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아하게 정렬한 채 날아가는 새들의 비행, 물고기 수천 수만 마리가 떼를 지어 이동하는 모습을 보며 새와 물고기 무리들이 '동시에 방향 전환'하는 모습이 신기하다고 감탄한 적이 있습니다. 이동과 먹이 찾기, 짝짓기, 적으로부터의 보호 등 무리를 이루어 다니는 것이 안전하고 효율적이고 에너지를 아낄 수도 있겠지요. 무리가 순식간에 방향 전환을 하는 것은 어떻게 가능할까요?
서로 닮고, 같아지는 동조(synchronization) 경향은 동물, 사람, 원자에서 행성에 이르기까지 우주에서 가장 일반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거리에서 하늘을 올려다보는 사람이 1명, 3명, 5명으로 늘어날 경우 그 행동을 따라하는 사람들의 비율이 급속히 증가한다는 동조 본능에 대한 실험이 기억납니다. 주변 사람들이 갑자기 한 방향으로 우르르 도망친다면, 그 이유를 확인하기 보다 일단 함께 뛰는 것이 원시시대부터 물려받은 생존 확률을 높이는 '동조 본능'이겠지요.
우리가 달을 볼 때, 늘 같은 면만 볼 수 있는 것도 지구와 달의 중력에 의해 달의 공전과 자전 주기 사이에 '동조'가 일어났기 때문입니다. 자전과 공전 속도가 같기 때문에 우리는 달의 뒷면을 볼 수 없지요. 곧 다가올 추석, 꽉 찬 보름달 달맞이를 하실텐데 달이 해양 생물의 행동에 미치는 영향은 어떤 게 있을까요? 우선, 달의 중력으로 인해 지구는 하루에 두 번 조수에 변화가 생깁니다. 조수 변화로 인해 바다의 가장자리는 물에 잠겼다가 육상에 드러났다가를 반복하지요. 다양한 조간대 생물종이 육상 환경에 적응하고 이동할 수 있게 된 것도 달의 영향입니다.
무엇보다 달빛은 해양생물 자체에도 영향을 미치는데 달의 29.5일 주기에 동조하여 행동하는 생물들이 많습니다. 보름달처럼 달빛이 밝을 때 포식성 어류는 암초에 숨어있다가 먹이 활동을 하고, 해파리와 플랑크톤은 달의 주기에 맞춰 이동합니다. 1년 중 7-8월의 보름달이 뜨는 만조에 바다로 일제히 달려나가 품고있던 알을 바다에 털어넣는 도둑게, 초여름 보름과 그믐 무렵 밀물이 가장 높은 때 파도치는 해변에 몰려들어 집단 산란하는 복섬(담수가 흘러드는 연안에 서식하는 복어), 11월(호주의 초여름) 보름달 직후 대규모로 일제히 산란하는 대보초 지역의 산호, 보름달이 떴을 때 껍데기를 열고 짝짓기를 하는 굴 등등. 보름과 그믐에는 조수간만의 차가 크고,물의 흐름도 가장 세니 그 시기를 활용하여 산란하는 게 번식에 유리할텐데요. 과연 해양 생물들이 달의 주기를 어떠한 기제를 통해 인식하고, 자신의 생체주기를 '동조'하는지, 그 원리에 대한 연구가 곳곳에서 진행 중입니다.
이번 추석, 보름달 달맞이를 하며 바다의 안녕을 바라며 달빛에 '동조'해 보는 것은 어떨까요? 2024년 한가위 보름달은 17일 오후 6시 20분경 모습을 드러내고 다음날 오전6시경 질 예정입니다. 가장 높게 뜨는 시간은 17일 자정무렵이고요. 차올랐다가 이지러지는 모습의 달은 인생의 희로애락을 떠올리게 해 문학 작품에서도 많이 언급되지요. 떠오르는 문장도 남깁니다. 모두 즐거운 추석 보내시길요!
