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etter][바당읽기] 제주남방큰돌고래가 국내 최초 생태법인 1호가 된다고?!

2023-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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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연안에 서식하는 멸종위기 국제보호종인 남방큰돌고래에 법적 권리의 자격을 부여하는 방안이 추진 중이다. 지난달(11월 13일), 제주도는 브리핑을 열어 “국내 최초로 ‘생태법인’ 제도를 도입해 제주의 환경·생태적 가치를 지키고 국내 생태환경 정책의 새로운 표준을 세우겠다”고 밝혔다. 남방큰돌고래를 생태법인 1호로 지정한다는 방침인데, '자연의 권리', 즉 강이나 돌고래처럼 생태계와 자연물에 법적 강제력이 있는 권리를 인정한다는 게 어떤 의미일까?

국내 최초 생태법인 부여를 둘러싼 논의,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바로 잡자

올해 3월부터 제주도는 학계와 법조계,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생태법인 제도화 워킹그룹(위원장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을 운영해 왔다. 생태법인 제도를 도입하기 위해 워킹그룹에서 도출된 안은 현재의 제주특별법(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에 법인격 부여 조항을 집어넣는 안과 생태법인 창설 특례 조항을 포함하는 안 2가지이다. ‘법인격 부여안’은 제주 연안에 서식하는 남방큰돌고래에 직접 법적 권리를 부여하는 방식이고, ‘생태법인 창설안’은 도지사가 도의회의 동의를 받아 특정 생물종 또는 핵심 생태계를 지정해 이를 생태법인으로 창설하는 방안이다. 제주도는 2가지 안 중 하나를 제주특별법에 반영할 수 있도록, 내년 4월 총선 이후 국회에 요청해 법안을 발의하고, 늦어도 2025년에는 남방큰돌고래를 생태법인 1호로 지정하겠다는 계획이다.

제주 연안에는 남방큰돌고래가 110~120마리 정도 서식하는데, 이 남방큰돌고래가 생태법인으로 지정된다는 것, 즉 법 인격을 갖게 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기업에 법 인격을 부여하듯 생태적 가치가 있는 동물이나 강, 호수 등 자연물에 법적 지위를 주는 것은 한국에선 최초의 사례이다. 우선은 인간 중심의 관점에서 벗어나 자연을 바라보는 인식과 태도를 근본적으로 전환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평가한다. 데이비드 스즈키라는 과학자는 “우리 시대의 혁신이고 실제 상황의 법정 스릴러물. 헌법과 법률이 강과 생태계에 권리가 있고, 인간에 의해 소유될 수 없다고 인정한다면 어떨지 상상해보라. 지각하는 동물은 ‘법 인격체’이고 더는 재산으로 여겨질 수 없다고 법관들이 인정한다면 어떨지 떠올려보라”라고도 했다. '자연의 권리' 운동이 등장한 것은 생태계와 생물 종을 바라보는 인간의 문화와 법이 크게 변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1800년에 10억 명이던 인구는 지금 75억 명이고, 2050년에는 100억 명에 달할 것이라고 추정한다. 인구의 증가와 함께 경제 역시 폭발적으로 성장했는데, 인간이 지구에 끼치는 영향의 범위와 수준이 압도적이어서 지질학자들은, 현재의 지질 시대를 ‘인류세’로 명명하기도 했다. 숲, 초지, 연안, 습지를 포함한 생태계가 파괴되고 공기 순환, 해수 순환 등의 기후 시스템이 엉망이 된 데에는, 인간은 자연 세계와 별개로 진화의 정점에 있고, 자연의 모든 것이 우리 재산이며 마음껏 사용할 권리가 있다는 인간중심주의 관점이 강하게 작용했다.  그런 면에서 현재 제주 사회에서 생태법인 제도가 논의된다는 것만으로도 우리 사회의 가치, 문화, 감수성에 큰 변화가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제주남방큰돌고래

제주도민과 관광객에게 친근한 존재인 남방큰돌고래는 의사소통, 협력, 고통과 감정을 느낀다는 연구와 실제 사례가 자주 확인된다. 최근에도 폐그물에 걸린 돌고래가 있다는 신고를 받고 해경구조대가 출동해보니, 남방큰돌고래가 부패한 새끼 돌고래 사체를 떠받친 채 이동 중이었었다. 돌고래는 새끼를 보호하고 양육하는데 서로 협력하고, 또 가족이 죽었을 때 애도하기 위한 장례 문화가 있다.

