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는 늘 나에게 묻는다
임선영 ((사)오션케어 사무국장)

©임선영
제주의 바다는 언제 보아도 다르다.
계절마다, 시간마다, 그리고 그날의 바람과 물결에 따라 매번 새로운 얼굴을 하고 나를 맞이한다.
제주 바다에 서면, 검푸른 물결 너머로 세월을 견뎌온 화산섬들이 굽이굽이 이어지고, 발밑에는 그동안 알지 못했던 낯선 세계가 펼쳐진다.
나는 매주 수중과 해안 정화 활동을 통해 바다를 만난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내게 바다는 단순한 풍경이 아닌, 우리가 흘리고 버린 흔적을 마주하는 자리이자, 그 흔적을 지우기 위한 약속의 장소가 되었다.
쓰레기를 줍기 위해, 그리고 우리가 남긴 발자국을 찾기 위해, 나는 다시 바다를 찾는다.


©임선영
내가 만나는 바다는, 물속에 들어가야만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 있다.
눈에 잘 띄지 않는 투명한 비닐 조각, 바위틈에 걸린 낚싯줄, 이미 잘게 부서져 미세 플라스틱이 된 파편들.
그리고 더 깊은 곳으로 내려가면, 거대한 해양쓰레기들이 물결에 따라 유연하게 춤추듯 흔들리고 있다.
이 쓰레기들은 바닷속 생명들에게 단순히 낯선 존재가 아니다.
해조류에 걸려 움직임을 막고, 뿔소라와 물고기들이 폐그물에 몸을 묶인 채 몸부림치거나 서서히 죽어간다.
거북이의 몸을 죄어오고, 해파리로 착각한 비닐봉지는 거북이의 뱃속으로 들어간다.
크고 작은 플라스틱과 낚싯줄은 물고기의 배 속을 채우고, 대형 해양쓰레기들은 선박의 스크류에 감겨 사람들에게도 위협이 된다.
바닷속 풍경은 생각보다 훨씬 복잡하고, 눈에 보이지 않는 고통으로 가득 차 있다.
제주의 바다에서 처음 정화 활동을 시작했을 때, 내 마음은 단순했다.
그저 ‘바다를 깨끗하게 하고 싶다’는 생각뿐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나조차 예상치 못했던 질문과 마주하게 되었다.
“왜 바다는 이렇게까지 아플까?”
그리고 “이 아픈 바다를 지키는 일이 정말 가능할까?”
그 질문들의 답은 아직도 찾는 중이다.
그럼에도 분명히 깨달은 것이 하나 있다.
바다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빠르게 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기후변화로 수온이 오르고, 산호들이 병들어가고, 서귀포 연안의 어종 분포도 해마다 달라진다.
눈에 보이는 변화만이 전부가 아니다.
해양폭염, 해류의 속도, 물의 투명도, 그리고 바닷속 미세한 생태계의 작은 흔들림까지 —
모두 다 바다가 아프다는 신호처럼 나에게 전해진다.
어느 날은, 정화 활동을 하던 중 손바닥만 한 산호 조각이 산산이 부서져 있는 걸 발견했다.
죽은 거북이가 물 위를 떠다니고, 새들이 쓰레기 더미에 뒤엉킨 채 해변에 스러져 있는 모습을 볼 때면,
이런 비극이 반복되고 쌓이면 결국 되돌릴 수 없는 상처가 된다는 사실을 절감한다.
그 순간 깨달았다.
바다를 위협하는 건 눈앞에 보이는 ‘큰 쓰레기’만이 아니라는 것을.
우리가 무심코 흘려보내는 작은 플라스틱, 생활하수, 그리고 기후변화를 부추기는 우리의 습관과 태도 —
그 모든 것들이 바다를 조금씩, 그러나 확실하게 병들게 하고 있다는 것을.

