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의 바다소식]전지구적 찬반 논쟁의 중심에 선 북극항로 개척

파래
2025-09-03
조회수 823

파란은 2025년 08월 25일(월)에 방송된, 제주MBC 라디오 <오늘의 시선>에서 북극항로 개척에 관해 이야기 나누었습니다.

우리 사회의 다양한 눈으로 제주의 가치를 더하는 <오늘의 시선>입니다. 오늘은 해양시민과학센터 <파란>의 윤상훈 전문위원과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오늘은 어떤 주제를 가지고 이야기해 주실 건가요?

안녕하세요. 윤상훈입니다. 최근 북극항로 개척에 관한 논의가 빠르게 진전되고 있습니다. 지난 대통령 선거 때 당시, 이재명, 권영국 후보는 북극항로 개척을 선거 공약으로 제시했고, 이재명 정부가 들어서면서, 북극항로 개척을 해양 관련 주요 국정과제로 발표하였습니다. 해양수산부는 부산으로의 이전을 빠르게 실행하고 있고, 또 얼마전 ’북극항로 전략 로드맵‘을 발표했습니다. 그러나, 북극항로 개척은 전지구적으로 찬반 논쟁이 극심한 쟁점인데요. 오늘은 북극항로 개척, 과연 어떠한지 이야기 나누겠습니다.


우선, 지리적 개념부터 정리하면 좋겠는데요. 우리가 보통 말하는 북극이나 북극해는 어떻게 정의되나요. 

일반적으로 북극이라고 하면, 위도 66.5도의 북쪽 지역인 ’북극권(Arctic Circle)‘을 말하는데요. 여름에는 해가 지지 않고 겨울에는 해가 뜨지 않는 백야, 극야 현상이 발생합니다. 북극점은 위도 90도에 해당하는 지구의 자전축 북쪽 끝점이고요. 북극해는 북극 연안 5개국(러시아, 미국, 캐나다, 그린란드, 노르웨이)의 국가 관할권 바깥에 위치한, 북극점 주변의 280만㎢의 해양지역으로 국제적 보호가 필요한 공해 구역입니다. ’중앙북극해(Central Arctic Ocean)‘라고 부르고요. 특히 이 지역은 북극권에 거주하는 원주민인 ’이누이트(Inuit)’의 생존 공간인데요. 그들은 알래스카 북부, 캐나다 북부, 그린란드, 시베리아 극동 지역 등 북극권 전역에 분포하고 똑같은 언어를 사용합니다.

출처_istock


지난 대통령 선거 당시, 북극해를 신규 항로와 자원의 개척지로 바라보는 공약이 제안되었는데요. 어떤 내용이었죠.

당시, 이재명 후보는 부산울산경남 공약 중 하나로 ‘2030년 북극해 항로 개척’을 띄웠는데요. 부산을 북극항로 거점 항구로 개발하고, 쇄빙선 등 전용 선박 건조 지원이나 극지 해기사 양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해운 대기업 본사 이전을 통해 북극항로 활성화를 지원하겠다는 계획도 포함됐습니다. 민주당은 '북극항로 개척 추진단'을 출범하기도 했고요. 이와 비슷하게, 권영국 후보는 유라시아 철도와 북극항로를 연계한 국제 물류망 구축을 공약으로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이재명 정부는 ‘북극항로 시대를 주도하는 K-해양강국 건설’이라는 국정과제를 제안했고, 이에 따라 해양수산부의 부산 이전과 2030년 북극항로 개척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죠. 

네, 맞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 당시부터 북극항로를 ‘대한민국 해운의 미래’로 제시했습니다. 전재수 신임 해양수산부 장관은 취임사에서 북극항로는 "15세기 콜럼버스가 신세계를 열고 문명을 바꾸었듯 북극항로는 대한민국의 내일을 바꾸는 새로운 항로가 될 것"이라고 말했고요. 지난 2개월간 정부는 부산항과 제주를 북극항로의 거점으로 삼는 전략을 구체화했고, 쇄빙선 확보, 전용 컨테이너선 개발, 북극항로 물류기지 구축 등이 포함된 ‘북극항로 전략 로드맵’을 발표했습니다. 특히 최근에는 ‘2030 북극항로 신전략’ 수립을 위한 논의가 본격화되었고, 북극항로 구축 지원 특별법과 북극전략펀드 조성도 추진 중입니다.

