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
- 무지개 -
그린씨 | 혼디자왈(더불어숲), 초록씨그린씨
당신도 ‘꼬리‘가 있나요?
저에게 ‘바다’는 ‘바’라 보‘다’예요. 그만큼 가깝지 않은, 저만치의 거리감이 있는 장소이며, 여전히 숲(오름)에서 바다를 바라보는 것을 좋아해요. 그건 아마도 제가 큰 산으로 둘러싸인 마을에서 자랐고, 아가미가 귀로- 꼬리가 다리로- 육지에서 오래 살아온 조상들 덕분(?)일지도 모르겠어요. 이런 저에게 “저기가 그 바다야, 우리가 바다야, 우리가 구럼비야~”하고 일러 준 이들이 있어요. 그러고 보니 그들을 만난지도 벌써 15년이 넘었네요. 어쩌면 제가 보기에 그들은 바다를 그리워하는… ‘물살이(은어)의 꼬리’를 가지고 있을지도.
*구럼비: 까마귀쪽나무를 뜻하는 제주어. 현재 해군기지가 들어서있는 서귀포 강정동의 지형, 지명을 구럼비 해안, 구럼비 바위라 한다.
바다를 둘러싼 차가운 펜스를 바라보며 우는 사람들
2012년 2월에 만난 ‘구럼비가 부른 사람들’은 바다를 가로막은 차가운 펜스를 바라보며 울고 있었어요. 삼거리식당(할망물식당)에서 모여 종환 삼촌의 따뜻한 점심을 나눠 먹고, 오후가 되면 공소회장님의 집에서 오순도순 귤잼을 만들어 이 바닷가마을의 소식을 알리곤 했죠.
일 년에 한 달. 무지개가 뜹니다.

[강정마을에 뜬 무지개] 2025 ©카레(카야,국제평화활동가)
그렇게 한 달에 한 번 혹은 겨울마다 강정에서 저는 ‘무지개(강정의 친구들이 지어 준 이름)’로 살았어요. 그곳에 남겨진 페인트와 물감으로 낡은 천과 간판에 신부님들이 남기신 글귀나(꼬리가 달린) 그들이 건네는 말을 담아 그렸죠. 그렇게 ‘잠시 살다’와 ‘다시 살기’를 반복하다가, 2018월 2월 강정 공소회장님 집으로 쏙- 들어가 생태적인 삶과 농사지으며, 함께 살기를 배웠어요. (2021년 떠나 온) 지금도 일 년에 한 달은 제주도 남쪽 바닷가 마을(강정)에서 ‘전쟁을 반대하는’ 펄럭이는 깃발(그들이 모아 둔 보자기 천)을 같이 만들며, ‘비인간 존재들의 목소리’를 전해요.



[깃발이 되는 법] 2025_ 함께 만드는 깃발과 깃발이 된 사람들 ©그린씨
섬의 물항아리, 강정천
지난 6월 5일, 오랜만에 머나먼 남쪽 마을 강정 큰 내, 친구들을 따라 강정천을 걸었어요. 강정교(다리) 확장 공사로 인해, 와장창 깨어지고 부서진 바위들이 나뒹굴고, 홀쭉해진 강줄기가 핼쑥. 그래요, 이 섬은 참 서럽구나. 슬픔이 밀려왔어요. 언제나 펑펑 흐르던 물이 졸졸 흐르는데도 마르지 않을 것처럼 수도꼭지를 틀어 물을 쓰고 있다고, 강정천 가까이에서 오랜 시간 ‘미사 천막’을 가꿔 오신 강정공소회장님 말씀대로 자연이 만들어 둔 ‘물항아리(용천수 맑은물)’를 이렇게 깨어 버리다니, 참. 공소회장님이 “물항아리 하나 그려 달라.” 하셔서, 강정천 바위에 기대어 가지고 있던 감물 손수건 위에 꼬물꼬물 생명들을 가득 채워, 섬의 물항아리가 깨어지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서 ‘대지의 신, 가이아 GAIA(지구)’를 그려 드리고 왔네요.


