만 아직 종 등록을 위한 연구가 되지 않았다. 또한 산호탐사대는 검붉은수지맨드라미를 닮았지만 개체의 크기가 크고 자세히 살펴보면 폴립에 초록색 부분이 있는 미기록B 종을 문섬 불턱에서 기록하였다.
미기록 연산호류의 기록은 앞으로, 미기록종 등록을 위한 연구가 시작되었을 때 연구자들에게 해당 종의 분포를 파악할 수 있는 기초자료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손가락 한 마디 정도의 크기로 직벽에 콕콕 박혀있는 돌산호들은 비슷하게 생긴 듯하지만 자세히 보면 분지된 모양도, 색깔도, 군체가 뭉쳐있는 형태도 조금씩 다르다. 각각의 돌산호들의 이름을 찾아 불러주고 싶지만, 돌산호의 동정을 위해서는 현미경을 통한 확인이 필요하여 대부분 미동정으로 표기하였다. 나무 모양의 몸통과 가지를 가지고 있는 형태의 나무돌산호과 산호 7종과 그 외 기타 종으로 구분하였다. 향후에는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돌산호에 대한 자료를 좀 더 확보하고, 연산호(해계두목)를 기록했듯, 맨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종은 최대한 동정할 수 있도록 훈련하고자 한다. 또한 미기록종 돌산호 연구를 위한 기초자료로 활용될 수 있도록 지금처럼 돌산호의 형태와 서식지별로 기록을 쌓아갈 예정이다.
과거 선행연구와 당시 조사연도의 산호충류 출현 종수를 비교하였는데, 이에 따르면 문섬은 2011년 15종, 2014년 18종, 2018년 52종, 2019년 52종이 조사되었고, 범섬은 2011년 18종, 2014년 22종, 2018년 48종, 2019년 45종이 조사되었다. 2009년 [제주연안연산호군락 산호 분포조사]의 연구 결과는 산호연구자와 수중조사 전문가들이 다수 투입되어 상세히 조사한 결과로 산호탐사대의 수치와 비교했을 때 조사결과가 수치상 큰 차이가 없어 잘 조사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정확한 종 동정 작업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산호탐사대의 한계가 있지만, 시민과학자(산호탐사대)의 조사가 전문가에 의한 해양보호구역 생태계 조사를 보완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2부. 위협요인 조사결과
대한민국 최남단 제주, 그리고 그보다 더 앞에 우뚝 나와 있는 남쪽의 부속 섬들. 마라도, 가파도, 형제섬, 범섬, 문섬, 섶섬, 지귀도는 기후위기의 맨 앞에 서 있는 곳이다. 이곳은 태평양 한가운데서 열기를 품고 올라오는 쿠로시오 해류를 가장 먼저 맞이한다. 따뜻해진 조류를 타고 아열대 어류와 기생생물이 제주바다로 올라온다. 이전에는 제주에서 겨울을 나지 못하던 해양생물이 따뜻해진 겨울에 쉽사리 겨울을 나고 제주에 터를 잡는다. 대신 제주에 살고 있던 종들이 북쪽 바다로 이동하거나,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지기도 한다. 또한 사람들은 끊임없이 연안과 항만을 개발하고, 관광과 레저를 위해 바다를 이용한다. 늘어난 관광객만큼 생활하수와 오폐수가 넘쳐나고, 늘어난 양식장과 농가만큼 부영양화 물질이 바다로 흘러들어온다.
제주바다는 기후위기에 따른 수온상승과 육상오염원의 유입이라는 두 가지 원인으로 급격한 변화를 겪고 있다. 산호탐사대는 2023년 조사과정에서 열대성 돌산호류의 확산, 기생생물의 확산, 낚시로 인한 피해, 백화현상을 포함하는 다양한 위협요인을 확인하였다.
제주바다의 산호군락은 열대바다에서 보는 산호초와 확연히 다르다. 얕고 맑은 열대바다에는 딱딱한 몸체를 가진 돌산호가 산호초를 형성해 넓게 펼쳐져 있다면, 제주바다에는 암반이나 직벽 군데군데에 나무와 꽃을 닮은 연산호가 화려하게 피어있다. 그런데 다이빙을 진행하다 보면 돌산호가 연산호의 기부를 감싸고 있는 모습을 아주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열대바다의 산호초를 만드는 조초산호인 빛단풍돌산호, 그물코돌산호가 서식지를 확장하며 연산호가 뿌리박고 사는 자리를 넘보는 모습이다.
