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과 산호탐사대가 지난 8월 15일부터 24일까지 서귀포 앞 섶섬, 문섬, 범섬, 송악산 일대를 조사한 결과 수심 10m 내외에 서식하는 연산호 개체 다수가 이상 폐사하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 분홍바다맨드라미, 큰수지맨드라미, 밤수지맨드라미(해양보호생물), 검붉은수지맨드라미(해양보호생물) 등 연산호의 기부가 녹아내리는 듯한 모양으로 쳐지다가 결국 탈락하거나, 아예 형태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가루처럼 부서져 버린 연산호들이 다수 확인되었다. 최근 몇 년간 여름을 거치며 산호들을 살폈지만, 이렇게 처참한 연산호 모습을 마주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최근 이어지는 폭염으로 인한 고수온, 저염분수 유입 등이 계속되며 연산호의 생태가 급격히 영향을 받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연산호 군락은 바다숲과 같이 해양 생물에게 서식지, 산란처, 먹이원을 공급하는 제주바다의 주요 기초생태계이다. 연산호 군락의 변화는 해양생태계 전반에 영향을 주는 중요한 변화인 만큼 연산호 군락의 변화를 시급히 확인하고 보호조치를 강구해야 한다.
큰수지맨드라미의 기부가 녹은 형태로 쳐져 있다. 폴립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범섬) ⓒ해양시민과학센터 파란
산호의 기부는 녹아내렸고, 폴립은 부스러져서 떨어져있다.(범섬) ⓒ해양시민과학센터 파란
끓어오르는 제주바다, 장기간 고수온이 유지되고 있어
지난 '[파란의 바다소식]바다가 심상치 않다, 제주 바다 고수온 경보 2주째' 글에서 소식을 전했듯, 7월 24일 해양수산부는 '폭염(고수온) 재난 위기 대응 실무매뉴얼'에 따라 고수온 위기경보 중 '경계' 단계를 발령했고, 7월 31일에는 '심각' 수준으로 격상했다. 제주는 7월 31일 고수온 경보(수온이 28℃ 이상으로 3일 이상 지속될 경우) 발령 이후로 같은 상태가 8월 28일 현재 4주째 이어지고 있다.
서귀포(중문, 국립수산과학원 실시간 해양수산환경 관측시스템)의 표층 수온을 살펴보면 지난 7월 25일 일평균 수온이 28℃를 넘어선 이후 8월 내내 고수온을 유지하고 있으며 8월 6일부터 8월 21일까지 무려 16일간 일평균 수온이 30℃를 넘어섰다. 8월 7일에는 일 최곳값이 32.5℃를 기록했다. 기록적인 폭염으로 기억하는 2018년부터 살펴보아도 8월 일평균 수온이 30℃ 이상인 날은 2023년까지 단 하루도 없었다. 해양생물에게는 이러한 고수온이 장기간 유지되는 것은 큰 위협요인이다.
2018년~ 2024년 8월 수온 변화(자료 출처: 국립수산과학원 실시간 해양수산환경 관측시스템)
저서생물 위협하는 저염분수, 소라, 전복, 산호가 위험하다.
염분의 변화도 해양생태계에 큰 영향을 미친다. 저염분수(26psu 이하)가 유입되면, 바닷물의 염분이 급격히 낮아져 ‘정착성 저서동물'의 삼투압 능력이 떨어져 위협이 된다. 소라, 전복뿐만 아니라 산호도 이와 같은 저서생물에 포함된다. 저염분수는 밀도가 낮아 해수 위에 떠다니며 층이 형성되고, 표층에서 많은 태양열을 흡수하여 고수온과 함께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올해 중국 남부의 집중호우로 양쯔강이 넘쳐 바닷물과 섞이면서 저염분수가 형성되었다. 제주도 해양수산연구원은 지난 8일 제주 서부 해역 5~6마일(8~9.7km) 지점에서 염분 농도 25~26psu의 저염분수를 관측했고, 제주도는 9일 오전 2016년 이후 8년 만에 처음으로 저염분수 유입 대응(행동 요령) 1단계를 발령했다. 서귀포(서귀포 조위관측소 기준)의 염분을 살펴보면 2018년~2023년보다 훨씬 낮은 염분을 유지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2018년~ 2024년 8월 염분 변화(자료출처 : 국립해양조사원 서귀포 조위관측소 관측 자료)
연산호의 이상 폐사 현상, 녹아내린 연산호
ㅡ 수온 스트레스로 인해 취약해진 연산호 군락에 저염분수가 유입되며 폐사할 가능성 있어
파란과 산호탐사대는 지난 15일부터 24일까지 제주도 서귀포시 섶섬, 문섬, 범섬, 송악산 일대를 조사했다. 그 결과 수심 10m 내외에 서식하는 연산호 다수의 개체가 이상 폐사하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 연산호의 기부가 녹아내리는 듯한 모양으로 쳐지다가 결국 탈락하거나, 아예 형태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가루처럼 부서져 있기도 했다. 분홍바다맨드라미, 큰수지맨드라미, 밤수지맨드라미(해양보호생물), 검붉은수지맨드라미(해양보호생물) 등 이상 현상은 종을 가리지 않고 나타났다.
