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과학] [상괭이편] 1월 상괭이조사 항해일지 2 / 2

대방어
2025-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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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차 추자의 아침이 밝았다. 오늘 항해의 시작은 원래 예정된 7시보다 늦은 9시 4분이나 되어 출항했다. 지난밤, 변수가 있었다. 어제 우리는 추자항에 오후 5시 50분쯤 도착했는데, 원래의 계획은 그날 저녁 다음날 사용할 배의 연료를 구입하여 채워놓으려 했다. 하지만 추자의 단 1개뿐인 주유소는 오후 5시에 문을 닫았다. 그리고 다음날이 휴일이라 아마도 주유소의 주인은 제주에 갔을 거라고 민박집 사장님은 말했다. 그렇게 우리의 다음날 항해를 위한 연료공수작전이 시작되었다. 

우리에게는 200리터의 휘발유가 필요했다. 민박집에 보유해 둔 휘발유가 20리터가 있다고 했다. 상희는 추자도 상괭이와 어업에 관해 이야기 나눈 적 있는 선주협회 회장님께 연락했다. 저녁을 먹고 있던 회장님은 연료를 가진 다른 선주분을 찾아 20리터의 연료를 가지고 항구로 왔다.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있는 중 민박집 사장님이 홍반장처럼 오토바이를 타고 손을 흔들며 달려왔다. 다행히 주유소 사장님은 제주에 가지 않았고, 내일 아침 우리를 위해 주유소를 열어주겠노라 했다. 그렇게 우리는 연료를 구해 2일 차 항해를 시작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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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히 대한민국에서 기름값이 가장 비싼, 추자도의 주유소 ⓒ상괭이편


B구역

9시 4분, 베롱호는 상추자항을 출발해 B-5 지점부터 조사를 시작했다. 

오늘 바다는 잔잔했다. 구름은 낮게 깔려 있고, 바람도 불지 않아 더 평온한 느낌이다. 그렇게 그 평온한 바다를 바라보며 상괭이를 기다렸다. 


9시 32분, 사자섬(수덕도)과 푸렝이섬(청도) 사이에서 누군가 소리쳤다. 

“7시! 상괭이 둘!” 배가 멈추자 베롱호의 앞과 뒤, 옆으로 많은 수의 상괭이가 스윽 올라왔다가 다시 내려가길 반복했다. 

이때 수덕도 앞에서 상괭이 두 마리가 올라왔는데 “푸슉~” 하고 숨 쉬는 소리가 크게 들렸다. 숨소리를 듣는다는 것, 눈으로 보는 것과는 또 다르게 그들의 생명력을 느낄 수 있는 순간이었다. 그곳에서 20분쯤 머물다 다시 배는 움직였다. 


10시 19분, 수덕도 앞에서 많은 수의 상괭이를 다시 만났다. 

이곳에서 만난 상괭이들은 앞서 만난 상괭이들보다 더 빠르고, 더 힘차 보였다.

배 쪽으로 힘차게 머리를 보이며 달려오는 개체도 있는가 하면, 여기저기서 “푸슉~”하는 숨소리가 들렸다. 그때, 배 앞쪽에서 마치 돌고래처럼 점프했다가 꼬리를 보여주며 물속으로 들어가는 개체도 있었다. 활발하게 움직이는 상괭이의 모습을 보니 나도 신이 났다. 여럿의 상괭이들이 한 방향으로 이동하는 것이 아닌, 숨소리를 내며 나왔다가 곧 들어갔다 이내 다시 방향을 바꾸어 나왔다. 우리는 보지 못하는 수면 아래의 모습이 무척 궁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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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 쪽으로 힘차게 머리를 보이며 달려오는 상괭이들! ⓒ상괭이편


출항해 얼마 안 되어 많은 상괭이를 만나고 나니 오늘 많은 상괭이를 만날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오전 11시, 우리는 쇠머리섬 쪽으로 이동했다.

그리고 곧 또 다른 상괭이를 만났다. 쇠머리섬 앞쪽으로 2마리, 배 뒤편으로 3마리 정도가 보였다. 앞서 만난 상괭이들과 다르게 이 상괭이들은 얌전히 유영했고, 밖으로 나오는 시간이 적었다.


우리는 배의 선수에서, 망루에서, 배 뒤편에서, 항해실에서 바다를 하염없이 바라보았다. 각기 따로 움직이는 상괭이 한 두마리를 몇 곳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그렇게 B구역의 목시조사를 마무리하였다. 


C구역

베롱호는 이제 C구역으로 향했다. C구역은 추자의 동쪽, 사수도를 향하는 지역이다. B구역이 추자군도의 섬들 사이에서 상괭이들을 만났다면, 이제 배는 넓은 바다로 향했다. 사수도는 무인도로, 슴새의 우리나라 최대 번식지이다. 슴새는 강한 부리로 땅에 굴을 파 둥지를 만든다. 단 하나의 알을 낳기 위해 호주에서 8,000km를 날아 사수도에 온다고 한다. 그리고 이 추자도의 동쪽은 해상풍력단지가 계획되어 있는 곳이기도 해서 조사에서 중요한 지역이다.


바다는 너무나 평화롭고 잔잔하다. 마치 거울과 같았다. 바다와 하늘의 경계가 모호하다. 잔잔한 바다의 끝에 사수도가 걸려있었다. 배 앞머리가 사수도를 향하고 15분쯤 달렸을까. 갈매기 2마리가 보였다. 그리고 ”4시! 1마리!“ 그리고 또 다시 들린 “11시! 한마리!“ 11시쪽으로 고개를 돌리자 보길도가 보였다. 

배는 다시 사수도로 향했다. 가는 길에 한 두차례 상괭이들을 더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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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 사수도와 잔잔한 바다 물결을 닮은 상괭이의 등 ⓒ상괭이편


1시 26분.

배 주변으로 많은 수의 상괭이들이 있었다. 여기저기 방향을 외치는 소리들이 계속 되었다. 끼룩 끼룩 새 소리도 들려왔다. 10마리 이상의 상괭이들이 배의 앞과 뒤, 양 옆으로 넓게 퍼져 있었다. 상괭이들은 잔잔한 바다에서 스르륵 머리부터 올라왔다 다시 둥글게 수면 아래로 사라졌다. 

상괭이들의 평화롭게 유영하는 장면을 바다의 한 가운데에서 보고 있자니 울컥하는 마음이 들었다. 


배는 다시 움직였다. 여서도와 사수도가 점점 가까워지자 거울같이 투명했던 바다의 색이 동해의 바다처럼 짙어졌다. 거울같이 잔잔했던 바다도 잔물결이 일기 시작했다. 쇠오리 세마리가 수면에서 총총총 날아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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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쇠오리가 수면을 따라 날았다 ⓒ상괭이편



배는 사수도 가까이 갔다가 다시 뱃머리를 틀어 추자도 쪽으로 향했다. 

3시 16분, 세 마리의 상괭이가 동시에 나타났다. 그리고 곧 두 마리의 상괭이가 또 모습을 드러냈다.


5b3586617617e.jpg 멀리, 상괭이 ⓒ상괭이편


낮게 깔린 뭉게구름이 꼭 돌고래 떼 같았다. 무한한 바다를 무한히 바라보는 시간이었다. 어느새 해가 수면 가까이 내려왔다. 

그렇게 1월 조사의 두 번째 날이 저문다. 

5시 17분, 우리는 다시 제주로 향했다.





글쓴이. 김보은



[상괭이편 항해일지 더 보기]

12월 예비조사_신주희

1월 1/2편_홍상희

1월 2/2편_김보은

2월 1/2편_

2월 2/2편_신주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