동물이 권리를 가질 수 있다는 생각은 상당히 혁신적이며 급진적이라고 여겨지기도 한다. 실제 '동물권'이나 '자연의 권리' 논의가 등장한 것은 50년 전이다. 피터 싱어는 1975년에 ‘동물해방’이라는 책에서 “어떤 존재를 순전히 그 종에 근거하여 차별하는 것은 일종의 편견이다. 피부 색깔에 근거한 인간의 차별과 마찬가지로 비도덕적이며 변호의 여지가 없다”고 주장했다. 머시포애니멀스나 PETA(페타)같은 동물권 옹호 단체들도 그 무렵 생겨났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동물 학대 사례나 영상을 접하면 경악한다. 동물이 학대당하지 않을 권리, 가축이라고 해도 적절한 먹이와 물, 보금자리를 제공받을 권리가 있다고 생각하는 건 당연한다. 여기서 더 나아가 ‘어떤 생명이 사고하고, 느끼고, 고통 받는 존재라면 즉, 지각하는 존재라면 어떻게 ‘재산’으로 취급할 수 있는가, 그럴 수는 없다’ 이렇게 확장해서 받아들이면, (비인간) 동물 역시 인간의 법 체계로 보호받아야 할 권리를 주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자연의 권리'를 토대로 법체계를 바꾼 나라들

그렇다면 '자연의 권리'를 이미 법체계에 명문화한 다른 나라 사례가 있을까. 우선 대형유인원인 고릴라, 침팬지, 오랑우탄의 경우는 사람과 가장 비슷한 점이 많은 동물이고, 실제 생물 분류에서도 ‘영장목 사람과'에 속한다. 뉴질랜드는 대형유인원에게 생명을 박탈당하지 않을 권리, 잔혹한 대우를 받지 않을 권리, 의학적 혹은 과학적 실험 대상이 되지 않을 권리가 있음을 인정하는 법안을 2000년에 통과시켰었다. 대형유인원에 대해 검사나 수술을 목적으로 몸을 절개하는 등 상처를 주는 행위를 '침습'이라고 하는데, 침습적 연구를 금지하는 법이 호주, 일본, 영국, 그리고 유럽연합 전체에서 제정이 되기도 했다. 고래목도 복합적인 감정과 지적 능력, 사육 상태에서 비롯되는 스트레스와 높은 사망률을 근거로 주된 관심의 대상이 되었는데, 2013년 인도에서는 “돌고래는 비인간 인격체로서 그 고유한 권리를 누려야 하며, 오락을 위해 그들을 억류하는 행위는 도덕적으로 용납할 수 없다”며 관행을 금지했다. 2014년 샌프란시스코에서도 “고래목이 억류된 삶에서 풀려나 자연적인 환경에서 제약 없이 지낼 권리가 있음”을 밝히고 조례를 통과시키기도 했다. 무엇보다 에콰도르는 2008년에 세계 최초로 ‘자연의 권리’를 헌법에 명문화했다. 에콰도르에선 법 중에 가장 으뜸이 되는 헌법에 ‘자연의 권리’를 어떻게 반영했을까.

에콰도르는 지구상에서 생물다양성이 가장 풍부한 나라 중 하나로 꼽힌다. 뛰어난 생물다양성과 자연 자원의 풍부함 때문에 오히려 석유와 가스, 채광, 벌목, 팜유 농장을 포함한 갖가지 자원 채취 산업의 위협을 받고 있었고 또 정치적 불안정에 시달렸다. 1996년부터 10년 동안 대통령이 8명일 정도였는데, 2006년부터 새로운 헌법을 마련하기 위한 움직임이 있었고, 자연의 착취와 이익의 불공정한 배분, 빈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여러 논의가 있었다. 에콰도르의 새 헌법에 ‘자연의 권리’가 포함되는 것에 대해 "개념이 터무니없고, 권리는 인간만을 위한 것"이라는 의견도 있었지만, 이미 기업들도 '법인'이라는 이름으로 사람과 똑같은 권리를 인정받고 있다는 반박이 효과적이었다고 한다. 미국 대법원은 1886년에 기업이 마치 사람처럼, 법 인격체로서 광범한 권리를 누리도록 확대했는데 기업이 법인격체로 대해지듯, 자연의 권리를 명문화하는 게 이치에 맞다는 생각이 널리 퍼지고 있다.

