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드디어 서귀포에 이틀 동안 해가 쨍하게 났습니다. 저는 바닷가로 달려 나가 캠핑 의자를 펴고, 햇볕을 아주 마음껏 쬐고 왔답니다. 제가 만사 제쳐두고 햇볕으로 달려 나간 이유는, 요즘 제주도는 날씨가 줄곧 흐렸기 때문입니다. 처음으로 제주에 살며 맞는 3월, 남국 제주의 3월이 되면 봄이 올 줄 알았는데, 비가 왔습니다. 주룩주룩. 2월도, 3월도, 몇 날 며칠을!!!
지난주 뉴스에서 확인하니,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2월까지의 겨울 제주 평균 강수일수가 43.8일로 지난 전국적인 기상관측이 시작된 1973년 이후 역대 가장 많은 날이었다고 합니다. 제주뿐만 아니라 육지 사정도 마찬가지였던 터라 올겨울 전국에 내린 눈과 비를 더한 강수량이 작년보다 57%나 많은 압도적인 기록으로 신기록을 세웠다고 하더군요. 기후변화로 인해 지구의 기온이 상승하면서 대기가 바다를 데웠고, 한반도 주변으로 쿠로시오와 대마난류 등 아열대 해류가 '난방용 온수'처럼 콸콸 유입되며 수증기가 늘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일평균_세계표층수온 그래프 (~ 2024.03.11), 출처 https://climatereanalyzer.org/clim/sst_daily/
그 사실을 증명하는 그래프입니다. 지난해 10월 발행했던 [파란레터 7호]에서 2023년 3월부터 그해 여름까지 극지를 제외한 전 세계_일평균_표층수온(이하 세계표층수온)이 최곳값을 기록하며 떨어지지 않다는 이야기를 전해드렸는데요. 공교롭게도 이 글을 쓰고 있는 바로 오늘 3월 13일이 바로 세계표층수온 최곳값 경신 1주년이 되는 날입니다. 위 그래프에서 주목해야 할 부분을 보겠습니다.
- 2023년 세계표층수온(노란색)은 작년 3월 13일 이후로 매일 매일 1년 동안 최곳값 경신을 해왔고, 그것도 1982-2011년 평균 온도(가운데 점선)에서 약 0.5~1 °C의 엄청난 차이를 계속해 유지하고 있습니다.
- 2023년 3월 이전 더 높은 값을 나타내는 그래프는 2016년 슈퍼 엘리뇨 현상으로 해수온도가 급격히 상승한 때입니다. 올해에도 슈퍼 엘리뇨 현상으로 영향을 많이 받고 있다고는 하지만, 엘리뇨 영향으로만 보기에는 수온이 상당히 높은 상태입니다.
- 가장 놀라운 지점은 올해(검은색 실선) 세계표층수온이 작년 갱신한 최곳값을 또다시 엄청난 차이의 온도로 경신해가고 있다는 것입니다. 기상관측이래 가장 높은 세계표층수온 작년 8월에 세웠던 21.1°C(소수점 둘째 자리 생략)였습니다. 연초부터 최고 온도를 웃돌던 수온은 결국 21.2°C로 최고 기록을 갈아치우고 3월 3일부터 3월 11일 까지 유지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지금 이시간, 가장 뜨거운 바다의 기록적 순간을 지나고 있습니다.
해외의 과학자들은 SNS에서 매일 매일 최고 기록을 경신하는 위 그래프 소식을 실어 나르며, 기후변화가 가속화되고 있는듯 하다고 인류는 더 이상 예측 불가능한 미지의 세계로 들어섰다고 이야기하기도 했습니다. 유럽연합(EU) 기상기관인 코페르니쿠스기후변화서비스에 따르면 지난 12개월(2023년 3월~2024년 2월) 동안의 지구 평균 기온은 산업화 이전 평균인 1850~1900년보다 1.56°C 높았다고 발표했습니다.
저는 매일 매일 이 그래프들을 보며 정말 무서워졌습니다. 아주 고요하게, 소리 없이 뜨거워지고 있는 지구가 한순간에 어떤 재앙의 형태로 우리에게 경고 혹은 천벌을 내릴테니까요. 우리나라는 다행히 눈과 비가 많았던 겨울로 지나가고 있지만, 3월 지금 세계의 곳곳에서 이상기후로 인한 재난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캘리포니아에는 극심한 눈보라가 불어닥쳐 12피트(약 3.6m)의 눈이 도시를 삼켰고, 파키스탄에는 홍수로 39명의 희생자가, 인도네시아 수마트라에서는 홍수와 산사태로 최소 26명의 희생자가 발생했습니다. 텍사스에서 역사상 최대 산불이 발생했고, 볼리비아에서도, 아르헨티나에서도 역사상 유례없는 폭우로 인한 비상사태를 선언하였습니다.
