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과학][2026 해양시민학교] 알아가고 기록하는 일은 누구나 할 수 있으니까 - 바다숲 트랙 후기

둘기
2026-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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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우리는 기록으로 지킨다!'


8월 1일 토요일, 2026 해양시민학교 바다숲 트랙이 진행되었습니다.

14명의 참가자들은 종달리 지미봉 인근 카페에 모여 수업을 듣고, 

직접 바다로 나가 다양한 해조류를 관찰하고 기록하였습니다.

30도가 넘는 무더위에도 제자리를 묵묵히 지키던 해조류와 

눈을 반짝이며 기록에 몰두하던 참가자들의 모습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 하루였습니다.


저 멀리 수평선이 아닌, 발밑의 작은 생명들을 향해 고개 숙여 눈 맞춰본 시간. 

참가자 곽성은님의 후기를 통해 그날의 이야기를 전해드립니다.



<낯선 세상을 알아가고 기록하는 일은 누구나 할 수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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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해양시민학교 바다숲 트랙 참가자들. 종달리 해변에서 ©파란 


무의식적으로 바다는 모든 게 멈춰 있는 공간이라 생각해 왔었다. 바다에 몸을 담갔을 때 피부에 맺히는 물방울, 발바닥에 잔뜩 묻어 떼어 내기 어려운 모래를 먼저 떠올렸기 때문이다. 파란에서 진행한 해양시민학교 바다숲 트랙을 신청한 이유 또한 내가 항상 바다를 즐겨왔던 방식에서 벗어나고 싶어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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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운 날씨에 종달리 해변으로 향하는 참가자들  ©파란 


실내를 잠깐이라도 벗어나면 땀이 한가득 맺히는 토요일, 버스를 타고 종달리 정류장에 내려 바다숲 트랙을 들으러 열심히 걸어갔다. 종달리는 탐조인에게 중요한 제주 겨울 탐조지 중 하나인데, 새가 아닌 다른 생물을 만나러 왔다는 사실이 낯설면서도 설렜다. 만남 장소로 걸어가는 길에서 전깃줄 위에 앉은 칡때까치를 만났고 내가 새의 이름을 아는 것처럼 해조류의 이름을 알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이 살짝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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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마을 고명효 해녀의 '해조류와 제주 해녀 생활사' 수업  ©파란 


만남 장소에 도착해 시원한 음료를 마시며 한숨 돌리고, 이호마을 고명효 해녀님의 이야기를 들었다. 제주 어촌의 삶은 바다와 어떤 방식으로 공존하고 있고, 깊은 바닷속에서 직접 끌어 올린 해조류, 어패류가 우리에게 닿기 위한 과정을 설명해 주셨다. 다른 곳에서는 만날 수 없는 생생한 사진, 하루하루가 쌓인 단단한 이야기를 들으며 ‘바다 기록자 되기’라는 이번 해양시민학교 타이틀에 대해 생각했다. 우리는 바다의 변화, 파괴, 탄생, 생명과 같은 모든 모습을 기록할 수는 없다. 하지만 기록하려는 노력은 누구나 할 수 있고, 모르는 세상에 대해 알아가려고 노력할 수 있다. 강의를 통해서, 현장에서 바다를 바라보면서, 책을 읽으면서, 누군가 열심히 쌓아온 기록을 들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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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조류 트랙 길잡이 강정찬 박사의 여는 강의  ©파란 


다음 강의는 강정찬 박사님의 해조류 강의였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생물부터 천천히 뻗어 나가면서 해조류에 다가가는 내용이었다. 해조류는 나라는 종과 얼마나 다른가? 어떤 점에서 비슷한가? 처음 듣는 이름과 헷갈리는 생김새를 머릿속에 꾸역꾸역 넣으려고 노력했지만 실패했다. 하지만 앞으로 알아갈 수 있는 해조류가 세상에 이렇게 많다는 점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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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발견한 해조류에 대해 설명하는 강정찬 박사. 이름부터 생태적 특징까지 한 종 한 종 꼼꼼히 알려주었다  ©파란 


마지막으로는 종달리 해변에서 직접 해조류를 만나고 기록하는 활동이었다. 내리쬐는 태양 밑에서 조그맣게 조를 구성해 포착하고 싶은 장면을 찾았다. 해조류의 이름을 아는 데에는 엄청 섬세한 관찰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는데, 교수님은 오랫동안 쌓은 지식을 통해 해조류의 이름을 툭툭 던지셨다. 물론 어떤 종들은 너무 비슷하게 생겨서 연구실에서 확인이 필요하다. 박사님이 하나하나 알려주시는 이름을 메모장에 열심히 적고 쳐다보는 시간을 가졌다. 해조류를 열심히 찾다 보니 돌 밑에 있는 성게, 멈춰 있는 것 같지만 동서남북으로 움직이고 있는 고둥 같은 연체동물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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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사 구역에 방형구를 놓고 해조류를 기록하는 참가자들  ©파란 


물이 고여 있는 작은 웅덩이에서 말차 초콜릿 같은 동글동글한 고둥과 해조류는 자신들의 확실한 세계가 있었다. 마디잘록이, 애기돌가사리, 혹돌잎, 게발류, 붉은실류, 아직도 낯선 이름이지만 해양시민학교를 통해 그들의 세상에 잠깐 발을 들일 수 있었다. 조금 날씨가 시원해지면 편한 옷을 입고 그들과 가까운 거리에서 일과를 지켜보고 싶다. 해변에 서서 지평선만 바라보는 사람이 아닌 발 근처에서 살아 움직이는 생물들을 조금 더 잘 알아가는 사람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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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종달리 해변에서 채집한 해조류. 왼쪽부터 댓잎도박, 개우무, 풀가사리, 작은구슬산호말 ©파란 



글: 곽성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