헌법에 담긴 '자연의 권리'

에콰도르 헌법 제7장에는 “인간과 자연 모두가 권리를 가지며, 양쪽의 권리는 어느 한편이 다른 편에 우선하지 않는다. 국가의 ‘최상의 의무’는 이들 권리를 존중하고 집행하는 것”이라고 명시되어 있다. 이에 상응하는 의무도 있는데, 개인은 정부와 함께 “자연의 권리를 존중하고 건강한 환경을 보존하며, 자연자원을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이 헌법에는 경제개발과 관련한 조항들에서도 '자연의 권리,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삶’을 거듭 언급하고 있다.

대한민국 헌법에는 제35조에 ‘모든 국민은 건강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할 권리’를 명시하고 있고, 이것이 환경권에 관한 언급의 전부이다. 현행 환경권은 1980년 개헌에 언급된 이후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바뀌지 않았고, 대한민국 헌법이 명시한 환경권은 ‘인간의 권리’만 명시했다는 한계가 있다. 앞으로 대한민국 헌법도 국제적 흐름에 따라 동물권, 혹은 자연의 권리를 명기하고 민법에 동물을 물건으로 취급하지 못하게 하는 조항을 신설할 수 있을 것이다. 자연의 권리 법률을 만들고, 가축의 감금틀 사육을 금지하거나, 고래류 등 해양 포유류의 전시와 사육 금지 등을 명문화할 수 있다.

산양과 고래가 소송의 주체가 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2018년 문화재청이 허가한 설악산 케이블카 사업을 취소하라며, 설악산의 야생 산양 28마리를 원고로 행정소송이 제기된 적이 있다. 당시, 산양 소송에 뜻을 모은 변호사 10여명(동물권 연구를 위한 변호사 단체 PNR)이 산양 28마리와 산양을 연구하는 전문가를 원고로 참여시켜 설악산 천연보호구역의 현상 변경을 허가한 것이 부당하다는 소송을 서울행정법원에 제기했다. 법원은 산양이 원고가 될 수 없다며, 원고의 청구를 각하했다. 과거 2004년 경부고속철도의 밀양 천성산 관통 도로의 논란 당시, ‘도롱뇽 소송’도 원고 적격을 인정받지 못했다. 이번 제주도의 남방큰돌고래 생태법인 지정이 이뤄지면 산양이나 도롱뇽이 원고가 될 수 없다는 법원의 판단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법 인격을 부여하면 당연히 소송 당사자의 자격도 생기게 되니까.

올해 8월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멈춰달라’는 헌법소원이 있었는데 제주 해녀 등 청구인 4만여명과 함께 오염수 해양투기로 생명권을 침해당할 우려가 있는 남방큰돌고래 110개체, 밍크고래와 큰돌고래 54개체(후견인: 핫핑크돌핀스) 등도 청구인으로 이름을 올렸다. 비인간동물, 돌고래의 원고 적격 문제가 다시 논쟁이 될 텐데, 이번에는 법원이 어떻게 판단할지, 관심 있게 지켜볼 일이다.

인권에 차등을 두거나 무시하는 사회는 똑같은 방식으로 자연의 권리를 학대하고 경시한다. 인권과 자연의 권리는 하나의 뿌리에서 자란다. 정의롭고 생태적인 지속가능한 사회는 인권과 자연의 권리, 이 둘을 함께 키운다. 장애인의 이동권이 당연한 것처럼, 설악산 계곡을 오가는 산양의 길도, 제주도 바다를 자유롭게 유영하는 남방큰돌고래의 이동도 중요하다.
그동안 우리 사회는 경제 성장과 산업 발전이 우선이고, 자연의 권리는 늘 ‘뒷전’이었거나 ‘나중’이었다. 자연은 늘, 쓰레기 처리장 정도로 여겨졌다. 자연의 권리가 명문화된다면 우리의 삶에도, 인식과 감수성에도 큰 변화가 생길 것이다. 


글: 윤상훈 (해양시민과학센터 파란 전문위원)

* 지난 12월 6일, 제주MBC라디오 <오늘의 시선>에 출연하여 나눈 인터뷰 내용을 갈무리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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