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라우를 지나, 다시 제주에서
-전직 스노클링 가이드가 바다를 만나는 방법-
박지정(파란 산호탐사대원)
"여름이 가장 선명하게 다가오는 순간은, 바다에 풍덩! 들어가는 그 찰나일 것이다."
안녕, 나의 여름
본격적인 여름이 시작되었다. 매해 여름이 오면 바다를 만나는 특별한 기억들을 꺼내보곤 한다. 바다와 가장 가까이 지냈던 시간들, 그리고 다시 바다를 만나러 가기 위해 준비하는 루틴들까지. 오늘은 그 중에서도 ‘늘 여름인 바다’에서의 시간과, 그 시간을 통해 내 안에 자연스레 자리 잡은 바다를 맞이하는 방식들을 살며시 풀어보고자 한다.

(Ngarachelong, Palau ©박지정)
1년 내내 여름인 곳, 팔라우
필리핀과 괌 사이 바다 위에 자리한 섬나라에서 1년 가까이 스노클링 가이드로 지낸 적이 있다. 그곳의 바다는 늘 여름이고, 매일이 바다와 함께 시작되어 바다로 끝이 난다. 그날의 날씨와 바다 상황 등을 고려해, 가장 좋은 스노클링 루트를 계획하고, 바다에서 즐기기 위한 장비를 챙겨 보트에 몸을 싣는다. 보트가 바다를 가르며 달리기 시작하면,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신선해서 그 순간 마음까지 매우 시원해진다. 맑고 푸른 초록빛 바다에서 하얀 진흙을 온몸에 바르기도 하고, 형형색색의 산호와 물살이들, 그리고 여름 햇살에 반짝이는 바닷속 풍경을 깊이 감상하며 스노클링을 즐긴다. 간조 때만 나타나는 비밀의 롱비치도 운이 좋으면 만날 수 있다.
아름다운 바다를 온전히 누리기 위한 마음가짐
이렇게 바다를 즐기기 위해선, 바다에서 생길 수 있는 위험을 알아차리고 조심스레 벗어나는 지혜와 그 존재를 존중하는 마음이 필요하다. 헤엄칠 때 우리는 산호에 발이 닿지 않도록 항상 거리를 두며, 트리거피쉬나 블루보틀(작은부레관해파리)과 같은 주의가 필요한 존재들 또한 다가가지 않도록 조심하면 문제는 생기지 않는다. 바다를 진정으로 즐기는 것은, 그 존재를 배려하고 아끼는 마음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한다.
바다 위에서 배운 쉼
팔라우의 락 아일랜드에는 버섯처럼 독특하게 생긴 섬들이 있다. 그 덕분에 섬과 바다 사이에는 자연스레 그늘이 드리워지고, 그 안에 마치 호수처럼 둘러싸인 마린 레이크가 있다. 이곳은 파도 하나 없이, 잔잔하고 고요하다. 섬의 그늘 아래, 조용히 멈춰 서서,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와 햇살이 비추어 윤슬이 팔랑팔랑 빛나는 호수를 가만히 바라본다. 카약 위에 몸을 눕히자, 자연 속에서의 쉼을 오롯이 느끼며 조용히 그곳에 머무를 수 있었다. 마린 레이크의 새들과 식물, 그리고 문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어느새 햇살이 점점 강해지고 피부에 땀이 맺힌다. 그때, 망설임 없이 ‘풍덩!’ 몸을 맡겨 바닷속으로 들어간다. 물은 놀라울 만큼 맑고, 수심은 발끝으로 닿을 듯 얕았다. 산호 사이사이엔 작은 생명들이 숨어 있었고, 마치 다른 세상에 온 듯, 잠시 숨을 참으며 조용히 그곳에 머무르니, 기분이 몽실몽실해지면서 점점 마음이 편안해짐을 느낄 수 있었다.

(Mandarin Fish Lake, Palau ©박지정)
팔라우를 지나, 다시 제주에서 바다를 만나다
팔라우에서 돌아오고 제주에 오기까지 몇 년 동안 바다를 제대로 보지 못해서였을까, 자주, 틈만 나면 중얼거린다.
“바다 보고 싶다.” “오늘 같은 날, 바다 들어가면 딱 좋을 텐데!”
이 말들이 입에 붙어, 어느 순간부터 언제든 바다에 들어갈 준비를 하는 사람이 되었다. 현관 한 켠, 혹은 차 안엔 늘 ‘나만의 바다 키트’가 놓여 있다. 방수 백팩 안에는 스노클링 장비와 소금기를 가볍게 씻어낼 민물병, 물에 젖은 몸을 덮어줄 타올 판초, 그리고 카시트를 덮기 위한 커다란 우비까지. 어떤 순간에 바다에 들어가고 싶어질지 모르기에 늘 준비해둔다. 이 바다 키트는 해변가에서 달리기를 한 후, 몸의 열을 식히기 위해 바다에 들어갈 때도 자주 사용된다. 만약 잔잔한 날의 바다를 만난다면, 몸의 힘을 모두 빼고 수면 위에 누워 보기를. 가만히 하늘을 바라보며, 둥실둥실 떠 있으면, 머릿속의 근심도, 어깨 위의 무게감도 모두 사라질 것이다.
바다를 누린 뒤에는 머물게 해준 바다를 위해, 내가 지나간 흔적을 조용히 지우고, 일상으로 돌아오자.
이번에 이렇게, 나의 방식을 소개해보았다. 서로 다른 방식으로 바다를 마주하더라도, 모두가 빛나는 바다를 맞이하길.
그리고 바다에서 보내는 순간들이 아름다운 추억으로 마음 한편에 남아, 여러분의 힘이 되길 바란다.

