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 홍시가 간다] "아무것도 건드리지 않고 아무것도 남기지 않고 돌아오는 거예요." PADI 코스디렉터 이한나루 회원님

대방어
2024-0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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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시의 말 :  바닷속은 어떤 세상일까요? 바다에 들어가 본 사람들은 ‘또 다른 하나의 세상’이라고 합니다.  파란의 상근활동가들은 물론 회원들로 이루어진 산호탐사대는 모두 바닷속으로 들어가 바다의 생물들과 온몸으로 교류합니다. 파란의 이사이자 산호탐사대 회원들이 바다에 들어갈 수 있도록 안내하고 교육하는 전문 다이버, 코지다이브의 이한나루(이하 나루) 코스디렉터님을 만났습니다.   


홍시 : 제 주변에 다이버는 흔치 않아요. 보통의 평범한 사람들이 아니라 뭔가 특별한 사람으로 보이거든요. 아무나 바닷속으로 뛰어드는 건 아니니까요. 평소에 매우 궁금했습니다. 먼저 이한나루님의 바다에 대한 첫 기억은 뭐가 있을까요? 

나루 : 어렸을 적 초등학교 즈음인 것 같은데, 아버지가 원래 하시던 일을 그만두시고 다이빙을 하기 시작하셨어요. 그때는 인천에 살았는데 아버지가 이런 형태의 다이빙 센터를 하셨던 거죠. 아버지가 생업으로 사람들하고 다이빙 다니시고 하다 보니까 바다는 제게 아버지가 일하시는 곳 정도, 그렇게 생각이 들었어요. 인천에 살다 보니까 바다가 저한테는 가깝지만, 별다른 생각이 없는 그런 정도의 장소였던 것 같아요.


 홍시 : 바다에 처음 들어갔을 때는 언제였고 그 느낌은 어땠나요?

나루 : 아버지가 이런 일을 하고 있어 그런지 모르겠는데 저는 좀 안 하고 싶었어요. 처음에는 바다에 들어가는 게 그리 와닿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그러다가 성인이 되고 나서 아버지의 제자에게 다이빙을 배우게 되었어요. 아버지가 직접 저를 가르치실 수는 없으셨나 봐요.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라는 게 있잖아요(웃음). 처음에 동해 바다에서 다이빙을 접했거든요. 그때는 뭔지도 모르고 한 번 정도 하다가 그러다가 아예 잊고 살았죠. 

바다에 대한 첫 느낌은, 일단 막연한 두려움이죠. 왜냐면 일단 지금처럼 숨을 쉴 수가 없거든요. 그리고 본인의 몸을 본인이 스스로 통제하기가 굉장히 어려워요. 거기서 오는 두려움이 되게 컸던 것 같아요.

 

홍시 : 우리가 흔히 부르고 있는 ‘물고기’라는 용어 대신 요즘은 ‘바다에 사는 생명체’라는 뜻으로 ‘물살이’라고 부르더라고요. 나루님은 바다에 들어가 물살이들을 처음 만났을 때 어떤 느낌이었나요?

나루: 저는 처음에 아예 관심이 없었어요. 다이빙을 취미로 시작을 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제가 좋아서 시작한 것도 아니거든요. 어떻게 보면, 먹고살려고 시작한 일이었어요. 그러다 보니 사람들을 가르치고 물속에서 같이 다이빙하고 이러는 것 자체가 사실은 크게 즐겁지는 않았어요. 아무래도 돈을 버는 행위로 생각하다 보니까 그랬던 것 같아요.

 그러다 한 해 두 해 지나고 결혼도 하고 가정을 꾸리면서 다른 인연들을 만나게 된 거죠. 파란 창립 전에, 그 당시는 녹색연합이었죠. 활동가들이 오셔서 다이빙을 진행하게 되었는데 그때 바다에 대한 인식 같은 게 조금씩 생겼던 것 같아요. 여러 가지 생각해 볼 문제들이 많구나 하는 생각이요.


