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민하 인턴의 구멍갈파래 취재기]
1편 해안을 뒤덮은 구멍갈파래
안개가 자욱하게 낀 5월 21일, 세차게 내리는 비를 뚫고 쭈와 함께 제주의 북쪽으로 이동했다. 1시간 넘게 차를 타고 이동한 이유는, 바로 해안을 뒤덮은 구멍갈파래를 직접 눈으로 보기 위해서였다. 인턴 생활 첫날, 쭈에게 제주 바다가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또 파란이 하는 일에 대해 들었다. 전부 사라져가고만 있다고 생각했는데, 파래들이 오히려 너무 많아져 골칫덩이가 되었다니! 아름다운 해안을 전부 뒤덮었다니! 충격이었다. 아직도 심각한지 궁금했고, 사람들에게 다시 알리고 싶었다. 그렇게 구멍갈파래를 직접 눈으로 보기 위해 성산으로 향했다.
신양섭지 해수욕장
구멍갈파래 첫 조사 장소는 바로 신양섭지 해수욕장이다. ‘구멍갈파래가 많이 없으면 어떡하지’ 먼 곳까지 헛걸음하는 게 아닐까 걱정이 앞섰다. 파란 활동가들이 이전에 구멍갈파래 급증 현상을 조사한 때보다 조금 이른 시기였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앞선 걱정이 무색하게, 차에서 내리기도 전에 구멍갈파래로 가득 찬 모습이 창문 너머로 들어왔다. 신양 섭지 해수욕장을 검색하면 나오는, 아름다운 해변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 우선 밀려온 지 한참 되어 색이 변해 말라버린 구멍갈파래와 바다에서 막 밀려온 듯, 초록색 구멍갈파래들의 경계가 생겨 있었다. 얼른 이 광경을 사진으로 담았다.


신양섭지 해수욕장의 구멍갈파래 ⓒ파란
추적추적 내리는 비를 맞아 더욱 미끌미끌해진 구멍갈파래는 허벅지 정도의 높이까지 가득 쌓여있었다. 못지않게 중간중간 쓰레기도 많이 섞여 있었다. 해변 안쪽으로 들어가 막 밀려온 구멍갈파래를 가까이서 보고 싶었다. 하지만 높이 쌓인 파래들을 밟으니 미끄러져 구멍갈파래를 뒤집어서 쓸 것만 같았다. 멀리서 눈과 사진으로 담는 것에 만족하기로 했다. 사실 예전 조사 사진 만큼은 심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는데, 해변을 뒤덮었다는 말이 정말로 과장이 아니었다. 냄새도 엄청 심하다고 하는데, 감기에 걸려 코가 막힌 게 정말 정말 다행이었다.

구멍갈파래를 기록중인 박민하 인턴 ⓒ파란
차를 타고 다음 해변으로 이동하던 중 쭈의 말에 돌아보니, 줄줄이 자리 잡은 광어양식장을 볼 수 있었다. 제주보건환경연구원에 따르면 구멍갈파래 급증 원인은 담수에서 유입되는 질산성질소와 주변 양식장에서 유입되는 인(P) 성분이 영양물질로 작용해 부영양화가 일어나기 때문이라고 한다, 해변 쪽을 바라보니 그대로 바다에 버려지는 양식장 배출수도 볼 수 있었다. 바다로 흘러가는 배출수를 눈으로 보니 이유가 확 와닿았다.
종달항 해안로
다음 조사 장소는 종달항 해안로다. 아직 물이 안 빠지지 않아 근처에서 밥을 먹으며 기다렸다. 종달항은 신양 섭지의 구멍갈파래를 먼저 마주하고 나선 지 비교적 괜찮게 느껴졌다. 그리고 구멍갈파래가 아닌 다른 파래류로 보였다. 종달항 조사는 도요새와 쭉 함께했다. 울음소리가 마치 휘파람 소리 같았다. 쭈의 고장 난 망원경으로 도요새를 지켜보다 다음 하도로 이동했다.