(사계해변, 제주도 ©박지정)
팔라우를 지나, 다시 제주에서
-전직 스노클링 가이드가 바다를 만나는 방법-
박지정(파란 산호탐사대원)
"여름이 가장 선명하게 다가오는 순간은, 바다에 풍덩! 들어가는 그 찰나일 것이다."
안녕, 나의 여름
본격적인 여름이 시작되었다. 매해 여름이 오면 바다를 만나는 특별한 기억들을 꺼내보곤 한다. 바다와 가장 가까이 지냈던 시간들, 그리고 다시 바다를 만나러 가기 위해 준비하는 루틴들까지. 오늘은 그 중에서도 ‘늘 여름인 바다’에서의 시간과, 그 시간을 통해 내 안에 자연스레 자리 잡은 바다를 맞이하는 방식들을 살며시 풀어보고자 한다.
(Ngarachelong, Palau ©박지정)
1년 내내 여름인 곳, 팔라우
필리핀과 괌 사이 바다 위에 자리한 섬나라에서 1년 가까이 스노클링 가이드로 지낸 적이 있다. 그곳의 바다는 늘 여름이고, 매일이 바다와 함께 시작되어 바다로 끝이 난다. 그날의 날씨와 바다 상황 등을 고려해, 가장 좋은 스노클링 루트를 계획하고, 바다에서 즐기기 위한 장비를 챙겨 보트에 몸을 싣는다. 보트가 바다를 가르며 달리기 시작하면,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신선해서 그 순간 마음까지 매우 시원해진다. 맑고 푸른 초록빛 바다에서 하얀 진흙을 온몸에 바르기도 하고, 형형색색의 산호와 물살이들, 그리고 여름 햇살에 반짝이는 바닷속 풍경을 깊이 감상하며 스노클링을 즐긴다. 간조 때만 나타나는 비밀의 롱비치도 운이 좋으면 만날 수 있다.
아름다운 바다를 온전히 누리기 위한 마음가짐
이렇게 바다를 즐기기 위해선, 바다에서 생길 수 있는 위험을 알아차리고 조심스레 벗어나는 지혜와 그 존재를 존중하는 마음이 필요하다. 헤엄칠 때 우리는 산호에 발이 닿지 않도록 항상 거리를 두며, 트리거피쉬나 블루보틀(작은부레관해파리)과 같은 주의가 필요한 존재들 또한 다가가지 않도록 조심하면 문제는 생기지 않는다. 바다를 진정으로 즐기는 것은, 그 존재를 배려하고 아끼는 마음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한다.
바다 위에서 배운 쉼
팔라우의 락 아일랜드에는 버섯처럼 독특하게 생긴 섬들이 있다. 그 덕분에 섬과 바다 사이에는 자연스레 그늘이 드리워지고, 그 안에 마치 호수처럼 둘러싸인 마린 레이크가 있다. 이곳은 파도 하나 없이, 잔잔하고 고요하다. 섬의 그늘 아래, 조용히 멈춰 서서,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와 햇살이 비추어 윤슬이 팔랑팔랑 빛나는 호수를 가만히 바라본다. 카약 위에 몸을 눕히자, 자연 속에서의 쉼을 오롯이 느끼며 조용히 그곳에 머무를 수 있었다. 마린 레이크의 새들과 식물, 그리고 문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어느새 햇살이 점점 강해지고 피부에 땀이 맺힌다. 그때, 망설임 없이 ‘풍덩!’ 몸을 맡겨 바닷속으로 들어간다. 물은 놀라울 만큼 맑고, 수심은 발끝으로 닿을 듯 얕았다. 산호 사이사이엔 작은 생명들이 숨어 있었고, 마치 다른 세상에 온 듯, 잠시 숨을 참으며 조용히 그곳에 머무르니, 기분이 몽실몽실해지면서 점점 마음이 편안해짐을 느낄 수 있었다.
(Mandarin Fish Lake, Palau ©박지정)
팔라우를 지나, 다시 제주에서 바다를 만나다
팔라우에서 돌아오고 제주에 오기까지 몇 년 동안 바다를 제대로 보지 못해서였을까, 자주, 틈만 나면 중얼거린다.
“바다 보고 싶다.” “오늘 같은 날, 바다 들어가면 딱 좋을 텐데!”
이 말들이 입에 붙어, 어느 순간부터 언제든 바다에 들어갈 준비를 하는 사람이 되었다. 현관 한 켠, 혹은 차 안엔 늘 ‘나만의 바다 키트’가 놓여 있다. 방수 백팩 안에는 스노클링 장비와 소금기를 가볍게 씻어낼 민물병, 물에 젖은 몸을 덮어줄 타올 판초, 그리고 카시트를 덮기 위한 커다란 우비까지. 어떤 순간에 바다에 들어가고 싶어질지 모르기에 늘 준비해둔다. 이 바다 키트는 해변가에서 달리기를 한 후, 몸의 열을 식히기 위해 바다에 들어갈 때도 자주 사용된다. 만약 잔잔한 날의 바다를 만난다면, 몸의 힘을 모두 빼고 수면 위에 누워 보기를. 가만히 하늘을 바라보며, 둥실둥실 떠 있으면, 머릿속의 근심도, 어깨 위의 무게감도 모두 사라질 것이다.
바다를 누린 뒤에는 머물게 해준 바다를 위해, 내가 지나간 흔적을 조용히 지우고, 일상으로 돌아오자.
이번에 이렇게, 나의 방식을 소개해보았다. 서로 다른 방식으로 바다를 마주하더라도, 모두가 빛나는 바다를 맞이하길.
그리고 바다에서 보내는 순간들이 아름다운 추억으로 마음 한편에 남아, 여러분의 힘이 되길 바란다.
(사계해변, 제주도 ©박지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