 홍시 : 녹색연합 활동가들을 만나기 이전과 만난 이후 바다를 바라보는 눈이 어떻게 달라졌나요? 

나루: 전에는 그저 바다에서 레저를 가르치는 사람이라는 정도의 생각만 있었어요. 바다의 변화라든가 뭐 그런 시각은 아예 없었죠. 그랬는데 녹색연합 활동가들과 같이 다이빙하면서 이분들은 이런 것에 관심 있어 하는구나, 이런 것을 주요하게 보고 관찰하면서 기록하는구나, 하는 걸 보게 되었어요. 그러고 보니 제가 9년 전 처음 제주 바다를 접했을 때랑 현재의 제주 바다가 달라졌다는 걸 알게 되었죠. 서서히 바뀌고 있는 것 같다가 어느 시점이 되니까 갑자기 많은 것들이 변하더라고요.

저희가 제주도에서 다이빙을 처음 했던 형태는 배를 타서 짐을 전부 싣고 범섬, 문섬, 섶섬에 접안한 다음에 짐을 다 내리고 거기에서 다이빙했거든요. 그때 고려해야 하는 점이 물 수위예요. 물 수위가 상륙하려고 하는 지점보다 높으면 접안하기도, 짐을 내리기도 어렵거든요. 다이빙하기에도 애로사항들이 많고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물 수위가 높은 날이 굉장히 많아졌어요. 그전엔 높다 하더라도 이 정도까지는 아니었는데. 뭔가 변화하고 있구나 싶었죠.

 

홍시 : 바다가 어떻게 달라졌는지 조금 더 구체적으로 기억나는 게 있는지 말씀해 주세요.     

나루 : 제가 주로 관측할 수 있는 대상들이 대부분 산호이다 보니까. 산호가 있던 자리에 어느 날 갑자기 산호가 없어져 버려요. 저희는 다이빙을 하면서 안내할 때 어떤 지형 혹은 어떤 표식 같은 걸 보고 이동을 하거든요. 바다에도 길이 있어요. 여기에 이런 산호가 있고, 여기를 기점으로 해서 이렇게 가야겠다 하는데 어느 순간 가보면 사라져 버린 거예요. 그리고 예전에는 이 자리에 안 보이던 종들, 돌산호가 보이는 경우가 많지요. 파란 활동가들 덕분에 전적으로 새로운 시각이 생겼어요. 그전에는 아예 몰랐던 내용들을 알게 된 거죠. 

 

홍시 : 지나다 보면 서귀포에 다이빙 센터가 되게 많더라고요. 수많은 다이빙 센터에서 다이빙 안내하는 분들이 많을 텐데, 그분들과 나루님은 어떻게 다른 것 같은지요? 바다에 대한 시각이나 다이빙을 하는 마음 자세 같은 거요.

나루 : 대부분 다 같은 마음일 거라고 생각해요. 기본적으로 바다는 저희의 일터잖아요. 왜 다르지 않다고 생각하냐면 바다 환경이 바뀐다는 것 자체는 저희가 지금 일을 할 수 있는 장소 자체가 변화하고 있다는 얘기거든요. 좋은 방향으로 바뀌어야 하는데, 지금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아요. 다들 걱정하고 있죠. 예를 들어 원전 오염수를 방류한다든지 그런 거요. 그런 식으로 바다가 바뀌기 시작하면 다들 직업을 잃을 수도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바다를 대하는 자세는 대부분 같지 않을까 해요. 산호나 어류가 변하고 사라지면 더 이상 볼 게 없어지고, 그러면 저희 같은 다이버들에게도 큰 타격이죠. 무언가 보여드릴 수 있는 것이 없으면 그만큼 사람도 오지 않는 거니까요.


홍시 : 나는 좀 달라, 이게 아니라 바다를 배경으로 살아가는 전문 다이버들은 다 같은 마음으로 바다를 보고 있다는 그 말씀 너무 좋네요. 감동적이에요. 간혹 다이빙하는 분들과 이야기 나누다 보면 바다 생물, 바다의 변화 이런 건 머리 아프다, 난 그냥 바다 즐기러 간다, 그렇게 말하는 분들이 있어요. 나루님이 안내하는 다이빙은 어떤가요?

