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감시활동][해양보호구역 탐사기 7화] 생태계 훼손 이후, 해양보호구역은 어떻게 관리해야 할까

부시리
2024-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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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 제주 해양보호구역 탐사기 7화


생태계 훼손 이후, 해양보호구역은 어떻게 관리해야 할까

제주 해양보호구역 탐사기 ⑦문섬·범섬 천연보호구역 편 




지난 7월 19일부터 3일간, 제주 해양보호구역 파란탐사대는 서귀포 해양보호구역인 문섬과 범섬 일대를 탐사했다. 서귀포 해안에서 남쪽으로 1.3km 떨어진 문섬과 범섬은 서귀포 주변에 있는 5개의 무인도에 포함되는 섬으로 2000년 천연보호구역(천연기념물 제421호)으로 지정됐다. 제주 바다에는 국내에 등록된 170종의 산호 중 약 80%(130여 종)가 서식하는데, 특히 서귀포 문섬과 범섬 등 제주 남부 해역은 국제적으로 희귀한 연산호 군락이 발달해 있다. 

[사진1] 서귀포잠수함 주차장에 설치된 해양보호구역 안내판 ⓒ 파란탐사대 이루리


서귀포 바다에서 해저 관광용 잠수함을 타다
아름답고 풍부한 제주의 연산호 군락지와 자연환경을 즐기기 위해 문섬과 범섬에는 매년 다이빙이나 낚시 등 수상 레저 활동으로 방문하는 사람들의 주요 방문지가 되기도 한다. 특히 서귀포에는 1988년부터 운영해 온 관광잠수함이 있다. 이 관광잠수함은 2023년 12월, 연산호 군락 훼손과 무허가 불법 행위 등으로 운항이 불허됐다. 그런데 지난 5월 28일, 영업 중단 5개월 만에 6개월간의 한시적 운항 허가를 받고 영업을 시작했다. 잠수함은 어떻게 다시 운항을 할 수 있었을까? 

[사진2] 선착장 가는 길 서귀포잠수함 광고판 ⓒ 파란탐사대 최서현

잠수함의 매표소와 대기실에는 많은 사람들이 탑승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다. 가족 단위의 관광객부터 외국인 관광객들이 가득한 로비 한편에는 ‘무사고 2만 시간 운항’ 세계 기네스북에 등재되었다는 안내판과 함께 아름다운 제주 연산호들의 사진이 곳곳에 붙어 있어 방문객들의 기대를 이끌어 내기 충분해 보였다.

잠수함을 타기 위해서는 수송선을 타고 5분 정도 이동한다. 필자는 수송선 안에서 잠수함의 설명과 주의 사항에 대해 안내를 받고 탑승객들과 함께 문섬 앞에 위치한 해상정거장에 도착했다. 승무원의 안내에 따라 이동하면 잠수함 앞에서 두 번의 기념 촬영도 진행하는데 계속되는 승무원의 멘트와 준비된 프로그램은 마치 놀이동산에 온 것 같은 인상을 받기도 했다. 잠수함으로 들어간 후 승무원이 지정해 주는 자리에 승객들이 모두 착석했다. 이내 잠수함이 가라앉기 시작하자 안내 방송이 흘러나왔다. 

“그럼, 지금부터 서귀포 잠수함과 함께 제주의 비밀이 가득한 신비의 세계로 모험을 떠나 볼까요?” 

[사진3] 문섬 앞의 서귀포잠수함 선착장과 수송선 ⓒ 해양시민과학센터 파란

잠수함이 기착하는 수심 40m에는 해저 관광의 최종 목적지인 난파선이 자리 잡고 있다. 해저 관광을 위해 잠수함 업체에서 설치한 난파선에는 많은 해양 생명들이 자리를 잡고 있었는데 그중 필자의 눈길을 끄는 것은 연산호였다. 

조류가 심해 시야가 좋지 않았던 바닷속에 잠긴 난파선을 보여주기 위해 잠수함은 조명을 켰다. ‘빛을 보면 놀라서 물고기들이 도망간다’는 승무원의 멘트가 아이러니하다. 잠수함에서 안내되는 내용 중 어디에도 해양보호구역에 대한 중요성과 연산호 보호의 필요성에 대한 이야기는 없었다. 난파선을 관람한 지 10분 후, 잠수함은 곧바로 수면 위로 부상했다.


