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가에 살면
신수연 (해양시민과학센터파란 센터장)
"작고 반짝이는 걸 찾고 있어"
주말엔 무얼 하는지 바닷가에 살면 어떠한지 질문을 가끔 받습니다. 귤꽃향을 실컷 맡았다든가, 바다에 뜬 갈치잡이 배의 간격을 가늠한다든가, 방바닥에 누워 달빛을 쐬고 있다는 답을 했는데 새로운 놀 거리가 생겼습니다. 개오지입니다.

바다에서 주웠다며 동료가 내민 제주개오지 패각을 보고 냉큼 빼앗아 손에 쥐었습니다. 갈색에 흰 반점들, 둥글고 단단하며 광택이 나는 모습이 귀엽고 신기합니다. 국립해양생물자원관에서 보내는 '이달의 해양생물' 포스터를 사무실에 붙여두곤 하는데, 마침 제주 개오지 포스터도 보입니다. '개오지'는 사람이 주먹을 쥔 듯한 모양에 밑으로는 길고 좁은 틈이 있고 양쪽으로 작은 돌기들이 나있습니다. 연체동물의 한 종류로 배에 발이 달렸다는 복족류(腹足類)입니다. 그 뒤로 스쿠버다이빙을 하면 수중 암반 틈을 살펴보고, 바닷가를 걸을 때면 조수웅덩이에 개오지가 있는지 찾아보게 됩니다.
'자세히 보아야/예쁘다// 오래 보아야/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나태주 시인의 시처럼 개오지를 자꾸 들여다보고 도감을 확인하다 보니 참 사랑스러운 아이들입니다. 하나씩 패각을 줍다 보니 제주개오지, 홍옥수 개오지, 새흰띠두더지 개오지, 은하수개오지, 별개오지, 노랑테두리개오지를 수집하게 되었습니다. 특히 노랑테두리개오지는 부모님 집 티브이 옆 장식용 유리병 안에서 발견했습니다. 1-2cm가량의 작은 조개와 고동껍데기가 가득 든 20년도 더 된 유리병은 늘 그 자리에 있던, 보이지만 보지 않던 물건이었는데 말이지요. 출처를 묻자 엄마는 오래전 여행 갔을 때, 제주 바닷가에서 주운 조개껍데기들이라고 합니다. 아름다운 무늬와 반짝이는 광택의 패각이 온전한 이유가 궁금했는데 살아있을 때 개오지는 자주 외투막으로 껍데기를 감싸고 있어서 패각이 잘 보존되어 있다고 해요. 종종 상처가 나있거나 드릴로 작은 구멍을 뚫은 듯 포식자 문어 등의 공격을 받은 것도 있긴 합니다. 아쉽게도 전 아직 살아있는 개오지를 만나지는 못했습니다.
(좌)화폐로 사용된 개오지 ©나무위키, (우)틈틈이 제주바다에서 수집한 개오지들 ©부시리
"작고 반짝이는 거라고 해서 웬일인가 했더니... 정말 일관되게 쓸모없는 것만 좋아하는구나" 안부를 묻는 친구에게 신나게 개오지 이야기를 들려주니 악의 없이 웃습니다.
어허, 쓸모가 없다니, 개오지는 세계 곳곳에서 고대 화폐로 사용되던 아이야. 화폐의 기원에서 늘 배우던 조개 화폐의 조개, 그게 바로 개오지라고. 돈이나 재물에 관계된 글자에는 조개 패(貝), 즉 개오지가 다 스며있어.
큰소리를 치는 저에게 친구는 가상화폐 투자 정보를 말하는 시대에, 고대 화폐 이야기를 들으니 신선하다고 말합니다.
우도 어느 식당 벽면에 수집된 제주개오지 패각들을 보고, 저도 개오지를 좋아해요, 하고 말 걸자 식당 주인아저씨는 2개를 꺼내어줍니다. 하나는 외로우니 두 개 가져요, 신나는 순간입니다. 예전엔 해녀 어머니가 물질하다가 1cm 가량 작은 개오지 패각들을 주워 공깃돌 삼아 놀라면서 아이들에게 가져다주기도 했다고 해요.
사회적 약속과 해야 할 일들을 하고 난 뒤 주어진, 그 얼마 안 되는 시간에 무엇을 하시나요? 그 시간만큼은 시선이 머물고 마음이 가는 것에 빠져 오롯이 놀아보는 건 어떨지. 유희의 시간이야말로 나를 나답게 하는 순간일 테니까요. 우리의 이번 여름, 아름답고도 무용한, 재밌는 순간들이 깃들기를 바라봅니다.