작은 것이 높이 떠서 만물을 다 비추니
밤 중의 광명이 너만 한 것이 또 있느냐
보고도 말 아니 하니 내 벗인가 하노라
ㅡ 윤선도 ‘오우가(五友歌)’
"인간이 달 위를 처음 걸었던 것은 그해 여름이었다. 그 때 나는 앞길이 구만리같은 젊은이였지만, 어쩐지 이제부터는 미래가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위태위태한 삶을 살고 싶었다. 갈 수 있을 데까지 가본 다음, 거기에 이르렀을 때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보고 싶었다." ㅡ 폴 오스터, <달의 궁전>
"인간은 자신의 죽음을 예측하지 못하고, 인생을 마르지 않는 샘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세상 모든 일은 고작 몇 차례 일어날까 말까다. 자신의 삶을 좌우했다고 생각할 정도로 소중한 어린 시절의 기억조차 앞으로 몇 번이나 더 떠올릴 수 있을지 모른다. 많아야 네다섯 번 정도겠지. 앞으로 몇 번이나 더 보름달을 바라볼 수 있을까? 기껏해야 스무 번 정도 아닐까. 그러나 사람들은 기회가 무한하다고 여긴다." ㅡ 류이치 사카모토, <나는 앞으로 몇 번의 보름달을 볼 수 있을까>
우아하게 정렬한 채 날아가는 새들의 비행, 물고기 수천 수만 마리가 떼를 지어 이동하는 모습을 보며 새와 물고기 무리들이 '동시에 방향 전환'하는 모습이 신기하다고 감탄한 적이 있습니다. 이동과 먹이 찾기, 짝짓기, 적으로부터의 보호 등 무리를 이루어 다니는 것이 안전하고 효율적이고 에너지를 아낄 수도 있겠지요. 무리가 순식간에 방향 전환을 하는 것은 어떻게 가능할까요?
서로 닮고, 같아지는 동조(synchronization) 경향은 동물, 사람, 원자에서 행성에 이르기까지 우주에서 가장 일반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거리에서 하늘을 올려다보는 사람이 1명, 3명, 5명으로 늘어날 경우 그 행동을 따라하는 사람들의 비율이 급속히 증가한다는 동조 본능에 대한 실험이 기억납니다. 주변 사람들이 갑자기 한 방향으로 우르르 도망친다면, 그 이유를 확인하기 보다 일단 함께 뛰는 것이 원시시대부터 물려받은 생존 확률을 높이는 '동조 본능'이겠지요.
우리가 달을 볼 때, 늘 같은 면만 볼 수 있는 것도 지구와 달의 중력에 의해 달의 공전과 자전 주기 사이에 '동조'가 일어났기 때문입니다. 자전과 공전 속도가 같기 때문에 우리는 달의 뒷면을 볼 수 없지요. 곧 다가올 추석, 꽉 찬 보름달 달맞이를 하실텐데 달이 해양 생물의 행동에 미치는 영향은 어떤 게 있을까요? 우선, 달의 중력으로 인해 지구는 하루에 두 번 조수에 변화가 생깁니다. 조수 변화로 인해 바다의 가장자리는 물에 잠겼다가 육상에 드러났다가를 반복하지요. 다양한 조간대 생물종이 육상 환경에 적응하고 이동할 수 있게 된 것도 달의 영향입니다.
© 전몽각
무엇보다 달빛은 해양생물 자체에도 영향을 미치는데 달의 29.5일 주기에 동조하여 행동하는 생물들이 많습니다. 보름달처럼 달빛이 밝을 때 포식성 어류는 암초에 숨어있다가 먹이 활동을 하고, 해파리와 플랑크톤은 달의 주기에 맞춰 이동합니다. 1년 중 7-8월의 보름달이 뜨는 만조에 바다로 일제히 달려나가 품고있던 알을 바다에 털어넣는 도둑게, 초여름 보름과 그믐 무렵 밀물이 가장 높은 때 파도치는 해변에 몰려들어 집단 산란하는 복섬(담수가 흘러드는 연안에 서식하는 복어), 11월(호주의 초여름) 보름달 직후 대규모로 일제히 산란하는 대보초 지역의 산호, 보름달이 떴을 때 껍데기를 열고 짝짓기를 하는 굴 등등. 보름과 그믐에는 조수간만의 차가 크고,물의 흐름도 가장 세니 그 시기를 활용하여 산란하는 게 번식에 유리할텐데요. 과연 해양 생물들이 달의 주기를 어떠한 기제를 통해 인식하고, 자신의 생체주기를 '동조'하는지, 그 원리에 대한 연구가 곳곳에서 진행 중입니다.
이번 추석, 보름달 달맞이를 하며 바다의 안녕을 바라며 달빛에 '동조'해 보는 것은 어떨까요? 2024년 한가위 보름달은 17일 오후 6시 20분경 모습을 드러내고 다음날 오전6시경 질 예정입니다. 가장 높게 뜨는 시간은 17일 자정무렵이고요.
차올랐다가 이지러지는 모습의 달은 인생의 희로애락을 떠올리게 해 문학 작품에서도 많이 언급되지요. 떠오르는 문장도 남깁니다. 모두 즐거운 추석 보내시길요!
글: 부시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