해저 관광 잠수함, 천연기념물을 훼손하다

사실 이곳 문섬의 진짜 보물은 난파선이 아니라 그 반대편에 자리 잡고 있다. 앞서 말했듯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연산호 군락지이다. 연산호는 부드러운 겉 표면과 유연한 줄기구조를 갖춘 산호 종으로 해양생태계의 기반을 이루며 제주 바다의 풍요로운 해양 생태계를 만들고  있다. 

제주 서귀포 앞바다의 문섬과 범섬은 연산호 군락 및 생물다양성이 뛰어나고, 생태계 보전 가치를 인정받아 2000-2002년에 걸쳐 천연기념물과 해양보호구역 및 생물권보전지역으로 지정되었다. 특히 문섬과 범섬은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의 보호구역 카테고리 중 Ia(엄정보호구역)에 등재되었으며, Ia는 생물다양성과 지형적 특징을 보호하기 위해 특별하게 지정된 곳으로 인간의 방문과 이용, 영향이 엄정하게 통제되고 제한되어야 할 지역이다.


[사진4] 제주 바다의 아름다운 연산호 군락 ⓒ 해양시민과학센터 파란


또한 제주특별자치도는 문섬 일대를 해양도립공원과 절대보전연안지역으로 지정하였는데 2016년 문섬 등 주변해역 해양보호구역 관리기본계획에 따르면 ‘보호구역 내·외적 위협 요소에 대한 적극적 대처 및 관리’와 ‘연산호 군락 등 해양생물, 환경, 수중경관 등 인간 활동에 의한 피로 누적을 예방하고 환경수용력 부하를 저감’을 실천해야 한다는 항목이 있다. 관리기본계획에 명시된 위협 요소에는 ‘해양레저 증가에 따른 교란 및 훼손과 환경수용력의 부하 우려’라는 내용이 담겨있다. 

서귀포항과 문섬 일대에 관광잠수함을 운영하는 (주)대국해저관광은 1988년부터 36년 동안 잠수함을 운항해 왔다. 지난 2022년 6월, 녹색연합의 수중 실태 조사 결과 해당 업체의 잠수함 운항으로 인한 연산호 군락지 훼손 사실이 밝혀졌고, 당시 조사 결과 천연기념물 제421호로 지정된 문섬 일대 암반과 산호 군락이 수중 암반이 잠수함과의 충돌 또는 긁힘으로 인해 심각하게 훼손된 것이 드러났다. 

[사진5] 잠수함 운항으로 인해 훼손된 연산호 군락과 암반 ⓒ 해양시민과학센터 파란

또한 이 업체가 국가유산청에 제출한 훼손 구간 복원에 대한 용역보고서 내용 중 일부가 조작된 것이 드러나 제주지방해양경찰청에 고발되기도 했다. 당시 용역보고서를 담당한 A 교수는 잠수함이 다니지 않는 구간의 사진을 잠수함의 운항 경로로 허위 제출하여 연산호가 훼손되지 않은 것처럼 꾸몄고, 3년이 지나면 훼손된 수중 환경의 80%는 회복된다는 내용을 보고서에 넣어 잠수함 현상변경허가 기준을 2년에서 3년으로 연장하는 데 일조했다. 제주도 세계유산본부는 허가받지 않은 '절대보전지역(F구간)'을 운항하고 훼손시킨 관광잠수함 업체를 고발 조치하여 기소된 상황이다.


해양보호구역과 잠수함은 공존할 수 있을까? 

국가유산청은 지난 4월 24일, 서귀포 관광잠수함 업체에 6개월간 한시적으로 운항을 결정했다. 3개월 간의 운항 모니터링 결과에 따라 운항 지속 여부를 정할 예정이다. 기업의 운항 신청 기간을 제한할 근거와 정책이 없기 때문에 잠수함 측은 운항 중단 조치 이후 올해 1월부터 매달 변경, 보완된 운항신청서를 제출했고 결국 잠수함 운항은 재개될 수 있었다. 

[사진6] 난파선에서 자라는 연산호들. 잠수함에 부착된 공이 수심을 알려주고 있다. ⓒ 파란탐사대 이하영

지난 6월 5일, 제주도의회 제주해양산업발전포럼과 해양시민과학센터 파란이 공동주최하여 ‘서귀포 문섬 천연보호구역 내 관광 잠수함 논란과 이후의 과제’ 토론회가 개최되었다. 해당 토론에 참석한 (주)대국해저관광 관계자는 문섬의 잠수함 관광을 “천연보호구역 내의 수중환경을 일반인들에게 근접시킬 수 있는 생태관광”으로 활용하여 “이를 통해 많은 사람들이 바다의 가치를 이해하고 수중생태계의 소중함을 알기를 바란다. 제주 바다를 지키고 자연유산보호에 앞장서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서귀포시 역시 “제주연안 연산호 군락 내 서귀포 잠수함 운항은 1988년부터 현재까지 장기간 지속되어 오고 있는 사업으로 서귀포 관광 활성화에 기여함은 물론 문화재 활용의 측면에서도 시민과 관광객들에게 소중한 수중생태계 학습과 경험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고”, “ 잠수함 운항이 천연기념물 제주연안 연산호 군락에 미치는 영향과 문화재 활용을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 등의 측면을 함께 고려하여 문화재위원회의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한 것으로 사료된다”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연산호의 입장을 들어보고 싶다