[대지의 신, 가이아 GAIA(지구)] | 그림,©그린씨

생명의 이름으로 점점 거대해지는 지역 행사와 축제들, 정말 생태적인가요? 4대강의 이름으로 정비한다고 부수고, 이제는 하천에 시멘트 붓는 제주도 행정가들. 제주 동쪽을 다 밀어내자~ 난개발 부추기는 제주 제2공항과 시멘트, 콘크리트에 묻힌 구럼비 바위와 무너지는 강정천을 보며... 지금. 여기. 그렇게 즐거울 일인가요? 하고 답답하여 그린 [강정천] 먹물 그림 | 그림, ©그린씨
강정 앞바다 ‘붉은발 말똥게’와 ‘범섬’은 알고 있지.

[성 프란치스코 평화센터] | 그림, ©카레와 그린씨(무지개)
바다와 육지를 번갈아 겪으면서 살아가는 해안동물은 바닷물에 녹아 있는 산소를 들이마셔야 하고, 습기를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실제로 생명을 지키는 중요한 과정은 대개 바닷물이 해안에 들어차 있을 때 이루어진다. ...따라서 밀물과 썰물이 만들어 내는 리듬은 활동과 휴식을 번갈아 반복하는 생명체의 생물학적 리듬에 반영된다.
_레이첼 카슨 , 바다의 가장자리(The Edge of the Sea)
매일매일 생명의 평화를 바라는 ‘아침 백배’.
강정아~ 너는 이 땅에서 가장 작은 마을이지만,
너에게서 온 나라의 평화가 시작되리라. ‘미사천막’.
구럼비 광장으로부터 전쟁을 반대하고,
세상의 약자와 소외된 이들과 연대하고 연결하는 ‘인간띠잇기’.
함께 밥먹고 힘내자. ‘할망물식당(삼거리식당)’까지...
소중한 그들의 삶이 온전히 존중받는 세상을 바라며 그들이 온몸으로 부르는 노래가 당신에게 가 닿기를
‘바’라 본‘다’.

[생명(고래)의 눈] | 그림, ©그린씨
당신에게도
이 고래의 푸우-푸 거친 숨소리가 들리나요?