연산호 녹아내림과 경산호 백화현상 등 산호 이상 현상을 확인한 곳은 서귀포 섶섬 큰한개창 일대, 문섬 북쪽면 한개창과 꽃동산 일대, 범섬 본섬 앞, 송악산 직벽 동쪽해안 등이었다.
올해와 같이 고수온과 저염분수처럼 복합적인 스트레스가 가해질 경우 해양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은 더 폭발적이고 크다. 장기간 수온 스트레스로 인해 취약해진 연산호 군락에 저염분수가 유입되면 산호가 더 이상의 스트레스를 견디지 못하고 폐사할 가능성이 매우 높아진다. 2018년도 전남 가거도에 군락을 이루던 빨강해면맨드라미가 국지적인 멸종에 이를 정도로 타격을 입었던 예가 있다.
9호 태풍 종다리가 지나간 후인 23~24일 산호탐사대의 문섬 범섬 조사에서는 녹아내린 형태의 연산호를 찾기 어려웠다. 이상 현상으로 기부가 약해진 상태에서 태풍 탓에 완전히 탈락한 것으로 추정된다. 바위 하단에 간신히 붙어있는 개체와, 완전히 탈락하여 바위틈에 남겨진 잔여물 몇 개체가 확인되었다.
해양보호생물종인 밤수지맨드라미도 녹아내렸다.(송악산) ⓒ해양시민과학센터 파란
큰수지맨드라미의 기부가 떨어지기 직전이다. (송악산) ⓒ해양시민과학센터 파란
산호가 완전히 탈락되고 기부의 흔적만 남아있다.(송악산) ⓒ해양시민과학센터 파란
바위에서 떨어져 바닥에 나뒹구는 산호(송악산) ⓒ해양시민과학센터 파란
큰수지맨드라미의 기부가 녹은 형태로 쳐져 있다. 폴립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왼쪽 밤수지맨드라미도 쳐져있다(범섬) ⓒ해양시민과학센터 파란
제주바다로 피난 온 열대/아열대 경산호마저 백화현상 일어나
빛단풍돌산호, 그믈코돌산호는 열대/아열대 바다의 산호초를 이루는 경산호(석회질의 딱딱한 몸체를 가진 산호)이자 조초산호(산호초를 만드는 산호)이다. 제주바다의 수온이 오르며 제주바다에 확산되고 있다. 그러나 열대/아열대 바다의 높은 수온에서 살아가는 경산호마저 백화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것을 일부 확인했다. 지난해 산호탐사대의 여름철 조사에서도 경산호의 백화현상을 확인하기는 했으나, 올해의 백화현상은 확연히 면적도 크게, 개체도 많이 확인되었다.
백화현상이란 수온이 30℃ 이상으로 오를 경우, 산호에 영양을 공급하는 공생조류가 빠져나가 하얀 석회질 골격만 남은 채로 굶어 죽는 현상을 말한다. 지난 4월 미국 해양대기청은 세계적 대규모 산호초 백화 현상이 1998년, 2010년, 2014~2017년에 이어 올해, 4번째로 발생했다고 발표했다. 전 세계 산호초 서식 지역의 54%에서 백화현상이 기록되었다.
온대바다인 제주바다는 열대/아열대 바다의 마지막 피난처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나 빛단풍돌산호와 그믈코돌산호가 피난처로 삼은 제주바다 마저 고수온이 계속되며 백화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열대바다와 같이 광범위하게 백화현상이 일어나고 있지는 않지만,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하는 상황이다.
빛단풍돌산호 백화현상(송악산) ⓒ해양시민과학센터 파란
빛단풍돌산호 백화현상(범섬) ⓒ해양시민과학센터 파란
빛단풍돌산호 백화현상(범섬) ⓒ산호탐사대 김진주
빛단풍돌산호 백화현상(범섬) ⓒ해양시민과학센터 파란
생태계 변화 감지 및 대응을 위한 대책은 없다.