이렇듯, 산호탐사대는 열대성 돌산호류가 다른 종의 산호와 서식지 경쟁하는 모습이 보이면 사진과 영상으로 기록하였다. 산호탐사대의 조사기록을 보면, 문섬 권역 7건, 범섬 권역 17건의 산호 서식지 경쟁 자료를 확인할 수 있다. 열대성 돌산호류의 대표적인 빛단풍돌산호는 연산호류(빨강별총산호, 꽃가시산호, 진총산호류, 밤수지맨드라미, 큰수지맨드라미), 돌산호류(거품돌산호, 그물코돌산호), 말미잘류(큰산호말미잘), 해조류(감태) 등 종을 가리지 않고 서식지 경쟁에서 우위를 확보하고 있었다. 그 중 빛단풍돌산호와 빨강별총산호의 서식지 경쟁 모습이 10건으로 가장 많이 조사되었다.
제주바다의 산호군락은 산호 자체의 종다양성도 뛰어나지만, 해면, 멍게, 히드라, 게, 새우, 갯민숭달팽이 등 함께 살아가는 생명들과 어우러져 거대한 해양생태계를 이룬다. 어우러져 살아가는 모습은 제각각 다양한데, 공존, 경쟁, 기생 등의 모습으로 나타난다. 그 중 최근 눈에 띄는 모습 중 하나는 기생생물이다. 난대성 생물인 담홍말미잘과 태형동물인 이끼벌레 등 기생생물이 천연기념물 해송과 긴가지해송과 같은 해송류(각산호목)뿐만 아니라 총산호류, 진총산호류 등 연산호(해계두목)에 붙어 가지를 잠식해 가고, 결국은 폐사에 이르게 하는 모습이 종종 보인다.
기생생물이 어떤 이유로 확산하고 있고, 어떤 방식으로 관리 혹은 제거해야 할지는 전문기관의 자세한 연구가 필요하다. 기생생물이 산호에게 피해를 주고 있는 것은 확실하나, 기생생물 또한 수중생태계에 어떤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산호탐사대는 문섬과 범섬의 조사 범위내에 어떤 기생생물이 존재하는지, 또 어떤 산호에 기생하고 있는지 확인하여 정리했다.
그중 담홍말미잘이 37건으로 가장 많이 조사되었다. 특히 범섬 한도 직벽 조사 지점에서 7월 18건, 11월 12건으로 한 지역에서 압도적으로 많은 건수가 조사되었다. 연산호류, 해송류 등 산호의 종을 가리지 않고 담홍말미잘이 기생하는 것을 확인했다.
그다음 태형동물(이끼벌레)이 19건 확인되었는데, 이 또한 한도 직벽에서 8건으로 다른 지역보다 눈에 띄게 많이 발견되었다.
석회관 갯지렁이, 해면류, 멍게류, 피낭동물류의 조사 결과는 위 표와 같다.
문섬과 범섬은 천연기념물(문섬·범섬 천연보호구역)로서 입도가 불가능하다. 단 어로행위, 갯바위 낚시, 스쿠버 행위에 대해서는 예외다. 그래서 다이빙하기 위해 섬 근처로 다가가면, 낚시꾼들이 섬을 가득 둘러싸고 갯바위에 서서 낚싯줄을 드리운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산호에게 낚싯줄은 더 큰 위협이다. 수중에서 낚싯줄에 산호가 감기면 감긴 자리에 폴립이 떨어지고 가지가 잘리거나 아예 산호 군체가 통째로 떨어져 나가기도 한다. 산호에 걸려 낚시꾼이 끊어 남겨버린 낚싯줄은 파도와 조류에 이리저리 쓸려 다니다 다이버가 풀기도 어렵게 엉켜버린다. 산호탐사대는 문섬에서 12건, 범섬에서 8건 등 총 20건의 낚시 피해를 확인하였다.
제주바다에 돌산호가 급격히 늘어 제주의 독특한 연산호 서식지를 잠식하고 있다. 돌산호 입장에서는 기후위기에서 살아남기 위해, 열대의 뜨거워진 바다를 떠나 제주바다로 피난처를 옮기는 것이다. 그런데 탐사대가 조사하는 동안 제주바다에도 백화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수온이 오르기 시작했던 7월부터 주로 기록되었다. 별빗돌산호, 거품돌산호, 빛단풍돌산호, 나무돌산호, 큰산호말미잘 등 돌산호 5종에서 11건의 백화현상이 확인되었다. 탐사대 조사 방법을 안내할 때 백화현상에 대해서 별도로 언급하지 않았기에, 기록하지 못한 백화현상의 사례는 더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앞으로 조사에서 백화현상에 대해 주의 깊게 관찰, 기록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된다.