 

제주도정에서도 북극항로와 관련해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어떤 방향으로 접근하고 있나요.

제주도는 단순한 기착지 역할을 넘어 북극항로 시대의 전략적 거점으로 도약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지난주, 22일에는 제주도 주최로 ‘북극항로, 제주의 해상왕국 실크로드가 부활하다’를 주제로 ‘북극항로와 제주 미래’ 라는 전문가 토크콘서트가 열렸습니다. 여기서, 제주신항 개발과 연계한 국제 환적항 구상이 제시되었는데요. 제주신항 프로젝트는 2035년까지 약 3조8천억 원 규모로 크루즈·화물·유류부두를 포함한 복합 항만으로 계획되어 있고, 북극항로의 환적 허브로 제주를 육성하려는 전략이 담겨 있습니다. 또한 제주형 다극해상루프 전략, 청년 인재 육성, 국제 파트너십 구축 등 다양한 방향에서 접근하고 있습니다.


북극항로와 연계한 ‘제주형 다극해상루프 전략’이라고 말씀하셨는데요. 좀 더 자세한 설명 부탁합니다.

정리해서 말하자면, 동북아시아의 모든 선박은 북극항로를 진입할 때 제주 인근을 무조건 통과하게 될 것이며, 이에 항로상 중간 기착지 기능을 확보할 수 있다는 건데요. 북극항로 시대에 제주가 동북아시아 해상 네트워크의 교차점이 될 수 있으며, 제주도는 중국이 북극으로 진출하는 전진기지로서 전략을 짜고 나가야한다는 주장입니다. 제주는 동중국해, 남해, 동해가 교차하는 해상 루트 요충지이고 중국과의 해상 연계성이 좋은 정치, 지정학적 환경을 갖췄다는 겁니다. 그런데, 북극항로 개척을 ‘제주의 해상왕국 실크로드의 부활’로 생각하는 것이 타당한 전략인지는 물음표입니다.

 

그런데 북극항로는 기후변화로 인해 가능해진 항로라고 들었습니다. ‘기후변화가 만든 기회’라는 표현이 자주 등장하는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저는 그 표현 자체가 모순이라고 생각합니다. 북극항로는 북극의 해빙(Sea Ice)이 녹아내리면서 새롭게 열리는 항로입니다. 다시 말하면, 기후변화가 더욱 더 가속화되어야 가능합니다. 2024년 자료를 보면, 북극 해빙 면적은 위성 관측 이래 최저 수준인 131만km²까지 줄었고, 일부 해역은 지구 평균보다 7배 빠르게 온난화되고 있습니다. 기후위기가 심화되어야만 가능성이 커지는 항로를 ‘기회’라고 말하는 건 생태적 관점에서 매우 위험한 인식입니다. 해운사나 정부는 물류비 절감과 전략적 요충지 확보라는 경제적 논리를 내세우지만, 그 이면에는 북극 생태계의 붕괴가 전제되어 있다는 점을 잊어선 안 됩니다.

 

기후변화로 인해 북극의 온도 조절 장치가 붕괴되고 있다는 뉴스를 종종 접하는데요. 북극은 해양생태계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있나요.

북극은 전 지구적인 기후와 기상을 조절하는 지구의 에어컨, 지구의 냉장고입니다. 해양 순환의 시작점이고, 기후 조절의 핵심 지역이죠. 또한 북극해는 수많은 해양생물의 서식지이며, 전 지구적 생물다양성의 보고입니다. 해빙이 줄어들면 해류의 흐름이 바뀌고, 이는 제주도를 포함한 한반도 주변 해양생태계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줍니다. 북극의 해양생태계는 해빙의 계절적 변화와 플랑크톤의 대발생, 그리고 북극의 바닷새, 어류 및 해양 포유류의 이동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기후변화로 북극의 균형이 깨지면, 어류의 이동 경로가 바뀌고, 한국이 해양산업에도 큰 충격을 줄 수 있습니다.