고수온과 저염분수가 들이닥치고 단 몇 주 만에 연산호의 이상 폐사 현상이 확인되고 있는 서귀포 앞 바다는 국가유산청에서 관리하는 [천연기념물 442호 제주 연안 연산호 군락]이자 해양수산부가 관리하는 [문섬 등 주변해역 생태계보전지역] 이다. 겹겹이 보호구역인 서귀포 앞 바다는 연산호 군락의 우수한 보전 가치로, 보호구역으로 지정되어 있다. 그러나 급격한 생태계 변화가 실시간으로 일어나고 있는 지금, 연산호 군락의 피해 현황을 조사하거나 대응책을 마련할 수 있는 시스템은 부재하다.
정부는 고수온 위기 경보 상황에 따라 비상 대책반을 설치하여 운영하고 있다. 양식 품종에 따른 관리 요령 안내, 피해 상황 접수, 액화 산소 발생기 등 필요 물품을 보급하는 등 고수온 대응 활동을 펼치지만, 철저히 수산업 관리 측면에서의 대응일 뿐 자연 상태의 광범위한 해양생태계 영향에 대한 대응은 전무하다.
빠른 시일 내에 수온이 점차 낮아진다면 이상 현상은 완화될 것이라는 것이 전문가의 의견이다. 그러나 기후변화로 인해 올해와 같은 이상 현상이 향후에도 반복될 가능성이 높으며, 산호 종의 회복 속도에 비해 변화의 속도가 더 빠르게 진행될 경우, 결국 산호생태계는 완전히 무너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그렇다면 할 수 있는 일은 빨리 수온이 내려가길, 다음 해에는 이상 현상이 일어나지 않기를 손모아 바라기만 하는 것일까? 우리는 다음 위기에 대비해야 한다. 또다시 다가올 위기에 긴급하게 대응하기 위해서는 올해 나타나는 이상 현상에 대한 시급한 조사(산호 종, 수심, 수온, 염분, 피해 분포 등)와 기록이 절실하다. 이 기록을 기반으로 같은 이상 현상이 발생했을 때 더 빠르게 피해를 파악, 예측하고, 긴급 대응체계를 구축할 수 있도록 대비해야 한다.
글 신주희
파란과 산호탐사대가 지난 8월 15일부터 24일까지 서귀포 앞 섶섬, 문섬, 범섬, 송악산 일대를 조사한 결과 수심 10m 내외에 서식하는 연산호 개체 다수가 이상 폐사하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 분홍바다맨드라미, 큰수지맨드라미, 밤수지맨드라미(해양보호생물), 검붉은수지맨드라미(해양보호생물) 등 연산호의 기부가 녹아내리는 듯한 모양으로 쳐지다가 결국 탈락하거나, 아예 형태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가루처럼 부서져 버린 연산호들이 다수 확인되었다. 최근 몇 년간 여름을 거치며 산호들을 살폈지만, 이렇게 처참한 연산호 모습을 마주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최근 이어지는 폭염으로 인한 고수온, 저염분수 유입 등이 계속되며 연산호의 생태가 급격히 영향을 받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연산호 군락은 바다숲과 같이 해양 생물에게 서식지, 산란처, 먹이원을 공급하는 제주바다의 주요 기초생태계이다. 연산호 군락의 변화는 해양생태계 전반에 영향을 주는 중요한 변화인 만큼 연산호 군락의 변화를 시급히 확인하고 보호조치를 강구해야 한다.
큰수지맨드라미의 기부가 녹은 형태로 쳐져 있다. 폴립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범섬) ⓒ해양시민과학센터 파란
산호의 기부는 녹아내렸고, 폴립은 부스러져서 떨어져있다.(범섬) ⓒ해양시민과학센터 파란
끓어오르는 제주바다, 장기간 고수온이 유지되고 있어
지난 '[파란의 바다소식]바다가 심상치 않다, 제주 바다 고수온 경보 2주째' 글에서 소식을 전했듯, 7월 24일 해양수산부는 '폭염(고수온) 재난 위기 대응 실무매뉴얼'에 따라 고수온 위기경보 중 '경계' 단계를 발령했고, 7월 31일에는 '심각' 수준으로 격상했다. 제주는 7월 31일 고수온 경보(수온이 28℃ 이상으로 3일 이상 지속될 경우) 발령 이후로 같은 상태가 8월 28일 현재 4주째 이어지고 있다.