그밖에 알 수 없는 이유로 탈락된 진총산호와 꽃총산호, 해양쓰레기에 감겨 있는 빨강별총산호, 위협요인은 아니지만 생식활동 과정에서 자가절단하는 자색수지맨드라미를 기록하였다.
IV. 산호탐사대의 바람
우리는 과학적이며 훈련된 시민과학자로 성장하고 있다. 주상절리대의 독특한 수중 지형, 알록달록한 산호와 해양생물, 사계절 바뀌는 바다숲에 감탄하는 펀다이버(fun diver)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제주도 남단의 한반도 해양생태계의 ‘끝판’ 서귀포 문섬과 범섬을 기록하는 산호다이버로 거듭나고 있다. 무심코 스쳐 지나칠 수 있는 곳을 수중카메라 뷰파인더로 자세히 기록하는 것이 우리의 임무이다. 때로는 산호의 폴립과 같은 마크로의 세계에 몰입하다가, 때로는 태평양 산호의 마지막 피난처가 될 제주바다의 무한한 세계를 상상한다.
해양시민과학센터 파란은 올해 초 국립해양생물자원관과 함께 제주 바닷속 산호를 기록하는 시민과학 프로젝트 ‘2023 산호탐사대’를 기획하였다. 바다가 마냥 좋은 스쿠버다이버에게 한 손엔 수중카메라, 또 한 손엔 산호 도감을 쥐어 주었다. 매번 조사를 마치면, 다같이 모여서 촬영한 사진과 영상을 보며 기록 후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올해 7월에는 ‘산호학교’를 열어, 제주바다 산호의 분류와 분포 현황, 성장과 생식으로 이어지는 생존 전략, 기후위기에 따른 수온 상승과 산호 생태계의 변화를 집중 탐구하였다. 전자현미경을 들여다보며 산호의 폴립과 골편 배열을 확인하였다. 초급 다이버에서 강사 다이버까지 다이빙 기술은 천차만별이지만, 우리는 똑같은 ‘산호탐사대’로 이름표를 달았다.
‘2023 산호탐사대’는 특히 서귀포 문섬과 범섬의 산호 서식지에 주목한다. 문화재청은 2004년, 제주도 남단의 서귀포 해역과 송악산 해역 일대를 천연기념물 제442호 ‘제주연안 연산호 군락’으로 지정한다. 일반인들에게 ‘산호가 무엇인지’ 물어보면, 십중팔구는 적도 부근의 열대와 아열대 지역에 집중된 ‘경산호’와 ‘산호초’를 대답한다. 그러나 제주바다에는 전세계에서도 독특하고 화려한 ‘연산호’ 군락이 존재하고, 문섬과 범섬은 연산호 군락의 핵심지역으로 손꼽을 수 있는 곳이다. 산호탐사대는 한 달에 한 번, 문섬과 범섬의 곳곳을 살펴보았다.
학생, 주부, 공무원, 직장인, 해녀, 직업 스쿠버 강사, 아쿠아리스트, 영상 촬영감독 등 산호탐사대에 참여한 탐사대원의 면면은 다양하였다. 제주바다를 누구보다 잘 안내하는 베테랑 강사 다이버가 물속 길을 안내하고 안전을 챙겼다. 국립해양생물자원관, 우석대학교, 한국해양과학기술원의 산호 연구자가 산호 기록의 나침반이 되어 큰 도움을 주었다. 산호탐사대에 참여한 탐사대원은 중성 부력을 맞추는 데 어려움이 없는 다이버이지만, 산호 기록은 처음이었다. 그러나 조사 결과는 전문 산호연구자의 조사에 못지 않게 놀라웠다.
30여명의 탐사대원은 3월부터 11월까지 9개월 동안, 18회차의 조사에 걸쳐, 192개의 공기통을 사용해, 68종의 산호종을 발견하고, 129건의 위협요인을 기록하였다. 문섬에서 56종, 범섬에서 62종의 산호를 사진과 영상으로 찍었다. 단 한 번의 다이빙으로 산호탐사대는 문화재청(천연기념물), 해양수산부 (해양보호생물), 환경부(멸종위기야생생물)가 법정보호종으로 지정한 산호를, 10종 가까이 확인하였다. 국내 미기록 연산호와 돌산호류도 상당수 관찰하였다. 낚싯줄에 칭칭 감긴 산호, 기후위기에 따른 수온 상승이 불러온 산호 생태의 변화, 어떤 원인인지는 모르지만 하얗게 탈색되는 산호 백화현상 등 여러 위협요인도 있었다.
