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과학][상괭이편] 3월 상괭이조사 항해일지(2 / 2)

대방어
2025-0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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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상괭이를 만나지 못했다는 서운함은 바람의 방향이 바뀌듯 오늘은 만날 것 같은 기대감이 되었다.

상괭이편 조사자들은 든든히 아침을 먹고 오전 7시 57분 추자항에서 출발했다. 어제는 바람이 북서쪽에서 불어오더니 오늘은 얄궂게도 북동쪽에서 불어왔다. ‘오늘도 바람을 온몸으로 맞겠구나.’ 생각하며 몸을 움츠렸다.

우리는 항상 배를 타면 오늘의 기상을 확인한다. 바다의 수면 상태를 살펴보고, 하늘의 구름이 얼마만큼 있는지를 서로 이야기 나누고 기록표에 작성한다. 오늘은 구름이 엷게 온 하늘을 뒤덮고, 바다는 잔물결이 일었다. 먼바다를 바라보니 약간의 백파도 보였다.


항구를 출발한 베롱호는 B3지점으로 이동해 B4지점으로 움직였다. B구역은 추자의 섬들 사이를 지나는 구역으로 이전 조사에서 상괭이들을 많이 만난 구역이다. ‘어제 보지 못한 상괭이들을 오늘은 볼 수 있겠지.’ 기대감에 부풀었다. 하지만, 바다는 점점 거칠어졌다. 배는 거친 파도를 맞고, 또 그것을 넘으면서 이동했다. 배의 앞머리에서 상괭이를 기다리던 조사자들은 배의 뒤쪽으로 이동했다. 바다는 거칠어지다 못해 휘몰아치기까지 했다. 갈매기 한 마리가 날다 수면 가까이 내려왔다가 다시 올라가길 서너 차례 반복하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B4지점에 도착해 배가 방향을 바꾸자 구름 뒤에 있던 옅은 햇빛이 비쳤다. 햇빛이 몸에 닿으니 따뜻한 기운이 돌았다. 

오전 9시 10분, 7시 방향에 검은 무엇이 갑자기 뛰었다. “어?”하는 순간 한 번 더 점프했다. “어! 저기! 저기!” 너무 기다렸던 때문일까? 상괭이 발견 시 외치기로 약속한 말(발견 지점의 방향과 개체수)은 입 밖으로 나오지 못하고 손가락으로 방향을 가리켰다. 배의 아랫부분까지 수면 위로 올라와 높게 점프해 들어가는 상괭이 하나였다. 그렇게 다시 물속으로 들어간 상괭이 뒤로 다른 상괭이가 쓰윽 올라왔다가 내려갔다.


배의 왼쪽에서 상괭이를 찾던 나는 배의 오른쪽으로 자리를 옮겼다. 다시 햇빛을 등지자, 얼굴에 차가운 기운이 닿았다. 그리고 곧바로 9시 37분, 선장실 옆에서 회색빛 등이 반짝였다. 정준과 나는 동시에 외쳤다. “2시! 하나!” 반짝이던 등을 보여준 그 상괭이는 푸렝이섬 쪽으로 갔다.


9시 48분, B구역의 조사를 완료하고, 배는 이제 추자도의 동쪽으로 향한다. 

붉은색을 띠는 날개를 가진 새 한 마리가 입에 무엇인가를 물고 날아가 수면 위에 사뿐히 앉았다. 배가 동쪽으로 향하면 늘 바다 끝에 사수도가 보였지만, 오늘은 구름에 가려 보이지 않는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바다를 향해 배는 나아갔다. 


10시 40분, 사수도가 어렴풋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작년 11월, 처음 배에 탔던 나는 흐릿하게 보이는 섬들을 잘 보지 못했다. 정준도 주희도 다 보는데 나만 보이질 않아서 마음의 눈으로 보는 것이냐고 되물었었다. 이제 흐릿한 사수도가 보였다. 사수도에 가까워지자, 새들이 많아졌다. 그리고 정준의 목소리가 들렸다 “9시!”

