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의 바다소식]"더 많은, 더 나은 해양보호구역을 위해" 해양보호구역법 입법토론회 후기

부시리
2025-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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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1월 25일 오전, 국회에서 '해양보호구역 확대 및 관리 개선을 위한 해양보호구역법 입법 토론회'가 열렸습니다. 해양시민과학센터 파란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어기구 (위원장), 문대림, 윤병준 의원실이 공동으로 주최한 자리입니다. 파란은 지난해 '제주 해양보호구역 탐사대' 활동 이후 해양생태계 보호를 위해 보호구역 면적을 확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정 이후 관리하지 않는 문서상의 보호구역(paper park) 문제가 해결되어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현재 협의의 해양보호구역은 '해양생태계의 보전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의 항목 일부에만 기술되어있고, 연안 해양 공간에 지정된 광의의 해양보호구역은 여러 법률과 부처/청으로 분산되어 관리되고 있지요. 이번 토론회는 올해 파란의 연구모임을 통해 정리한 '해양보호구역법 제정(안)'을 바탕으로 법 제정의 필요성을 검토한 국회에서의 첫 번째 논의 자리였습니다. 관련 전문가와 정부 관계자, 활동가들이 참석하여, 국내 해양보호구역 현황을 점검하고, 제도적 한계를 짚으며, 향후 법 제정 방향을 모색한 이번 토론회에서 어떤 이야기들이 나왔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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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회 전경, 지금은 국회 토론회 공간에 전자 현수막과 전자 포스터 시설이 탑재되어 있어 현수막과 포스터를 출력하지 않아도 된다 ©파란 


우선 파란의 김연순 이사장의 인사말로 토론회가 시작되었습니다.
"현재 한국의 해양보호구역은 면적 대비 2%에 불과합니다. 그나마 해양보호구역으로 지정된 곳조차도 보호구역이라 일컬을 수 없는 상황입니다. 폐어구를 비롯한 온갖 해양쓰레기들이 존재하는 해양보호구역, 낚싯줄, 납 추 같은 레저 낚시 쓰레기들이 발견되는 해양보호구역이 비일비재합니다. 낚싯줄에 얽힌 채 고통에 몸부림치다가 사망하는 돌고래들 소식을 접할 때마다 애가 타고 답답함과 함께 죄책감을 느끼게 됩니다. 오늘 토론회는 해양보호구역법 제정을 위한 첫걸음입니다. 바다 현장과 해양보호구역에서 벌어지고 있는 여러 가지 문제에 대해 토론하고 대안을 모색해 보는 이 자리를 통해 현장의 목소리를 입법에 담고자 합니다. 시민들과 함께 현장을 파악하고 이해하고 연결하는 힘이 바로 시민과학입니다. 그 정체성에 맞게 파란은 앞으로도 해양보호구역이 실질적인 생태계 보전의 공간이 될 수 있도록 현장에서의 기록과 제안을 이어가겠습니다.

토론회가 열리는 시간에 상임위(농해수위)가 개최되어 현장에는 불참하였지만, 공동주최한 국회의원들이 보내온 인사글도 함께 소개합니다. 어기구 의원(위원장)은 "국제사회는 생물다양성협약(CBD) 글로벌 프레임워크를 통해 2030년까지 해양의 30%를 보호구역으로 설정하자는 목표를 제시했습니다. 우리나라 역시 이에 부응할 수 있는 제도적 준비가 시급합니다. 이제는 보호구역의 확대뿐 아니라,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체계적 관리, 지역과의 긴밀한 소통과 참여 보장 등이 제도 안에 안정적으로 자리 잡아야 합니다. 앞으로도 해양환경 보전과 지속가능한 해양 이용을 위한 입법과 정책 마련에 국회가 중심적 역할을 다하겠습니다. 오늘 토론회가 해양보호구역 확대와 관리 개선을 위한 실질적 해법을 찾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며, 참석하신 모든 분들의 건강과 발전을 기원."한다고 전했습니다.

문대림 의원은 "우리나라는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해양 국가입니다. 그러나 현재 우리의 해양보호구역 지정률은 약 2%에 불과하여, 2030년까지 육상 및 해양 면적의 30%를 보호하자는 국제사회의 '30×30' 목표와는 현격한 격차를 보이고 있습니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다수의 법률에 산재된 관리체계로 인한 행정 비효율과 지역 주민들의 혼란입니다. 이는 실질적인 보호 효과가 미흡한 '페이퍼 파크'현상을 초래하고 있으며, 해양생태계 보전이라는 본래의 취지를 퇴색시키고 있습니다. 이제는 이러한 구조적 한계를 직시하고, 통합적이며 실효성 있는 관리체계를 구축해야 할 시점"이라고 밝혔고요. 