[제주는 고래] | 그림, ©그린씨
지구별을 유영하는 어마어마하게 큰 고래가 있다.
그의 투박하고 거친 등 위에는 368개의 혹과 아주 작은, 수많은 생명들이 살고 있다. 그의 몸 여기저기에는 눈에 잘 띄지 않는 숨구멍과 물구멍들이 있었고, 생명들은 대부분 그곳에서 숨을 얻고 물을 얻어 삶을 이어 갔다. 그렇게 아주 오랜 시간 동안 그의 등에는 셀 수 없이 많은 생명이 깃들고 태어나고 자라고 사라지고 다시 살아간다.
지구별 바다 한복판, 그는 수천 년 동안 무척이나 과묵하게도 태어난 자리를 뱅글뱅글 유영하며, 밀려오는 파도와 폭풍을 마주하며 살았다.
… 그렇다. 그도 그의 생명들도 거친 바다를 유영하며 살아간다는 게 그리 쉬운 일은 아니었을 터. 그래서인지 그의 등에는 생명이 태어나고 사라질 때마다 하나하나 그들의 기억을 간직한 선이 생겨났고, 그 선들이 모여 나무의 나이테처럼 그의 몸에 새겨졌다.
그는 어떠한 리듬을 가지고 숨을 쉬었는데, 대부분 “푸우~푸우~ 둥- 두둥-둥” 소리를 냈으며, 가끔 “음~으엉 으~ ” 노래를 부르는 것 같은, “휘이~ 휘이~ ” 숨을 몰아올리는 날도 있었다고 그의 숨소리를 듣는 자들을 통해 전해졌다.
그리고 오늘처럼 거친 숨을 몰아쉬는 그.
그의 절박한 숨소리에 귀 기울이는, 그럴수록 무상해지는 고통을 겪어 내는 이들이 있는 한 "고래는 살아 있으며, 우리가 그의 삶에 기대어 살고 있다."라는 진실이 전해질 것이다.
강정
- 무지개 -
그린씨 | 혼디자왈(더불어숲), 초록씨그린씨
당신도 ‘꼬리‘가 있나요?
저에게 ‘바다’는 ‘바’라 보‘다’예요. 그만큼 가깝지 않은, 저만치의 거리감이 있는 장소이며, 여전히 숲(오름)에서 바다를 바라보는 것을 좋아해요. 그건 아마도 제가 큰 산으로 둘러싸인 마을에서 자랐고, 아가미가 귀로- 꼬리가 다리로- 육지에서 오래 살아온 조상들 덕분(?)일지도 모르겠어요. 이런 저에게 “저기가 그 바다야, 우리가 바다야, 우리가 구럼비야~”하고 일러 준 이들이 있어요. 그러고 보니 그들을 만난지도 벌써 15년이 넘었네요. 어쩌면 제가 보기에 그들은 바다를 그리워하는… ‘물살이(은어)의 꼬리’를 가지고 있을지도.
*구럼비: 까마귀쪽나무를 뜻하는 제주어. 현재 해군기지가 들어서있는 서귀포 강정동의 지형, 지명을 구럼비 해안, 구럼비 바위라 한다.
바다를 둘러싼 차가운 펜스를 바라보며 우는 사람들
2012년 2월에 만난 ‘구럼비가 부른 사람들’은 바다를 가로막은 차가운 펜스를 바라보며 울고 있었어요. 삼거리식당(할망물식당)에서 모여 종환 삼촌의 따뜻한 점심을 나눠 먹고, 오후가 되면 공소회장님의 집에서 오순도순 귤잼을 만들어 이 바닷가마을의 소식을 알리곤 했죠.
일 년에 한 달. 무지개가 뜹니다.
[강정마을에 뜬 무지개] 2025 ©카레(카야,국제평화활동가)
그렇게 한 달에 한 번 혹은 겨울마다 강정에서 저는 ‘무지개(강정의 친구들이 지어 준 이름)’로 살았어요. 그곳에 남겨진 페인트와 물감으로 낡은 천과 간판에 신부님들이 남기신 글귀나(꼬리가 달린) 그들이 건네는 말을 담아 그렸죠. 그렇게 ‘잠시 살다’와 ‘다시 살기’를 반복하다가, 2018월 2월 강정 공소회장님 집으로 쏙- 들어가 생태적인 삶과 농사지으며, 함께 살기를 배웠어요. (2021년 떠나 온) 지금도 일 년에 한 달은 제주도 남쪽 바닷가 마을(강정)에서 ‘전쟁을 반대하는’ 펄럭이는 깃발(그들이 모아 둔 보자기 천)을 같이 만들며, ‘비인간 존재들의 목소리’를 전해요.
[깃발이 되는 법] 2025_ 함께 만드는 깃발과 깃발이 된 사람들 ©그린씨
섬의 물항아리, 강정천