저는 그래프를 보면서 마음이 좀 고통스러웠습니다. 바다가, 지구가 이렇게 눈에 보이도록 급격하게 변하는데 세상은 어쩌면 이리 어리석을까 하면서요. 인류는 망해가는데 땅은 파헤쳐지고, 건물이 올라가고, 정치판은 어지럽고요.
잠시 개인적인 고백을 하자면, 바다가 가장 뜨거워지던 날들, 그러니까 인류가 망해가는 순간들에 저의 사랑도 망했습니다. 간절히 간절히 바라던 것이 있었는데, 일종의 이별 같은 것을 했습니다. 손에 거의 쥐었다고 생각했을 때 바스락 사라졌거든요. 이별을 예감하고 이제는 손에 힘을 빼고 고쳐낼 수 있다고 생각하던 그 며칠 동안, 전 정말 고통스러웠습니다. 그런데 완벽히 이별의 순간이 지나자, 고통이 사라지더라고요. 말끔히. 그러고 나니 생각이 들었습니다. 희망이 말끔히 사라지니, 나의 고통도 사라졌다고요. 아마도 저 그래프를 보며 제 마음이 고통스러운 것은 고쳐낼 수 있다는 어떤 희망이 제게 존재하기 때문이라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니 만약 이 글을 읽으시며 마음이 아프다면, 지구와 인류를 위한 희망을 품고 계신 것으로 생각합니다.
참, 한가지 생각을 더 했습니다. 희망을 품고 살아가되, 지구는 IPCC가 예측했던 그래프보다 빠르게 뜨거워지고 있으며 인류는 생각보다 빨리 망할 수도 있으니, 시간이 없단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당장 사랑을 해야겠다고요. 사랑할 시간이 모자르니까요. 어떤 존재이든 저는 다시 사랑할 존재를 찾아 나설 것입니다. 그리고 재난이 불어닥쳤을 때, 저는 그 사랑하는 존재들과 함께 손 붙들고 일어날 것입니다. 그것들이 살아남을 힘을 줄 테니까요.
여러분,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지금 당장 사랑을 합시다.
글. 대방어
추신. 저의 뼈아픈 이별에 위로하시고 싶으시다면, 파란 후원과 회원가입이 제게 아주 큰 힘이 됩니다 ~ 🩵 !
참고자료
지난 주말 드디어 서귀포에 이틀 동안 해가 쨍하게 났습니다. 저는 바닷가로 달려 나가 캠핑 의자를 펴고, 햇볕을 아주 마음껏 쬐고 왔답니다. 제가 만사 제쳐두고 햇볕으로 달려 나간 이유는, 요즘 제주도는 날씨가 줄곧 흐렸기 때문입니다. 처음으로 제주에 살며 맞는 3월, 남국 제주의 3월이 되면 봄이 올 줄 알았는데, 비가 왔습니다. 주룩주룩. 2월도, 3월도, 몇 날 며칠을!!!
지난주 뉴스에서 확인하니,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2월까지의 겨울 제주 평균 강수일수가 43.8일로 지난 전국적인 기상관측이 시작된 1973년 이후 역대 가장 많은 날이었다고 합니다. 제주뿐만 아니라 육지 사정도 마찬가지였던 터라 올겨울 전국에 내린 눈과 비를 더한 강수량이 작년보다 57%나 많은 압도적인 기록으로 신기록을 세웠다고 하더군요. 기후변화로 인해 지구의 기온이 상승하면서 대기가 바다를 데웠고, 한반도 주변으로 쿠로시오와 대마난류 등 아열대 해류가 '난방용 온수'처럼 콸콸 유입되며 수증기가 늘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일평균_세계표층수온 그래프 (~ 2024.03.11), 출처 https://climatereanalyzer.org/clim/sst_daily/
그 사실을 증명하는 그래프입니다. 지난해 10월 발행했던 [파란레터 7호]에서 2023년 3월부터 그해 여름까지 극지를 제외한 전 세계_일평균_표층수온(이하 세계표층수온)이 최곳값을 기록하며 떨어지지 않다는 이야기를 전해드렸는데요. 공교롭게도 이 글을 쓰고 있는 바로 오늘 3월 13일이 바로 세계표층수온 최곳값 경신 1주년이 되는 날입니다. 위 그래프에서 주목해야 할 부분을 보겠습니다.
