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프린트]정동진 | 이준호

2026-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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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진

- 창경으로 바라본 바다의 변화 -

이준호 | MBC강원영동 기자


당신에게 정동진 바다는 어떤 의미인가요? 아마도 드라마 모래시계를 떠올리거나, 새해 일출을 보는 곳이란 답변이 많을 겁니다. 그런데 이곳 주민들은 조금 다릅니다. 조금 독특한 방식으로 어업을 하는 삶의 터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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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경바리 어업 어선  ©MBC강원영동_<다큐멘터리 꽁치풀: 바다의 속삭임>


생경한 이름의 창경바리 어업은 해조류를 채취하는 동해안의 오래된 어업 방식입니다. 가로, 세로 약 30cm의 네모난 물안경 창경으로 바닷속을 바라보며 기다란 장대로 미역 등을 땁니다. 강원 동해안에서 방송기자를 하면서 욕심이 생겼습니다. 소멸 위기인 이 전통 어법을 수중에서 기록하기로 한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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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경바리 어업 ©MBC강원영동_<다큐멘터리 꽁치풀: 바다의 속삭임>


물속에서 바라본 창경바리 어민의 얼굴엔 주름이 가득합니다. 취재에 응한 정상록 어민은 수십 년 동안 창경으로 바닷속을 들여다봤습니다. 여든 넘는 그는 이곳 바다가 크게 달라졌다고 말합니다. 해조류가 자랄 암반 위로 모래가 잔뜩 쌓였다고 합니다. 그는 이 문제의 원인을 주변의 해안 개발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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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경으로 바닷속을 들여다보는 창경바리어업 어민 ©MBC강원영동_<다큐멘터리 꽁치풀: 바다의 속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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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조류가 가득한 정동진 바다 ©MBC강원영동_<다큐멘터리 꽁치풀: 바다의 속삭임>


바다부채길로 유명한 정동진은 강원 동해안에서 수중 암반이 가득하기로 손꼽히는 곳이었습니다. 자연산 해조류가 자라기에 좋은 최적의 장소입니다. 다른 곳에 비해 창경바리 어민이 유독 많았던 이유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사정이 달라졌습니다. 외부에서 쓸려온 모래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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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가 쌓인 정동진 바다 ©MBC강원영동_<다큐멘터리 꽁치풀: 바다의 속삭임>


가끔 사람들은 해안 침식이 문제라고 합니다. 그러나 그 이면에 문제는 또 있습니다. 어떤 곳은 모래가 깎여나가지만, 어디엔가는 모래가 심하게 쌓입니다. 해안의 인공 구조물 등에 영향을 받은 탓입니다. 심지어 특정 시기에는 모래를 빨아들이는 준설선이 긴급 출동하기도 합니다. 부두 주변에 배가 다니기 힘들 정도로 모래가 쌓였기 때문입니다.


창경바리 어민은 여전히 바닷속을 보며 씁쓸함을 감추지 못합니다. 과거에는 암반에 해조류가 가득했고, 이를 은신처 삼는 어류도 많이 보였다고 합니다. 지금은 창경 너머로 황량한 사막이 보입니다. 해마다 창경바리를 하며, 몸만 변해가는 줄 알았는데 바다는 더 빠르게 변하고 있다고 말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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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갯녹음현상을 보이는 정동진 바닷속과 창경바리어업 ©MBC강원영동_<다큐멘터리 꽁치풀: 바다의 속삭임> 


정동진에 있는 창경바리 문화도 소멸 위기입니다. 바다도 변하지만, 주민 수도 줄고 있습니다. 창경바리 어민의 평균 나이는 어느덧 79세까지 올라갔습니다. 창경바리 어민으로 등록된 수는 14명이지만, 실제 제대로 조업하는 인원은 10명 미만입니다. 정동진에서 창경으로 미역을 따는 모습을 이제는 보기 힘들 수 있겠다는 불길한 예감이 듭니다.


고백하자면, 처음부터 큰 뜻을 품고 기자가 된 것은 아닙니다. 그런데 가끔은 취재하며, 소명 의식이 생기기도 합니다. 사실 기자로 살아가는 데 스쿠버다이빙이 꼭 필요한 것은 아닙니다. 그럼에도 때때로 다짐합니다. 우리 삶의 터전인 바다가 해양생물과 공존할 수 있는 곳이 되도록,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해야겠다고요. 이것이 제가 수중 취재를 멈출 수 없는 이유입니다.




* 사진에 표기된 <다큐멘터리 꽁치풀: 바다의 속삭임>은 이준호 기자가 연출한 다큐멘터리로 최근 국내외 많은 영화제 등에서 초청작 및 수상작으로 선정되었습니다.

  [해외]

-2026 뉴욕페스티벌 TV&FILM AWARDS / Silver Tower 수상

-제59회 휴스턴국제영화제 / 심사위원특별상(Special Jury Award)

-2026 텔리어워즈 / General Environment & Climate 수상

-2026 SCINEMA (남반구 최대 과학영화제), 공식 초청작 선정

-Ariano International Film Festival 2026, 공식 초청작 선정

-14th International Documentary Festival of Ierapetra 공식 초청작

-Festival Internazionale Nebrodi Cinema Doc 2026 공식 초청작

-DokuBaku IDFF 2026, 공식 초청작 선정(DokuEcho 부문)

-Wild Life Conversation Film Festival 2026, 공식 초청작 선정

-34th ECOCINE(International Environmental and Human Right Film Festival 2026), 공식 초청작 선정 


  [국내]

-제53회 한국방송대상 작품상(2026 9월, 한국방송협회)

-제17회 한국방송기자대상(방송기자연합회, 지역 기획보도 부문)

-제9회 KIOFF 국제해양영화제 공식 초청, (영화의 전당 상영)

-제206회 이달의 방송기자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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