지난 6월 5일, 오랜만에 머나먼 남쪽 마을 강정 큰 내, 친구들을 따라 강정천을 걸었어요. 강정교(다리) 확장 공사로 인해, 와장창 깨어지고 부서진 바위들이 나뒹굴고, 홀쭉해진 강줄기가 핼쑥. 그래요, 이 섬은 참 서럽구나. 슬픔이 밀려왔어요. 언제나 펑펑 흐르던 물이 졸졸 흐르는데도 마르지 않을 것처럼 수도꼭지를 틀어 물을 쓰고 있다고, 강정천 가까이에서 오랜 시간 ‘미사 천막’을 가꿔 오신 강정공소회장님 말씀대로 자연이 만들어 둔 ‘물항아리(용천수 맑은물)’를 이렇게 깨어 버리다니, 참. 공소회장님이 “물항아리 하나 그려 달라.” 하셔서, 강정천 바위에 기대어 가지고 있던 감물 손수건 위에 꼬물꼬물 생명들을 가득 채워, 섬의 물항아리가 깨어지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서 ‘대지의 신, 가이아 GAIA(지구)’를 그려 드리고 왔네요.
[대지의 신, 가이아 GAIA(지구)] | 그림,©그린씨
생명의 이름으로 점점 거대해지는 지역 행사와 축제들, 정말 생태적인가요? 4대강의 이름으로 정비한다고 부수고, 이제는 하천에 시멘트 붓는 제주도 행정가들. 제주 동쪽을 다 밀어내자~ 난개발 부추기는 제주 제2공항과 시멘트, 콘크리트에 묻힌 구럼비 바위와 무너지는 강정천을 보며... 지금. 여기. 그렇게 즐거울 일인가요? 하고 답답하여 그린 [강정천] 먹물 그림 | 그림, ©그린씨
강정 앞바다 ‘붉은발 말똥게’와 ‘범섬’은 알고 있지.
[성 프란치스코 평화센터] | 그림, ©카레와 그린씨(무지개)
매일매일 생명의 평화를 바라는 ‘아침 백배’.
강정아~ 너는 이 땅에서 가장 작은 마을이지만,
너에게서 온 나라의 평화가 시작되리라. ‘미사천막’.
구럼비 광장으로부터 전쟁을 반대하고,
세상의 약자와 소외된 이들과 연대하고 연결하는 ‘인간띠잇기’.
함께 밥먹고 힘내자. ‘할망물식당(삼거리식당)’까지...
소중한 그들의 삶이 온전히 존중받는 세상을 바라며 그들이 온몸으로 부르는 노래가 당신에게 가 닿기를
‘바’라 본‘다’.
[생명(고래)의 눈] | 그림, ©그린씨
당신에게도
이 고래의 푸우-푸 거친 숨소리가 들리나요?
[제주는 고래] | 그림, ©그린씨
지구별을 유영하는 어마어마하게 큰 고래가 있다.
그의 투박하고 거친 등 위에는 368개의 혹과 아주 작은, 수많은 생명들이 살고 있다. 그의 몸 여기저기에는 눈에 잘 띄지 않는 숨구멍과 물구멍들이 있었고, 생명들은 대부분 그곳에서 숨을 얻고 물을 얻어 삶을 이어 갔다. 그렇게 아주 오랜 시간 동안 그의 등에는 셀 수 없이 많은 생명이 깃들고 태어나고 자라고 사라지고 다시 살아간다.
지구별 바다 한복판, 그는 수천 년 동안 무척이나 과묵하게도 태어난 자리를 뱅글뱅글 유영하며, 밀려오는 파도와 폭풍을 마주하며 살았다.
… 그렇다. 그도 그의 생명들도 거친 바다를 유영하며 살아간다는 게 그리 쉬운 일은 아니었을 터. 그래서인지 그의 등에는 생명이 태어나고 사라질 때마다 하나하나 그들의 기억을 간직한 선이 생겨났고, 그 선들이 모여 나무의 나이테처럼 그의 몸에 새겨졌다.
그는 어떠한 리듬을 가지고 숨을 쉬었는데, 대부분 “푸우~푸우~ 둥- 두둥-둥” 소리를 냈으며, 가끔 “음~으엉 으~ ” 노래를 부르는 것 같은, “휘이~ 휘이~ ” 숨을 몰아올리는 날도 있었다고 그의 숨소리를 듣는 자들을 통해 전해졌다.
그리고 오늘처럼 거친 숨을 몰아쉬는 그.
그의 절박한 숨소리에 귀 기울이는, 그럴수록 무상해지는 고통을 겪어 내는 이들이 있는 한 "고래는 살아 있으며, 우리가 그의 삶에 기대어 살고 있다."라는 진실이 전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