잠수함 업체의 고발과 소송 그리고 운항 재개까지 그 어디에도 인간의 이익 활동과 지역 경제 논리로 인해 훼손된 ‘소중한 수중생태계’의 산호 군락에 대한 회복과 생태계 보호를 위한 조치 등의 내용은 존재하지 않는다. 잠수함 업체가 제시한 개선된 해결 방안에도 기존에 파괴된 경로를 배제하고 추가적인 훼손을 하지 않겠다는 내용 외에 피해 받은 산호의 복원을 위한 조치는 포함되지 않았다. 

[사진7] 잠수함을 타러 가는 길에 설치된 보호대상해양생물 산호에 대한 안내판 ⓒ 파란탐사대 이루리

문화재보호법은 문화재 보호의 기본원칙(제3조)으로 ‘문화재의 보존 관리 및 활용은 원형 유지’라고 규정하고 있다. 훼손된 서귀포시 문섬 역시 ‘원형유지’ 보존을 위해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곳으로 문화재보호법에 따라 지켜야 할 의무가 있다. 그러나 국가유산청은 2001년 (주)대국해저관광이 제출한 ‘국가지정문화재 현상변경 등 허가 신청서’를 ‘조건부 가결’하고, 세계유산본부는 논란이 일어났을 당시 관광 잠수함으로 인한 훼손이 밝혀지지 않았다는 보도자료를 배포하거나, 서귀포 경제를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특히 문섬과 범섬 일대에는 연산호뿐만 아니라 국제적 멸종위기종인 해송류의 서식지로 이미 각종 레저 및 상업 활동으로 활성화된 해양보호구역에서 법정보호종들의 보호 대책이 시급함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대책 마련에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거나, 체계적인 대책을 강구하지 못하고 다소 모호한 태도를 보여주고 있다. 

[사진8] 제주에서 관찰되는 가시수지맨드라미 ⓒ 해양시민과학센터 파란

기후위기 시대에 제주 바다의 수온은 급격하게 올라 올해 8월 최고 수온은 이미 31도를 넘어섰다. 높아진 수온과 폐어구, 해양쓰레기와 과도한 관광 등으로 연산호의 서식은 위협받고 있다. 열 스트레스로 전 세계의 산호초 50% 이상이 하얗게 죽어가는 산호초 백화현상을 겪고 있다. 연산호도 어느 순간 급격한 바다의 변화에 큰 타격을 받을지 모를 일이다.

이제는 더 이상 누리고 있는 자연을 활용 대상으로의 물질이나 재화로 볼 것이 아니라 함께 공존해야 하는 생명으로서 대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또한 과거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고, 방치가 아닌 훼손된 지역에 대한 실질적인 보존 대책을 마련하여 있던 그대로 자연의 영역으로 되돌려주는 정책이 필요할 것이다. 



[참고문헌]

국가유산청, 제10차 천연기념물분과 문화재위원회회의록_잠수함 운항 허가 건(2023)
해양시민과학센터 파란, 서귀포 문섬 천연보호구역 내 관광 잠수함 운항 논란과 이후의 과제 토론회 자료집(2024)

해양수산부, ‘2023 해양수산생물종목록집’

한국해양환경·에너지학회, 국내 산호군락지의 복원가치(2018)

녹색연합, 그러니 그대, 사라지지 말아라 ⑦신비로운 바닷 속 연산호의 숨소리가 들리나요?(2014)

해양시민과학센터 파란, 제주 연산호의 가치와 보전 방향(2024)


이 기사는 오마이뉴스와 제주투데이에 공동으로 게재됩니다. 


글쓴이: 이루리 

지구에서 사라져가는 생명을 기록하는 멸종위기 전문잡지 <물밑>을 제작하고 

제주 돌고래 서포터즈로 활동하는 시민입니다. 

해양 생태계와 환경 보전에 관심을 갖고 나만의 방식으로 기록하는 것을 좋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