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의 바다소식]바다가 심상치 않다, 제주 바다 고수온 경보 2주째

부시리
2024-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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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가 심상치 않다, 제주 바다 고수온 경보 2주째

ㅡ 기후변화로 인한 재난 재해, 그리고 해양생태계의 위기 신호 



바다가 심상치 않다.  지난 7월 24일, 해양수산부는 '폭염(고수온) 재난 위기 대응 실무매뉴얼'에 따라 고수온 위기경보 중 '경계' 단계를 발령했고, 8월 2일에는 '심각' 수준으로 격상했다. 연일 계속되는 폭염 속, 바다도 뜨겁다. 특히 서해 일부 지역과 제주는 2주째 고수온 경보(수온이 28도 이상으로 3일 이상 지속될 경우 발령) 상황이다.

2024년 8월 12일 한반도 고수온해역도 (출처: 국립수산과학원) 


정부는 고수온 위기경보 상황이 되면, 단계에 따라 비상 대책반을 설치하고 현장상황을 매일 점검한다. 현장 수온을 고려하여 어업인에게 양식품종에 따른 관리요령을 안내하고 피해 상황을 접수받고, 액화 산소 발생기 등 필요 물품을 보급한다. 조피 볼락(우럭), 강도다리처럼 비교적 고수온에 취약한 어종에 대한 각별한 관리를 당부하기도 한다. 이미 고수온으로 인한 양식장의 어류 폐사 소식도 곳곳에서 들려온다. 정부 방침이 수산업 관리 측면에서는 필요한 대응이겠지만, 고수온 경보상황이 바닷속 생물들, 해양생태계 전반에 미칠 영향에 대한 고려는 여전히 턱없이 부족하다.  

지금 제주 연안 표층 수온은 30도에 육박한다. 서귀포, 마라도, 중문 등 31도를 넘어서고 있다. 지난주 파란에서 진행하는 분기별 산호 정량 조사를 위해 스쿠버다이빙으로 서귀포 범섬 앞바다에 입수해보니 수심 1.6m에서 32°C, 수심 8.6m에서 30°C가 찍힌다. 바다에 뛰어들면 응당 시원하고 차가워야하는데, 미지근하고 따듯하다. 얕은 수심에선 열이 확산되어서인지 아지랑이가 인다. 파란 활동가/회원들과 정기적으로 수중조사와 모니터링을 하다보니, 매년 제주 바다 수온의 변화를 몸으로 감각하게 된다. 바다가 이래도 되는 것일까.  

8월 6일 서귀포 범섬 앞 꽃동산 입수 기록

수심 1.6m에서 32°C

수심 8.6m에서 30°C 


"낭떠러지에서 떨어진 것 같이 (해조류, 패류가) 사라지고" "바다가 나보다 빨리 늙어버렸다"는 제주 해녀삼촌들의 말이 떠오른다. 여름, 해조류가 녹는 계절이라고는 하지만, 이리 높은 고수온 경보 상황에서 앞으로 해조숲과 산호는 무사할지.  

갯녹음 현상이 확산된 산방산 앞 사계해안 모습 ⓒ파란 
수온 상승에 취약한 법정보호종 산호 밤수지맨드라미 ⓒ파란


이미 지난해 3월 중순 이후 세계 바다의 평균 해수면 온도는 매일 역대 최고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미국 국립해양대기관리국NOAA과 메인대 기후변화 연구소) 해수면 온도 상승이 불과 1년 만에 지난 20년 동안 오른 규모 이상으로 오르는 등, 기후변화로 인한 각종 기상 지표와 수치가 매년 '역대급'으로 '갱신'된다.

출처: climatereanalyzer.org/clim/sst_daily


지구가 받는 열의 91%를 바다가 흡수하고 있다는 점을 떠올리면 이러한 고수온 현상, 바다의 폭염이자 해양 열파는 결코 자연스러운 변화가 아니다. 기후변화로 인한 자연 재난이고, 재해 현상이다. 해수면 온도는 지구 시스템에서 해양의 순환과 생태계에 큰 영향을 준다. 바닷물은 수온과 염분에 따른 밀도 차이로 표층과 심층을 오가며 지구를 순환한다. 전 수심과 전 위도에 걸친 해수 순환 덕분에 적도 부근의 따듯한 바닷물은 대서양 북쪽으로 가고, 북부 지역의 한류는 남부 지역으로 내려와 기온을 낮춘다. 거대한 수중 컨베이어 벨트인 셈이다. 수온의 변화, (염분 농도의 변화로 인한) 해수 밀도의 변화는 해류 순환을 늦추고 있다. 

20년 전에 나온 영화 '투모로우'는 이 해류 순환이 멈춰버린 상황에서 닥친 재난을 다룬다. 이 영화를 보지 않더라도, 이미 세계 곳곳에서 기후변화로 인한 재난의 피해 규모가 점점 커지고 있다. 2022년 폭우로 인해 국가의 1/3이 잠겨 지형이 바뀔 정도였고 1,700명이 사망한 파키스탄에서는 올해 4월에도 이례적 폭우로 143명이 사망했다. 이례적인 폭우는 기후변화가 원인으로 지목된다. 계절풍(몬순)을 강하고 불규칙하게 만들어 평년보다 500~700% 많은 비가 내렸다는 것이다.

출처: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

이러한 파키스탄 폭우는 동아시아 지역의 고기압 순환을 유도해, 같은해 제주 남서부 해역을 포함, 동중국해에서도 최장기간(62일)의 고수온 현상이 벌어졌다. (2023년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연구 결과)

이렇듯 재난의 징후가 연쇄적으로 영향을 주고 받고, 예측하지 못한 이변이 여기저기에서 등장한다. 외면하고 싶은, 그저 빨리 지나가기만 바라게 되는 위기의 신호를 직시해보자. 지금 여기에서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거대한 물결을 위한 작은 움직임부터 시작하는 것은 어떨지? 우선 오는 9월 7일(토) 오후3시, 제주시청 일대(그리고 서울과 전국 곳곳)에서 기후 정의 행진이 있다. 광장에 모여 기후위기를 직시하고, 이 재난의 징후에 대한 '적응'과 '대책'을 함께 모색하자. 그리고 해양시민과학센터 파란은 일상적으로 바다 생태계의 급격한 변화와 위기를 기록하고, 감시할 동료 시민을 기다리는 중이다. 지금-여기에서, 함께!

23년 923 제주기후정의행진에 참가한 파란이들 ⓒ파란 김수오회원
사라져가는 바다숲, 해조류를 기록하는 바다숲탐사대 ⓒ파란


글: 신수연 (해양시민과학센터 파란 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