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etter][박민하 인턴의 구멍갈파래 취재기] 2편 구멍갈파래 봉그깅(디프다제주 인터뷰)

2025-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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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하 인턴의 구멍갈파래 취재기]

2편 구멍갈파래 봉그깅


 구멍갈파래 현장취재(1편 해안을 뒤덮은 구멍갈파래) 이후에 구멍갈파래 급증의 대처방안에 대해 찾아보다가, 구멍갈파래를 수거해 밭에다 멀칭 재료로 쓰는 활동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멀칭의 효과가 있는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여러 궁금증을 나누기 위해 디프다제주 변수빈 대표님을 만나보았다.


디프다제주

그린 다이빙과 해양쓰레기 수거 캠페인 봉그깅을 진행하는 환경 보존 단체이다. 여러 차례 구멍갈파래 봉그깅을 진행해왔고, 올해는 아름다운 가게의 지원을 받아 구멍갈파래를 밭의 멀칭 재료로 사용해보고 그 효용성을 검증해보는 활동을 진행 중이다.



민하: 구멍갈파래 봉그깅을 어떻게 처음 시작하게 되셨을까요?

수빈 : 저희가 쓰레기 줍는 단체잖아요. 주 활동지는 서쪽이지만, 구멍갈파래가 많은 신창, 신양 습지나 오조, 성산 쪽도 자주 갔어요. 오조리 앞에 이름 없는 해변이 하나 있는데 제가 그 해변을 너무 좋아했어요. 제주도에서도 좀 다른 느낌의 해변이었는데, 지금은 거기를 못 가요. 


민하: 구멍갈파래 때문에요?

수빈 : 네. 한 5, 6년 전 이었던것 같아요. 해변이 너무 좋아서 다시 찾아갔더니 구멍갈파래가 엄청나게 창궐한 거죠. 냄새도 나고, 벌레도 많고 더 이상 제가 알고 있던, 아름다운 해변이 아니었어요. 왜 이렇게 됐을까가 첫 번째였어요.

두 번째는 4, 5월이 약간 뜨는 시기였어요. 쓰레기도 몰려오는 시기가 다른데, 11월 중순~2월은 제주시에, 6월 중순~9월은 또 서귀포에 와요. 3월엔 괭생이 모자반이 많이 밀려오고, 4, 5월엔 쓰레기가 별로 없어요. 쓰레기가 적으면 정말 좋은 거지만, 사람들은 그 시기만 보고 심각하지 않다고 느끼기도 하거든요. 그래서 그 시기가 되면 쓰레기 찾는 데 혈안이 돼 있어요.

예전엔 괭생이모자반이 봄에 몇백 톤씩 밀려오니까 시, 도에서 괭생이모자반을 수거해 농민들 밭에다 뿌렸대요. 그런데 그 작업을 어느 순간 안 하더라고요. 포크레인으로 한 번에 수거하는데 쓰레기가 섞이니까 구분하지 못한다더라고요. 우리는 쓰레기를 손으로 줍는 사람들이니까 ‘우리는 구분할 수 있는데...’라는 생각을 했어요. 해조류를 비료로 쓸 수 있다는 개념을 그때 알게 됐어요. 그 즈음 이니스프리에서 5, 6월에 쓰레기를 줍고 싶다고 하더라고요. 쓰레기가 없으니까 구멍갈파래를 밭으로 보내는 작업을 제안했고, 그렇게 시작하게 되었어요.


민하: 그럼 그 시기에 밭으로 보내는 작업을 처음 하게 된 건가요?

수빈 : 사실 그전에도 수거 작업은 할 수 있었는데 뿌릴 밭이 없어서 진행을 못했어요. 원래는 해양 폐기물을 수거하면 읍면 사무소에 신고해서 처리해요. 근데 '구멍갈파래는 폐기물은 아니니까 집하장에 갈 수 없으니, 신양 섭지 마을에 예산을 주고 알아서 처리해야 한다. 도나 읍면 사무소에서는 처리할 예산이 없다’ 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자연그대로 농민장터라고 생태 농업을 하시는 분들에게 전화를 드렸어요. 조천 여성 농민회 밭에 뿌려 볼 수 있을 것 같다고 하시더라고요. 조금 마른 것들을 수거해 밭에다 뿌렸어요. 비료로 뿌리는 것과 멀칭 재료로 쓰는 거 2가지가 있어요. 구멍갈파래가 비닐과 비슷해서 멀칭이 잘 될 것 같다 해서 시작했죠. 여성 농민회에서 생태 농업을 하고 있고, 실험해볼 가치가 있는 것 같다고 하셨고, 그걸 시작으로 자연그대로 농민장터 분들이랑 연계해서, 밭에 필요하다 하시면 저희가 이제 수거해서 뿌리고, 이런 식으로 작년엔 네 차례 정도 진행했어요. 