해양시민과학센터 파란의 산호탐사대는 이제 시작이다. 바다가 마냥 좋은 펀다이버에서 ‘산호다이버’, ‘산호탐사대’로 거듭나기 위해 탐사대원에게 필요한 것은 상당히 많고, 또 분명하다.
하나. 산호탐사대는 산호 전문가와의 협업을 갈구한다. 시민과학은 ‘전문적인 과학자의 지도 아래 혹은 함께 협력하여 시민들이 수행하는 과학 작업’ 혹은 ‘현실의 문제를 해결하는 과학적 프로젝트에 시민들이 적극 참여하는 형태’를 의미한다. 행정과 산호 전문가가 시민과학자 ‘산호탐사대’에 적절한 조사 매뉴얼과 장비, 조사 비용을 지원해보자. 현미경으로 산호 폴립을 관찰하고 충분한 교육의 시간을 가져보자. 산호탐사대의 역량은 성장할 것이고, 아름다운 산호 서식지 보호를 위한 탁월한 기록을 남길 것이다.
하나. 산호탐사대의 최대 강점은 바로 ‘지역에 근거한 접근성’이다. 해양수산부, 환경부, 문화재청, 지자체 등 행정기관이 해양보호구역이나 멸종위기 법정보호종 산호 서식지를 모두 보살피고 관리하기는 불가능하다. 행정기관은 행정계획을 잘 수립하고 예산과 인력을 적절히 배분하는 것이 공무의 목표이다. 국내의 산호 전문가는 손꼽힐 정도로 몇 명 되지 않는다. 산호 전문가가 직접 나서서 한반도의 동서남해안과 제주도의 산호 서식지를 기록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다. 중앙정부와 지자체, 그리고 산호 전문가들이 힘을 합쳐, 지역 기반의 산호탐사대가 활동할 수 있는 인프라를 마련하면 어떨까. 산호탐사대가 활동하고 교육할 수 있는 지역 기반의 공간을 제공하고 예산을 집행하는 것도 방법이다. 산호탐사대는 언제든지 제주바다에 뛰어들 준비가 되어 있다.
하나. 해양보호구역의 산호 모니터링을 산호탐사대에 맡기자. 서귀포 문섬과 범섬은 문화재청이 지정한 천연기념물이며 해양수산부가 지정한 해양보호구역이다. 제주도가 지정한 도립해양공원이고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이 처음으로 지정된 곳이다. 바닷속에는 20종 이상의 법정보호종 산호가 서식하고 있다. 그러나 올해, 산호탐사대의 조사 결과를 보면, 문섬과 범섬의 산호는 각종 위협요인에 노출되어 있다. 낚시와 어업, 수온 상승과 육상 오염원 유입 등 다양한 요인에 노출되었지만 정작, 위협요인의 기록과 대책 등 해양보호구역의 관리는 잘 되지 않는다. 산호탐사대는 향후 ‘산호 레인저스’가 될 수 있다. 산호탐사대의 모니터링으로 산호 전문가는 논문을 쓰고, 행정기관은 해양보호구역 관리 정책을 수립할 수 있다.
하나. 산호탐사대는 2024년에도 서귀포 문섬과 범섬의 산호 서식현황과 변화상을 추적할 것이다. 산호탐사대는 시민과학자로서의 강점과 한계를 분명히 깨닫고 있다. 강점을 확장하고 한계를 보완하며, 2024년 산호탐사 계획을 수립할 것이다. 2023년에 경험을 쌓은 산호 탐사대원은 정규 대원으로 신입 대원을 안내하는 역할을 맡는다. 한달에 하루씩 진행하던 정기 조사를 이틀씩 늘이고, 비정기 조사와 교육을 확대할 것이다. 2024년 산호 조사 내용은 법정보호종 집중 기록, 기후변화 지표종 추적, 낚시 등 위협요인 제거 등 다양하게 계획할 것이다. 우리 모두는 바다를 사랑하고 기록하는 시민과학자로서 준비가 되어 있다. 앞으로의 활약을 기대해도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