나루 : 인식이 중요한 것 같아요. 어떤 마음으로 다이빙하는가, 어떻게 안내하는가가 중요해요. 사람들이 다이빙하면서 별다른 생각 없이 입수하곤 하는데 저희가 제대로 안내해 주는 게 필요합니다. 다이빙 커리큘럼 자체에 다이버가 갖춰야 할 행동지침, 마음가짐이 있어요. 다이버는 바닷속에 들어갔을 때 남기고 오는 건 버블뿐이다, 이런 말도 하거든요. 아무것도 건드리지 않고 우리는 눈으로만 보는 거요. 그냥 남의 집에 초대된 사람이 남의 집 서랍 막 열어보고 그러진 않잖아요. 그런 것처럼 우리는 일단은 남의 집에 초대돼서 간 사람이니 아무것도 건드리지 않고 아무것도 남기지 않고 돌아오는 거예요. 그런 인식이 가장 중요해요. 그러기 위해서 다이빙 스킬을 잘 가르쳐 드리고 있죠.

 



홍시 : 그 말씀에 깊이 공감합니다. 너무 좋네요. 그런데 그런 생각은 어디서 배우셨나요?

나루 : 이 생각은 제가 원래 가지고 있는 생각이에요. 그런데 다이빙 교육하는 많은 분들도 그렇게 생각하고 가르치시더라고요. 다이버들이 환경에 관심이 많아요. 다이빙 할 때 몸을 잘 못 가누게 되면 본의 아니게 뭔가를 건드리거나 부수게 되는 일이 종종 생겨요. 그래서 스킬을 배우고 연습하는 게 필요합니다. 

 

홍시 : 제가 전에 동백동산 습지 탐방에 참석한 적이 있는데요. 그때 안내자께서 숲 입구에 들어선 우리 모두를 잠시 멈추게 하는 거예요. 그러고는 숲의 주인인 새들과 나무들에게 우리 들어간다고 인사하고 들어가자 하시더라고요. 잠시 눈을 감고 고개를 숙인 채 숲에서 살아가는 생명체들에게 인사를 하는 데 여러 가지 느낌이 들었어요. 이 숲의 주인은 자연의 여러 생명체들이구나, 사람은 그저 자연의 일부구나 라는 생각이 새삼 들면서 자연 앞에 한없이 겸손해지는 마음이랄까요. 다이버들도 비슷한 마음인 것 같네요.

나루 : 그런 것 같아요. 다이버들이 바다에 들어가면 궁금한 게 많거든요. 평소 식용으로 먹던 소라가 보이면 신기해하면서 소라를 집어 들여다보고, 여기 있던 소라를 저쪽에 놓아둔다든지 그래요. 그런데 이 소라는 본인이 살아가기에 가장 좋은 위치에 알아서 있는데 사람이 와서 인위적으로 옮겨 두면 그게 이 소라한테 어떤 파장이 올지 모르는 거예요. 그래서 말합니다. 만지지 말고 눈으로만 보자고.

 

홍시 : 나루님은 다이빙 한 지 얼마나 되었나요? 현재 하는 일까지 같이 설명 좀 부탁드려요.

나루 : 제주에 내려온 게 2016년인데 그 무렵 다이빙 자격증을 따고 지금까지 이 일을 해오고 있어요. 제가 주로 하는 일은 다이빙 교육과 안내하는 일입니다. 대부분 사람들이 물에 대한 두려움 같은 게 큰 것 같아요. 저도 그랬거든요. 처음 시작할 때 물이 너무 두려웠어요. 수영도 할 줄 몰랐고. 그러다가 차츰 익숙해지니까 어렵지 않은 시점이 딱 오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누구나 다 할 수 있다고 말씀을 드려요. 시간의 차이는 있을 수 있지만 포기하지 않는다면 결국엔 다 할 수 있거든요. 다이빙을 어렵게 생각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다만 시간이 좀 더 필요한 사람들이 있을 수는 있죠.