올해도 수거 작업을 해요. 아름다운 가게 재단에 지원 사업으로 진행하는데, 재단에서는 이게 실제로 효용성이 있는지를 먼저 연구하면 좋겠다 해서 연구와 자문에 더 집중되어 있고, 활동은 8번 정도로 정했어요. 


민하: 그럼 이제 시, 도에서는 구멍갈파래나 괭생이모자반 수거 작업을 아예 안 하는 건가요?
수빈 : 찾아봤더니 구멍갈파래나 괭생이모자반이 비료, 화장품, 사료 첨가제로 효과가 있다고 연구했더라고요. 좀 웃긴 게 한 10년 전부터 이 과정이 벌써 세 번째예요. 문제를 발견하고 연구해서 활용법을 찾고 조용해졌다가, 다시 또 연구하고 이게 끝인 거예요. 다음 스텝으로 넘어가야 하는데 연계가 잘 안 돼요. 

자문받아보니까 쓰레기가 섞이지 않은 아주 깨끗한 원물을 갖추는 게 중요한데 그게 쉽지 않대요. 쓰레기가 섞여 있으니 수거에 인력이 들고, 금액이 껑충 뛰는 거예요. 고부가가치가 안 되는 거죠. 저렴한 가격에 데려와 만들어 팔아야 하는데 이 자체가 너무 돈이 많이 들다 보니까 사람들이 선택하지 않는 거죠. 화학 비료는 아주 싸잖아요. 해조류로 만들면 좋지만, 농민 입장에서는 너무 비싼 거예요. 그래서 시스템화에는 어려움이 있었다고 하시더라고요.
도에서 수거 사업은 하지만 그걸 다 폐기하고 있는 거죠. 지금 도에서는 해양 자원 순환 센터를 만든다는 이야기가 있어요. 해조류, 소라 껍데기 이런 해양 자원을 가져와서 세척하고 분류, 정제한다는 건데 사실은 언제 만들어질지 몰라요. 저희 활동으로 사람들에게 알리고, 계속 요구하면 도에서 만들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어요.


민하: 그럼 구멍갈파래를 멀칭 재료로 쓸 때 거쳐야 하는, 필요한 과정이 있을까요?

수빈 : 사실은 저희도 농사를 안 짓고, 잘 모르잖아요. 바다에서 온 게 소금기가 있어서 작물에 어떤 영향을 줄지 모르기에 올해 그런 걸 연구하는 거예요. 저희 자문위원 중에서 제주도 역사를 잘 아시는 연구원이 계세요. 옛날에 제주에서 해조류를 어떻게 발효해서 어떻게 밭에 뿌렸고 어떤 밭에 뿌렸는지 이런 걸 다 아세요. 일단 역사적으로는 모래밭에는 바로 뿌렸대요. 또 ‘눌’이라는 방식이 있는데 얘를 걷어서 말릴 때 이제 어디에다가 딱 놔두고 그 위에다 또 이렇게 겹겹이 쌓아 올리는 거예요. 미생물이 발효하게 만들고, 비를 맞아서 소금기가 살짝 빠지게 만든 다음 비료로 뿌리는 방식인 것 같아요. 멀칭은 재료로 쓰려면 수거해서 바로 뿌리면 돼요.


민하: 구멍갈파래로 멀칭을 했을 때 효과는 어떤가요?

수빈 : 저희가 올해 그걸 연구해보려고 해요. 멀칭으로 바로 올리는 방식, 눌로 하는 방식, 그리고 아무것도 안 하는 세 가지로 구분해서 각각 밭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파악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저희가 이전에 구멍갈파래로 멀칭한 밭과 하지 않았던 밭을 비교했을 때 구멍갈파래 멀칭한 밭이 훨씬 영양이 좋았어요. 뿌린 곳과 안 뿌린 곳의 흙만 봤는데도 차이가 있었으니 올해 세 가지로 실험하면 효과를 제대로 확인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눌로 하는 건 역사적으로 이미 해왔기에 좋을 거로 생각해요. 저희는 소량이지만 사업화하거나 여러 농가에 보내려고 하면 공간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은 들어요. 원래는 바로 뿌리면 되지만 눌은 어딘가에 쌓아놔야 하고, 그러면 냄새가 날 테니 이런 문제들을 고민해야 하는 거죠. 저희가 사업까진 힘드니 해 줄 곳을 찾아야겠죠. 