출처_istock


한국 해운업은 세계적으로 상위권 수준의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데요. 북극항로 개척에 대해 국내 해운사들의 반응은 어떤가요.

해운사들은 북극항로를 통해 유럽까지의 운송 거리를 최대 30% 단축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전략적 이점을 분명히 인식하고 있습니다. 부산항과 제주항을 북극항로의 중간 기착지와 환적 거점으로 활용하면 동북아 물류 허브로서의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다는 기대도 있고요. 하지만 실제 운항에 대해서는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는데요. 해양사고 위험, 쇄빙선 부족, 국제 보험 체계 미비, 러시아의 항로 통제 등 복합적인 리스크가 존재하며 국제해사기구(IMO)의 환경 규제 강화와 ESG 경영 압박도 해운사들의 판단에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정부의 적극적인 전략 추진과 달리, 해운사들은 상업적 실익과 지속가능성을 면밀히 검토하며 단계적 접근을 선호하는 분위기입니다.


국내의 북극항로 개척에 대한 기대나 정책 추진과 달리, 글로벌 해운업계는 우려의 분위기가 다분하다고 하는데요. 어떻습니까.

전재수 해양수산부 장관은 “쇄빙선 장관, 북극항로 전도사가 되겠다”고 강조하기도 했는데요. 하지만, 국제 해운업계의 분위기는 우려와 관망입니다. 글로벌 1위인 스위스 지중해해운회사(MSC, Mediterranean Shipping Company)는 2019년에 “북극 생물다양성 보전과 환경 보호를 위해 북극항로 운항을 중단한다", ”해양환경 오염 저감과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친환경 기술 적용을 지속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글로벌 3위(프랑스 CMA-CGM)와 5위(독일 하파그로이드) 해운사들도 수 년 전부터 북극항로를 이용하지 않겠다고 선언했고요. 글로벌 해운사들 모두 북극 및 북극해의 환경보호를 공식적인 이유로 내세웠지만, 비용 문제와 정치적 불확실성 때문이라는 게 중론입니다.

 

북극항로는 러시아 극동지역과 알래스카 사이를 통과해야하고, 또 얼음이 많은 지역을 통과하는 만큼 안전 문제도 있을 것 같은데요. 

맞습니다. 북극항로는 전세계에서도 가장 거칠다는 러시아 극동지역과 알래스카 사이의 베링 해협을 통과해야 합니다. 또 북극해에 접어들면 쇄빙선 운항이 필수적이고, 기상 변화가 심해 항해 리스크가 상당히 커지게 됩니다. 만약, 해양사고가 발생하면 선박과 인명 구조가 어렵고, 오염이 발생하면 회복이 거의 불가능합니다. 한국은 아직 북극항로 전용 구조 체계나 국제 협력 시스템이 부족한 상황인데요. 이런 점에서 북극항로 개척은 단순한 경제 논리로 접근해선 안 됩니다.

 

북극항로 개척만 아니라 해저 광물 개발과 같은, 북극해를 둘러싼 새로운 산업도 제안되고 있는데요. 이에 대한 국제사회의 반응은 어떤지요.

지금 현재, 러시아, 미국, 캐나다, 그린란드, 노르웨이 등 북극 연안 5개국은 중앙북극해 해저의 95% 이상에 대해 서로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는데요. 북극해의 중첩된 지역의 영유권 문제가 해결되면, 해당 국가들은 해저에서 광물을 개발할 수 있는 권리를 갖게 됩니다. 이런 상황에서 캐나다는 중앙 북극해 해저의 자국 관할 지역에서 심해 광물 탐사와 개발을 허용하지 않겠다고 선언하기도 했습니다. 북극해 해저 채굴은 기술적 도전과 경제적 유혹이 공존하는 분야지만, 동시에 지구 생태계와 기후 안정선에 심대한 영향을 줄 수 있는 고위험 산업 활동입니다. 캐나다는 북극해 해저채굴에 매우 신중하고 사전예방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입장이고요.

