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여름, 바다가 끓어오르다.


2024년 여름, 해양수산부는 61일간(7월 31일부터 9월 29일까지) 고수온 경보(수온이 28℃ 이상으로 3일 이상 지속될 경우 발령)를 발령했습니다. 2017년 고수온 특보 체계가 만들어진 이후 가장 긴 특보 기간입니다. 


특히 서귀포(중문) 관측소의 8월 평균 수온은 2021년 25.9℃, 2022년 26.6℃, 2023년 28.0℃, 2024년 30.0℃로 불과 3년 만에 무려 4.1℃가 올랐습니다. 2024년 여름의 수온 상승은 일반적인 예측을 한참 뛰어넘어 단 1년 만에 2℃가 상승했습니다. 게다가 서귀포(중문) 7월~9월 표층 수온을 살펴보면 8월 7일에는 일 최곳값 32.5℃를 기록하며, 총 26일간 일평균 수온이 30℃를 넘어섰습니다. 


기록적인 폭염으로 기억하는 2018년부터 작년 2023년까지, 일평균 수온이 30℃ 이상인 날은 단 하루도 없었습니다. 2024년도의 고수온이 얼마나 급작스러고 심각했는지 생각해 볼 대목입니다. 




장기간 유지되는 고수온, 해양생물의 생존을 위협하는 스트레스!


해양생물에게는 이러한 고수온이 장기간 유지되는 것이 큰 위협요인이다. 극한 상황이라고 기간이 짧다면 이상 현상을 잠깐 보인 후 회복될 가능성이 있지만, 스트레스 상황이 길어질수록 유전자 변형이나 집단 폐사의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이렇게 장기간 유지된 고수온으로 나약해진 해양생물에게 다른 환경변화가 생기면 대량폐사의 가능성은 더 높아집니다. 


그런일이 2024년도에 일어났습니다. 중국 남부의 집중호우로 양쯔강이 넘쳐 바닷물과 섞이면서 저염분수가 형성되어 제주도 바다로 흘러들어왔습니다. 저염분수(26psu 이하)가 유입되면, 바닷물의 염분이 급격히 낮아지며 정착성 저서동물의 삼투압 능력이 저하되고 생존에 큰 위협이 됩니다. 소라, 전복뿐만 아니라 산호도 이와 같은 저서생물에 포함됩니다.




연산호 아이스크림처럼 녹아내리다.


우리나라 최대 연산호 서식지인 서귀포 범섬, 문섬, 섶섬과 송악산 해역에 파란이 지난 여름 시민과학자들과 함께 조사한 결과는 충격적이었습니다. 수심 10m 전후의 연산호들이 아이스크림처럼 녹아내리면서 흐물흐물한 상태로 축 처지며 결국 탈락하거나, 아예 형태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가루처럼 부서지기도 했습니다. ‘멸종위기야생생물’이자 ‘해양보호생물’로 지정된 법정보호종인 밤수지맨드라미, 자색수지맨드라미, 검붉은수지맨드라미와 제주 바다의 우점종인 분홍바다맨드라미, 큰수지맨드라미, 가시수지맨드라미, 미기록 연산호류 등 이상 현상은 종을 가리지 않고 나타났습니다.


돌산호 백화현상으로 하얀 무덤이 되다. 


온대바다인 제주바다는 산호 백화현상*을 피해 북상한 아열대, 열대바다 산호들의 마지막 피난처 입니다. 영지버섯 모양으로 암반 지대에 편평하게 자라는 빛단풍돌산호와 암반에 페인트를 뿌려 높은 듯 울퉁불퉁 자라나는 그물코돌산호가 아열대화 되어가는 제주바다에서 새로이 터를 잡아왔습니다. 그러나 피난처로 삼은 제주바다에서 마저 광범위한 산호 백화현상이 일어나 하얀 산호 무덤들이 생겨났습니다. 연구자들도, 우리나라 바다에서 이렇게 빠르게 백화현상을 확인할 것이란 예상은 하지 못했다고 말합니다.


산호 백화현상(coral bleaching) : 산호는 몸체에 사는 공생조류는 산호에 영양을 공급합니다. 외부 스트레스에 의해 공생조류가 모두 빠져나가면 영양을 공급받지 못하고 점점 굶어죽습니다. 색을 띄는 공생조류가 빠져나가면 산호는 골격만 남아 하얗게 변합니다.   




말미잘 백화현상 


말미잘도 산호충류의 한 종류로 산호입니다. 서귀포 문섬과 범섬 일대에는 ‘니모’로 알려진 흰동가리가 큰산호말미잘과 공생 관계를 맺고 살고 있습니다. ‘흰동가리 포인트'라는 스쿠버다이빙 포인트가 있을 정도로 오랜 기간 문섬과 범섬의 터줏대감으로 살아왔죠. 그러나 문섬 꽃동산과 한개창, 서건도 수중동굴 일대, 범섬에서 큰산호말미잘 백화현상을 확인했습니다. 큰산호말미잘의 백화현상은 흰동가리의 산란을 어렵게 만든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주로 녹색을 띠던 띠녹색열말미잘의 공생조류가 탈락하면서 하얗게 변하는 현상과, 융단열말미잘의 백화현상도 확인되었습니다. 우리는 산호와 말미잘, 모두 종을 가리지 않으며 고수온으로 고통받는 모습을 목격하였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5_H-8WrT5M4



찬물에 자라나는 해조류는 더운 여름이 고통스럽다. 


미역은 겨울에 싹이 나고 봄에 자라나 미역귀에서 포자를 만듭니다. 그러면 그 포자가 바위에 붙어서 가느다란 실 형태의 사상체(絲狀體)가 되어 여름, 가을을 납니다. 가을이 지나 알, 정자를 만들어 수정하면 겨울에 자라나 다시 미역이 됩니다. 그런데 사상체는 25℃ 이상의 고수온에 장기간 노출되면 죽어버립니다. 한참 사상체들이 힘을 내어 알을 만들어야 할 시기인 여름이 더우면, 결국 모두 죽고 다음 해에 미역은 사라집니다. 


고수온으로 미역, 감태, 모자반 등 갯녹음이 심해지면 해조류와 함께 살아가는 감태, 소라, 보말도 함께 사라집니다. 바다숲은 점점 황폐해저만 갑니다. 



산호와 바다숲이 사라지면 


 산호 군락과 바다숲은 작은 해양생물의 먹이원이자 산란장, 보육장으로 안락한 서식처입니다. 작은 생물들이 모여들고 먹이사슬에 의해 조금씩 더 큰 해양 생물들이 모여들며 거대하고 아름다운 해양생태계를 이룹니다. 해양생태계의 근간이자 시작점인 산호군락과 바다숲이 사라지면, 결국 거대한 해양생태계도 연달아 무너질 것입니다. 



산호와 바다숲을 지키기 위해서 우리가 해야 할 일


 기후위기에 대응,

 해양생태계 파괴를 가속화 하는 인간활동을 막고

 파란 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