종달항 해안로 ⓒ파란

도요새!! ⓒ파란
하도 해수욕장
다음은 하도 해수욕장이다. 하도도 구멍갈파래로 쭉 덮여있었다. 처음엔 해안로 다리 위에서 바라보았는데, 해변을 따라 띠 모양대로 밀려온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아래 해변으로 내려가 보니, 이곳도 먼저 밀려와 마른 파래와 밀려온 지 얼마 되지 않은 파래들이 경계가 만들어져 있었다. 신양 섭지 해수욕장만큼 두껍게 쌓여있는 정도는 아니었다.

하도 해안로와 해수욕장의 구멍갈파래 ⓒ파란
세화 해수욕장 인근
다음은 세화 해수욕장 인근을 차로 둘러보았다. 차를 대기 힘들고 비가 내려 조사에 불편함이 있었다. 세화해수욕장에 구멍갈파래는 쌓여있지 않았다. 그러나 이곳으로 오는 길의 해안가는 돌이 많은 지형이었는데, 무언가 붉은 것들로 뒤덮여 있어 차를 세우고 자세히 보았다. 정체는 바로 괭생이모자반이었다, 괭생이모자반도 해안으로 많이 밀려오는 골칫덩이 중 하나이다. 중국에서부터 엄청난 양이 밀려온다고 한다. 중간중간 쓰레기가 많이 섞여 있었다. 다음 장소로 가기 위해 해안로로 이동하는 동안에도 괭생이모자반이 계속 눈에 띄었다.

세화해수욕장 ⓒ파란


해안가로 밀려온 괭생이모자반 ⓒ파란
평대 해변
다음 평대 해변! 아주 깨끗한 모습이었다. 차 안에서 빠르게 기록하고 다음 해변으로 이동했다. 구멍갈파래가 가득 쌓여있던 다른 해변들도 원래의 깨끗한 모습이 궁금해졌다.

평대해변 ⓒ파란
월정 해수욕장
다음은 월정해수욕장이다. 구멍갈파래 없이 깨끗한 모습이었지만, 수면에 찰랑거리는 해조류를 보였다. 아직 밀려오기 전 떠다니는 파래들인가 싶었는데 정체는 바로 톳이었다! 올 봄에는 작년보다 수온이 낮아졌는데, 안보이던 해조류들이 다시 보이는 곳들이 있다고 쭈가 이야기해줬다. 좋은 일! 그리고 종달리의 모습처럼 적당한 양의 파래들로 볼 수 있었다.


월정 해수욕장 인근 톳과 파래 ⓒ파란
함덕 해수욕장 서우봉 해변
다음은 함덕 해수욕장 서우봉 해변이다. 그칠 줄 모르는 비에 우산을 다시 쓰고 차에서 내렸다. 해변으로 다가서니 아름다운 바다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밀려온 구멍갈파래 없이 깨끗한 모습이었다. 그러나 해변 끝으로 괭생이모자반이 모여있었다. 고요한 바다를 바라보다 고개를 돌리니 시야의 오른편으로 굴착기가 보였다. 혹시 가득 쌓인 구멍갈파래를 치웠던 기계일까? 괭생이모자반을 이곳에 끌어다 놓은 것일까? 생각했지만, 운전하시는 분이 없어 물을 수 없었다.