민하: 아까 쓰레기 줍는 것보다 훨씬 힘들다고 하셨잖아요. 그렇다면 수거 작업을 진행하며 어려움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수빈 : 일단 무게가 너무 많이 나가요. 쓰레기는 골라낸다면 얘는 다 모아서 또 다 담아야 하고 냄새도 심해요. 쓰레기도 냄새가 나지만, 구멍갈파래는 다른 차원의 냄새가 나요. 저는 비위가 좋아서 괜찮은데, 이제 비위가 안 좋으신 분은 중간에 계속 (우욱) 이러시기도 해요.
한 번은 저희가 트럭이 필요해서 농부님에게 부탁을 드렸는데, 그 트럭을 구멍갈파래가 되게 두껍게 쌓인 곳에다가 밀어 넣으신 거예요. 그때 트럭에 냄새가 배서 자기 못하겠다고, 냄새가 너무 심하다면서 앞으로 안 될 것 같다고 그러시는 일도 있었어요. (웃음) 또 구멍갈파래 중간중간 쓰레기들이 엄청 많아서 그걸 구분하는 게 쉽지 않죠.


민하: 오래 쌓여 말라버린 구멍갈파래도 냄새가 심한가요? 수거하지 않으면 냄새 말고 또 어떤 피해가 있는지 궁금해요.

수빈 : 나죠. 나죠. 우도도 심한데 다 쓰레기가 섞여 있어요. 신양 섭지 같은 곳은 구멍갈파래가 너무 많으면 모래를 다 뒤집어요. 그러면 그 속에 사는 생물들이 피해를 보고 그러죠. 근데 가만히 둬도 문제가 있어요. 가만히 두면은 구멍갈파래가 숨 쉬는 걸 방해해서 모래가 검게 변해요. 모래가 시커멓게 되거든요.


민하: 그럼 매번 구멍갈파래 봉그깅을 진행하실 때, 멀칭 재료로 쓸 정도의 양을 수거하시는 건가요?

수빈 : 네. 매번 멀칭 재료로 사용할 정도만 수거하고 있어요. 근데 밭에서 작업해보니 수거한 양보다 더 많은 양을 쓸 수 있더라고요. 사실 그래서 지금 양보다 더 많이 수거해도 돼요. 수거하는 게 쉽지 않아서 그렇지…. 힘들지만 않으면 더 많이 수거할 수 있어요. 


민하: 멀칭 재료로 사용하는 것 이외에 구멍갈파래를 활용하거나 다른 방안을 생각해보신 게 있을까요?

수빈 : 일단 제일 중요한 건 깨끗한 원물이에요. 쓰레기가 섞이지 않은 구멍갈파래를 구해야 비료든 사료든 만들 수 있어요. 구멍갈파래는 소 사료 첨가제로도 쓰여요. 원래 사료를 만들려고 했는데 구멍갈파래가 건강해서 그런지 소가 살이 안 쪄서 첨가제로 개발했대요. 괭생이 모자반은 살균 효과가 있어서 화장품에 쓰일 거에요. 

저는 어쨌든 옛날 분들이 어떻게 했는지가 되게 중요하다고 보거든요. 우리가 그냥 요즘 화학 비료 같은 편리성에 그 지혜를 잊고 살아서 그렇지, 이미 살아온 지혜가 있고, 그게 되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자문받은 선생님께서 얘기해 주신 부분들을 많이 참고하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디프다제주의 구멍갈파래를 생태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여러 노력을 볼 수 있었다. 수빈 님의 말처럼 과거의 지혜로 제주 바다를 지켜낼 수 있다면 좋겠다. 디프다제주의 활동을 정말 응원하는 마음이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구멍갈파래의 여러 연구가 진행되었지만, 다음 단계로 이어지기 어려운 부분이 많았다. 그렇지만 지금처럼 일시적인 수거만 하는 것에는 분명한 한계가 존재한다. 제주시는 최근 양식장 배출수 수질오염 집중 조사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점검 인력이 부족해 2~3명의 인력으로 제대로 된 조사가 이뤄질지 의문이라고 보는 시각이 많다. 제주 연안 환경과 주변 생물들을 보호하기 위해선 우선 점검부터 잘 이루어져야 한다. 더 나아가 급증 현상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 양식장 배출수에 대한 수질 기준과 규제를 강화하고, 명백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간디학교 박민하(왼), 디프다제주 변수빈 대표님(우) ⓒ박민하


글쓴이. 인턴 박민하(산청 간디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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