서귀포(중문, 국립수산과학원 실시간 해양수산환경 관측시스템)의 표층 수온을 살펴보면 지난 7월 25일 일평균 수온이 28℃를 넘어선 이후 8월 내내 고수온을 유지하고 있으며 8월 6일부터 8월 21일까지 무려 16일간 일평균 수온이 30℃를 넘어섰다. 8월 7일에는 일 최곳값이 32.5℃를 기록했다. 기록적인 폭염으로 기억하는 2018년부터 살펴보아도 8월 일평균 수온이 30℃ 이상인 날은 2023년까지 단 하루도 없었다. 해양생물에게는 이러한 고수온이 장기간 유지되는 것은 큰 위협요인이다.
2018년~ 2024년 8월 수온 변화(자료 출처: 국립수산과학원 실시간 해양수산환경 관측시스템)
저서생물 위협하는 저염분수, 소라, 전복, 산호가 위험하다.
염분의 변화도 해양생태계에 큰 영향을 미친다. 저염분수(26psu 이하)가 유입되면, 바닷물의 염분이 급격히 낮아져 ‘정착성 저서동물'의 삼투압 능력이 떨어져 위협이 된다. 소라, 전복뿐만 아니라 산호도 이와 같은 저서생물에 포함된다. 저염분수는 밀도가 낮아 해수 위에 떠다니며 층이 형성되고, 표층에서 많은 태양열을 흡수하여 고수온과 함께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올해 중국 남부의 집중호우로 양쯔강이 넘쳐 바닷물과 섞이면서 저염분수가 형성되었다. 제주도 해양수산연구원은 지난 8일 제주 서부 해역 5~6마일(8~9.7km) 지점에서 염분 농도 25~26psu의 저염분수를 관측했고, 제주도는 9일 오전 2016년 이후 8년 만에 처음으로 저염분수 유입 대응(행동 요령) 1단계를 발령했다. 서귀포(서귀포 조위관측소 기준)의 염분을 살펴보면 2018년~2023년보다 훨씬 낮은 염분을 유지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2018년~ 2024년 8월 염분 변화(자료출처 : 국립해양조사원 서귀포 조위관측소 관측 자료)
연산호의 이상 폐사 현상, 녹아내린 연산호
ㅡ 수온 스트레스로 인해 취약해진 연산호 군락에 저염분수가 유입되며 폐사할 가능성 있어
파란과 산호탐사대는 지난 15일부터 24일까지 제주도 서귀포시 섶섬, 문섬, 범섬, 송악산 일대를 조사했다. 그 결과 수심 10m 내외에 서식하는 연산호 다수의 개체가 이상 폐사하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 연산호의 기부가 녹아내리는 듯한 모양으로 쳐지다가 결국 탈락하거나, 아예 형태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가루처럼 부서져 있기도 했다. 분홍바다맨드라미, 큰수지맨드라미, 밤수지맨드라미(해양보호생물), 검붉은수지맨드라미(해양보호생물) 등 이상 현상은 종을 가리지 않고 나타났다.
연산호 녹아내림과 경산호 백화현상 등 산호 이상 현상을 확인한 곳은 서귀포 섶섬 큰한개창 일대, 문섬 북쪽면 한개창과 꽃동산 일대, 범섬 본섬 앞, 송악산 직벽 동쪽해안 등이었다.
올해와 같이 고수온과 저염분수처럼 복합적인 스트레스가 가해질 경우 해양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은 더 폭발적이고 크다. 장기간 수온 스트레스로 인해 취약해진 연산호 군락에 저염분수가 유입되면 산호가 더 이상의 스트레스를 견디지 못하고 폐사할 가능성이 매우 높아진다. 2018년도 전남 가거도에 군락을 이루던 빨강해면맨드라미가 국지적인 멸종에 이를 정도로 타격을 입었던 예가 있다.
9호 태풍 종다리가 지나간 후인 23~24일 산호탐사대의 문섬 범섬 조사에서는 녹아내린 형태의 연산호를 찾기 어려웠다. 이상 현상으로 기부가 약해진 상태에서 태풍 탓에 완전히 탈락한 것으로 추정된다. 바위 하단에 간신히 붙어있는 개체와, 완전히 탈락하여 바위틈에 남겨진 잔여물 몇 개체가 확인되었다.
