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etter][파란 홍시가 간다] 원양어선의 죽어가는 바다 생명체들을 위해서 용기낸 사람, 김민수님 인터뷰

2024-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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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시의 말 : 얼마 전 집에 있다가 TV를 틀었는데 화면에 드넓은 바다를 유영하는 고래가 나오더군요. SBS TV 다큐멘터리 [고래와 나]였습니다. 빠져들어 보던 중 고래를 잡는 끔찍한 장면과 함께 불법 조업의 문제점을 증언하는 제보자가 나왔습니다. 화면에선 모자이크 처리한 채로 나왔지만 누구인지 알 수 있었습니다. 작년 말, 파란 송년회서 몹시 수줍어하며 기타 치고 노래하던 김민수 님입니다. “이제는 말할 수 있다”라고 당당히 나선 이, 지난 5년 동안 고기잡이 배인 어선에서 일한 경험을 가진 김민수 님을 만났습니다.               


민수 : 다큐 보셨어요?

 

홍시 : 봤죠. 모자이크 처리하긴 했지만 민수님인 줄 딱 알겠더라고요. 작년 송년회에서 만난 적 있잖아요. 얼핏 그 이야기도 들었고요. 그렇게 제보하고 증언한 거, 너무도 용감한 일이라고 생각했어요. 민수님에 대해 궁금한 게 많습니다. 우선 바다에 대한 민수님의 기억은 무엇인가요? 제일 먼저 떠오르는 기억이요.

민수 : 2016년쯤인데요. 아주 컴컴한 밤이었어요. 남태평양 바다였죠. 항해를 하던 중 배가 바다에 멈춰 선 상태였고요. 아무런 배도 없고 육지도 보이지 않는, 그냥 온전히 제가 탄 배만 있는 그런 바다였어요. 배의 꼭대기에 올라갔는데 아무것도 안 보이고 진짜 별만 가득한 거예요. 그 자리에 누워 봤어요. 하늘을 봤는데 제가 우주에 있는 것 같더라고요. 아무도 없는 우주에 버려진 것 같은 그런 극한의 고독과 외로움을 그때 느껴봤어요. 수평선도 뚜렷하지 않은 드넓은 바다에서 누우면 하늘만 보이는 그런 바다가 떠올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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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땅에 앉지 않고 수개월동안 하늘을 나는 군함조가 머리에 앉은 모습



홍시 : 민수님은 어선에서 일했다고 들었는데요. 원해서 시작한 일인가요? 언제부터 배를 탄 거예요?

민수 : 왜 배를 탔냐고 누가 물어보면 저는 팔렸다고 말했어요. 학교에서 나를 팔았다고요. 학교에서 실습을 나갔는데 저는 배 타고 놀러 가는 거라 생각했어요. 그런데 거기에서 오징어를 잡더라고요. 해양고등학교를 다녔는데 졸업을 앞두고 3학년 때는 실습을 나가요. 3개월 실습을 마치고 나오니까 원양어선 선사에서 사람을 뽑았어요. 학교에서는 돈도 벌 수 있고 군대도 안 갈 수 있으니 (원양어선에) 가봐라 해서 가게 된 거죠.

 

홍시 : 해양고등학교를 다녔고 졸업하면 배를 타는 것이 자연스럽게 연결된다고 생각하셨나 봐요.

민수 : 저는 원양어선을 타게 된다고는 생각을 못했어요. 주변에 선배도 별로 없어서. (졸업하면) 해경이나 여객선 승무원 같은 게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홍시 : 해양고등학교는 어떻게 가게 된 건가요?     

민수 : 중학교 때부터 생물들에 관심이 많았어요. 특히 어류요. 많이 키웠고 번식시켜서 분양도 하고 용돈벌이 하고 그랬거든요. 서울에 살다 중학교 졸업할 무렵 엄마의 직장 관련해서 제주도로 이사를 하게 되었어요. 제주도 간다고 했을 때 떠올린 게 바다 관련된 학교가 있지 않을까, 거기서 뭔가 꿈을 키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바람이 있었어요. 한 번도 와보지 않은 제주도지만. 2013년도에 입도해서 해양고등학교를 간 거죠.     