 

홍시 : 저도 언젠가 다이빙해보고 싶어요. 올해 할 수 있길 바라고요. 다이빙할 때 공기통 메고 들어가는 건지, 얼마나 물속에 들어가 있는 건지 등등 저처럼 다이빙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들은 위해 다이빙 과정을 좀 소개해 주세요. 

나루 : 간단히 설명하자면, 공기탱크를 매고 들어가는데요. 얼마나 물속에 있을 수 있는지는 탱크 속 공기의 양에 따라 일단 달라요. 사람마다 호흡하는 양에 따라서도 다르고요. 그리고 몇 미터에서 다이빙할 건지에 따라서도 달라요. 그래서 개개인마다 다르다고 말씀드립니다. 다이빙 교육 처음에 이론 수업을 하고, 마치면 수영장에서부터 시작해요. 바로 바다로 갈 수 없으니까요. 수영장에서 다이버들이 꼭 익혀야 하는 스킬들을 배우게 되죠. 눈에 쓰는 수경을 마스크라고 하는데, 마스크에 물이 들어갔을 땐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입에서 호흡기가 빠졌을 땐 어떻게 해야 하는지 이런 간단한 것들부터 시작해요. 그 외 여러 가지를 모두 배우고 나서 바다로 갑니다. 저희가 교육할 때 대략 수심 10m 부근에서 진행해요. 교육은 아침 9시부터 오후 3시까지 3일 코스로 짜여 있어요.

 교육을 마치고 나서도 다이빙은 혼자서 하지 않습니다. 저도 다이빙 강사이지만 혼자 다이빙하는 일은 없어요. 다이빙에서 중요한 것은 버디 시스템이거든요. 다이빙해서 서로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는 상호관계인 사람이 있어야 해요. 거의 없긴 하지만 장비를 포함한 스포츠다 보니까 장비가 고장났을 때, 공기가 고갈됐을 때 등등의 상황에서 같이 대처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런 스킬들은 교육 때 알려드리고요.


홍시 : 나루님의 아버님이 오래된 다이버라 들었어요. 아버님 소개 좀 부탁드려요.

나루 : 제가 초등학생 때부터 하셨으니까 한 30년은 되신 것 같아요. 제주에서 녹색연합 활동가들이 바다 탐사 초창기 활동할 때 저희 아버지가 안내해 주셨어요. 지금 제주에서 현업으로 있는 강사 중에는 연세가 제일 많으시지요. 원래 다른 일 하시던 아버지가 다이버로 직업을 바꾸고 육지에서 일하시다가 제주로 오셨거든요. 후에 어머니도 제주에 오시고. 저는 육지에서 직장 다니다 제 전공, 체육교육과와 연관된 일을 준비하고 있었는데요. 좀 어렵게 된 상황에서 아버지의 권유가 있었어요. 제주에 와서 준비하면서 본인의 다이브센터 일을 도와달라고. 그래서 저도 제주에 오게 되었어요. 와서 결혼도 하고 아이도 생기고. 이제는 이게 저의 직업이고 저는 일하는 육지 가는 일 외에는 제주에 계속 살 겁니다.


홍시 : 오늘 시간내 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멋진 바다의 안내자가 되어주실 걸 믿으며 인터뷰 마칩니다.  




🪸이한나루님(PADI Course Director)님의 활동이 궁금하다면 👉 https://www.instagram.com/cozydive





 인터뷰어 : 홍시 (김연순)

 젠더, 생태, 평화, 인권에 관심을 갖고 활동해 왔으며
 제주로 이주해 자연과 사람, 사람과 사람을 잇는데 시간을 보내는 삶을 만끽하는 중.

 - 전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사무총장
 - 현 해양시민과학센터 파란의 이사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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