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과학][2026 해양시민학교] 아주 작고 느린 존재가 되어 - 조수웅덩이 트랙 후기

둘기
2026-08-12
조회수 177

'바다, 우리는 기록으로 지킨다!'


지난 8월 2일, 2026 해양시민학교 조수웅덩이 트랙이 진행되었습니다.

28명의 참가자들이 오조리 사무소 강의실에 모여 수업을 듣고, 직접 갯벌과 갯바위로 나가 연안생태계를 관찰했는데요,

이날 두 개 해변에서 무려 30여 종의 해양 생물을 발견하고 기록하였습니다. 


작고 느린 존재가 되어 조수웅덩이 속 우주를 들여다본 시간, 

참가자 고선주님의 후기를 통해 그날의 이야기를 전해드립니다.



<아주 작고 느린 존재가 되어 바다를 만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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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해양시민학교 조수웅덩이 트랙 참가자들. 성산일출봉 수마포해안에서 ©파란 


해양시민학교 ‘조수웅덩이’ 트랙 실습 날, 서귀포에서 다이빙을 마치고 부지런히 동쪽으로 달렸다. 목적지는 아침 햇살이 가장 먼저 닿는 곳이라는 멋진 이름을 가진 ‘오조리’ 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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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수웅덩이 트랙 길잡이 임형묵 센터장의 여는 강의 ©파란 


안내문을 따라 교육장으로 들어서자 파란의 활동가들이 반갑게 맞는다. 오늘의 교육은 실내에서 여는 강연을 듣고 오조리습지와 수마포해안을 돌아보며 연안생태계를 관찰해보는 시간으로 마련되었단다. 미리 배정된 조원들과 인사를 나누고, 길잡이인 임형묵 소장님을 따라 ‘조수웅덩이와 연안생태계’로 들어갔다. 갯벌이라고 하면 주로 펄 갯벌을 떠올리지만 조성에 따라 다양한 형태의 갯벌이 존재한단다. 이 다양한 갯벌들에는 수많은 생물들이 더불어 살아가고 있단다. 이들을 만날 생각에 벌써 마음이 설렌다. 탐사에 앞서 갯벌의 생물들을 만나기 위한 비법을 배웠는데, 그것은 바로 아주 작고 느린 존재가 되어 보는 것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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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조리 갯벌에 나온 참가자들. 게와 고둥, 해조류를 관찰했다 ©파란 


설렘을 안고 오조리 갯벌로 나간다. 이곳은 제주에서 드물게 관찰되는 고운 갯벌로 2023년 연안습지보호구역으로 지정되었다. 방파제 옆으로 난 계단으로 내려가자 넓은 갯벌 위로 성산일출봉의 모습이 보인다. 만조까지는 아직 2시간이나 남았는데 이미 넉넉한 갯벌은 낯선 바다기록자들에도 많은 것을 보여준다. 웅크려 앉은 자리에서도 여러 종류의 게와 고둥, 해조류들이 눈에 들어와 호기심을 자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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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마포해안에서 채집한 입술이마누덕옷게와 해조류. 뛰어난 위장술에 해조류와 구분이 어렵다 ©파란 


이날 바다기록자들에게 가장 인기 있던 생물은 ‘입술이마누덕옷게’였다. 이름처럼 누덕누덕 기운 옷을 입고 있는 듯한 독특한 외형으로 눈길을 끌었는데 정말로 등에 달린 구부러진 털에 해조류를 붙여 위장을 한다는 임형묵 소장님의 해설에 모두의 관심을 사로잡았다. 길고 어려운 이름도 여러번 되물어 기록하게 만드는 매력적인 생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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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마포해안에서 조수웅덩이를 관찰하고 있는 참가자들 ©파란 


들여다 보면 들여다 볼 수록 새로운 것이 보이는 마법 같은 시간을 뒤로 하고 또 다른 목적지인 수마포해안으로 향했다. 수마포는 성산일출봉 남서쪽에 있는 해안으로 길게 이어지는 검은 모래 해변으로 유명한 곳인데 우리는 성산일출봉 해안 절벽 아래 펼쳐진 편평한 암반 해안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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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죽여 조수웅덩이를 관찰하는 참가자들 ©파란  


암반 위에는 크고 작은 조수웅덩이들이 보인다.  여기서는 조별로 웅덩이 하나를 정한 뒤 생물을 채집하여 동정하는 활동을 하였다. 웅덩이에 그림자가 드리워지지 않도록 둘러 앉은 다음 밑밥인 고양이용 습식 사료를 던져 두고 숨죽여 기다린다. 조금 있으니 해조류만 가득한 것 같던 웅덩이에 작은 소란이 일어나기 시작한다. 작은 새우와 고둥이 먹이 활동을 시작하고 물풀 아래 몸을 숨기고 있던 작은 어류들도 모습을 드러낸다. ‘움직이는 것을 관찰할 때는 움직이지 않아야 한다’는 선문답 같던 임형묵 소장님의 조사 팁이 이제서야 이해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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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집한 조수웅덩이 생물을 함께 동정하는 임형묵 센터장 ©파란 


채집한 생물들을 수조에 옮겨 두고 다시 기다리기를 반복했다. 뜨거운 날씨도 잊게 만드는 발견의 기쁨이 수조마다 가득하다. 다시 모여 서로가 관찰한 생물들의 이야기를 나누고 잡은 생물들을 원래의 보금자리로 돌려보내 준 다음 오조리 사무소로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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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지를 작성중인 참가자. 오늘 관찰한 생물 중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게를 그리고 있다 ©파란 


달아오른 열기를 식히며 오늘의 만남들로 바다기록장을 채워나갔다. ‘조수웅덩이’ 트랙에는 어린이 참가자가 많았는데 조사에도, 기록에도, 발표에도 적극적인 참여자가 많아서 새로운 것을 발견하고 함께 알아가는 즐거움과 기쁨을 더 투명하게 누릴 수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앞으로도 아주 아주 오랫동안 바다에서 이런 행복을 느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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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찰한 내용을 발표하는 어린이 참가자 ©파란 


글: 고선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