홍시 : 원양어선을 탔을 때 어떤 일을 하셨나요?      

민수 : 해양 레저 쪽으로 자격증도 취득하고 항해사 자격증도 취득하고 원양어선을 탔죠. 참치를 잡는 원양어선이었어요. 참치를 잡는데 기분이 좋지 않더라고요. 수많은 어류들이 죽는 모습을 보고 힘들었어요. 시간이 가면 나아지는 게 아니라 그게 끝까지 유지됐어요. 오히려 더 심해졌죠. 다른 사람들은 참치가 잡히면 기분이 그렇게 좋대요. 그런데 저는 기분이 좋았던 적이 단 한 번도 없어요. 이유는 너무 많은 생명들을 죽여서(그랬던 것 같아요.) 5년이 넘는 시간을 원양어선에서 보내며 너무 많은 생명들을 죽이게 되니까 이건 안 되겠다,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다 크지도 않은 작은 생명체들까지 죽이는 모습들을 보니까(힘들었어요)

배의 갑판 데크에 엄청 많이 널브러져 있었는데 눈이, 그 눈과 (나의) 눈 사이의 거리가 너무 가깝다 보니 그 눈들이 다 저를 쳐다보고 있는 것 같더라고요. 다 죽은 치어들이었죠. 그게 아직까지도 트라우마처럼. 다시는 보고 싶지 않고.

 

홍시 : 공감이 많이 됩니다. 저랑 비슷하네요. 저도 살아있는 생명을 끊어내면서 먹는다는 게 힘들거든요. 그래서 육식은 안 하고 해산물은 먹는데 생선도 눈이 보이면 못 먹어요. 다큐 [나의 문어선생님]을 보고 나니 생각이 많아졌지만 그래도 아직 어패류는 먹고 있어요.   

원양어선에서의 생활은 어땠나요? 구체적으로 좀 들려주세요.

민수 : 죽을 뻔한 기억들이 몇 차례 있어요. 배가 뒤집어져서. 제가 혼자 타는 스피드 보트였거든요. 큰 배가 달리는 도중에 와이어 하나로 내리는데, 배가 돌지 않도록 와이어 말고도 앞에 사람이 배 앞부분을 잡아줘야 돼요. 근데 그 사람이 줄을 너무 일찍 놔버린 바람에 배가 바로 돌아버렸고 물에 닿자마자 그냥 뒤집어져서 와이어도 끊어지고 저는 물속에 빠져 버렸어요. 구명조끼도 안 입은 상태에서. 제가 수영을 하지 못했더라면 아마 올라오지 못했을 거예요. 2018년 6월 1일이었어요. 전 그때 다시 태어났다고 생각해요.

 

홍시 : 구명조끼도 안 입었다니 모두들 안전불감증이었네요. 그래도 살아나서 천만다행이에요. 다시 태어난 거 축하하고요. 또 어떤 일이 있었나요?

민수 : 배를 탄 지 일주일도 안 됐을 때였어요. 그땐 아무것도 모르잖아요. 작업 난이도가 정말 높고 되게 복잡해요. 그물에 잡힌 참치가 양이 좀 있다 보니까 이게 기계를 통과하면 안 되는데 그냥 올린 거예요. 빨리 끝내야 되니까. 참치가 높게 올라간 상태에서 그 밑으로 제가 간 거죠. 그때 엄청난 크기의 참치가 제 바로 옆을 강타하더라고요. 수십 미터 위에서 제 바로 옆에 떨어진 거예요. 진짜 폭탄 터지는 소리가 났어요. 그거 맞았으면 전 그냥 죽었겠죠.

 

홍시 : 민수님은 나이도 얼마 안 된 짧은 인생에 구사일생이 여러 번이네요.      

민수 : 배에서 어떤 사람이 저를 죽인다고 위협한 적도 있어요. 그래서 그 사람에게 바다에 뛰어들어 같이 죽자고 했죠. [고래와 나] 다큐에도 그 얘기 나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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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에서 크레인 및 윈치 등 중장비 다루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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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피드보트를 타고 있는 모습



홍시 : 드디어 [고래와 나] 얘기를 할 차례네요. 처음에 그 이야기를 어떻게 제보하게 되었나요?