바닷가에 살면
신수연 (해양시민과학센터파란 센터장)
"작고 반짝이는 걸 찾고 있어"
주말엔 무얼 하는지 바닷가에 살면 어떠한지 질문을 가끔 받습니다. 귤꽃향을 실컷 맡았다든가, 바다에 뜬 갈치잡이 배의 간격을 가늠한다든가, 방바닥에 누워 달빛을 쐬고 있다는 답을 했는데 새로운 놀 거리가 생겼습니다. 개오지입니다.
바다에서 주웠다며 동료가 내민 제주개오지 패각을 보고 냉큼 빼앗아 손에 쥐었습니다. 갈색에 흰 반점들, 둥글고 단단하며 광택이 나는 모습이 귀엽고 신기합니다. 국립해양생물자원관에서 보내는 '이달의 해양생물' 포스터를 사무실에 붙여두곤 하는데, 마침 제주 개오지 포스터도 보입니다. '개오지'는 사람이 주먹을 쥔 듯한 모양에 밑으로는 길고 좁은 틈이 있고 양쪽으로 작은 돌기들이 나있습니다. 연체동물의 한 종류로 배에 발이 달렸다는 복족류(腹足類)입니다. 그 뒤로 스쿠버다이빙을 하면 수중 암반 틈을 살펴보고, 바닷가를 걸을 때면 조수웅덩이에 개오지가 있는지 찾아보게 됩니다.
'자세히 보아야/예쁘다// 오래 보아야/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나태주 시인의 시처럼 개오지를 자꾸 들여다보고 도감을 확인하다 보니 참 사랑스러운 아이들입니다. 하나씩 패각을 줍다 보니 제주개오지, 홍옥수 개오지, 새흰띠두더지 개오지, 은하수개오지, 별개오지, 노랑테두리개오지를 수집하게 되었습니다. 특히 노랑테두리개오지는 부모님 집 티브이 옆 장식용 유리병 안에서 발견했습니다. 1-2cm가량의 작은 조개와 고동껍데기가 가득 든 20년도 더 된 유리병은 늘 그 자리에 있던, 보이지만 보지 않던 물건이었는데 말이지요. 출처를 묻자 엄마는 오래전 여행 갔을 때, 제주 바닷가에서 주운 조개껍데기들이라고 합니다. 아름다운 무늬와 반짝이는 광택의 패각이 온전한 이유가 궁금했는데 살아있을 때 개오지는 자주 외투막으로 껍데기를 감싸고 있어서 패각이 잘 보존되어 있다고 해요. 종종 상처가 나있거나 드릴로 작은 구멍을 뚫은 듯 포식자 문어 등의 공격을 받은 것도 있긴 합니다. 아쉽게도 전 아직 살아있는 개오지를 만나지는 못했습니다.
(좌)화폐로 사용된 개오지 ©나무위키, (우)틈틈이 제주바다에서 수집한 개오지들 ©부시리
"작고 반짝이는 거라고 해서 웬일인가 했더니... 정말 일관되게 쓸모없는 것만 좋아하는구나" 안부를 묻는 친구에게 신나게 개오지 이야기를 들려주니 악의 없이 웃습니다.
어허, 쓸모가 없다니, 개오지는 세계 곳곳에서 고대 화폐로 사용되던 아이야. 화폐의 기원에서 늘 배우던 조개 화폐의 조개, 그게 바로 개오지라고. 돈이나 재물에 관계된 글자에는 조개 패(貝), 즉 개오지가 다 스며있어.
큰소리를 치는 저에게 친구는 가상화폐 투자 정보를 말하는 시대에, 고대 화폐 이야기를 들으니 신선하다고 말합니다.
우도 어느 식당 벽면에 수집된 제주개오지 패각들을 보고, 저도 개오지를 좋아해요, 하고 말 걸자 식당 주인아저씨는 2개를 꺼내어줍니다. 하나는 외로우니 두 개 가져요, 신나는 순간입니다. 예전엔 해녀 어머니가 물질하다가 1cm 가량 작은 개오지 패각들을 주워 공깃돌 삼아 놀라면서 아이들에게 가져다주기도 했다고 해요.
사회적 약속과 해야 할 일들을 하고 난 뒤 주어진, 그 얼마 안 되는 시간에 무엇을 하시나요? 그 시간만큼은 시선이 머물고 마음이 가는 것에 빠져 오롯이 놀아보는 건 어떨지. 유희의 시간이야말로 나를 나답게 하는 순간일 테니까요. 우리의 이번 여름, 아름답고도 무용한, 재밌는 순간들이 깃들기를 바라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