윤준병 의원은 "해양 생태계의 위협이 점차 가속화되는 지금, 해양보호구역 확대는 더 이상 선택의 문제가 아닌 반드시 이행해야 할 국가적 책무입니다. 특히 고창갯벌, 신안갯벌, 서천갯벌, 무안갯벌 등은 그 생태적 가치가 세계적으로도 높게 평가받고 있지만, 지금도 오염과 난개발의 위협에 노출돼 있는 상황입니다. 이러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오늘 논의될 입법 과제가 단순한 선언이 아닌 실질적인 대안으로 이어지길 기대합니다. 해양보호구역 확대만큼 중요한 과제는 바로 ‘어떻게 잘 관리할 것인가’ 입니다. 관리 계획의 수립과 이행, 생태계 기반의 위협 분석, 지역 주민의 실질적인 참여와 권한 보장 등 전 과정에 걸쳐 제도적 미비가 여전한 현실입니다. 보호구역은 단순한 선 긋기나 구역 지정으로 끝나서는 안 되며, 관리의 내실을 갖춘 정책으로 나아가야 합니다."라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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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광의의) 해양보호구역 현황 (발제문 중 발췌) © 해양환경공단


해양보호구역 현황 및 개선 방향

해양환경공단(KOEM)의 김영남 처장현재 39개 해양보호구역의 현황과 지정절차, 규제(행위제한), 관리 행정 체계, 개선 방향 등에 대해 발표했습니다. 

  • 현재 (협의)해양보호구역 내 어업을 제외한 파괴적 행위에 대해서는 규제가 이루어지고 있으며, 골재 채취, 해상풍력 설치, 대규모 건축, 매립 등은 봉쇄되어 있음 
    • 다만 동일 공간에 대해 타 법률이 적용되는 경우에 개발 행위가 협의나 승인, 인허가 대상인 경우가 많아 관리의 일관성이 부족한 면이 있음 
  • 해양보호구역 지정 이후 실제 관리 체계는 지역참여형으로 운영중이며, 해당 지방청, 기초지자체가 5년 단위 관리계획을 수립 
    • 특히 지역관리위원회가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하며, 공무원, 산업체, 지역주민, NGO, 학계가 고루 참여하여 의사 결정을 내리고 있음. 다만 이것 역시 39개 보호구역 내 잘 관리되는 곳과 그렇지 못한 곳 사이에 편차가 크다는 한계 존재함
  • 해양보호구역 관리 사업은 조사·관찰, 정화사업, 이용시설 운영, 주민지원, 생태관광, 일자리 창출 등으로 구성되며, 해양보호구역센터가 관리효과성 평가를 실시하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다음 5년 계획을 수립. 
  • 국제협력: 현재 서천과 고창에 해양보호구역 방문자센터가 건립 중이며, 내년까지 준공될 예정이고, 국제협력으로 와덴해 3개국(덴마크, 독일, 네덜란드) 협력체, 동아시아 철새 네트워크(EAFP), IUCN 동남아 역량강화 사업 등이 추진 중임. 
  • 해양보호구역 확대 계획: ‘30 by 30’ 목표 달성을 위해 대형 해양보호구역 지정을 추진 중이며, 서해 격렬비열도를 시작으로 무인도서를 연결한 대형 해양보호구역, 해산, 고래류 등 해양보호생물의 주요 회유경로와 제주 연안 전체 해양보호구역 지정도 고려 중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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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 법제의 한계, 새로운 해양보호구역법 제정으로! 

두 번째 발제를 맡은 파란의 신지형 전문위원(변호사)현재 4개 부처 10개 이상 법률로 산재한 '(광의의) 해양보호구역'의 문제점을 언급하며, 해양보호구역법 제정의 필요성 및 제정 방향에 대해 설명했습니다. 