민수 : 되게 악질인 사람이었어요. 사회에서 쉽게 볼 수 없는 사람. 마주치기만 하면 욕하고 무시하고 깔보는 그런 사람이었죠. 저는 1등 항해사여서 선장을 보좌하면서 선원들을 통솔해야 했어요. 그런데 저보다 높긴 하지만 기관장이란 사람이 다짜고짜 왜 선원들 새참거리를 준비하지 않느냐면서 욕을 하는 거예요. 저는 준비가 돼 있다, 직접 확인해 봐라 말했지만 저도 좋게 말은 안 나왔죠. 그 태도가 그 사람 마음에 안 들었던 거죠. 와서 또 쌍욕을 하면서 목젖을 치면서 죽이겠다 그러더라고요. 그땐 진짜 같이 죽으려고 했어요. 무마되긴 했지만 그런 일들이 있으면서 제 몸이 망가져가더라고요. 저혈압 쇼크가 오고 손발 끝까지 피가 잘 안 도는 거예요.     


홍시 : 망망대해의 배라는 공간에서 싫은 사람과 어쩔 수 없이 같이 지내야 하는 게 너무도 힘들었을 것 같아요. 그 힘든 마음이 아픈 몸으로 나타났나 보네요. 그런데 민수님이 1등 항해사라고 그러셨는데요. 젊은 나이에 어떻게 1등 항해사가 될 수 있는 거예요?     

민수 : 젊은 사람이 없으니까 그 분야 공부를 한 저 같은 사람이 1등 항해사가 되는 거죠. 원양어선을 타려는 사람이 없어요. 배를 오래 탄 나이 많은 분들은 배운 게 그거밖에 없고 그만두면 다른 일을 찾는 게 어려워요. 30-40대 분들은 가정을 꾸리고 육지에서 직장생활을 원하는 분들이 많아요. 뭘 모르는 젊은 청년들이 오긴 하는데 이탈률이 되게 높죠. 계속 빠져나가니까 선장 아래 자리를 젊은 사람들이 채울 수밖에 없는 구조예요. 나이 많은 분들은 옛날 방식, 예전 습성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으니까 젊은 사람들과 못 맞추는 거예요. (그분들의 살아가는 방식은) 70-80년대의 모습일 거라고 저는 감히 생각해요. 

 

홍시 : 엄청 위계적인 문화에서 생활하며 많이 힘드셨겠어요. 조직문화라는 게 쉽게 변하는 게 아닌데. 그런 분위기 속에서 불법조업의 문제를 어떻게 제보하게 된 건지요? [고래와 나] 다큐 관련 이야기 좀 해주세요.      

민수 : 해양 생물들을 잡으면서 돈 버는 게 좋지 않았어요. 고래도 죽이고 상어도 죽이고 가오리도 엄청 죽이고. 정말 많은 생명체들을 잡아 죽였거든요. 그러다 보니 내가 이 바다 생명체들을 위해서 뭔가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그러다가 그런 상황을 영상으로 남겨야겠다 싶었고 그래서 영상을 찍었죠. 제가 다큐멘터리를 만들려고 했었거든요. 근데 그 과정이 되게 어렵더라고요. 하선을 한 후 어떤 분의 소개로 [고래와 나] 피디님과 연락이 닿았어요. 좀 더 많은 사람에게 알릴 수 있는 방법은 SBS 이 프로그램에 제보를 해서 인터뷰를 하고 바다 상황을 알리고자 했어요. 그래서 [고래와 나] 다큐에 출연하게 된 거죠. 죽어가는 바다 생명체들을 위해서 해야 할 일이라 생각해서 출연했지만 결과적으로 여파가 크지 않았던 것 같아요. 아무런 변화도 없는 것 같아 속상하더라고요. 

 

홍시 : 배에서 벌어지는 그런 상황을 몰래 찍는다는 것이 굉장히 위험했을 것 같아요. 쉽지 않았을 텐데 어떤 마음으로 그렇게 한 건가요?     