서우봉해변 ⓒ파란
그렇게 총 7곳의 해변 조사가 모두 끝이 났다. 신양섭지 해수욕장과 하도 해수욕장 2곳에서 구멍갈파래 급증 현상이 발견되었다. 조사한 해변마다 차이가 존재하는 이유가 궁금했는데, 우선 바다의 지형에 따라 차이가 존재한다고 한다. 신양 섭지 해수욕장은 만 형태에 양식장이 몰려 있어 급증 현상이 심각한 것으로 보인다.
끝.
글쓴이 인턴 박민하(산청 간디학교)
[박민하 인턴의 구멍갈파래 취재기]
1편 해안을 뒤덮은 구멍갈파래
안개가 자욱하게 낀 5월 21일, 세차게 내리는 비를 뚫고 쭈와 함께 제주의 북쪽으로 이동했다. 1시간 넘게 차를 타고 이동한 이유는, 바로 해안을 뒤덮은 구멍갈파래를 직접 눈으로 보기 위해서였다. 인턴 생활 첫날, 쭈에게 제주 바다가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또 파란이 하는 일에 대해 들었다. 전부 사라져가고만 있다고 생각했는데, 파래들이 오히려 너무 많아져 골칫덩이가 되었다니! 아름다운 해안을 전부 뒤덮었다니! 충격이었다. 아직도 심각한지 궁금했고, 사람들에게 다시 알리고 싶었다. 그렇게 구멍갈파래를 직접 눈으로 보기 위해 성산으로 향했다.
신양섭지 해수욕장
구멍갈파래 첫 조사 장소는 바로 신양섭지 해수욕장이다. ‘구멍갈파래가 많이 없으면 어떡하지’ 먼 곳까지 헛걸음하는 게 아닐까 걱정이 앞섰다. 파란 활동가들이 이전에 구멍갈파래 급증 현상을 조사한 때보다 조금 이른 시기였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앞선 걱정이 무색하게, 차에서 내리기도 전에 구멍갈파래로 가득 찬 모습이 창문 너머로 들어왔다. 신양 섭지 해수욕장을 검색하면 나오는, 아름다운 해변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 우선 밀려온 지 한참 되어 색이 변해 말라버린 구멍갈파래와 바다에서 막 밀려온 듯, 초록색 구멍갈파래들의 경계가 생겨 있었다. 얼른 이 광경을 사진으로 담았다.
신양섭지 해수욕장의 구멍갈파래 ⓒ파란
추적추적 내리는 비를 맞아 더욱 미끌미끌해진 구멍갈파래는 허벅지 정도의 높이까지 가득 쌓여있었다. 못지않게 중간중간 쓰레기도 많이 섞여 있었다. 해변 안쪽으로 들어가 막 밀려온 구멍갈파래를 가까이서 보고 싶었다. 하지만 높이 쌓인 파래들을 밟으니 미끄러져 구멍갈파래를 뒤집어서 쓸 것만 같았다. 멀리서 눈과 사진으로 담는 것에 만족하기로 했다. 사실 예전 조사 사진 만큼은 심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는데, 해변을 뒤덮었다는 말이 정말로 과장이 아니었다. 냄새도 엄청 심하다고 하는데, 감기에 걸려 코가 막힌 게 정말 정말 다행이었다.
구멍갈파래를 기록중인 박민하 인턴 ⓒ파란
차를 타고 다음 해변으로 이동하던 중 쭈의 말에 돌아보니, 줄줄이 자리 잡은 광어양식장을 볼 수 있었다. 제주보건환경연구원에 따르면 구멍갈파래 급증 원인은 담수에서 유입되는 질산성질소와 주변 양식장에서 유입되는 인(P) 성분이 영양물질로 작용해 부영양화가 일어나기 때문이라고 한다, 해변 쪽을 바라보니 그대로 바다에 버려지는 양식장 배출수도 볼 수 있었다. 바다로 흘러가는 배출수를 눈으로 보니 이유가 확 와닿았다.
종달항 해안로