해양보호생물종인 밤수지맨드라미도 녹아내렸다.(송악산) ⓒ해양시민과학센터 파란
큰수지맨드라미의 기부가 떨어지기 직전이다. (송악산) ⓒ해양시민과학센터 파란
산호가 완전히 탈락되고 기부의 흔적만 남아있다.(송악산) ⓒ해양시민과학센터 파란
바위에서 떨어져 바닥에 나뒹구는 산호(송악산) ⓒ해양시민과학센터 파란
큰수지맨드라미의 기부가 녹은 형태로 쳐져 있다. 폴립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왼쪽 밤수지맨드라미도 쳐져있다(범섬) ⓒ해양시민과학센터 파란
제주바다로 피난 온 열대/아열대 경산호마저 백화현상 일어나
빛단풍돌산호, 그믈코돌산호는 열대/아열대 바다의 산호초를 이루는 경산호(석회질의 딱딱한 몸체를 가진 산호)이자 조초산호(산호초를 만드는 산호)이다. 제주바다의 수온이 오르며 제주바다에 확산되고 있다. 그러나 열대/아열대 바다의 높은 수온에서 살아가는 경산호마저 백화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것을 일부 확인했다. 지난해 산호탐사대의 여름철 조사에서도 경산호의 백화현상을 확인하기는 했으나, 올해의 백화현상은 확연히 면적도 크게, 개체도 많이 확인되었다.
백화현상이란 수온이 30℃ 이상으로 오를 경우, 산호에 영양을 공급하는 공생조류가 빠져나가 하얀 석회질 골격만 남은 채로 굶어 죽는 현상을 말한다. 지난 4월 미국 해양대기청은 세계적 대규모 산호초 백화 현상이 1998년, 2010년, 2014~2017년에 이어 올해, 4번째로 발생했다고 발표했다. 전 세계 산호초 서식 지역의 54%에서 백화현상이 기록되었다.
온대바다인 제주바다는 열대/아열대 바다의 마지막 피난처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나 빛단풍돌산호와 그믈코돌산호가 피난처로 삼은 제주바다 마저 고수온이 계속되며 백화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열대바다와 같이 광범위하게 백화현상이 일어나고 있지는 않지만,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하는 상황이다.
빛단풍돌산호 백화현상(송악산) ⓒ해양시민과학센터 파란
빛단풍돌산호 백화현상(범섬) ⓒ해양시민과학센터 파란
빛단풍돌산호 백화현상(범섬) ⓒ산호탐사대 김진주
빛단풍돌산호 백화현상(범섬) ⓒ해양시민과학센터 파란
생태계 변화 감지 및 대응을 위한 대책은 없다.
고수온과 저염분수가 들이닥치고 단 몇 주 만에 연산호의 이상 폐사 현상이 확인되고 있는 서귀포 앞 바다는 국가유산청에서 관리하는 [천연기념물 442호 제주 연안 연산호 군락]이자 해양수산부가 관리하는 [문섬 등 주변해역 생태계보전지역] 이다. 겹겹이 보호구역인 서귀포 앞 바다는 연산호 군락의 우수한 보전 가치로, 보호구역으로 지정되어 있다. 그러나 급격한 생태계 변화가 실시간으로 일어나고 있는 지금, 연산호 군락의 피해 현황을 조사하거나 대응책을 마련할 수 있는 시스템은 부재하다.
정부는 고수온 위기 경보 상황에 따라 비상 대책반을 설치하여 운영하고 있다. 양식 품종에 따른 관리 요령 안내, 피해 상황 접수, 액화 산소 발생기 등 필요 물품을 보급하는 등 고수온 대응 활동을 펼치지만, 철저히 수산업 관리 측면에서의 대응일 뿐 자연 상태의 광범위한 해양생태계 영향에 대한 대응은 전무하다.
빠른 시일 내에 수온이 점차 낮아진다면 이상 현상은 완화될 것이라는 것이 전문가의 의견이다. 그러나 기후변화로 인해 올해와 같은 이상 현상이 향후에도 반복될 가능성이 높으며, 산호 종의 회복 속도에 비해 변화의 속도가 더 빠르게 진행될 경우, 결국 산호생태계는 완전히 무너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그렇다면 할 수 있는 일은 빨리 수온이 내려가길, 다음 해에는 이상 현상이 일어나지 않기를 손모아 바라기만 하는 것일까? 우리는 다음 위기에 대비해야 한다. 또다시 다가올 위기에 긴급하게 대응하기 위해서는 올해 나타나는 이상 현상에 대한 시급한 조사(산호 종, 수심, 수온, 염분, 피해 분포 등)와 기록이 절실하다. 이 기록을 기반으로 같은 이상 현상이 발생했을 때 더 빠르게 피해를 파악, 예측하고, 긴급 대응체계를 구축할 수 있도록 대비해야 한다.
글 신주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