해외의 과학자들은 SNS에서 매일 매일 최고 기록을 경신하는 위 그래프 소식을 실어 나르며, 기후변화가 가속화되고 있는듯 하다고 인류는 더 이상 예측 불가능한 미지의 세계로 들어섰다고 이야기하기도 했습니다. 유럽연합(EU) 기상기관인 코페르니쿠스기후변화서비스에 따르면 지난 12개월(2023년 3월~2024년 2월) 동안의 지구 평균 기온은 산업화 이전 평균인 1850~1900년보다 1.56°C 높았다고 발표했습니다.
저는 매일 매일 이 그래프들을 보며 정말 무서워졌습니다. 아주 고요하게, 소리 없이 뜨거워지고 있는 지구가 한순간에 어떤 재앙의 형태로 우리에게 경고 혹은 천벌을 내릴테니까요. 우리나라는 다행히 눈과 비가 많았던 겨울로 지나가고 있지만, 3월 지금 세계의 곳곳에서 이상기후로 인한 재난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캘리포니아에는 극심한 눈보라가 불어닥쳐 12피트(약 3.6m)의 눈이 도시를 삼켰고, 파키스탄에는 홍수로 39명의 희생자가, 인도네시아 수마트라에서는 홍수와 산사태로 최소 26명의 희생자가 발생했습니다. 텍사스에서 역사상 최대 산불이 발생했고, 볼리비아에서도, 아르헨티나에서도 역사상 유례없는 폭우로 인한 비상사태를 선언하였습니다.
저는 그래프를 보면서 마음이 좀 고통스러웠습니다. 바다가, 지구가 이렇게 눈에 보이도록 급격하게 변하는데 세상은 어쩌면 이리 어리석을까 하면서요. 인류는 망해가는데 땅은 파헤쳐지고, 건물이 올라가고, 정치판은 어지럽고요.
잠시 개인적인 고백을 하자면, 바다가 가장 뜨거워지던 날들, 그러니까 인류가 망해가는 순간들에 저의 사랑도 망했습니다. 간절히 간절히 바라던 것이 있었는데, 일종의 이별 같은 것을 했습니다. 손에 거의 쥐었다고 생각했을 때 바스락 사라졌거든요. 이별을 예감하고 이제는 손에 힘을 빼고 고쳐낼 수 있다고 생각하던 그 며칠 동안, 전 정말 고통스러웠습니다. 그런데 완벽히 이별의 순간이 지나자, 고통이 사라지더라고요. 말끔히. 그러고 나니 생각이 들었습니다. 희망이 말끔히 사라지니, 나의 고통도 사라졌다고요. 아마도 저 그래프를 보며 제 마음이 고통스러운 것은 고쳐낼 수 있다는 어떤 희망이 제게 존재하기 때문이라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니 만약 이 글을 읽으시며 마음이 아프다면, 지구와 인류를 위한 희망을 품고 계신 것으로 생각합니다.
참, 한가지 생각을 더 했습니다. 희망을 품고 살아가되, 지구는 IPCC가 예측했던 그래프보다 빠르게 뜨거워지고 있으며 인류는 생각보다 빨리 망할 수도 있으니, 시간이 없단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당장 사랑을 해야겠다고요. 사랑할 시간이 모자르니까요. 어떤 존재이든 저는 다시 사랑할 존재를 찾아 나설 것입니다. 그리고 재난이 불어닥쳤을 때, 저는 그 사랑하는 존재들과 함께 손 붙들고 일어날 것입니다. 그것들이 살아남을 힘을 줄 테니까요.
여러분,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지금 당장 사랑을 합시다.
글. 대방어
추신. 저의 뼈아픈 이별에 위로하시고 싶으시다면, 파란 후원과 회원가입이 제게 아주 큰 힘이 됩니다 ~ 🩵 !
참고자료
https://www.dailymail.co.uk/news/article-13150791/Blizzard-leaves-cars-stuck-Californias-feet-snow-Sierra-Nevada.html
https://www.cnn.com/2024/02/29/us/texas-panhandle-smokehouse-creek-fire-thursday
https://www.reuters.com/world/americas/bolivia-heavy-rains-prompt-authorities-declare-state-emergency-2024-03-10/
https://uk.news.yahoo.com/worst-natural-disaster-state-emergency-134552599.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