다음 조사 장소는 종달항 해안로다. 아직 물이 안 빠지지 않아 근처에서 밥을 먹으며 기다렸다. 종달항은 신양 섭지의 구멍갈파래를 먼저 마주하고 나선 지 비교적 괜찮게 느껴졌다. 그리고 구멍갈파래가 아닌 다른 파래류로 보였다. 종달항 조사는 도요새와 쭉 함께했다. 울음소리가 마치 휘파람 소리 같았다. 쭈의 고장 난 망원경으로 도요새를 지켜보다 다음 하도로 이동했다.
종달항 해안로 ⓒ파란
도요새!! ⓒ파란
하도 해수욕장
다음은 하도 해수욕장이다. 하도도 구멍갈파래로 쭉 덮여있었다. 처음엔 해안로 다리 위에서 바라보았는데, 해변을 따라 띠 모양대로 밀려온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아래 해변으로 내려가 보니, 이곳도 먼저 밀려와 마른 파래와 밀려온 지 얼마 되지 않은 파래들이 경계가 만들어져 있었다. 신양 섭지 해수욕장만큼 두껍게 쌓여있는 정도는 아니었다.
하도 해안로와 해수욕장의 구멍갈파래 ⓒ파란
세화 해수욕장 인근
다음은 세화 해수욕장 인근을 차로 둘러보았다. 차를 대기 힘들고 비가 내려 조사에 불편함이 있었다. 세화해수욕장에 구멍갈파래는 쌓여있지 않았다. 그러나 이곳으로 오는 길의 해안가는 돌이 많은 지형이었는데, 무언가 붉은 것들로 뒤덮여 있어 차를 세우고 자세히 보았다. 정체는 바로 괭생이모자반이었다, 괭생이모자반도 해안으로 많이 밀려오는 골칫덩이 중 하나이다. 중국에서부터 엄청난 양이 밀려온다고 한다. 중간중간 쓰레기가 많이 섞여 있었다. 다음 장소로 가기 위해 해안로로 이동하는 동안에도 괭생이모자반이 계속 눈에 띄었다.
세화해수욕장 ⓒ파란
해안가로 밀려온 괭생이모자반 ⓒ파란
평대 해변
다음 평대 해변! 아주 깨끗한 모습이었다. 차 안에서 빠르게 기록하고 다음 해변으로 이동했다. 구멍갈파래가 가득 쌓여있던 다른 해변들도 원래의 깨끗한 모습이 궁금해졌다.
평대해변 ⓒ파란
월정 해수욕장
다음은 월정해수욕장이다. 구멍갈파래 없이 깨끗한 모습이었지만, 수면에 찰랑거리는 해조류를 보였다. 아직 밀려오기 전 떠다니는 파래들인가 싶었는데 정체는 바로 톳이었다! 올 봄에는 작년보다 수온이 낮아졌는데, 안보이던 해조류들이 다시 보이는 곳들이 있다고 쭈가 이야기해줬다. 좋은 일! 그리고 종달리의 모습처럼 적당한 양의 파래들로 볼 수 있었다.
월정 해수욕장 인근 톳과 파래 ⓒ파란
함덕 해수욕장 서우봉 해변
다음은 함덕 해수욕장 서우봉 해변이다. 그칠 줄 모르는 비에 우산을 다시 쓰고 차에서 내렸다. 해변으로 다가서니 아름다운 바다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밀려온 구멍갈파래 없이 깨끗한 모습이었다. 그러나 해변 끝으로 괭생이모자반이 모여있었다. 고요한 바다를 바라보다 고개를 돌리니 시야의 오른편으로 굴착기가 보였다. 혹시 가득 쌓인 구멍갈파래를 치웠던 기계일까? 괭생이모자반을 이곳에 끌어다 놓은 것일까? 생각했지만, 운전하시는 분이 없어 물을 수 없었다.
서우봉해변 ⓒ파란
그렇게 총 7곳의 해변 조사가 모두 끝이 났다. 신양섭지 해수욕장과 하도 해수욕장 2곳에서 구멍갈파래 급증 현상이 발견되었다. 조사한 해변마다 차이가 존재하는 이유가 궁금했는데, 우선 바다의 지형에 따라 차이가 존재한다고 한다. 신양 섭지 해수욕장은 만 형태에 양식장이 몰려 있어 급증 현상이 심각한 것으로 보인다.
끝.
글쓴이 인턴 박민하(산청 간디학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