©임선영
바다를 지키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우리는 매번 정화 활동을 하지만, 다음 주가 되면 또다시 쓰레기와 마주한다.
누군가는 묻는다. “그건 끝없는 싸움 아니냐”고.
나도 때로는 지친다.
하지만 이 활동을 멈출 수 없는 이유는 분명하다.
바다는 여전히 아름답고, 여전히 숨 쉬고 있으며, 우리의 작은 손길을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바다를 통해 많은 것을 배운다.
자연이 얼마나 오래 견디는지, 그리고 우리의 무관심이 얼마나 깊은 상처가 되는지를.
그리고 바다는 늘 나에게 묻는다. “너는 진짜로 나를 보고 있니?”
바닷가에 서서 쓰레기를 줍는 순간, 나는 단순한 활동가가 아니라 바다를 지키고 싶은 한 사람의 ‘생활자’가 된다.
바다를 만나는 방법은 꼭 거창할 필요가 없다. 여행 온 누군가가 작은 쓰레기를 주워도 좋고, 일회용 컵 대신 텀블러를 챙겨도 좋다.
그런 작은 행동들이 쌓여 바다를 살릴 수 있다는 믿음, 그 믿음이 오늘도 나를 다시 바다로 이끈다.
나는 바다의 변화를 이야기하고 싶다. 그리고 그 변화를 멈추기 위해 함께 행동하자고 말하고 싶다.
바다의 소중함은 결코 먼 이야기가 아니다. 제주를 찾는 수많은 사람들에게도, 지금 이 글을 읽는 당신에게도 바로 닿아 있다.
아직 늦지 않았다.
우리의 작은 선택이 바다를, 그리고 그 안의 수많은 생명을 지킬 수 있다.
이것이 내가 바다를 만나는 방법이다.
그리고 당신만의 ‘바다를 만나는 방법’도 꼭 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바다는 늘 나에게 묻는다
임선영 ((사)오션케어 사무국장)
©임선영
제주의 바다는 언제 보아도 다르다.
계절마다, 시간마다, 그리고 그날의 바람과 물결에 따라 매번 새로운 얼굴을 하고 나를 맞이한다.
제주 바다에 서면, 검푸른 물결 너머로 세월을 견뎌온 화산섬들이 굽이굽이 이어지고, 발밑에는 그동안 알지 못했던 낯선 세계가 펼쳐진다.
나는 매주 수중과 해안 정화 활동을 통해 바다를 만난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내게 바다는 단순한 풍경이 아닌, 우리가 흘리고 버린 흔적을 마주하는 자리이자, 그 흔적을 지우기 위한 약속의 장소가 되었다.
쓰레기를 줍기 위해, 그리고 우리가 남긴 발자국을 찾기 위해, 나는 다시 바다를 찾는다.
©임선영
내가 만나는 바다는, 물속에 들어가야만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 있다.
눈에 잘 띄지 않는 투명한 비닐 조각, 바위틈에 걸린 낚싯줄, 이미 잘게 부서져 미세 플라스틱이 된 파편들.
그리고 더 깊은 곳으로 내려가면, 거대한 해양쓰레기들이 물결에 따라 유연하게 춤추듯 흔들리고 있다.
이 쓰레기들은 바닷속 생명들에게 단순히 낯선 존재가 아니다.
해조류에 걸려 움직임을 막고, 뿔소라와 물고기들이 폐그물에 몸을 묶인 채 몸부림치거나 서서히 죽어간다.
거북이의 몸을 죄어오고, 해파리로 착각한 비닐봉지는 거북이의 뱃속으로 들어간다.
크고 작은 플라스틱과 낚싯줄은 물고기의 배 속을 채우고, 대형 해양쓰레기들은 선박의 스크류에 감겨 사람들에게도 위협이 된다.
바닷속 풍경은 생각보다 훨씬 복잡하고, 눈에 보이지 않는 고통으로 가득 차 있다.
제주의 바다에서 처음 정화 활동을 시작했을 때, 내 마음은 단순했다.
그저 ‘바다를 깨끗하게 하고 싶다’는 생각뿐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나조차 예상치 못했던 질문과 마주하게 되었다.
“왜 바다는 이렇게까지 아플까?”
그리고 “이 아픈 바다를 지키는 일이 정말 가능할까?”
그 질문들의 답은 아직도 찾는 중이다.
그럼에도 분명히 깨달은 것이 하나 있다.
바다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빠르게 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기후변화로 수온이 오르고, 산호들이 병들어가고, 서귀포 연안의 어종 분포도 해마다 달라진다.
눈에 보이는 변화만이 전부가 아니다.
해양폭염, 해류의 속도, 물의 투명도, 그리고 바닷속 미세한 생태계의 작은 흔들림까지 —
모두 다 바다가 아프다는 신호처럼 나에게 전해진다.
어느 날은, 정화 활동을 하던 중 손바닥만 한 산호 조각이 산산이 부서져 있는 걸 발견했다.
죽은 거북이가 물 위를 떠다니고, 새들이 쓰레기 더미에 뒤엉킨 채 해변에 스러져 있는 모습을 볼 때면,
이런 비극이 반복되고 쌓이면 결국 되돌릴 수 없는 상처가 된다는 사실을 절감한다.
그 순간 깨달았다.
바다를 위협하는 건 눈앞에 보이는 ‘큰 쓰레기’만이 아니라는 것을.
우리가 무심코 흘려보내는 작은 플라스틱, 생활하수, 그리고 기후변화를 부추기는 우리의 습관과 태도 —
그 모든 것들이 바다를 조금씩, 그러나 확실하게 병들게 하고 있다는 것을.
©임선영
바다를 지키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우리는 매번 정화 활동을 하지만, 다음 주가 되면 또다시 쓰레기와 마주한다.
누군가는 묻는다. “그건 끝없는 싸움 아니냐”고.
나도 때로는 지친다.
하지만 이 활동을 멈출 수 없는 이유는 분명하다.
바다는 여전히 아름답고, 여전히 숨 쉬고 있으며, 우리의 작은 손길을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바다를 통해 많은 것을 배운다.
자연이 얼마나 오래 견디는지, 그리고 우리의 무관심이 얼마나 깊은 상처가 되는지를.
그리고 바다는 늘 나에게 묻는다. “너는 진짜로 나를 보고 있니?”
바닷가에 서서 쓰레기를 줍는 순간, 나는 단순한 활동가가 아니라 바다를 지키고 싶은 한 사람의 ‘생활자’가 된다.
바다를 만나는 방법은 꼭 거창할 필요가 없다. 여행 온 누군가가 작은 쓰레기를 주워도 좋고, 일회용 컵 대신 텀블러를 챙겨도 좋다.
그런 작은 행동들이 쌓여 바다를 살릴 수 있다는 믿음, 그 믿음이 오늘도 나를 다시 바다로 이끈다.
나는 바다의 변화를 이야기하고 싶다. 그리고 그 변화를 멈추기 위해 함께 행동하자고 말하고 싶다.
바다의 소중함은 결코 먼 이야기가 아니다. 제주를 찾는 수많은 사람들에게도, 지금 이 글을 읽는 당신에게도 바로 닿아 있다.
아직 늦지 않았다.
우리의 작은 선택이 바다를, 그리고 그 안의 수많은 생명을 지킬 수 있다.
이것이 내가 바다를 만나는 방법이다.
그리고 당신만의 ‘바다를 만나는 방법’도 꼭 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