 

북극항로는 정치적으로도, 또 군사적으로도 민감한 이슈라고 들었습니다. 어떤 갈등이 있나요.

북극해는 러시아, 미국, 중국, 유럽 등 여러 국가가 군사적 이해관계를 갖고 있는 지정학적 핵심 지역입니다. 러시아는 원자력 쇄빙선을 군사 전략에 접목하며 북극항로를 자국 중심의 물류망으로 구축하고자 합니다. 이에 대응해 유럽과 북미의 군사동맹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는 북극에서의 군사 훈련과 감시 활동을 강화하고 있고요. 중국은 2018년에 공식적으로 ‘근북극국가(Near-Arctic State)’로 규정하며 북극 개발에 참여할 권리, 군사적 권리를 주장하거나 ‘북극 정책 백서’를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긴장 속에서 북극 원주민의 인권과 환경 보호 등을 논의했던 정부 간 협의체인 ‘북극이사회(Arctic Council)’는 사실상 기능이 정지된 상태이고요. 북극항로는 단순한 물류 경로를 넘어 군사·외교·환경·자원 개발이 얽힌 복합적 갈등지대이기도 합니다.

 

북극의 해양생태계와 생물다양성을 보호하기 위해 구속력 있는 국제 협정이 필요하다는 요구가 있는데요. 현재 논의되는 내용을 알려주시죠.

북극해는 국제적인 보호가 필요한 소중한 세계적 자산이라는 인식과 동시에, 북극 원주민들이 북극해의 미래 정책 결정에서 주요한 역할을 수행하도록 보장해야한다는 것인데요. 북극항로 개척, 심해 채굴, 북극해의 상업적 어업을 유예하고, 북극에 대한 기후변화 대응 노력과 과학적 생태적 공동 연구를 수행하는 협정을 맺자는 것입니다. 특히 2021년에 발효된 ‘중앙북극해 공해상 비규제어업방지협정(CAOFA)’을 기준으로 삼아, 북극해 연안 국가와 비연안 국가를 파트너로 모아 북극해 보호를 위한 공동의 노력을 가능하게 하자는 제안입니다.


마지막으로, 국내외 시민사회와 해양NGO는 북극해 개발에 대해 어떤 대응을 하고 있나요.

최근 미국의 오션 컨서번시(Ocean Conservancy)과 캐나다의 오션스 노스(Oceans North)와 같은 해양단체와 이누이트 원주민 조직이 북극해 보호를 위한 일반인과 과학자 서명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특히 ‘CAO(Central Arctic Ocean) Science Letter’라는 이름의 이 캠페인은 북극해의 생태적 가치를 강조하며, 산업 개발보다 보존을 우선하자는 과학자들의 목소리를 담고 있습니다. 저희 〈해양시민과학센터 파란〉도 이 캠페인에 동참하고 있고, 시민 여러분도 온라인으로 서명에 참여하실 수 있습니다.


네, 오늘은 이재명 정부와 제주도가 추진하는 북극항로 개척에 관한 국내외 쟁점을 살펴봤습니다. 북극항로 개척은 경제적 관점만 아니라 안전, 군사, 생태적 쟁점 등이 다양한데요. 특히 기후위기 시대에 녹아내리는 북극을 적극 개발하자는 제안이 과연, 기회일까요 혹은 또 다른 위기일까요. 지금까지 해양시민과학센터 <파란>의 윤상훈 전문위원과 함께 했습니다. 고맙습니다.


* 이 포스팅은 8월 25일, 제주 MBC 라디오 <오늘의 시선>에서 정유진 아나운서와 윤상훈 파란 전문위원이 북극 항로 개척에 대해 나눈 대화 전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