상괭이에게 갑작스러운 변화를 느끼게 하고 싶지 않아 배는 RPM을 유지한 채 멈춰 섰다. 11시 방향 가까운 거리의 수면 아래로 회색 상괭이 하나가 지나간다. 작은 상괭이다. 1미터쯤 되어 보였다. 작은 상괭이는 수면 위로 올라오지 않고 수면 가까이에서 유유히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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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괭이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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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괭이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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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괭이편


우리는 새들이 모여있는 곳으로 조금 이동했다. 새들에게 가까워지니 상괭이가 많이 보였다. 가까이에, 또 멀리에, 두 마리씩 짝을 이루어 수면 위로 올라왔다. 어린 상괭이와 어미 상괭이가 짝을 이루어 함께 올라왔다. 푸슉푸슉 숨소리도 들린다. 끼룩끼룩 새 소리도 들린다. 어떤 상괭이는 새들과 같은 방향으로 물속에서 방향을 획 바꾸는 모습도 보였다. 연구자 수진은 새들 밑 수면에  반짝반짝하는 무엇인가가 보인다고 했다. 그것이 무엇이었는지 확인하지는 못했지만, 그것을 사냥하기 위해 상괭이와 새가 모여있는 것 같았다. 열 마리 이상 족히 스무 마리는 되는 상괭이들이 활기차게 움직이는 모습에 우리도 신이 났다.

‘너희들 다 여기에 있었구나. 우리가 너무 늦게 왔을까 봐, 그래서 못 보고 갈까 봐 마음을 졸였는데…’ 

그 모습을 오래 눈에 담고 싶었지만, 우리에게는 아직 남은 조사가 있으니 배는 다시 움직였다.


6ccf3266ec0fc.jpgⓒ상괭이편


오후가 되자, 하늘 위의 구름은 걷히고 수면 가까운 곳의 구름만 남았다. 바다의 백파도 거의 보이지 않는다. 사자섬과 푸렝이, 그리고 그 옆의 작은 섬들이 어렴풋이 펼쳐져 있었다.


오후 3시 15분, “11시!” 상희가 외쳤다. 그리고 나는 10시 방향 30미터 거리에서 상괭이 하나를 보았다. 그리고 2분 후, 100미터 정도 떨어진 곳에서 상괭이 하나가 또 나타났다. 


5시에 가까워지자, 해는 저물어갔다. 지는 해가 비추어 반짝반짝 빛나는 수면 위로 수십 마리의 새가 낮게 날았다. 배의 앞머리에 앉아 새와 윤슬을 바라보았다. 평화롭고 아름다운 시간이다.


5시 32분, 연구자 수진이 외쳤다. “120미터 성체 하나, 3시!” 연구자다운 표현에 우리는 잠시 함께 웃었다. 그리고 곧 두 마리 상괭이의 머리가 배의 왼쪽에서 올라왔다가 내려갔다.


5시 41분, C1지점에 도착했고, 오늘의 조사는 종료됐다.


우리가 너무 늦게 와서 이번 조사에서 상괭이를 만나지 못할까 걱정했던 마음을 위로하듯, 오늘 만난 상괭이들은 너무나 활기찬 모습으로 우리를 맞아주었다. 이전 조사에서는 보지 못했던 수면 아래에서 움직이는 상괭이들의 모습까지 볼 수 있었다(조사를 위해 새로 구입한 편광선글라스 덕분일까). 상괭이들이 이리저리 방향을 바꾸며 움직이는 모습이나 몸 크기를 가늠할 수 있을 정도로 전체 모습까지 눈에 담을 수 있어 상괭이와 조금 더 가까워진 기분이 들었다.

오늘 만난 상괭이들을 4월에 다시 만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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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속, 상괭이 ⓒ상괭이편




글쓴이. 김보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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