  • 해양생태계법, 자연공원법, 습지보전법, 자연환경보전법 등에 언급된 '보호구역/지역'의 지정 기준이 중첩되거나 모호하고, 동일 해역에 대한 중복 지정, 통합 관리 전략 부재, 행정 집행의 일관성 부족 등을 주요 문제로 지적함 
  • 기존 법률의 개정만으로는 해양 관련 (광의의) 보호구역의 통합 권한과 거버넌스를 확보하기 어려움. 과학 기반 적응 관리, 지역사회와의 상생, 기후위기 대응 등을 고려한 통합적인 법 체계가 필요
  • 새로운 해양보호구역법 제정안의 주요 내용은 '통합관리체계 구축', '과학 기반 관리 시스템', '완전보호구역(no-take zone) 도입', '협력적 거버넌스 및 이익공유 제도', 국제협력 강화임 
    • 기존에 산재된 개별법에 따른 해양 관련 보호구역을 통합 정의,  향후 신규 지정되는 해양보호구역은 모두 제정법(해양보호구역법)에 따라 지정
    • 통합관리체계 구축: 협력적 거버넌스 구조로 중앙 전문가 중심의 해양보호구역위원회, 주민 대표 중심의 지역관리위원회, 지원 및 국내외 협력망 구축 등을 중심으로 한 해양보호구역센터 체계 법제화
    • 행정청의 재량적 허가가 가능한 일반 해양보호구역, 행정청의 재량을 원천 차단한(허가, 신고 제도 적용을 배제한) 완전보호구역의 도입
    • 이익공유 제도는 해양보호구역으로 지정시 지역 내 생태보호, 생태관광 등으로 인한 경제적 이익을 나누거나 지정 이후 피해 주민에 대한 생계를 지원하는 제도임
    • 부칙의 경과 조치를 통해  법적 안전성, 점진적 합리적 전환, 관리고도화 등을 꾀할 수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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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보호구역으로 중복 지정된 서귀포 범섬, 문섬, 섶섬 전경 (위에서부터) © 파란

신법 제정 vs 기존법 개정

좌장인 박태현(강원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의 진행으로 이어진 전문가 토론에서, 토론자들은 해양보호구역법 제정의 필요성에는 대체로 공감하면서도 시기와 접근 방법에 대해서는 다양한 의견을 제시하였습니다.
해양수산부의 김현성 해양생태과장은 "수십 년간 축적된 기존 제도의 특성과 부처 간 협의 과정을 고려할 때 (법 제정은) 중장기적 검토가 필요하다. 단기적으로는 기존 법률(해양생태계법) 개정을 통해 관리효과성평가 법제화, 통합관리기구 설치 등을 반영하는 등 관리 강화가 우선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단계적 접근을 제안했습니다.
생태지평연구소의 강은주 실장은 "보호지역 하나를 신규 지정하는 것도 어려운 현실에서 효율성보다는 효과성에 방점을 둔 법률이 필요하며, 특히 지자체의 해양보호구역 관리역량 강화와 충분한 예산 확보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법무법인 강남의 윤익준 변호사는 보호구역/지역 내 행위제한 유형을 비교하면서 "현행 해양생태계법의 '금지 행위-예외 규정' 방식과 달리 '허가제 도입'을 통한 관리 내실화가 우선되어야 한다"며 제도 개선 방향을 제시했습니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의 김미주 전문연구원은 "현재의 개별 해양보호구역의 관리기본계획 수립 외에도 해양보호구역 전체를 아우를 수 있는 기본 계획 수립이 필요하며, 해양보호구역 효과 입증을 위한 연구와 대국민 인식증진이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파란의 신수연 센터장은 "보호구역이 중복으로 지정되면 더 엄격하게 보호될 거라는 생각과 달리, 선행법 적용 혹은 포괄적 예외 규정으로 '보호받지 않는 보호구역'이 반복된다며, 완전보호구역의 시범도입, 관리 주체로서 해양시민과학자 양성, 지역 주민 기반 모니터링 시스템 구축을 제안"하였습니다. 

해양보호구역 제도 개선을 위해 단기적으로 기존 해양생태계법 개정, 예산 확보, 지자체 역량 강화가 과제로 언급되었습니다. 장기적으로는 부처 간 협력 체계 구축, 과학적 근거 기반 정책 수립, 인식 증진, 지역사회와의 상생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이 모아졌습니다. 파란은 이번 논의를 시작으로 '해양보호구역의 양적 확대와 질적 개선을 동시에 추구하는 법제도 개선'을 목표로 전문가 및 정부 관계자, 활동가의 논의가 지속되도록 목소리를 모으려합니다. 더 많은, 더 나은 해양보호구역을 위해, 바다 생태계를 위해 응원과 관심 부탁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