민수 : 조업 과정에서 불법적인 일들이 없어져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고래를 잡으면 불법이라는 걸 알면서도 일단 저지르고 보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에게 강한 충격을 주고 싶었는데 정작 그 사람들은 그런 다큐가 나왔는지도 몰라요. 고래 잡을 때 사람들 몰래 제가 카메라를 설치했는데 그게 잘 찍혔어요. 카메라에 잘 담겼고 다큐멘터리에 나오는 고래가 매달린 그 장면이거든요.

 

홍시 : 불법조업 장면을 몰래 찍으면서 엄청 조마조마했을 것 같아요. 힘들게 찍은 장면을 제보하고 그것이 다큐에 반영되어 TV를 통해 나오는 모습을 보면서 마음이 어땠나요?

민수 : 되게 많이 긴장했어요. 위험한 일이었기에 저는 각오를 하고 있었고 진짜 감옥에도 갈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렇지만 그것이 정의로운 일이라고 생각했고 그 사람들이 나를 고발하면 그냥 감옥에 가지 뭐, 그렇게 생각했어요. 그것도 하나의 경험이라고 다짐하면서요. 그런데 TV에서 방영되었는데도 그 당사자인 회사도 모르고 가까운 사람도 모르고, 그냥 바다를 정말 사랑하는 사람 몇 명만 알고 있더라고요.

 

홍시 : 다큐에서 제보자인 민수님을 모자이크 처리했던데 민수님인걸 알려도 된다는 건가요?  

민수 : 저는 그러고 싶어요.     


홍시 : 좋아요. 일단 이번 인터뷰를 통해서라도 시작하고 더 많은 사람들이 바다에서 일어나는 불법적인 조업 상황에 대해 알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면 좋겠네요. 바다 생명체들에 대해서는 더 하고 싶은 얘기가 있나요?

민수 : 미안한 마음입니다. 제주 바다만 보더라도 해양 쓰레기가 엄청 많이 밀려오고 있잖아요. 거북이들이 낚싯줄을 먹고 폐사하고 돌고래들이 지금도 그물에 걸려서 힘들어하고 있잖아요. 제가 가진 모든 거를 써서라도 도와주고 싶어요.

 

홍시 : [고래와 나] 다큐에 나오는 한 장면이 떠오르네요. 바다 위에 떠 다니는 하얀 비닐봉지가 흰 오징어인 줄 알고 삼키잖아요. 너무 끔찍했어요. 몇 년 전에 본 [씨스피라시]란 다큐도 떠오르고요.

민수 : 바다의 많은 쓰레기들이 어선을 통해 흘러나오는 거니까. 제가 그 상황을 전할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힘을 가진 누군가가 저를 잘 이용해서 알리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다큐에 출연한 거예요. 그런데 그것만으로는 부족했던 것 같아요.

 

홍시 : 파장이 없는 것 같다고 너무 실망하지 않으면 좋겠어요. 민수님의 제보로 알려진 상황에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관심 가질 겁니다. 민수님 같은 나이에 자기 인생을 스스로 개척해 나가고 드넓은 대양에서의 특별한 경험을 가진 사람은 많지 않아요. 남들과 다른 생각을 하고 생각한 걸 행동으로 옮긴 거, 대단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마지막 질문입니다. 바다와 관련한 영화나 책 추천할 거 있나요?

민수 : [동부태평양어장 가는 길(최희철 저)]이라는 책이 있어요. 저자가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먼저 하셨고 문제점을 정확히 알려주신 분이더라고요. 그 책을 많이 봐주시면 좋겠습니다.     


홍시 : 늦은 저녁에 귀한 시간 내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인터뷰어 : 홍시 (김연순)

 젠더, 생태, 평화, 인권에 관심을 갖고 활동해 왔으며
 제주로 이주해 자연과 사람, 사람과 사람을 잇는데 시간을 보내는 삶을 만끽하는 중.

 - 전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사무총장
- 현 해양시민과학센터 파란의 이사장 🩵




다큐멘터리 [고래와 나]의 민수씨의 이야기



김민수 님의 추천 책 : 동부태평양어장 가는길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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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2d55c6a976fe9.jpeg헬기에 매달린 김민수 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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